메르세데스-벤츠 GLK 220 CDI 4매틱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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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GLK 220 CDI 4매틱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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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K가 새 단장을 마쳤다. 세대를 나누는 ´모델 체인지´는 아니다. 안팎을 꼼꼼하게 다듬은 ´부분변경´이다.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어진 것이 특징이다. 변화는 앞뒤에 집중됐다. 특히 앞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한층 더 매끄럽고 화려한 스타일로 거듭났다. 실내 역시 크게 변했다. 큰 틀은 유지하되 분위기를 확 바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SUV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1997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ML-클래스를 찍어내며 시장에 뛰어 들었다. 모험은 성공이었다. ML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벤츠의 성공에 쓰린 속을 달래던 BMW는 소리 없이 칼을 갈았다. 그리고 1999년 X5를 내 놓았다.


X5는 ML이 독식하던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BMW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3년 X3로 컴팩트 SUV 시장을 선점했다. 벤츠는 R-클래스로 프리미엄 미니밴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었다. 이번엔 BMW의 승리였다. X3는 시장을 넓혀가며 꾸준히 팔려나갔지만 벤츠의 R의 성과는 시원치 않았다. 제아무리 벤츠라도 시들해진 미니밴의 인기를 되살릴 수 없었다. 벤츠의 명백한 오판이었다.



2008년, 이번엔 벤츠가 GLK-클래스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부풀려온 아우디의 Q5도 이때 출시됐다. 드디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 컴팩트 SUV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그런데 GLK의 외모는 경쟁자와 사뭇 달랐다. 경쟁자들은 부드럽게 둥글린 차체를, GLK는 손 베일 듯 각진 차체를 뽐냈다.


판판한 면에 곧은 선을 어울린 GLK는 단단한 느낌을 냈다. 곧추 세운 필러와 네모진 휠 하우스 역시 이런 느낌에 한 몫 했다. GLK는 ´진짜배기´ 오프로더, G-클래스가 아른 거릴 정도로 터프했다. 하지만 많은 이에게 사랑받기엔 무리가 있었다. 남성미가 지나치게 강조된 까닭이다. 실내에도 무덤덤한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GLK는 벤츠의 자신감이 투영된 결과물이었다. 100년 이상 차 장사에 몰두해온 벤츠가 시장 트랜드와 개발 중인 경쟁 모델의 디자인을 몰랐을 리 없다. 후발주자지만 시장 판도를 뒤엎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이건 벤츠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이다. GLK를 출시하며 내건 ´자신감 넘치는 존재´, ´차별화된 개성´이란 슬로건이 그 증거다.


GLK의 이런 모양새는 신흥시장의 성장과도 상관있다.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의 판도 변화에 민감하다. 중국, 아랍, 러시아, 인도 등 떠오르는 시장에선 여성보다 남성의 영향력이 크다. 남성미가 강조된 디자인이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E-클래스가 9세대로, CLS-클래스가 2세대로 진화하며 직선을 유난히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2년 등장한 부분변경 모델은 다르다. 벤츠는 시장의 요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변화의 주제는 ´매끄러움´이다. 겉모습의 변화는 기껏해야 앞뒤 범퍼와 램프들을 바꾼 정돈데, 인상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밋밋했던 이전과 달리 입체감도 살아났다. 기존의 터프한 이미지에 이런 변화가 더해지니 이제야 균형이 잡힌 듯하다. 나아가 벤츠 다른 형제들의 외모와도 비슷해졌다.  


앞모습엔 곡선이 너울졌다. 헤드램프는 양쪽 끝을 제외한 모든 모서리를 완만하게 다듬었다. 범퍼를 타고 흐르는 선도, 공기흡입구의 모서리도 전부 둥글렸다. 경직됐던 인상이 물에서 갓 건져낸 미역마냥 매끈해진 느낌이다. 앞 범퍼 모서리도 빵빵하게 부풀려 앞 펜더와 만나는 부분을 보다 자연스레 연결했다.



화려함의 수위도 한층 더 높였다. 그릴의 안쪽 바는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였다. 때문에 ´세 꼭지 별´ 엠블럼이 더욱 근사해 보인다. 헤드램프 안쪽에 곁들인 LED 띠와 앞뒤 범퍼 아래쪽에 붙인 크롬 패널은 화사한 느낌을 낸다. 뒷모습도 변했다. 테일램프는 두 개의 띠가 불빛을 밝힌다. 뒤 범퍼 모서리에 아로새겼던 크롬띠와 의미모를 선들은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 결과 간결하되 풍성한 느낌으로 거듭났다. 변화의 폭은 실내가 더 크다. 큰 틀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전과 큰 차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거의 모든 것이 변했다. 일단 대시보드부터 다르다. ´그대로 썼나?´ 싶었던 대시보드 윗 단도 세부 모양이 다르다. 세 개 원에 나눠 담은 계기판과 금속성 패널을 어울린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낸다.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칼럼으로 옮겨 수납공간도 늘렸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나치게 건조했던 느낌이 말끔히 사라졌다. 이젠 눈부시게 화려하다. 이런 느낌은 대시보드를 가로지른 우드패널이 주도한다. 패널이 제법 큰 까닭에 자칫 고리타분할 뻔 했다. 하지만 제트엔진 모양의 송풍구가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을 방지한다. 벤츠답게 고급스런 느낌도 상당하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는 물론, 몸 닿는 곳은 전부 촉촉한 가죽을 씌우고 꼼꼼한 바느질을 어울렸다. 방음 수준도 급에 비해 뛰어나다. 경쟁자에게선 보기 힘든 배려도 있다. 무릎 닿는 곳을 전부 뒤덮은 말랑말랑한 우레탄 소재다.


현지화 수준도 끌어올렸다. 룸미러는 하이패스 기능을 품는다. 실내로 들어서면 우리말로 안내를 한다. 내비게이션도 ´사제´가 아니다. 커맨드에 완벽하게 녹아 든, 직접 만든 한국형이다. 바짝 세운 A필러가 내는 독특한 공간감은 그대로다. 일부 오프로드 모델 또는 BMW의 미니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분위기다. 납득할 만큼 여유로운 뒷좌석과 넉넉한 짐 공간도 여전하다.



벤츠는 국내에 직렬 4기통 2,143㏄ 디젤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로 네 바퀴를 굴리는 GLK 220 CDI 4매틱 한 가지 모델만 판매한다. 옵션에 따라 기본형과 프리미엄으로 나뉠 뿐이다. 엔진은 변경전과 같다. 여전히 조용하고 달리면 더 조용해진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도 그대로다. 메이커가 밝힌 ´제로백´ 역시 8.8초로 이전과 같다. 그런데 움직임은 한결 가볍고 매끄럽다. 변화는 수치가 아닌 감각에 집중됐다. 최고출력 내는 시점은 3200rpm에서 3000rpm으로 앞당겼다. 차체 무게는 45㎏ 줄였다. 변속기도 바꿨다. 이젠 ´7G 트로닉 플러스´라고 부른다. 기어 개수는 같지만 이전보다 변속이 빠르고 충격도 줄었다. 이런 변화들은 효율도 높였다. 이전에 비해 약 17% 개선됐다. GLK 220 CDI 4매틱의 공인연비는 13.1㎞/L(신 연비 기준)다.



초기 가속감은 여전히 풍성하다. 최대토크가 140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툭 치면 힘을 와장창 쏟아낸다. 하지만 날을 바짝 세운 느낌은 아니다. 모서리를 적당히 둥글린, 응축된 힘이 차체를 사뿐하게 밀어내는 느낌이다. 이런 특성은 거동과 핸들링에서도 나타난다. 짜릿한 맛은 없지만 편안하고 든든하다. 도심형 SUV인 만큼, 전체적인 운전감각은 뼈대를 제공한 C-클래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높직한 시야 덕분에 운전이 더욱 쉽다. 여성운전자가 몰기에도 한결 부담이 적다. 노면상태에 개의치 않고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C-클래스와 구분되는 장점이다. GLK는 벤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품는다.



4매틱은 앞뒤 구동력을 45:55로 나눈다. 좌우 바퀴 회전 조절은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의 디퍼런셜이 맡는다. 각각의 바퀴가 따로 도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길은 없었다. 하지만 GLK는 바퀴의 절반이상이 잠긴 눈밭에서도, 표면이 반들반들한 얼음판 위에서도 거침없이 내달렸다. GLK는 촬영을 위해 찾은 눈 덮인 야산도 거뜬히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 올 땐 등골이 서늘했다. 20인치 휠에 신긴 235-45 사이즈 스포츠 타이어의 눈길 한계도 낮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신통방통한 GLK의 등판력에 신이 난 나머지, ´내리막 빙판길엔 장사 없다´는 기본 상식을 망각해버린 운전자가 문제였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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