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 2.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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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사트 2.5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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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는 폭스바겐의 대표 중형 세단이다. 1973년 데뷔해 1500만대 이상 팔렸다. 한때는 폭스바겐의 기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골프, 제타, 티구안 등과 함께 폭스바겐 주력 모델 중 하나로 자리한다. 2012년 가을 국내에 등장한 파사트는 7세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전략형 모델이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현지 생산’에 몰두중이다. 국외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예전엔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인건비 낮은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공략 국가에 직접 생산 시설을 마련하고 ‘현지 전략형 모델’을 생산한다. 형태가 변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는 결국 상승하고 품질관리도 힘들어서다.


현지 생산을 하면 이런 점이 해소된다. 생산 단가는 관세와 물류비용을 아껴 낮춘다. 인건비처럼 오를 염려가 없다. 시설을 유치하는 국가가 지원금과 여러 혜택도 준다. 수익에 대한 세금을 걷을 수 있고 실업율도 개선 할 수 있어서다. 현지에서 만들어 바로 팔면 공급도 빨라진다.



품질관리도 비교적 쉽다. 노동자의 기술 수준과 소비자의 품질 만족 수준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 중국, 인도 등의 거대 시장에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 어울리는 현지 전략형 모델을 만들고, 시장 특성이 비슷한 나라로 수출도 한다.


이런 현상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미국 전략형 모델이 국내에 대거 수입되기 시작한 것. 미국형 모델의 특징인 넉넉한 실내공간과 안락한 승차감이 국내 소비자 취향에 어울린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년에 새로 출시한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그리고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그 중 유독 설왕설래가 많은 모델이 있다. 바로 폭스바겐 파사트다.



이 신형 파사트는 2011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유럽형과는 달리 미국형 세단의 기본 공식이 그대로 담긴 것이 특징이다. 이전보다 큼직한 뼈대로 널찍한 실내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실현했다. 길이가 103㎜ 늘어났는데, 대부분이 실내 공간 크기와 승차감을 결정짓는 차축 안쪽에 고스란히 담겼다. 반면 유럽형 파사트는 이전세대의 뼈대를 그대로 품었다. 따라서 실내 공간 크기가 이전 그대로다.


겉모습엔 최근 폭스바겐 모델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있다. 반듯한 선과 간결한 면이 도드라진다. 한데 묶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단한 느낌을 낸다. 실제로 커졌지만 완만하게 떨어지는 C필러 덕분에 체감 크기는 더욱 크다. 하지만 이목을 잡아끄는 요소는 조금 부족하다. 미국형인 만큼 반짝반짝한 LED 장식이 없는 것은 납득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조등이 HID램프도, 프로젝션 렌즈 방식도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 의아하다.



실내 역시 다른 폭스바겐 모델과 비슷하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묶은 센터페시아를 더해 균형 잡힌 구성을 완성했다. 각각의 요소가 제 위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쓰기에도, 보기에도 편안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글화를 꼼꼼히 마친 ‘RNS510’이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도 지원한다. 이전세대에 달렸던 국내 업체 제품보다 한결 더 고급스럽다. 편의장비는 동급 경쟁자와 비슷한 수준. 파크 어시스트와 뒷좌석 햇빛 가리개 등 이전세대에는 있던 편의 장비가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조립완성도는 우려와 달리 상당히 뛰어나다. 비뚜름한 시선으로 이곳저곳 살펴봐도 흠 잡을 구석이 별로 없다. 눈에 보이는 단차도 적고, 패널이 맞물린 정도도 훌륭하다. 각종 스위치의 작동감은 아주 또렷하다. 물론 손닿지 않는 부분에 약간의 문제는 있다. 앞창과 대시보드가 만나는 부분에 붙여 논 기다란 패널은 눌렀을 때 잡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정도면 ‘미국산’에 대한 편견을 버려도 좋겠다.



시트의 방석부분은 판판하게 생졌다. 이 역시 미국형 모델의 특징이다. 모서리를 부풀리면 타고 내리기가 불편해서다. 하지만 막상 앉으면 엉덩이가 쏙 들어간다. 그래서 시트와 몸이 따로 노는 일이 없다. 시트 가운데를 스웨이드와 비슷한 ‘다이나미카’ 천으로 마무리한 것도 큰 역할을 한다. 공간은 당연히 넉넉하다. 전후좌우 모두 휑한 느낌이 든다. 파사트의 실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성인 네 명이 편안하게 장거리를 떠나기에도 전혀 무리 없다. 짐 공간은 529L. 골프백과 보스턴백 각각 네 개씩을 삼킨다.



시승차는 최고 170마력, 24.5㎏․m의 힘을 내는 직렬 5기통 2.5L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어울린 파사트 2.5다. 5기통 엔진을 얹었지만 성능은 4기통 엔진의 동급 경쟁자와 큰 차이 없다. 파사트 2.5의 ‘제로백’은 다소 평범한 9.2초다. 최고속도도 190㎞/h에서 제한된다.


5기통의 장점은 눈에 보이는 수치가 아닌 주행 감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단 회전 감각이 V6 부럽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4기통에선 느낄 수 없는 질감이다. 가속 감각도 매끈하다. 생각보다 쏟아내는 힘이 뾰족하고 변속도 재빠르다. 자극적인 ‘사운드’도 큰 매력이다. 회전수를 올리면 4기통보단 매끈하고, 6기통 보단 거친 소리를 낸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신형 파사트엔 독일 기술력이 그대로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거동에 담겨있었다. 신형 파사트엔 폭스바겐 고유의 탄탄한 몸놀림을 뽐냈다. 굳이 굽이진 길을 찾아 갈 것도, 차를 과격하게 몰아 볼 필요도 없었다. 반듯한 핸들링과 부드럽되 탄력있는 움직임은 스티어링 휠을 꺾고 페달을 밟는 매 순간마다 손끌과 허리를 통해 전해졌다.



미국형 파사트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팔던 이전세대 파사트는 독일에서 만든 모델이었다. ‘신뢰 높은 독일산 제품’이란 사실은 폭스바겐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품질이 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일종의 불안감이 형성 될 이유가 충분하다. 나 역시 반신반의 했다. 파사트가 무색무취한 여느 미국형 모델처럼 변색되진 않았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고유 가치를 지켰다. 나아가 ‘미국식 합리성’을 파사트에 유연하게 녹여냈다. 신형 파사트는 마치 미국과 유럽 시장의 장점만을 담은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리가 유럽차에 기대하는 고급 편의 장비와 세련된 마무리다. 그러나 상품 구성만으로 차차 해결 가능한 문제기에 그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글 류민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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