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현대 오메가 엔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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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현대 오메가 엔진 편
  • 박병하
  • 승인 2018.06.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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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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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서른 번째 이야기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V형 8기통 엔진에 대해 다룬다. 이 엔진은 본래 현대자동차 가문의 소생은아니었지만 현대자동차의 기술 확보 및 상징적인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큰 엔진이라 할 수 있다. 이 엔진의이름은 오메가 엔진이다.

미쓰비시에서 태어나 현대자동차의 문중으로

현대자동차의 오메가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제조한 승용차용 가솔린 엔진 중 최초의V형 8기통 엔진이다. 이엔진은 본래 미쓰비시자동차(이하 미쓰비시)가 개발한 신규V8 엔진인 ‘8A8형’ 엔진을현대자동차의 필요에 맞게 개량한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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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8A8형 엔진은 199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엔진이다. 이 엔진은 미쓰비시와 현대자동차의마지막 공동 프로젝트로 기록된 신형의 플래그십급 대형 세단을 위한 엔진으로서 개발되었다. 즉, 미쓰비시의 플래그십 세단 프라우디아(Proudia) 및 디그니티(Dignity),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초대 에쿠스(Equus)를 위해개발된 엔진인 것이다.

오메가 엔진의 원형인 미쓰비시 8A8형엔진은 미쓰비시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큰 엔진이었다. 이 엔진은 그동안 미쓰비시가 개발한승용차용 가솔린 엔진 중에서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했다. 보어(내경) 86mm, 스트로크(행정 길이)96.8mm의 실린더 8기가 배치되어 4,498cc의총배기량을 가졌다. 여기에 DOHC 밸브트레인과 더불어 당시최신 기술로 통했던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Gasoline Direct Injection, 이하 GDI) 기술을 전격 채용했다. 실린더 헤드와 블록은 모두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압축비는 10.7:1이었다. 4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이면서 전륜구동을 위한 가로 배치형 엔진으로 개발되었다.

이 엔진은 총배기량이 4리터를 넘는대배기량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출력이 280마력/5,000rpm에그친다. 이는 당시에도 지금에도 배기량에 비해 낮은 최고출력이었다. 이렇게된 이유로는 양산차의 출력 상한선을 280마력으로 제한한 당시 일본 정부의 규제와 처음부터 전륜구동형으로설계되어 출력을 크게 높일 수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대토크는 42.8kg.m/4,000rpm을 낼 수 있었다.

이 엔진의 또 한가지 특이사항으로는 처음부터 현대자동차가 생산을 맡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쓰비시가 처음부터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을 사용하는 엔진으로 개발해 놓고도 정작 자사에는 알루미늄 블록을생산할 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에게 생산을 위탁했던 것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자체 기술로 알루미늄실린더 블록을 사용하는 델타엔진을 개발하면서 이에 필요한 설비를 갖춰 놓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8A8형 엔진을 생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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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의 운명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일본에서는 투입 1년 만에 퇴출되면서 역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단명한 엔진 중 하나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쓰비시 프라우디아와 디그니티가 일본의 고급세단 시장에서처절할 정도로 참패한 데다, 2000년부터 터지기 시작한 미쓰비시 리콜 은폐 사건(三菱リコール隠し事件)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 때 자금이 궁해진 미쓰비시는 이를 타개하고자,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델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한 편, 팔아 넘길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앞뒤 안 가리고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을위해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개발했던 8A8형 엔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이 때 주인 잃은 8A8형 엔진의 기술 및 수출 우선권을 사들인 기업이 바로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초대 에쿠스의 시판 당시부터 8A8형엔진을 ‘오메가 엔진’으로 명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이 엔진은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컸다. 국산차최초의 V8 엔진임과 동시에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가지고 있었던 국산 승용차 최대 배기량 타이틀까지 빼앗아오며, 에쿠스의 런칭과 함께 내세운 ‘초대형 세단’의 당위성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오메가 엔진은 그 기술적인 측면 때문에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골머리를 앓게만들기도 했다. 오메가 엔진은 복잡한 전자장비를 다량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비표준으로 설계된부분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잔 고장도 많은 주제에 유지보수까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당시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잡혀 있지 않았던 고옥탄가 휘발유(이하고급유)를 사용하도록 한 엔진 설정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악화된 측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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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미쓰비시로부터 8A8형엔진에 대한 권리를 사들인 이후, 이 엔진에 대한 전면적인 개량에 돌입했다. 문제의 핵심 중 하나인 가솔린 직분사 기구를 폐기하고 다점 분사(Multi-PointInjection, 이하 MPI)방식으로 변경하는 대수술을 감행했으며, 연료 설정 역시 국내에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휘발유를 기준으로 변경했다.이렇게 개량 작업을 거친 ‘오메가 MPI 엔진’은 이후 초대 에쿠스가 단종되는 2008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아 남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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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엔진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엔진이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오메가엔진을 통해 V8 엔진의 설계 기술과 함께, 현재 널리 사용하고있는 GDI 기술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현대자동차는 2009년 내놓은 2세대 에쿠스를 통해 독자개발한V8 엔진인 타우 엔진을 선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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