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르노삼성 떠받치는 기둥, '넘버 6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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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르노삼성 떠받치는 기둥, '넘버 6 듀오'
  • 윤현수
  • 승인 2018.07.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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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자사의 킬러 타이틀인 스파크의 부분변경과 이쿼녹스 출시로 부진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2개월 연속으로 꼴찌를 기록하던 짤막한 '흑역사'도 단기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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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이제 그 꼴찌 자리는 다른 브랜드가 물려받아야만 했다. 굴욕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르노삼성차였다. 과거에 꼴찌 자리를 놓고 싸웠던 단골 경쟁자인 쌍용차가 신차들의 연이은 호조로 당당히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점유율 기준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QM3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마땅한 신차가 없어 내수 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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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쉐보레 트랙스와 함께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던 QM3가 오래간만에 부분변경을 이뤘음에도 카테고리 내 신규 차종의 등장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풍부한 편의장비와 뛰어난 가격 대비 가치를 내세운 '한국형' 소형 SUV들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주력 모델로서 볼륨 확보를 책임 지던 QM3의 몰락은 르노삼성 입장에선 뼈아플 수밖에 없었고, 전통적으로 르노삼성을 대표했던 SM 시리즈 3인방 (SM3 - SM5 - SM7)은 6월 한 달 동안 총합 1,643대의 실적 밖에 내지 못하며 르노삼성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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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소속 제품들 대부분이 부진을 일삼고 있는 와중에, SM6와 QM6는 지난 6월 판매량 차트에서 나란히 21위와 22위를 차지하며 제법 훌륭한 중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두 모델의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각각 1만 2천 대가량을 기록하고 있어 각자가 속한 카테고리에서 적어도 '중박'은 거두고 있음을 넌지시 알렸다.

특히 QM6의 경우 출시 이후 꾸준히 2천 대 이상이 팔리며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싼타페를 비롯한 주요 경쟁 모델들이 차체를 키우며 표면적인 상품성은 상대적으로 졌으나, '가격 대비 가치'를 내세운 가솔린 모델의 투입으로 일정한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모기업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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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출시와 함께 카테고리 왕좌를 수십 년 간 지배한 쏘나타를 압박했을 정도로 큰 '임팩트'를 자랑했던 SM6는 런칭 초기에 비하면 판매 볼륨이 많이 줄었다. 신차 효과가 사라진 탓도 있으나, 경쟁 모델들이 꾸준히 상품성을 향상시켜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예컨대, 지난해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면서 중형 세단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고자 했던 라이벌들 판매량이 크게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SM6 - 말리부와 같은 신흥 강자들의 출연으로 시장 4위까지 밀려났던 K5도 겉모습을 화려하게 바꾸며 카테고리 2위 자리를 확실하게 꿰찬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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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당당했던 SM6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나, 뚜렷한 신차가 없는 상황에 처한 르노삼성을 지탱하는 것이 단연 넘버 6 듀오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최근 르노 엠블럼을 달고 한국 땅을 밟은 클리오가 있지만, 전황을 바꾸기엔 영향력이 턱없이 부족한 모델이다.

또한 SM6, QM6 두 제품 모두 현재 카테고리 최상위권 경쟁에선 한참 물러나 있긴 해도, 올해 상반기 동안 판매된 르노삼성 소속 차량 4만 920대 중 2만 5,168대가 넘버 6 듀오였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무려 61.5%로, 브랜드 내에서 단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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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까지는 출중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긴 해도, 이 SM6와 QM6가 SM5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한평생 르노삼성의 기둥이 될 것 같았던 SM5의 몰락을 예견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새 모델들의 꾸준한 도전과 세월의 흐름은 명성이 드높던 SM5를 처참하게 무너뜨려버렸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에서 매번 소수의 선수들만이 소위 말해 경기를 '캐리'하는 팀은, 결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팀이라고 볼 수 없다. 캐리를 도맡던 선수들이 부진에 빠진다던가, 부상으로 리타이어 되면 그 팀은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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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은 이들의 꾸준한 활약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이외 모델들의 부진에 줄곧 초조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르노삼성은 이 넘버 6 듀오가 기록하는 성적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더군다나 내년까지도 마땅한 신차가 없어 '넘버 6 바라기' 노릇은 더욱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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