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큐브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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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큐브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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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카의 대명사, 닛산 큐브를 타봤다. 신형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후방카메라 등을 달아 편의성을 높인 2013년 형이다. 톡톡 튀는 매력의 안팎 디자인은 여전하다. 데뷔한지 3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든든한 차체와 탄탄한 몸놀림이 만드는 안정감 역시 큰 장점이다. 힘도 넉넉해 운전이 쉽고 즐겁다.



큐브는 1998년 태어났다. 이후 2002년 2세대, 2009년 3세대로 진화했다. 1세대는 키만 껑충한 소형 해치백에 불과했다. 하지만 2세대는 달랐다. 좌우 폭을 확 키워 큐브(Cube, 정육면체)라는 이름답게 네모반듯한 박스 형태로 거듭났다. 큐브를 대표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들도 이 2세대에서 꽃피웠다. 라디에이터 그릴로 파고든 헤드램프와 좌우 모양이 다른 비대칭 디자인, 냉장고처럼 옆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 등이 그것이다. 


2세대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만 판매가 이루어졌지만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일부 유명 연예인이 소유했다는 사실 때문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일본 내수용을 국내에서 타는 것은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다. 각종 요금소를 통과하는 것조차도 문제가 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당시 큐브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3세대 큐브는 수출용으로도 나왔다. 운전대가 왼쪽에 있고 트렁크 도어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열린다. 미국에서는 2009년,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팔았다. 2세대의 인기를 반영하듯, 3세대 큐브는 수입되기 전부터 1000대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출시 두 달째에는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도 올랐다. 큐브는 국내에서 기아차의 소울, 그리고 급은 다를지언정 스타일이 비슷한 레이 등과 경쟁한다.


겉모습은 2세대와 큰 차이 없다. 헤드램프를 좌우로 늘리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된 아랫변을 비틀어 생동감을 준 정도다. 도어 몰딩은 뜯어내 판판한 면을 강조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너비와 높이의 비율은 여전하다. 남다른 개성이란 이처럼 디테일이 아닌, 전체 균형에서 나오는 법. 큐브는 경차 규격에 쌓아 올려 키만 껑충한 레이는 물론, 그 어떤 박스카보다도 안정적인 자세를 뽐낸다.



이런 컨셉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톡톡 튀는 디자인이지만 안정적인 분위기다. 그리고 안팎의 연결고리가 어떤 차보다 끈끈하다. 겉모습에 혹했다가 다른 느낌의 실내에서 실망하는 여느 경쟁자와는 다르다. 한편 2세대 큐브와도 전혀 다르다. 2세대는 ‘사각형’을 지나치게 강조한 까닭에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냈다.


3세대의 독특한 분위기는 좌우를 오목하게 따낸 좌우대칭 대시보드가 주도한다. 곧추 선 필러와 어우러져 마치 욕조에 들어앉은 듯한 편안한 느낌을 낸다. 천장 내장제와 스피커 덮개, 컵홀더 바닥 등에 너울진 물결무늬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한다. 바닥과 천장 사이의 간격이 널찍한 것도 큰 장점이다. 키 작은 어린이의 경우 실내에서 반듯하게 일어설 수 있다. 레일 위에 얹어진 뒤 시트를 앞으로 밀 경우, 유모차도 편 상태 그대로 실린다.



여성 운전자에게 환영받을 만한 장점은 또 있다. 낮은 차체와 높이를 적당히 띄운 시트 덕분에 타고 내리기가 매우 수월하다. 운전시야는 SUV마냥 높직하다. 아울러 도어 닫는 느낌이 묵직하다. 경쟁자와는 달리 힘껏 닫아도 철판 떠는 소리가 없다.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이 매우 높다. 튼튼한 차체를 차에 오르면서 느낄 수 있는 셈이다.


2013년형으로 거듭나며 편의성도 높아졌다. 모니터는 8인치. 이전에 비해 1인치 커졌다.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각종 멀티미디어를 연동하는 시스템도 새로 만들었다. 주차 할 때 차체 뒤쪽을 꼼꼼하게 찍어 모니터에 띄우는 후방카메라도 달았다. 그러나 ‘기본 옵션’이라 할 수 있는 시트 열선이 이번에도 빠졌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플라스틱 덩어리인 대시보드와 우레탄 재질의 스티어링 휠, 직물로 씌운 시트도 그대로다. 



국내에 수입되는 큐브는 직렬 4기통 1.8L 엔진과 무단 자동변속기(CVT)를 맞물려 얹는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평범하다. 120마력, 16.8㎏․m의 힘을 낸다. 체감덩치를 생각하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운전감각은 수치를 뛰어넘는다. 가속감각이 짐작보다 경쾌하다. 두 개의 원뿔을 벨트로 옥죈 변속기, CVT 덕분에 가속도 매끄럽다. 변속충격도 물론 없다.


그렇다고 도로의 흐름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헤집고 다니기엔 부족함이 없다. 큐브는 시내에서 타기엔 필요충분 이상의 힘을 낸다. 경차처럼 오르막에서 빌빌대는 일도 없다.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고 연비도 생각보다 좋다. 큐브의 복합연비는 12.0㎞/L. 가혹한 날씨와 주행상황에서도 평균 9.5~ 10㎞/L 이상의 연비를 냈다.



거동도 예상을 웃돈다. 역시 성능에 목숨 거는 닛산의 모델답다. 단단한 차체는 부드럽되 탄탄한 하체와 어울려 반듯한 몸놀림을 만든다. 생긴 것과 다르게 무게 중심도 낮다. 때문에 휘청거리는 일이 없다. 타이어의 접지한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물론 큐브가 달리는 성격의 차는 아니다. 하지만 거동의 완성도는 이런 박스카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거친 조작도 유연하게 받아내야 운전이 미숙한 사람도 부담 없이 탈 수 있어서다. 큐브는 누구나 즐겁게 탈 수 있을 만큼 좋은 움직임을 뽐낸다.



큐브는 역시 원조 박스카다웠다. 겉모습만 흉내 낸 경쟁자와는 달랐다. 개성 넘치는 안팎 디자인에서 비롯된 즐거움은 아직도 유효했다. 운전이 쉽고 즐겁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도 장점이다. 큐브의 가격은 국내에 수입되는 수입차 중 가장 낮다. 큐브 1.8S는 2,260만 원, 시승차인 1.8SL은 2,560만 원이다. 다만 1.6L 엔진 도입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다. 고작 0.2L 차이지만, 내는 세금은 꽤 차이나기 때문이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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