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부활 노리는 지리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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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부활 노리는 지리자동차
  • 윤현수
  • 승인 2018.08.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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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볼보차를 필두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지리자동차는 최근 독자 브랜드인 링크앤코(Lynk & Co)의 신작들을 차례로 내놓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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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리차는 지난해 퓨어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를 보유한 프로톤(Proton)을 한꺼번에 집어삼키며 업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바 있다. 그야말로 각자의 분야에서 큰소리를 내던 유럽 브랜드들을 수집하며 자동차 세계의 '패왕'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프로톤과 로터스는 현재 마땅한 '수익원'이라고 할 만한 킬러 타이틀이 없는 데다,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하락세에 있는 브랜드다. 간단히 말해 그리 실속이 없는 '매물'이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프로톤을 물망에 올리던 스즈키와 PSA가 아닌 지리차가 그 주인이 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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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말레이시아는 인구 대비 자동차 보유 수치가 선진국에 맞먹을 정도로 탄탄한 내수 시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흥 시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07년까지 국영기업이었던 프로톤은 여전히 말레이시아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중차 브랜드로서, 지리차는 프로톤을 동남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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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최근 지리차는 로터스 브랜드의 부활을 위해 19억 달러(한화 약 2조 1,500억)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프로톤 인수 당시 로터스의 지분 51%만 매입했으나, 추후에 추가로 지분을 사들일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로터스의 완전한 주인이 되길 희망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렸다.

지리차 측은 이 19억 달러를 활용하여 200여 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영국 헤텔에 위치한 공장을 확장하는 것이 1차적 목표라고 한다. 이후 영국에 두 번째 로터스 공장을 설립하며 볼륨을 늘릴 계획이며, 웨스트 미들랜드 지역에도 기술 개발 센터를 설립하며 양과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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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활이 그렇게 원만치는 않을 전망. 현재 로터스는 2009년 신 모델인 에보라 출시 이후 마땅한 로드카 신차가 없었으며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전년대비 실적이 25% 하락하며 명확한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만 3천 대를 눈앞에 두었던 로터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륨이 지속적으로 줄어왔고, 2012년에는 최저점을 찍더니 현재는 800대 수준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처지에 이르렀다. (* 2017년 유럽 로터스 판매량 - 783대 / ANDC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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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포츠카를 사랑해 마지않는 미국에서는 더 처참했다. 로터스와 엑시즈를 필두로 2000년대 중후반 경량 스포츠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과는 달리, 간만의 신차였던 에보라가 시장에서 생각보다 먹히지 않으며 곤두박질친 로터스는 2015년을 끝으로 미 대륙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물론 경량 스포츠카를 다루는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 기업이기에 숫자놀음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미지 팔아먹기도 어느 정도 최소 볼륨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것, 거기다 마이너리티 세계에서도 규모의 경제 논리를 들이 밀기 시작한 현대 자동차 세계에서는 로터스도 변화해야하는 시점이었다. 지리차는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19억 달러를 퍼붓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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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리차가 언급한 거액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로터스는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에보라 출시 즈음, 로터스가 그렸던 미래에 따르면 2020년대에 에스프리 / 에테르네 / 엘리트와 같은 전설들의 부활과 더불어 엘리스의 세대 변경이 이뤄져 충분히 제2의 전성기에 도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안전'이라는 키워드에 묶이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볼보를 구원한 것은 지리차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안정적인 자금 투입, 그리고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지리차 아래에서 로터스는 다시금 영국 스포츠카의 심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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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차는 로터스를 페라리, 포르쉐 등과 같은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애스턴 마틴이 전통을 간직함과 동시에 타사와의 협업으로 케케묵은 과거를 버리고 진보를 이뤄낸 것과 같이, 오랜 기간 '진보'가 없었던 로터스 역시 충분히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본다. 

지독히 매니악한 브랜드를 리빌딩하는 것은 생각만해도 골치아프다. 볼륨을 키우자니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이 태어나 브랜드 정체성을 흐뜨릴 것만 같고, 브랜드 색깔 짙은 차만 내놓자니 매니아 말고는 건들지도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지리차의 선택이 어찌되었든, 로터스를 세운 콜린 채프먼의 '모토'만은 잊혀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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