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대우 다마스와 라보
상태바
[특별했던차]대우 다마스와 라보
  • 박병하
  • 승인 2018.08.14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영민한 기동력, 소규모 화물 운송에 최적화된 구조로 ‘소상공인의 발’이라 불리는 경상용차. 경상용차는 경차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유래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부터는 대한민국에도 도입되어지금까지 그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01.jpg

경상용차는 등장 이래 지금까지 각종 크고 작은 사업체에서사랑 받고 있다. 일반적인 1톤급의 소형 상용차보다 현저히저렴한 가격과 경차의 세제 상 혜택에서 오는 저렴한 유지보수비용, 작은 차체에서 오는 기동성과 취급상의 편리함으로 인해 소규모의 화물 운송이 잦은 업종에서 특히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상용차도 앞으로 몇 년 뒤에는 후속 차종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이 자사에서 생산하는 경상용차인 다마스(Damas)와 라보(Labo)를 2020년을기해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본 연재에서는 1980년대국민차 사업으로부터 태어난 ‘소상공인의 발’, 한국지엠 다마스와라보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국민차 사업으로 태어난 소상공인의 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의 도입은 80년대 대한민국 상공부가 ‘에너지 절감’의 일환으로 착수한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이하 국민차 사업)’에 따라 그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 대우조선공업(現 대우조선해양)이 국민차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경차의 개발 및 보급을 전담하는 ‘대우국민차’가 발족되었다. 대우국민차가 내놓게 될 일련의 경차들은 이 시기부터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02.jpg

03.jpg

다마스는 스즈키의 밴(Van)형 경승합차 에브리(Every)의 2세대 모델(DA형)을, 라보는 스즈키의 경화물차 캐리(Carry)의 9세대 모델(DA형)을 바탕으로각각 개발되었다. 두 차종은 팬더곰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대우 로고 등, 외관 상의 몇몇 부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스즈키 에브리와 스즈키캐리의 한국 라이센스 판에 가까운 형태였다. 생산은 대우조선공업의 창원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04.jpg

엔진은 티코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0.8리터급의 직렬 3기통 스즈키F8B 엔진의 개량형이라 할 수 있는 F8C 엔진을 사용했다. 밸브트레인은 SOHC(Single OverHead Cam) 기구를, 연료 공급 방식은 카뷰레터 방식을 채용했다. 또한 F8B 엔진에 비해 출력을 조금 더 높은 41마력으로 설정하였다. 이 엔진은 대우자동차에 편입된 이후에 자체적으로 개량을 거친 대우 M-TEC엔진으로 발전하게 된다. 초도 생산분은 가솔린을 사용했지만 93년도부터 LPG 사양이 추가되었고,이후에는 LPG 사양만 남게 된다. LPG 사양은가솔린 사양에 비해 출력이 더 부족했지만 당시에는 지금보다도 LPG의 가격이 가솔린에 비해 매우 낮은수준이었기에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05.jpg

승합형 경상용차인 다마스는 출시 초기에는 2인승/5인승 밴 모델을 시작으로,7인승 코치 모델이 존재했다. 7인승 코치 모델은 2-2-3구조의 좌석 배치를 가지며, 이를 이용하여 출시 초기에는 어린이용 통학버스 용도나 가족용자동차로도 어필했다. 하지만 경상용차의 구조적 한계와 승합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적은 좌석 수 때문에그리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트럭 모델인 라보는 기본 2인승싱글캡 사양만 존재한다.

다마스와 라보는 비록 외국 기업의 라이센스 생산품에가까운 차종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경상용차’라는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우국민차는 다마스와 라보를 내놓으며, 550kg의 적재중량을 비롯하여 기존의 1톤 급 상용차에 비해 현저히낮은 가격과 유지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워 소규모/단거리 수송이 주를 이루는 사업체를 겨냥했다.

다마스와 라보는 승용차 시장에서는 그리 큰 반향을이끌어 내지 못한 티코와는 달리, 출시 때부터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다마스와 라보의 등장은 마치 과거 기아산업(現 기아자동차)이 생산했던 기아마스타 K360 삼륜차의 재림과도 같았다. 특히 작은 크기에서 비롯된 우수한기동력과 적당한 수준의 운송능력, 그리고 낮은 유지비가 시너지를 이루며 소규모/단거리 수송이 주를 이루는 각종 생업의 현장에서 대환영을 받았다.

06.jpg

다마스와 라보의 성공적 시장 진입은 이내 경쟁자를낳았다. 1992년, 경쟁사였던 기아자동차가 다마스/라보에 대항하기 위해 ‘타우너(Towner)’시리즈를 내놓은 것이다. 기아 타우너는 일본에서 스즈키와 함께 경차 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고있는 다이하쓰(Daihatsu)의 주력 경상용차, 하이제트(Hi-Jet)에 0.8리터 엔진을 탑재하여 OEM 생산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타우너는 생산 기간 내내 ‘다마스의 아류작’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상품 구성과 품질 면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며 단 한번도 다마스와 라보의 판매량을 뛰어넘지 못하며 2002년 단종을 맞았다.

반면, 다마스와라보는 도입 후 지금까지 무려 27년동안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든든한 파트너로 장수하고 있다. 유일한 경쟁상대였던 기아 타우너가 단종된 이래로 지금까지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중이다.

07.jpg

08.jpg

다마스는 첫 출시 후 지금까지 두 번, 라보는 한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다마스의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는출시한 지 4년이 지난 1995년에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팬더곰과 같은 인상을 주었던 전면부 디자인이 대대적으로 수정되어 직선형의 헤드램프를 갖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큼직한 대우 레터링을 제거되어 대우자동차의 엠블럼을 달고 B필러에방향지시등이 붙기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라보의 페이스리프트 역시 같은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라보는 현재까지 이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주체였던 대우국민차는 1999년 대우자동차로 흡수되며 대우자동차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그렇게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자동차가 GM에인수합병되어 GM대우가 된 지 1년 만인 2003년, 다마스는 ‘다마스II’라는 이름과 함께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부분변경을 거친다.

09.jpg

다마스 II는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전면부를 크게 돌출시키고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돌출된 전면부 형상에 따라 앞범퍼 역시 전방으로 크게 돌출되어 전방 오버행이 245mm나 길어졌다. 이렇게 돌출된 전면부 디자인은 국내 안전 규제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트립컴퓨터가 적용된 신규 계기반을 채용하고 편의사양 등에 일부 조정이가해졌다. 그리고 이 사양의 다마스는 쉐보레 브랜드로 전환된 이후의 한국GM 체제에서도 그대로 생산되고 있다.

다마스와 라보는2007년에 한 차례 생산이 중단된 전적이 있다. 이는 M-TEC엔진의 배출가스 문제가 주효했다. M-TEC 엔진은 80년대에기본 설계가 이루어진 구식 엔진인 만큼, 배출가스 측면에서는 오늘날의 엔진들에 비해 여러 불리한 점을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M-TEC 엔진에 LPGi 기구를 채용하고 2개의 ECU를 이용한 전자제어 기술 적용하는 등의 개량을 가하여4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KUELV 배출가스 기준을 대응했다. 그리고 이 엔진을 적용한 다마스와 라보를 2008년부터 다시 판매하기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다마스와 라보는 또 한 번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에는안전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다마스와 라보는 당시 정부에서 요구했던 최신 안전장비를 탑재하기도 어려웠으며, 충돌 안전 기준을 만족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이때까지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다마스와 라보는 처음 출시했을 당시의 기본 설계가 20년이훌쩍 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여년 동안 풀 체인지 한 번 없이 부분적인손질만 가한 모델을 주구장창 생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정부는 2014년부터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자가진단 장치를 비롯하여 ABS, TPMS(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의 의무화를 고시했다. 하지만 제작사인 한국GM이 “신기술개발에 200억원 가량이 비용이 든다”면서 다마스와 라보를단종시키려 했다. 또 한 번 찾아 온 다마스와 라보의 단종 위기 소식에 정부는 다마스와 라보의 주요고객이었던 용달업, 세탁업, 유통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되었다.

결국 정부는 소상공인의 생계형 차량인 다마스와 라보를살리기 위해 또 다시 한국GM과의 협상에 나서야 했다. 정부는두 차종에 신규 안전기준 적용에 대해 예외처리를 해주는 대신, 속도제한장치 장착을 한국GM에 요구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되려 한국GM은 기존의 안전규제 완화는 물론, 자사 차종 전체에 대한 이산화탄소배출량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는 등의 억지를 부렸다. 결국 정부와 한국GM이 협상은 결렬되었고 다마스와 라보는 또 한 번 단종되었다.

그러다 결국 정부측에서 두 차종에 대한 7개의 안전기준 적용을 향후 5년간 유예하는 대신, 속도제한장치를 장착하는 것을 조건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다마스와라보는 오늘날 양산차 시장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TPMS가 2017년이나되어서야 겨우 적용되었다.

그러나 한국GM이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을 2019년까지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2020년경에는후속 차종 없이 30여년에 달하는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상용차 시장을 홀로 이끌어 왔던 다마스와 라보는 대체할 차종이 없는 만큼, 신규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