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현대 A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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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 현대 A엔진
  • 박병하
  • 승인 2018.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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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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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는 값비싼 고급 스포츠카나 승용차에 실리는 엔진이 아닌,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상용차’의 엔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엔진은 디젤 엔진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소형 상용차들에 사용되며 오늘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엔진이다. 이 엔진의 이름은 현대 A 엔진이다.

미쓰비시의 디젤 엔진으로부터 출발하다

현대 A 엔진은현대자동차가 그동안 포터 시리즈, 그레이스, 스타렉스, 리베로, 갤로퍼 등에 사용했던 미쓰비시의 ‘아스트론(Astron)’ 디젤 엔진으로부터 출발한다. 2.5리터(2,476cc)d의 배기량을 가진 이 엔진은 현대자동차입장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소형 디젤 엔진이었다. 도입 초기에는 아스트론 엔진의 원형을 그대로 사용하다현대자동차가 자체적으로 개량을 가한 ‘T 엔진’이라는 이름으로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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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T 엔진은 충분한 성능과 함께, 상용차 업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신뢰도’로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던 엔진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기아 봉고와 베스타 등은 마쓰다제 디젤 엔진의 저질스러운 신뢰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었다. 반면 T 엔진을 실은 포터와 그레이스 등은 잔고장이적고 신뢰도가 우수했다. 이 덕분에 T 엔진은 기아가 지배하고있었던 소형 상용차 시장을 빼앗아 오는 데 성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를앞둔 시점에서부터 T 엔진은 이미 더 이상의 노후화를 막을 수 없었다.T 엔진의 원형인 미쓰비시 아스트론 엔진은 1970년대에 기초 설계가 완성된 구식 엔진이었기때문이다. 물론 현대자동차는 갤로퍼나 그레이스 등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아스트론 계열의 터보 디젤 엔진들이존재했고 2000년을 전후하여 초대 싼타페에 도입을 시작한 신규 2.0리터급디젤엔진인 ‘D 엔진’, 그리고 기아자동차 합병 이후 획득한‘J 엔진’ 등, 상당한양의 디젤 엔진 라인업을 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날로 강화되어만가고 있었던 배기가스 규제와 더 우수한 성능, 더 우수한 연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이러한 요구는 승용 시장 뿐만 아니라 상용차 시장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물론현대자동차는 이미 D 엔진과 J 엔진 등을 통해 쓸만한 승용형디젤 엔진을 확보한 상태였고 기존 디젤 터보 엔진들의 수명도 가까워져 왔기에, 상용차만을 위한 새로운엔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상용차 업계는 모든 면에서 승용차부문에 비해 보수성이 강하다. 차를 운용하는 1분 1초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상용차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상용차는 기본적으로카탈로그 상의 수치보다 검증된 신뢰도를 우선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전세계적으로도 승용차 부문의 신모델투입과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반면 상용차 부문의 모델 체인지와 관련 기술의 발전이 한 발 여유를 두고 이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용차 업계의 성향 상, 무턱대고 새로운 엔진을 투입하기보다는기존 엔진을 개량하는 쪽이 원가 절감과 제품 개발의 유연성 측면에서 더 유리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검증은끝났으나 사용은 할 수 없는’ T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수준’으로 개량하는 방향으로 신규 엔진의 개발에 돌입했다.

20세기형 디젤엔진, 21세기형으로다시 태어나다

현대자동차는 20세기형디젤엔진이었던 T 엔진을 21세기형 디젤엔진으로 현대화하기위한 대수술을 감행했다. 이 대수술 내역에는 커먼레일 직분사 기구의 채용과 더불어 실린더 보어(내경)와 스트로크(행정길이) 변경, 신규 DOHC(DoubleOverHead Cam) 실린더 헤드 채용, 밸런스 샤프트 개선, 그리고 터보차저 기본 적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대수술 끝에완성된 엔진은 ‘A 엔진’으로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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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엔진은 위의 대수술 내역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T 엔진에 비해 많은 부분이 다르다. 가령 실린더의 경우, 보어가 0.1mm 줄고 스트로크는 1mm 늘었다. 이에 따라 보어는 91mm,스트로크는 96mm로 변경되어 기존 T 엔진의2,476cc에 비해 21cc 증가한 2,497cc의 총배기량을 갖는다. 실린더 헤드의 경우, 타이밍 체인으로 구동되는 신설계 DOHC 헤드를 적용했다. 기존에는 타이밍 벨트를 사용하는 SOHC 헤드였다. 또한 기존 T 엔진의 전자식 플런저도 제거하고 현대적 디젤엔진의핵심 요소로 꼽히는 커먼레일 직분사 기구까지 채용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A 엔진은 그야말로 구식 미쓰비시 디젤 엔진에 가해진 총체적인 현대화 작업의 산물이었다.

A 엔진은 원형인 T 엔진에 비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발전된, 21세기형 디젤엔진으로 거듭났다. 신기술을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배출가스는 줄고 효율이 향상된 것은 물론, 소음과 진동 측면에서도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 그러면서도 검증된 기존 T 엔진의 기본 설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때문에 현대차의 기준에서 충분한 수준의 신뢰도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교해진 연료 제어에 맞춰터보차저를 기본으로 채용함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다.

A 엔진은 당초 현대자동차의 목표보다 한층 뛰어난 성능으로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전해진다. A 엔진은 탑재 차종에 따라 웨이스트게이트식 터보차저(WGT)와가변지오메트리 터보차저(VGT)가 달리 적용되는데, 이에따라 최저 123마력에서 최고 178마력의 최고출력을, 최소 25.5kg.m에서 최대 41.0kg.m의최대토크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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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롭게도,상용차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2.5리터 A 디젤엔진을 처음으로 탑재한 차는 다름 아닌, 기아자동차의 초대 쏘렌토였다.이는 당시 쏘렌토와 테라칸의 판매 간섭을 우려한 현대자동차의 사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현대자동차는테라칸을 쏘렌토보다 상급 차종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했는데, 이는 두 차가 동급으로 출시되면 시장에서 판매간섭이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현대의 기함급 SUV인테라칸에는 배기량이 큰 기아의 J엔진을 탑재하고 기아의 기함급 SUV인쏘렌토에는 현대 A엔진을 각각 얹게 되었다.

초대 쏘렌토의 초기형 모델에 탑재된 A 엔진은 WGT 사양으로 145마력의최고출력과 33.0kg.m의 최대토크를 냈으나, 최종 사양에서는VGT 사양으로 변경되며 178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41.0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하지만 초대 쏘렌토가2세대 들어 싼타페에 준하는 중형급 SUV로 포지셔닝 변경이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쏘렌토에는 A 엔진이 탑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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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엔진이 본래 목적이었던 상용차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형스타렉스의 출시 이후부터다. 이 엔진은 쏘렌토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우수한 성능으로 좋은 평가를얻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스타렉스의 구조를 바탕으로만든 세미보닛형 상용 트럭인 리베로에도 이 엔진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부터는 포터2에도 이 엔진이 실린 이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개량에 개량을거듭해가며 2018년 현재도 현역으로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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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엔진은 현행의 그랜드 스타렉스는 물론, 2014년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유럽형 상용차종인 쏠라티(Solati)에도이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A 엔진은 DPF(디젤 입자상물질필터), SCR(선택적환원촉매) 등의 최신 기술들이 대거 접목되어, 까다롭다는 유로 VI 규제도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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