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4 2.0 TDi 콰트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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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4 2.0 TDi 콰트로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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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우디 8세대 A4가 부분변경을 거쳤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다듬어 한층 더 날카롭고 단단한 인상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지난 11월, 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디젤 모델 라인업이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아우디의 장기인 ´TDi´ 디젤 엔진과 사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맞물려 얹은 A4를 만날 수 있다. 



아우디가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어깨를 나란히 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97년의 A6부터였다. 이후 아우디는 높은 감성품질과 세련된 스타일, 앞선 기술로 독일 프리미엄 3인방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차종과 판매량도 지난 10여 년간 눈부시게 늘었다.아우디는 이제 경쟁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아가 호시탐탐 경쟁자들을 추월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쟁자를 넘어서기 위해선 A4의 역할이 중요하다. A4는 아우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소위 ´엔트리 모델´이기 때문이다. 재구매 비율을 높이려면 다양한 매력으로 아우디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아울러 A4는 아우디의 주력 모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팔렸다.



최근 아우디는 스타일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8세대 A4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차가워졌다. 곧은 선과 탄탄한 면을 사용해 단단한 느낌을 강조했다. 옆모습은 빠듯한 균형감을 뽐낸다. 사륜 구동 플랫폼에 엔진을 세로로 얹었기 때문이다. 트렁크는 위아래 단차를 크게 나눠 입체감을 살렸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인상은 한층 더 냉랭해졌다. 헤드램프 테두리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서리를 과감하게 잘라내 날카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개등은 네모지게 다듬고 앞 범퍼 구석구석에는 날을 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ㄷ자 모양의 얇은 패널을 아로새긴 주간 주행등이다. 안쪽 위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테일램프는 은근히 묵직한 느낌을 낸다. 등 밝히는 방식도 ´면발광´ 개념으로 바꿨다.



실내는 변경 전에 비해 큰 변화 없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하나로 묶은 운전자 중심의 구성 그대로다. 대시보드에 너울진 뾰족한 곡선들과 은은한 광택을 띈 금속성 부품들은 아우디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를 만든다. 오밀조밀 빈틈없이 엮은 센터페시아와 변속레버 주변에선 아우디의 병적인 완성도가 느껴진다. 각종 스위치와 패널 간에 빈틈이 없다. 각각의 장비와 패널이 맞물린 정도도 동급 최고수준이다.


그런데 손끝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는 더 높다. 가죽과 금속성 패널 등 실내에 쓰인 소재들의 질감이 남다르다. 심지어 플라스틱 패널까지 고급스럽다. 촉촉한 질감의 소재로 ´감성품질 일인자´로 거듭난 아우디의 실내답다. 각종 스위치의 작동감도 아주 또렷하다. 아우디를 타고 나니 경쟁자들의 스위치 조작감이 헐렁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승차는 ´뱅앤올룹슨´사의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소리의 질과 균형은 경쟁 모델 중 최고 수준이다. 동급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공간감 늘리는 설정도 있다. 각종 전자장비의 오작동은 자취를 감췄다. 가령, 이전 세대는 선루프 여닫는 것을 반복하면 작동이 멈추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신형에서는 그런 증상을 찾아 볼 수 없다.



앞좌석은 다소 빠듯한 분위기다. 높은 센터콘솔 때문에 앉았을 때 조금 답답한 느낌도 난다. 운전석으로 돌아앉은 센터페시아도, 변속레버 주변에 늘어놓은 각종 장비와 스위치도 부담될 정도로 화려하다. 사람에 따라 ´스포티한 느낌´으로 해석 될 수도 있다. 시트도 낮고 스티어링 휠도 반듯하게 세워져 있다.


그러나 느낌일 뿐이지 실제 공간 크기는 넉넉한 편이다. 이전보다 실내 폭은 최대 23㎜, 뒷좌석 무릎공간은 29㎜ 늘었다. 뒷좌석은 납득할 정도의 크기다. 성인 두 명이 불편 없이 탈 수 있을 정도다. 바닥이 불쑥 솟은 까닭에 뒷좌석의 가운데는 불편했다. 짐 공간은 평소 480L. 뒷좌석을 접으면 962L로 커진다.



국내에 수입되는 A4는 엔진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단 모델은 ´TFSi´, 디젤 터보 엔진을 단 모델은 ´TDi´라는 이름이 붙는다. 형식과 배기량은 모두 직렬 4기통 2.0L다. 가솔린 모델은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가 기본이다. 그러나 디젤 모델은 앞바퀴 굴림 방식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지난 11월부터 디젤 모델도 콰트로를 선택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디젤 엔진의 A4는 앞바퀴를 굴리는 전륜구동 모델과 네 바퀴를 굴리는 콰트로 모델로 또 한 번 나뉜다.


콰트로를 갖출 경우 엔진의 최고 출력도 달라진다. 시승차는 A4 2.0 TDi 콰트로. 최고 177마력, 38.8㎏․m의 힘을 낸다. 전륜구동 ´일반´ 디젤 모델보다 34마력, 6.1㎏․m 높다. 둘은 변속기도 다르다. 일반 모델은 8단 자동 변속기를, 콰트로 모델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단다. 물론 성능과 연비도 차이난다. 콰트로 모델의 0→ 시속 100㎞/h 가속 시간은 7.9초, 연비는 15.3㎞/L다. (복합연비 기준) 일반 모델보다 ´제로백´이 무려 1.2초나 빠르다. 그런데 연비 저하는 고작 1.1㎞/L에 그쳤다. 효율을 유지한 비결은 바로 무게에 있다. 사륜 구동 시스템을 얹었음에도 두 모델간의 무게차이는 31㎏에 불과하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동급 경쟁자의 딱 중간 수준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툭 치면 경쟁자의 빈틈을 파고드는 아우디의 특성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디젤 엔진의 고유 소음을 벤츠처럼 무조건 틀어막지도, BMW처럼 여과 없이 풀어내지도 않았다. 아이들 상태에서는 먹먹하다가 회전에 살을 붙여 나가면 디젤답지 않은 두툼한 소리를 낸다. 진동은 발끝에서나 살짝 느껴지는 정도다.


이런 특성은 가속감각과 몸놀림에서도 나타난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을 부드럽게 다독이면 묵직한 가속과 안정된 몸놀림을 뽐낸다. 그러나 과격하게 다루면 엔진은 돌연 힘을 와장창 쏟아내고 하체는 끈기 있게 버텨낸다. 파워트레인과 운전대, 서스펜션의 반응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도 이 같은 A4의 양면성에 한 몫 거든다.



콰트로는 평소 구동력을 앞뒤 40:60으로 나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70:30에서 15:85까지 바꾼다. 따라서 꽁꽁 얼어붙은 노면에서도 타이어가 헛도는 일이 없다. 시승차는 눈과 얼음으로 뒤엉킨 도로에서도 반듯하게 달렸다. 갑작스레 눈이 쏟아져도 마음이 든든했다. 뒷바퀴를 굴리는 경쟁자와는 확연하게 다른, A4 TDi 콰트로만의 장점이었다.


반면, 네 바퀴 굴림 방식의 단점은 토크 벡터링 기술로 감췄다. 토크 벡터링은 코너에서 차체 안쪽 앞뒤 바퀴의 회전을 조절해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보다 매끈하게 돌아나가게 돕는 기술이다. 토크 벡터링의 효과는 확실했다. 앞머리를 과격하게 비틀 때 불거지는 언더스티어 증상까지 완벽하게 지우진 못했지만, 클리핑 포인트에서 운전대가 굳어 버리는 사륜 구동의 고질병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경쟁자를 넘어서려는 아우디의 야심찬 행보엔 큰 무리 없어 보인다. A4에 담긴 매력은 착실히 다져온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기에 충분했다. A4는 세련된 안팎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장비, 높은 조립 품질을 뽐냈다. A4 2.0 TDi 콰트로는 한층 더 높은 상품성을 자랑했다. ´왜 이제야 디젤 엔진과 콰트로를 맞물려 얹은 A4를 수입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파워트레인의 성능도, 몸놀림의 전체 균형도 나무랄 구석이 없었다. 특히 사륜 구동 시스템은 경쟁자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A4 TDi 콰트로만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A4 TDi 콰트로의 등장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보다 높은 출력과 성능, 듀얼 클러치 변속기, 콰트로 시스템까지 더했음에도 일반 모델과 콰트로 모델의 가격 차이는 겨우 490만 원이다. 이제 앞바퀴만 굴리는 일반 모델, A4 2.0 TDi의 존재 당위성은 희미해졌다. 












글 류민 기자|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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