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현대 리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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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현대 리베로
  • 박병하
  • 승인 2018.09.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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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포터 시리즈는 캡오버형 소형 화물차다. 캡오버형 구조는 적재함의 크기를 확보하는데 유리하여, 과거에는 체급을불문하고 사용해 오고 있으며, 현재도 중형급 이상의 화물차량은 미국의 컨벤셔널 트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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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구조가 소형의 화물차에 적용되면, 몇 가지의 치명적인문제가 발생한다. 그 중 하나는 충돌안전에 취약해진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Crumple Zone)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충돌 시 차체와 승객에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포터와 같은 소형 트럭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비성도 나쁜 편이었다. 포터 시리즈는 엔진이나 변속기를비롯한 구동계통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정비하기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이것을 아주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는이미 2000년대 들어, 자사의 1박스형 승합차 그레이스를 퇴출시켰으며, 새롭게 개발 및 도입한 스타렉스가그 자리를 잇고있었다. 스타렉스는 현대자동차의 첫 세미보닛형 상용차였으며, 현대자동차는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1톤급 스형 트럭을 개발하여내놓았다. 이것이 바로 ‘리베로’다.

현대자동차의 세미보닛형 화물차

현대 리베로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세미보닛형 화물차로, 2000년 3월에 출시가 이루어졌다. 차명인 리베로(Libero)는 배구의 수비 포지션을 일컫는다. 리베로는 초대 스타렉스의플랫폼을 토대로 개발되었으며, 당시 판매 중이었던 뉴 포터(AU)에비해 한층 세련된 외관과 승용차에 가까운 내부 사양으로 주목 받았다. 물론 외형 상으로는 당시 국내상용차 시장의 정서 상으론 상당히 생소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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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는 세미보닛을 채용함에 따라, 충격을 흡수하는 크럼플 존을 확보하게됨으로써 포터에 비해 충돌안전성 측면에서 월등했다. 게다가 대한민국 소형 상용차 최초로 운전석에 에어백까지도입했다. 충돌 안전성 측면에서는 이미 포터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세미보닛 구조를 채용한 덕분에 엔진은 차체 중심부가 아닌, 차체 전면부에더 가깝게 위치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지보수작업은 보닛을 여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정비성 면에서는 포터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포터는수리 및 정비 시 매번 운전석과 조수석을 들어내며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비성이 크게 향상된다는것은 그만큼 정비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차를 운용하는 1분 1초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상용차에게 있어서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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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초기에는 스타렉스에 사용되었던 미쓰비시 아스트론 엔진 기반의 디젤 엔진을 사용했으며, 3.0리터 시그마 엔진의 LPG 버전 또한 사용되었다. 2.5리터의 배기량을 갖는 디젤 엔진은 사양에 따라 85마력과 103마력 사양이 존재했으며, 시그마 LPG 엔진은 135마력의 최고 출력을 냈다. 2004년도부터는 커먼레일 시스템을 채용한 A엔진을 도입함으로써성능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 엔진은 포터2에도 도입된 바있다. 그러나 포터2는 구조 및 변속기의 제약 때문에 123마력 사양의 엔진을 사용한 데 비해, 리베로는 스타렉스와 동일한 145마력 사양의 엔진이 탑재되어 1톤급 소형 화물차 중에서는 가히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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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경우, 스타렉스의 것을 그대로 차용한 덕분에 상용 트럭보다는승용차에 한층 가까운 감각이 두드러졌다. 스티어링 휠이 설치되어 있는 각도가 일반 승용차처럼 세워져있는 형태이고 대시보드를 비롯하여 좌석과 수납공간 등의 설계는 물론, 운전자의 발 앞에 앞바퀴가 위치하는특성 때문에 주행감각 또한 승용차에 더 가까웠다. 그 뿐만 아니라, 스타렉스와같은 동력계를 사용한 덕분에 자동변속기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특징들 덕분에 리베로는포터의 단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라고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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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는 등장 당시 상용차 업계에서 대단히 모험적인 차종이었다. 특히 1박스형 승합차가 전멸한 와중에도 끝끝내 살아 남은 캡오버형 1톤트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주목되었다. 현대자동차는 리베로를 ‘1톤 리무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꺼내 들고 포터에 비해 더 고급차종으로 어필하려 했다. 캡오버형 화물차의 존속이 결정된 상황에서 포지셔닝 간섭을 피하면서 새로운 수요를잡을 수 있으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기대와는 달리, 리베로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큰 성공을거두지는 못했다. 그 첫 번째는 가격이었다. 자동차, 특히 1톤급 소형 상용차의 경우에는 ‘생계’와 직결되는 차종으로 인식되어 ‘작아질수록 가격에 민감해지는’ 현상이 승용차보다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베로가 잃은 두 번째는 ‘적재함의 크기’다. 리베로는 세미보닛을 채용함으로써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크럼플 존을 얻은 대신, 운전자의 ‘생계’에 직결된적재함의 일부를 내줘야만 했다. 리베로 슈퍼캡 모델은 같은 체급과 캡 구성을 지닌 포터에 비해 적재함이훨씬 짧았다. 현행 포터2 장축 슈퍼캡 모델의 적재함 길이x너비x높이가 2,535x1,630x355mm인데비해, 리베로 장축 슈퍼캡 모델의 적재함 길이x너비x높이는 2,280x1,730x400mm이다. 폭은 더 넓지만 길이는 235mm나 짧다.

물론, 일반캡을 선택하면 포터 슈퍼캡에 근접한 길이의 적재함을 확보할수 있었다. 그러나 1톤급 트럭들은 운용 환경의 특성 상, 편의성을 위해 캡의 뒷부분을 일부 확장한 ‘슈퍼캡’이 주류이기 때문에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렇다고 기존의 1톤 트럭과 동일한 길이의 적재함을 사용하게 되면 차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어지게 되고, 이는 차체의 구조적인 안정성은 물론, 기동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게된다.

2000년도에 등장한 현대 리베로는 출시 초기에는 시장의 상당한 주목을끌었지만, 기존의 캡오버형 1톤 트럭의 가격과 적재량에 밀리면서판매는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우수한 정비성과 승용 감각의 뛰어난 편의성과 월등한 주행성능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노력을 통해 작지만 일정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한 차원 높은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된 포터 2가 등장하면서 이 수요마저 포터2가 흡수해버리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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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는 1톤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태어났지만, 가격과 적재량에 민감한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바꾸지는 못했다.하지만 이와는 다른 분야에서 리베로는 크게 각광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견인용 차량 등을위시한 특장차 분야였다. 현재 국내에 잔존해 있는 리베로의 상당수는 특장차량의 형태로 남아 있으며, 그 중에서도 견인차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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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리베로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캠핑카 산업 초창기의 역사를 함께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베로는뛰어난 동력성능과 스타렉스의 바디-온-프레임 구조, 그리고 우수한 편의성과 승차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또한 차체를절개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 없이, 적재함만 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형태였던 덕분에 캠핑카의 베이스 차량으로서상당히 매력적인 차종이었다. 따라서 국내 캠핑카 산업의 초기에는 캠핑카 제작사마다 리베로를 베이스 차량으로삼은 모델들이 존재했다. 리베로가 단종된 지 10년도 넘은지금은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3를 바탕으로 한 캠핑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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