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C 220 CDI 쿠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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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C 220 CDI 쿠페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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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클래스 쿠페가 ´진짜´ 쿠페로 진화했다. 이전 세대의 C-클래스 스포츠 쿠페는 사실 이름만 쿠페였지, 차체 뒤쪽이 싹둑 잘린 3도어 해치백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 두 짝 단 차체에 제대로 된 엉덩이를 붙였다. 승객실과 짐칸도 확실하게 구분했다. 한편, C-클래스 쿠페와 C-클래스 세단의 차이점은 안팎 분위기와 몸놀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앞뒤 모습은 2011년 부분변경을 거친 C-클래스 세단과 큰 차이 없다. 윗변을 매끈하게 깎은 헤드램프로 연출한 날카로운 이미지 그대로다. 라디에이터 그릴만 살짝 다듬은 정도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단보다 지붕이 약간 낮은 까닭에 쿠페가 한층 더 날렵해 보인다. 공기저항계수도 cd 0.1 낮아진 0.26이다.


쿠페의 매력은 역시 옆모습에 담겨있다. 세단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A, C필러의 각도와 각 패널의 비율은 영락없는 벤츠의 쿠페다. 하지만 CL-클래스의 웅장함이나 E-클래스 쿠페의 세련미는 찾을 수 없다. 크기가 작은 만큼, 잔뜩 응어리진 모양새를 하고 있다.



옆 창문 라인도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다. 밑변을 C필러와 맞닿는 부분에서 위쪽으로 치켜 올렸다.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로 파악된다. B필러와 도어의 창틀도 잘라내지 않았다. 시승차는 C 220 CDI 쿠페. 범퍼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고개를 내민 팁 한 개짜리 머플러는 쿠페로서 다소 겸연쩍은 부분이다.


앞좌석 풍경은 세단과 비슷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등이 판박이다. 곳곳에 붙인 플라스틱 패널과 운전대 아래쪽을 하얗게 물들여 화사함을 강조한 정도다. 커진 도어에 맞게 도어트림도 새로 짜긴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앉으면 전혀 다른 기분이 든다. 마치 스포츠카에 오른 듯하다. 이런 느낌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버킷 타입의 시트. 등받이와 머리받침대를 한데 묶고 모서리를 바짝 세워 스포티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뒷좌석 역시 세단과 전혀 다르다. 쿠페는 뒤 시트의 좌우를 확연하게 구분한 4인승이다. 시트 모양 역시 앞과 같은 버킷 타입이다. 뒷좌석은 짐작보다 편하다. 머리 위 공간은 납득할 만 수준, 다리 공간은 제법 넉넉하다. 머리 위쪽까지 파고든 파노라마 선루프 덕분에 시야도 쾌적하다. 뒷문이 없어 드나들기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파워트레인은 C 220 CDI 세단과 같다. 최고 170마력, 40.8㎏․m의 힘을 내는 2.2L 직렬 4기통 디젤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공차중량도 비슷한 까닭에 성능과 연비 역시 큰 차이 없다. C 220 CDI 쿠페는 ´제로백´을 8.1초에 끊고, 1L의 연료로 15.2㎞를 달린다. 



엔진 성격도 여전하다. 굳이 가솔린 엔진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적다. 회전수에 개의치 않고 팍팍 치고나가는 특성도 그대로다. 토크밴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끈기 있게 힘을 쏟아낸다. 경쟁자 중 ´디젤 터보´ 엔진의 특성을 가장 많이 희석시킨 파워트레인이라 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을 얹은 벤츠 2도어 쿠페라니. 시승 전 파워트레인 회전 질감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C 220 CDI 쿠페의 가속 감각은 매끈했다. 힘도 필요충분조건을 성큼 넘어섰다. 가슴이 턱 막힐 정도의 성능은 아니지만 도로의 흐름을 주도하기엔 충분했다. 높은 연비에서 오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었다. 벤츠 코리아가 자신들의 첫 ´디젤 쿠페´로 C 220 CDI 쿠페를 점찍은 이유가 납득이 갔다.



세단과 쿠페의 결정적인 차이는 거동에서 찾을 수 있다. 쿠페의 몸놀림이 한결 묵직하다. 앞머리를 비트는 속도도 한층 더 빠르다. 그런데 낮은 속도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쿠페 역시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우아한 움직임을 뽐낸다. 운전대의 무게와 반응, 승차감이 세단처럼 매끈하다. 자세제어 장치(ESP)도 작동여부를 눈치 채기 힘들만큼 부드럽게 개입한다.


하지만 속도에 살을 붙여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단과 쿠페의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쿠페의 몸놀림은 마치 한 체급 위의 모델처럼 안정적으로 변한다.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도 매우 강하다. 스티어링 휠을 휘저어도, 가속페달을 짓이겨도 접지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심리적 안정감도 높아 최고 속도에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세단의 고속안정성도 좋지만, 쿠페는 더 좋다. 



신형 C-클래스 쿠페는 예상과는 달랐다. 짐작보다 간결하고 남성미가 넘쳤다. 다른 벤츠의 쿠페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실용적인 면도 적었다. C-클래스 쿠페는 그저 스포티한 안팎 분위기에 탄탄한 주행감각만 더한 모델이었다.


이는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에 대한 책임을 다른 모델로 밀어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 쿠페라는 이름으로 위장했던 이전 세대의 3도어 해치백 C-클래스는 CLC-클래스로, C-클래스의 뼈대에 E-클래스의 외모를 버무려 고급스러움을 뽐내던 CLK-클래스는 E-클래스 쿠페로 거듭났다.


따라서 벤츠는 C-클래스 쿠페를 진짜 쿠페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C-클래스 쿠페에서는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가 펼치는 ´작지만 잘 달리는 차´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벤츠의 의도가 느껴졌다. 이런 벤츠의 의도는 디젤 엔진을 얹은 C 220 CDI 쿠페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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