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는 생명벨트'. 이 문구는 자동차 운전자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알고 있는 문구다. 이 문구는 안전벨트가 자동차 탑승자의 안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벨트는 개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의 셀 수 없는 자동차 교통사고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했고 지금도 구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9월 28일부로 실시된 바 있다.
수많은 교통사고에서 인명을 구해낸 안전벨트는 언제쯤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안전벨트는 1895년 2월 10일 에드워드 클래그혼(Edward J. Claghorn)이라는 사람이 고안해 냈다. 클래그혼이 고안한 안전띠는 미국 특허(#312085)로도 기록되어 있다. 유럽 지역에서는 19세기 중반, 영국의 항공 과학자 조지 캐일리(George Cayley)가 항공기 조종석의 것에서 착안한 안전벨트를 발명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지금과 같은 현대적인 안전벨트를 적용한 사례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Volvo cars)와 사브자동차(SAAB Autobomile)였다. 1950년대 후반 볼보는 자동차 실내 부품에 탑승자가 부상을 입거나 충돌시 심각한 충격을 받는 사례들을 줄이기위해 여러가지 해결책을 개발하고 있었다. 특히 볼보자동차는 충돌 사고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 부딪히는 현상에 주목했다. 돌출되어 있는 스티어링 휠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상을 입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볼보자동차는 자사의 양산차에 스티어링 칼럼을 접을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 또한 앞좌석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체결하는 방식의 2점식 안전벨트를 장착해 탑승자의 생존성을 보장했다. 1957년 볼보는 2점식 안전벨트를 표준으로 적용했지만 벨트를 체결하는 버클이 탑승자의 흉곽쪽에 위치했다. 이 때문에 초기의 안전벨트는 착용자의 흉곽에 부상을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구식 2점식 안전벨트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했던 사람은 당시 볼보자동차의 회장이었던 구너 엥겔라우(Gunnar Engellau). 그는 교통사고로 친척이 사망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엥겔라우 회장은 당시 볼보의 안전 관련 기술자였던 닐스 볼린(Nils Bohlin)에게 더 나은 대안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볼린은 엄청난 연구끝에 단순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해결책을 찾았다. 상반신과 하체를 가로지르는 벨트 그리고 가슴과 엉덩이를 가로지르는 벨트를 더해 하나의 벨트로 고정되며 한손으로 착용하기 쉬운 형태를 고안한 것이다. 1958년 고안되어 도입된 이 안전벨트가 바로 지금까지 전세계의 자동차에 널리 사용되는 닐스 볼린의 3점식 안전벨트다.
볼린이 3점식 벨트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건 네 가지의 '황금률'이었다. 허리띠는 엉덩이를 포함해 허리를 지나갔고 생리학적으로 골반과 늑골을 가로질러 좌석옆에 낮은 지점에 고정됐다. 볼린의 3점식 안전벨트는 단단히 고정되어 어떠한 충격을 받아도 풀리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이 덕분에 볼린의 안전벨트는 기존 V자형 벨트와 Y형(Griswold) 3점식 벨트보다 더 효과적으로 탑승자를 보호했으며 안전벨트로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정립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볼보자동차가 볼린이 개발한 안전벨트 특허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용할 수 있게 풀어 주었다는 점이다. 각종 교통사고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완성된 볼보자동차의 3점식 안전벨트는 곧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닐스 볼린은 볼보에서 근무하는 동안 볼보자동차의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들을 개발하는데 헌신했다. 특히 1991년 소개된 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을 볼보 700, 900, 850에 적용했다. SIPS는 말그대로 차체 측면을 강화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구조였다. 보강재를 더하거나 에너지를 흡수하는 허니컴 구조를 적용해 충돌시 에너지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켰다. 이 기술은 이후 볼보자동차의 모든 신형 양산차들에 표준적용 되었다. 닐스 볼린은 1965년 볼보자동차로부터 최고 판매 실적향상 상장, 1979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우수 엔지니어링 작업 안전상, 1985년 독일 특허청에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8가지 특허에 선정, 1999년에는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되었고 2002년에는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쾌거를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