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감이 아니다. 최적화다 – 쉐보레 더 뉴 말리부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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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감이 아니다. 최적화다 – 쉐보레 더 뉴 말리부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8.11.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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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자사의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 ‘더 뉴 말리부’를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부분변경이 진행된 말리부는 새로운 외장디자인의 적용과 더불어 신규 E터보(E Turbo) 파워트레인도입, 신규 안전/편의사양 추가 등을 통해 상품성을 일신하고다시금 국내 중형세단 시장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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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의 출시와 함께 미디어를 대상으로대대적인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시승 코스는 잠실 롯데호텔을 출발하여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 스피디움에도착하는 일반도로 시승과 인제 스피디움의 서킷 및 특설 코스에서 진행되는 트랙 주행 및 가속력 비교 체험 등으로 구성되었다. 새로워진 말리부의 면면을 경험하며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지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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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진행된 일반도로 시승에서는 2.0 터보 가솔린 엔진과 자동 6단 Gen III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2.0 터보 프리미어스페셜 모델을 시승했다. VAT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3,249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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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은 미국서 공개될 당시부터 호불호가크게 갈리는 반응이 나타났었다. 새로이 도입된 듀얼 엘레먼트(DualElement) 디자인 언어에 의한, 헤드램프 안쪽까지 연장된 새로운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그릴의 디자인이 주된 지적 대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된 말리부의 얼굴은 디자인 상으로 그다지기괴하지도, 엉성하지도 않다. 오히려 보는 각도에 따라 우울한느낌을 줄 수 있었던 지난 말리부에 비해 더 강하고 날렵해진 인상을 지니고 있다. 외관에서의 주요 변경점중 하나인 LED 테일램프는 보다 화려해진 감각으로 디자인되어 있어,뒷모습을 더 살려준다.

그 이외에는 ‘날렵한남성성(Lean Muscularity)’을 주제로 디자인된 말리부의 그 모습이다. 첫 출시 이후부터 좋은 인상을 주었던 은은한 이미지의 굴곡과 강인한 느낌을 주는 차체 형상, 그리고 동급에서 가장 긴 차체가 주는 늘씬하고 시원스러운 비례 등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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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말리부의 실내는 색상 구성에서 변화를 맞았다. 차분한 색조의 블랙 원 톤은 기존과 같지만 브라운 투 톤 대신 새롭게 투입된 크림 베이지 투 톤 인테리어가더 볼만하다. 기존의 브라운 투톤에 비해 한층 화사하면서도 시각에 따라 그레이와 베이지를 오가는 세련된색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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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눈에 띄는 변화로는 새롭게 채용한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중앙을LCD 화면으로 대체한 신형 수퍼비전 클러스터 등을 들 수 있다. 새로운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에 비해 더 높아진 해상도를 비롯하여 사용자 중심으로 디자인된 깔끔한 UI, 빠른터치 반응이 특징이다. 또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모두 지원하며, 듀얼커넥션 블루투스, USB 타입C포트까지 적용했다. 신규 계기반은 기존에 비해 한층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향상된 시인성으로 시각적 만족감을 높여준다. 좌석과 실내 공간은기존 말리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우수한 착좌감을 지니고있으며 동급 최장의 휠베이스에서비롯된 넉넉한 공간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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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로 코스에서 시승한 말리부 2.0 터보는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사용한다. 말리부의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3마력/5,300rpm, 최대토크 36.0kg.m/2,000~5,000rpm에달하는 동급 최강의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이 엔진은 캐딜락의 ATS,CTS, CT6 등에 사용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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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말리부2.0은 여전히 정숙한 편이다. 파워트레인에서 흘러들어오는 소음과 진동이 높은 수준으로억제되어 있다. 충실한 방음 설계 덕분에 정차 중의 소음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고급 세단인 캐딜락 CTS를 연상케 할 정도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정차 시 시동을 정지하는 에코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는점이다. 이 덕분에 정차 중의 연료 낭비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 체감 정숙성 역시 더 개선되는 효과를보고 있다. 재시동 과정 역시 비교적 자연스러운 편이다.

출발 신호에 따라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 발끝을 타고 들어 온다. 기존의 말리부 2.0 터보는 구동부에서 저항감이 다소 있는 편이었다. 이 때문에다른 차에 비해 가속 페달을 보다 힘 있게 밟아 줘야 제 힘을 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말리부 2.0 터보는 그렇지 않다. 저항감 없이 가뿐한 느낌으로 가볍게 출발을시작한다. 그리고 중량에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몸무게마저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의 신차 발표에서 서스펜션설정과 같은, 승차감 및 주행 질감, 조종성 등에 관여하는상당 수의 부분을 재조정하여 보다 이상적인 주행질감을 구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뉴 말리부를 직접경험하게 되면 이 말에 확실하게 공감할 수 있다. 이를 처음으로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은 바로 승차감. 기존의 말리부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주를 이루면서도 큰 요철에서 거칠게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말리부는 이러한 느낌이 크게 줄어 들었다. 한층 부드럽고나긋나긋해진 덕분에 운전하는 내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큰 요철을 지났을 때에 자세를 회복하는 시간은 여전히 빠른 편이고 불안한 느낌을 받는 경우는 더 적어졌다.

말리부 2.0 터보에서변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가속력. 여전히 걸출한 힘을 내는 파워트레인 덕분이다. 2,000~5,000rpm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서 꾸준히 최대토크를 내어주는 엔진은 말리부의 차체를 시종일관힘차게 밀어준다. 출발 가속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추월가속에서 더욱 만족스러운 가속력을 경험할수 있다. 엔진은 회전수가 높아져도 그리 자극적인 소리를 내지 않으며,고회전에서도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고속 주행 중의 직진 안정성은 기존에비해 더 좋아졌다.

달라진 섀시를 지니게 된 말리부는 강원도의 구불구불한산악도로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빠른 페이스로 코너를 돌아 나갈 때, 기존에 비해 훨씬 좋은 느낌을 준다. 여전히 차체 앞쪽이 다소 무겁다는느낌을 주고 섀시가 일정 수준의 롤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더 정제된 느낌을 준다. 또한 R-EPS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차를 자신감 있게 조종할 수 있다. 정교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정직한 조종 감각을 지니고 있다. 여타의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 비해 피드백이 충분한 편이고 앞바퀴의 조향 정도를 금방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느낌이 끊어지지 않는다.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기분 좋은 운전을 하는 데있어서 부족한 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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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행사 당시 도착지인 인제 스피디움에는 시승했던말리부와는 또 다른 말리부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의 트랙에서는 말리부 E-터보 모델과 1.6 디젤 모델을,가속력 비교를 위한 특설 코스에는 기존의 말리부 1.5 터보 모델과 현행의 더 뉴 말리부E-터보가 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의 트랙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말리부는 1.6 디젤 모델이었다. 말리부1.6 디젤 모델은 쉐보레의 SUV 모델인 트랙스와 이쿼녹스가 사용하고 있는 파워트레인으로, 136마력/3,500~4,000rpm의 최고출력과 32.6kg.m/2,000~2,25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1.6 디젤파워트레인을 품은 말리부는 두툼한 저속토크 덕분에 출발이 빠르고 경사로 등판에서 힘에 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운동성능과 주행 질감 역시 2.0 터보 모델을 통해 경험한 우수한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하지만 서킷 내에서 벌어지는 160km/h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확실히 힘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하지만 일반도로에서 일상적인 운행을 하는 경우에는 충분하고도 약간의 남음이 있는 동력 성능이라 할 수 있다. 장거리 연비에 유리한 디젤엔진의 이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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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순서는1.35리터(1,341cc)의 배기량으로 화제가 된 ‘E-터보(E-Turbo)’ 모델이었다. E-터보 파워트레인은 더 뉴 말리부부터적용되는 신규 파워트레인으로,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시장 최초로 선보인 파워트레인이다. E-터보는 효율성(Efficient) 전자화(Electric) 친환경(Eco-friendly)의 세 가지 가치를충족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파워트레인으로 신규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신형의 무단변속기(CVT)로 구성된다. 이 파워트레인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었던 1.5리터 터보 파워트레인을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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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E-터보의1.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156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 24.1kg.m/1,500~4,000rpm의최대토크를 낸다. 이는 기존의 주력이었던 1.5리터 터보엔진에 비해 최고출력은 10마력, 최대토크는 1.4kg.m 정도 낮은 수치이다. 새 엔진과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GM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VT40 CVT로, LUK사의 고성능 체인드라이브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엔진에비해 배기량은 물론,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모두 낮은 엔진인 데다, 변속기마저국내에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CVT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한국지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만만하게 E-터보를 차기 주력으로 내세웠다.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것일까?

1.35리터. 수치상으로는 중형차는 커녕, 아베오급의 소형차에나 쓸 법한 배기량이다. 심지어 수출용으로 생산되는스파크마저 1.4리터급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엔진에 대한 기대 반, 의구심을 반 정도 품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선행 차량의 출발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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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차량이 피트에서 천천히 출발하자, 가속 페달에 슬며시 발을 올려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인제 스피디움의트랙안에 들어서서 첫 코너를 돌고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하자, 예상 외의 경쾌한 가속에 짐짓 놀라게 된다. 아주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자라는 힘도 아니다. 통상적인 2.0리터급 자연흡배기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보다 한 발 더 경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속 성능과 감각은 충실하다. 특히 인제 스피디움의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는 의외로 끈기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전반적으로 향상된 섀시와 우수한 조종 감각에더해 디젤이나 2.0리터 터보 모델에 비해 70kg이나 가볍다. 이 덕에 인제 스피디움의 험난한 코너들을 디젤 모델에 비해 훨씬 순조롭게 통과하며, 움직임에서도 한층 균형감이 있다. 덩치에 비해 다루기가 쉬운 편에속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코너 구간 주행에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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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펼쳐진1.5리터 터보 모델과의 가속력 대결에서도 E-터보 모델은 과거의 주력이었던 1.5리터 모델을 시종일관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날 시승행사에서나온 기록 상으로, 말리부 E-터보는 말리부 1.5 터보를 상대로 평균 1초 이상 더 빠른 기록을 냈다. 1.5 터보 모델을 직접 가속해 보며 비교하니 E-터보의 성능에확신을 갖게 되었다. 기존의 1.5리터 터보 모델 역시 전혀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E-터보의 성능이 그 보다 확실히 한 수 위다. E-터보는 항상 1.5 터보에 비해 한층 경쾌하고 한 단계 더 빠르게반응했다. E-터보가 1.5 터보를 앞서는 기록을 꾸준히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E-터보가 1.5터보에 비해 다소 낮은 동력성능을 가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1.5터보를 앞서는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것에는 새로이 도입한 CVT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이 CVT는트랙 주행에서도 엔진의 동력을 착실하게 앞바퀴에 전달하여 경쾌한 가속력을 유지하였고, 가속성능 테스트에서도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과 질감을 보여주었다. 충분한 성능의 엔진과 CVT의 낮은 구동손실률로 수치 상 출력의 차이를 뛰어 넘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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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말리부의 가격은 E-Turbo LS 2,345만원, LS 디럭스 2,461만원, LT 2,566만원,LT 디럭스2,741만원, 프리미어 2,845만원, 프리미어 프라임 세이프티 3,125만원, 퍼펙트 블랙 프리미어 2,930만원, 퍼펙트 블랙 프라임 세이프티 3,210만원이며, 2.0 터보 모델은 LT 스페셜 3,022만원, 프리미어스페셜 3,249만원, 퍼펙트 블랙 3,279만원이며, 1.6 디젤은LT 2,936만원, 프리미엄 3,195만원이다. 이전 모델 대비 최대 100만원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며 공격적인마케팅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쉐보레 말리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기존에 비해 한층 향상된 상품성은 물론, 섀시와 주행 질감 측면에서 큰 폭으로 향상이 이루어졌다. 여기에 한층 우수한 효율과 성능을 제공하는 새로운 심장까지 얻었다. 그리고이 새로운 심장은 최근 GM이 자신 있게 외친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보게 한다.

현재 GM은자사 엔진 라인업의 배기량을 총체적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말리부를 통해 만나게 된 1.35리터 터보 엔진은 이러한 다운사이징 개념의 정점에 서 있는 엔진으로 비춰지게 된다. 처음에는 이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것에 ‘배기가스 쿼터 사수’에 혈안이 된 GM의 궁여지책으로 보였다. 하지만 말리부를 통해 이 엔진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GM의 라이트사이징이라는말에서 유추할 수 있는 ‘올바른 크기’를 찾아나간다는 개념이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말리부, 그 중에서도 1.35리터 E-터보 모델은 무작정 줄이기 위한 ‘절감’이라는 말 보다는 ‘최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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