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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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
  • 류민
  • 승인 201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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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 큰 기쁨.’ 작은 차의 장점을 이야기 할 때 덧붙이는 말이다. 오늘 시승한 피아트 500(친퀘첸토)도 이 문구가 어울리는 차다. 아기자기한 안팎 분위기와 경쾌한 몸놀림 등, 자그마한 차체에서 비롯된 즐거움으로 똘똘 뭉쳐있다. 하지만 ‘작지만 즐거운 차’와 ‘작아서 즐거운 차’는 다르다. 500의 경우 후자에 해당된다.


피아트는 이태리의 자동차 회사다. 1899년, 지오바니 아넬리와 8명의 투자자가 이태리 토리노에 설립했다. 100년 넘는 역사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다. 1970년대 까지는 적극적인 사업 확장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 때는 군수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셈이다.

사세는 1973년 석유 파동이후 크게 흔들렸다. 때문에 문어발식으로 확장했던 사업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적자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회사 사정은 2004년부터 달라졌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CEO자리에 오르면서다. 그는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감행해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그 결과 피아트는 흑자 기업으로 다시 돌아섰다. ‘이태리 최대 자동차 그룹’의 자리도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09년에는 미국차 ‘빅3’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그룹의 경영권까지 거머쥐었다. 피아트 그룹은 이외에도 피아트 오토, 란치아, 이베코, 알파로메오, 마세라티 등의 쟁쟁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수퍼카의 대명사인 페라리도 피아트 그룹에 속해있다.


한편, 500은 피아트의 소형차다. 1957년 길이 3m를 밑도는 작은 차체에 배기량 500㏄ 남짓한 엔진을 얹고 데뷔했다. 차체나 엔진이나 정말 ‘쥐꼬리만 한’ 수준이다. 엔진 배기량에서 비롯된 500이란 이름도 궁상맞아 보인다. 그런데 500은 피아트의 간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3년간 390만대가량 팔려나가며 이태리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까닭이다. 아울러 영국의 미니, 프랑스의 2CV, 독일의 비틀 처럼 이태리 자동차 역사를 대표하는 국민차로도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4일, 500은 2세대로 부활했다. 1세대가 단종 된지 32년 만이다. 또한 1세대가 데뷔한지 정확히 50년 만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내에는 2013년 봄이 되서야 등장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차지하고, 500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생긴 몇 가지의 이유 때문에 늦어졌다. 현재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코리아를 통해 수입된다. 국내서의 정식 명칭은 ‘오백’이 아니라 숫자 500을 뜻하는 이태리어, ‘친퀘첸토 (Cinquecento)’다.


차체는 1세대에 비해 확 키웠다. 길이와 너비를 각각 60㎝, 30㎝ 가량이나 늘렸다. 아반떼에서 에쿠스만큼 커졌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아담하다. 국내에서 경차로 팔리는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만하다. 이들보다 너비가 약간 넓은 까닭에(45㎜) 경차 혜택은 못 받는다. 길이와 휠베이스는 오히려 짧다. 도어 역시 1세대처럼 두 개 뿐이다.

경차만한 크기에 문 두 짝 단 차라니. 시승 전, 국내서의 흥행 성공은 힘들겠다고 단정 지었었다. 하지만 신형 500과 막상 마주하니 이런 생각은 희미해졌다. 깜찍한 디자인은 크기를 가늠해보는 것조차 잊게 만들었다. 1세대의 실루엣과 디자인 요소들도 여전했다. 특히 네 개의 원으로 나뉜 램프와 콧구멍을 탁 틀어막은 범퍼로 완성한 앞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옆모습에도 옹색한 느낌은 없다. 뒷문이 없기 때문이다. 널찍한 도어 하나만 떡 붙어 있으니 시원해 보인다. 바짝 끌어올린 벨트라인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차체 뒤쪽 모서리로 콱 밀어붙인 뒷바퀴 덕분에 긴장감도 제법 맴돈다. 뒷모습은 완만하게 기운 해치도어와 범퍼에 붙인 크롬패널 등으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시승차는 사진으로 보던 해외의 500보다 조금 껑충해 보였다. 수입사 측에 문의한 결과, 국내에 수입되는 500에는 도로교통법 최저 지상고 규정(120㎜ 이상)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용 500의 서스펜션이 도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과 북미용 500의 최저 지상고는 104㎜, 국내 500은 이보다 24㎜ 높다.


실내에 들어서면 화려한 대시보드가 이목을 잡아끈다. 차체와 같은 색으로 마감한 패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철제 뼈대를 대시보드 삼았던 1세대의 실내 분위기와도 고스란히 겹친다. 계기판도 1세대와 비슷하다. 하나의 원에 간결하게 정리해 담았다. 적응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빠짐없이 띄운다.

앞면이 납작하게 눌린 대시보드와 당겨진 활시위 모양으로 파낸 A필러 내장제, 선루프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반투명 햇빛가리개 등은 활기찬 실내 분위기를 주도한다. 아기자기하게 배치한 원형 스위치들과 그 테두리를 마감한 금속성 광택 패널 등은 화사한 느낌을 낸다. 특히 대시보드 가운데 붙은 세 개의 스위치는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좌우 팔공간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변속레버를 대시보드에 붙이고 센터콘솔을 간결하게 정리한 까닭이다. 2인승처럼 시트를 조절할 경우, 앞뒤 간격도 충분해진다. 따라서 두 명 이하만 탈 때가 가장 좋다. 아담하되 넉넉한 공간에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가 매력인데, 개성 있는 실내를 자랑하는 BMW의 미니 못지않다. 낭만적인 분위기는 미니보다 한 수 위다.

그러나 셋 이상 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릎 공간이 비좁아서 앞 시트를 빠듯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래도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해서 웬만한 ‘2 2 ’ 쿠페보다는 편안하다. 짐 공간은 납득할만한 수준, 바닥이 낮기 때문에 짐작보다 많은 짐을 꿀꺽 삼킨다. 뒤 시트는 5:5로 나눠 접힌다.


500에는 0.9L부터 1.4L까지 총 7가지의 엔진이 준비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배기량이 가장 큰 직렬 4기통 1.4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어 얹은 모델만 수입된다. “어차피 차체 너비 때문에 경차 혜택도 못 받는데!”라는 심산으로 파악된다. 국내의 경차 혜택은 배기량 1.0L까지만 해당된다.

엔진의 들숨은 스로틀 바디와 흡기 캠 샤프트 대신 전자 제어식 솔레노이드 벨브가 다독인다. 피아트가 “출력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이라며 자랑에 여념 없는 ‘멀티에어’ 시스템이다. 공기 흡입량을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변화무쌍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수치상의 특징은 없다. 최대토크를 비교적 일찍 뿜어내는 정도다. 최고출력 102마력은 6500rpm에서, 최대토크 12.8㎏․m는 4250rpm에서 낸다.

 

 


 

 

성능과 효율 역시 평범한 수준이다. ‘제로백’은 10.5초, 연비는 12.4㎞/L다. 하지만 실제 가속성능은 짐작을 웃돈다. 힘을 재깍재깍 쏟아내는 엔진이 1톤을 조금 넘는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낸다. 이정도면 도심에선 필요충분 이상이다. ‘가속의 질’과 승차감도 예상보다 매끄럽다. 차체가 짧은 만큼 앞뒤로 요동 칠만도 한데 그런 증상이 없다. 변속기는 부드럽게 기어를 갈아탔고 댐퍼는 차체를 의연하게 떠받쳤다.

핸들링도 제법 짜릿하다.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곧잘 따라 돈다. 무게중심도 높고, 거동도 크고, 반응도 더딘데 잡아채는 맛은 보통이 아니다. ‘코너’를 만날 때마다 반가울 정도였다. 네 바퀴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휘젓는 듯한 느낌은 중독성이 강했다. 적당한 출력 덕분에 가속페달도 부담 없이 밟아댈 수 있었다.

관절을 단단하게 여며 운전재미를 강조한 모델과도 확연하게 달랐다. 과격하게 다그쳐도 느긋하게 화답하는 탓에 몸이 쉬 피곤해지지 않았다. 500의 즐거움은 경쟁자들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짧은 휠베이스, 즉 태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500의 휠베이스는 2300㎜로 앞서 언급한 경차들보다 75~ 85㎜나 짧다.


500은 운전자 무릎보호를 포함한 7개의 에어백과 ESC(전자 주행 안전 시스템), HSA(언덕 밀림 방지 장치) 등을 기본으로 단다. 에어백은 상황에 따라 팽창 압력을 조절하는 ‘어드밴스드’다. 작지만 안전장비는 확실한 셈이다.

가격은 기본형인 ‘팝’이 2,690만 원, 고급형인 ‘라운지’가 2,990만 원이다. 시승차는 안개등, 가죽시트, 선루프, 풀오토 에어콘, 알파인(Alpine)사의 오디오, 후방 주차 센서 등의 옵션이 포함된 500 라운지 모델이다.

글 류민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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