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ATS 2.0T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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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ATS 2.0T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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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 팩트 세단, 동급 최고의 가속 성능과 연비, 앞뒤 무게배분 50:50, 탄탄한 몸놀림’ BMW 3시리즈 이야기가 아니다. 캐딜락 ATS에 대한 내용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잡겠다는 캐딜락의 의지가 ‘클래스 최강’ 3시리즈에 버금가는 ATS를 완성시켰다.

 

 


 

 

ATS 는 캐딜락의 컴팩트 세단이다.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과 경쟁한다. 특히 3시리즈를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캐딜락은 개발단계부터 3시리즈를 언급해왔다. ATS는 ‘세계의 기준(The Standard of The World)’이라는 표어를 내걸 만큼, 자존심이 강한 캐딜락이 경쟁자의 실력을 스스로 인정하고 개발한 모델인 셈이다.

 

이 런 캐딜락의 굳은 의지는 ATS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ATS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됐다. 설계의 초점은 철저히 운동성능에 맞춰졌다. 크기와 강성, 무게 등을 고려해 빚은 뼈대에 동급 최고 출력의 엔진을 어울렸다. 그 결과, ATS는 여느 경쟁자 못지않은 탄탄한 성능을 품게 되었다. 아울러 세련된 안팎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장비도 더했다.

 

 


 

 

겉 모습은 캐딜락의 디자인 언어, ‘아트 앤 사이언스’로 완성했다. 수요층의 평균 연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2002년 CTS부터 선보여온 테마다. 반듯하게 접어세운 면과 세로배치 앞뒤 램프 등 고유 특징들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뒤쪽으로 밀어붙인 A필러와 완만하게 떨어뜨린 C필러, 빠듯하게 오려낸 창문 라인 등으로 연출한 특유의 긴장감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기존보다 한결 매끈해졌다. 쓸데없는 장식과 의미모를 선들을 깔끔히 정리한 결과다. 손 베일 듯 빳빳했던 모서리도 한층 뭉툭해졌다. 이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이미지다.

크롬 패널 역시 확연하게 줄였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공기흡입구 테두리 등에만 멀끔하게 둘렀다. 헤드램프 위쪽을 잡아 빼고 바깥 변에 LED 띠를 곁들이는 등의 변화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얼마 전 미국에서 데뷔한 3세대 CTS도 이런 분위기로 거듭났다. 

 

 


 

 

변 화는 모양새에만 머물지 않았다. 성능 개선을 위해 눈에 띄지 않는 부분도 치밀하게 다듬었다. 가령 ‘액티브 에어로 그릴 셔터’가 좋은 예다. 그릴 안쪽을 상황에 따라 여닫아, 공기 저항을 줄이는 장치다. 차체 아래쪽도 꼼꼼하게 틀어막았다. 차 바닥을 타고 흐르는 바람을 빠르게 빼내 고속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타도 3시리즈’라는 문구를 내걸고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수없이 달리며 얻은 결과다.

 

실 내에도 캐딜락의 미래가 담겨있다. ATS는 여러모로 ‘차세대 캐딜락’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브랜드인 만큼, 레이아웃은 기존과 비슷하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방패 모양의 센터페시아를 어울렸다. 때문에 얼핏 트렌드에 뒤쳐져 보일 수도 있겠다. 

 

 


 

 

하 지만 ATS에는 캐딜락을 아우른 GM 그룹의 첨단 기술이 전부 녹아있다. 그래서 ATS의 실내는 ‘전통과 기술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은 센터페시아에 집중됐다. 모니터는 물론, 멀티미디어 조작부와 공조장치 등이 전부 ‘터치’ 방식이다. 인식 여부는 진동으로 알린다. 손을 가져다 대면, 패널이 부르르 떨며 작동한다.

 

대 시보드 위쪽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도 단다. 오른팔을 들면 모니터에 메뉴 아이콘을 척척 띄운다. 센터페시아 뒤쪽에는 수납공간도 마련했다. 아랫변을 더듬으면 조작 패널이 위쪽으로 스르륵 젖혀진다. 공간도 각종 소지품을 다 때려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이 ‘비밀 수납함’은 동승했던 이들이 뽑은 최고의 옵션이었다.

 

 



 

 

반 면, 운전자만 느낄 수 있는 핵심 장비도 있다. 전후방 주차센서, 전방 추돌 경고장치, 차선 이탈 방지 장치 등의 알람을 진동으로 전하는 ‘햅틱 시트’다. 위험한 순간이면 운전자 허벅지를 찌릿찌릿하게 만든다.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원격 시동 기능도 유용한 편의 장비다. 리모콘으로 시동을 걸 경우, 시트 열선 기능도 함께 켜지게 설정할 수 있다.

 

고 급스러운 느낌은 최고 수준이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는 최고급 세단처럼 스티치를 박아 넣었다. 동급 중엔 벤츠에서도 보기 힘든 사치스런 장식이다. 넓적한 은색 패널도 진짜 알루미늄이다. 무릎 닿는 곳은 말랑말랑한 우레탄 재질을 덧댔다. 낮게 깔린 시트, 반듯하게 선 운전대, 오르간 타입 가속페달 등은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낸다.

 

 


 

 

그 러나 뒷좌석은 다소 불편하다. 경쟁자 중 가장 좁다. 무게배분에 집착한 ‘패키징’과 짧은 휠 베이스 때문이다. 탄탄한 몸놀림과 맞바꾼 가치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들어설 땐 두툼한 C필러 때문에 머리를 숙여야한다. 실제 공간 크기는 이전세대 3시리즈와 비슷한데, 체감은 더 좁다. 휠 하우스 쪽으로 바짝 밀어낸 시트 때문이다. 등받이의 양 끝은 안쪽으로 눈에 띄게 접혀있다.

 

현 재 국내에 수입되는 ATS는 총 세 가지다. 옵션에 따라 ‘럭셔리’와 ‘프리미엄’으로 나뉘는 후륜구동 모델과 사륜구동 모델 한 가지가 준비된다. 파워트레인은 모두 같다. 최대 272마력, 36㎏․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짝짓는다. 시승차는 뒷바퀴굴림 방식의 ATS 프리미엄, 245마력 BMW 328i와 정면으로 맞붙는다.

 

 


 

 

엔 진은 정숙하다. 아이들 때는 엔진이 멈췄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회전 질감도 부드럽다. 가속 페달을 탁 치면 매끈하게 회전수를 올린다. 그러나 숨을 가다듬는 속도는 더디다. 4기통 터보 엔진의 특징이다. 그래서 특유의 엔진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한편, 엔진과 변속기의 연결이 끊긴 상태에서의(P, N) 최대 회전수는 4000rpm으로 제한된다.

 

가 속성능은 동급 최고 출력답다. 초반에 멈칫대다 힘을 와장창 쏟아내며 뛰쳐나간다. 0→ 시속 96㎞(60mile) 가속시간이 경쟁자중 가장 빠른 5.9초다. 연비 역시 11.6㎞/L로 동급 최고다. 변속기 세팅은 서킷을 타도 좋을 만큼 과격하다. 수동모드에 두면, 연료가 차단되는 7000rpm에서도 기어를 갈아타지 않는다.

 

 


 

 

몸 놀림 역시 활기차다. 스포티한 ‘느낌’만을 강조한 신형 3시리즈보다 빠릿빠릿하다. 앞머리를 비트는 속도도 거동을 가다듬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특히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능력이 탁월했다. 노면 굴곡에 개의치 않고 타이어를 끊임없이 짓눌렀다. 

 

하 지만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거친 반응도 보였다. 스프링이 댐퍼보다 단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어(노멀) 모드 보다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움직임이 더 자연스럽다. 댐퍼에는 댐핑 압력을 수시로 바꾸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MRC)’ 기술이 도입되어 있다.

 

앞 브레이크에는 ‘브렘보’사의 4피스톤 캘리퍼를 단다. 페달 밟는 깊이에 비례해 제동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과격한 감속을 반복해도 일정한 답력을 유지한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사의 RE050A, 사이즈는 앞 225-40R18, 뒤255-35R18이다. 접지 한계는 짐작보다 낮다. 노면을 놓칠 때의 소음도 조금 큰 편이다. 

 

 


 

 

사 실, 캐딜락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던진 첫 도전장은 CTS였다. CTS는 캐딜락의 상품성을 ‘독일 차’만큼 끌어올린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젊은 캐딜락’의 이미지를 주도했었다. 그런데 캐딜락의 전략은 조금 독특했다. CTS의 차급을 일부러 애매하게 잡았었다. 컨셉은 컴팩트 세단이었지만 몸집은 중형 세단에 가까웠다.

 

‘넉 넉한 실내 공간을 가진 컴팩트 세단’이 캐딜락의 전략이었다. 물론 BMW 3, 5시리즈, 벤츠 C, E-클래스 등 두 차급 모두를 상대하겠다는 속셈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컴팩트 세단에 바라는 가치는 실내 공간 크기가 아닌 탄탄한 주행 성능이었다.

 

결국 캐딜락은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세그먼트의 오랜 강자, 3시리즈를 목표로 삼고 ‘진짜’ 컴팩트 세단을 개발했고 그 결과 ATS가 태어났다. 한편, 3세대 CTS는 몸집을 한껏 키운, 당당한 중형 세단으로 거듭났다.

 

ATS 는 캐딜락의 바람대로 뛰어난 성능을 뽐냈다. 경쟁자로 지목했던 BMW 3시리즈보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출력, 가속성능, 연비 또한 뛰어났다. 나아가, 전체 완성도와 상품성 역시 훌륭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디젤 또는 하이브리드 등의 고효율 엔진이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은 고효율 엔진을 단 모델이 주도하고 있어서다. 

 

‘동 급 최고’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3시리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3시리즈 국내 총 판매량 중(2013년 4월 기준), ATS의 경쟁모델인 328i가 차지하는 비율은 2% 남짓했다. ‘저출력 버전’ 320i를 더해도 약 16% 정도다. 반면, 2.0L 디젤 엔진을 얹은 320d의 판매량은 84%에 육박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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