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현대 라비타
상태바
[특별했던차]현대 라비타
  • 박병하
  • 승인 2018.12.11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대한민국의 산업계는 97년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출’에 그야말로 생사를 걸어야만 했다. 이 당시 수출을 통해 대한민국경제를 이끌어 나간 주역은 단연 제조업이었다. 그 제조업 중에서도 조선, 반도체, 자동차의 3개사업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제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01.jpg

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주지역 외에도 유럽 시장으로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아예 유럽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전략 모델들을 개발하기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모델들은 국내 시장에도 선보이면서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도했다. 이렇게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전략 모델 두 가지는 B세그먼트소형 해치백 ‘클릭(Click, Getz)’과 소형 MPV 모델 ‘라비타(Lavita,Matrix)’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통파 유럽식 소형 MPV

현대 라비타는 클릭과 함께 유럽 수출 전략 차종으로서개발되었다. 현대자동차 클릭이 B세그먼트 해치백이라면, 라비타는 C세그먼트급 승용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소형 MPV에 가까운 모델이었다. 구 현대정공이 미쓰비시 샤리오를 라이센스생산한 싼타모 이래, 현대자동차가 독자개발하여 내놓은 첫 MPV 모델이기도하다. 개발은 아반떼 XD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현대자동차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B세그먼트 해치백과 소형 MPV를 선택한 까닭은 해당 세그먼트가 당시유럽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시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라비타는 클릭보다 1년 앞선 2001년, 대한민국시장에 먼저 선보였다.

02.jpg

03.jpg

현대 라비타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Carrozzeria),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맡아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닌파리나는 일반에는 페라리의 스타일링을 맡는 디자인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지향의 양산차를 디자인한 경력도 많다. 90년대에는 푸조 양산차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적도 있고 국내의경우에는 GM대우 라세티(Lacetti)의 세단형 모델을디자인한 전적도 있다. 심지어 라비타의 경쟁 차종인 GM대우레조(Rezzo)의 디자인도 담당했다.

04.jpg

현대자동차 라비타의 디자인은 유럽식 5인승 소형 MPV의 정석에 가까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형 MPV 시장의요구에 맞춘 디자인이 돋보였다. 같은 설계 기반의 해치백형 승용차에 비해 길이와 폭을 소폭 늘리고 전고를크게 늘린 형태의 차체 형상에서부터 본고장의 MPV에 놀랄 만큼 근접한 외양을 지녔다. 특유의 중간에서 살짝 접힌 형상의 보닛과 테일게이트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중심으로 캐빈이 전반적으로 솟아 올라있는 형상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비타의 외관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C필러와 D필러 사이의 창을 들 수 있다. 승객석 창과 다른 높이로 만들어진 창 아래에는 디자인을 담당한 피닌파리나의 배지가 붙어 있었다. 뒷모습의 경우에는 차체 양끝까지 밀어 낸 세로형 테일램프가 눈에 띄며, 그만큼대형의 테일게이트를 가져서 짐을 싣고 내리기가 매우 편리했다.

05.jpg

라비타는 소형의 5인승MPV로서 설계되어, 그에 맞는 공간을 갖추었다. 실내에서 독특한 점은 역시 중앙에 배치된 계기반을 꼽을 수 있다. 이중앙에 배치된 계기반은 이론 상 스티어링 휠 뒤쪽에 위치하는 통상적인 형태 대비 시선의 이동이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상적인 방식에 익숙한 대다수의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함보다는 생소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었다.

06.jpg

실내공간은 뼛속까지 유럽식 MPV의 전형을 따른 차 답게, 차체 크기에 비해 넓은 실내 공간을제공했다. 또한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역 ’ㄱ’ 자 형태, 내지는 ‘투구형’ 헤드레스트를 적용하여 뒷좌석을 접을 때 굳이 헤드레스트를 탈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07.jpg

08.jpg

유럽 스타일의 MPV로서 태어난 현대 라비타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1.5리터 알파엔진과 1.8리터 엔진을 탑재하여 내놓았다. 라비타의 주력으로 사용된 알파 엔진은 100마력/5,800rpm의 최고출력과 13.4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알파 엔진의 1.6리터 버전이 등장한 2005년식부터는 성능이 소폭 상승된 1.6리터 엔진을 심장으로 삼았다. 2005년형으로 출시된 라비타는 헤드램프 및 안개등, 라디에이터 등의 디자인을 변경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다.

09.jpg

라비타는 출시 당시부터 국내의 각종 매체에서 좋은평가를 내렸다. 유럽 시장의 입맛에 맞춘 탄탄한 하체와 뛰어난 공간 활용성, 알찬 패키징 등이 부각되면서 이전까지의 국산차답지 않다는 평도 종종 나타났다.하지만 라비타의 ‘좋았던 시절’은 딱 거기까지였다. 현대 라비타는 내수 시장에서는 GM대우 레조와 기아 카렌스 등, 자기 체급보다 한 등급 위의 차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비타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차종이었다. 라비타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는 파워트레인과 당시의 자동차 세법 상의 요소들이 라비타에게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파워트레인의 경우,1.5리터 가솔린 엔진이 주력이었다.후기형에서는 신형의 1.6리터급 엔진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동력성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게다가라비타의 출시 당시는 외환위기의 광풍을 지나며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시점이었기에 LPG 차량에 비해유류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 때문에 1.8리터 엔진 또한 소비자들이 선뜻 선택하기에는 어려웠다.

또한, 국내MPV 시장의 요구 사항과는 몇 가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가솔린을 제외한 다른 파워트레인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이 당시 형성되어 있었던 국내MPV 시장은 현대자동차 싼타모와 기아 카렌스 등이 주도해 왔다. 이들은모두 2.0리터급의 LPG 엔진을 사용하여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연비는 나쁠지언정 유류비에서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수용 라비타는 1.5~1.6리터 가솔린을 주력으로 했고 1.8리터 모델도 준비되어 있었으나 모두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또한, 라비타는5인승 좌석을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자동차 세법 상, 소형승용차에 해당하여, 경쟁자로 지목된 카렌스나 레조 등이 누리고 있었던 세제 상의 이득을 볼 수 없었다. 카렌스나 레조의 경우, 다소 억지에 가깝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7인승’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여 당시의 세제 상 승합차와 같이 취급되면서세제 상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초기 국내 MPV 시장의성장을 주도한 현대 싼타모와 기아 카렌스가 이러한 배경을 통해 MPV의 흥행을 이루었고 이후로 국산MPV는 2.0리터급 LPG엔진과 7인승 조합을 통한 유류비 및 세제 상의 이점을 취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하게된다. 그만큼 국내 MPV 시장은 라비타의 주요 수출처인유럽의 MPV 시장과 전혀 다른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1.8리터 

이렇게 2001년부터생산을 개시한 라비타는 생산 개시 6년 만인 2007년에단종을 맞게 되었다. 출시 초기에는 신차효과로 인해 적지 않은 수가 팔렸지만 신차효과가 빠르게 사라지면서그야말로 연명한 하는 신세가 되었다. 단종 직전인 2006년에는한달에 무려 5대 꼴로 판매되어 당대 국산차 최저 판매대수를 기록하는 등, 불명예를 안았다.

10.jpg

국내 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외면 받은 라비타였지만,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외에서는 지역에 따라매트릭스(Matrix), 혹은 엘란트라 라비타(ElantraLaVita) 등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었다. 상기했듯이 처음부터 유럽 시장의 입맛에 맞춰작정하고 개발된 탓에 라비타는 유럽 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끌며 무려 9년 동안 판매가 이어졌다. 해외 사양의 라비타는 1.6리터 가솔린 엔진 외에 1.8리터 가솔린 엔진, 1.5리터 디젤 엔진 등이 준비되었으며, 적당한 가격과 우수한 실용성으로 호성적을 거두었다.

11.jpg

2007년 이후에는 현대자동차 터키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2008년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2010년까지판매가 이어졌다. 또한, 라비타의 프로젝트명 FC의 계보는 스포티 해치백으로 등장한 벨로스터(Veloster, FS)가잇게 되었다. 이는 ix20의 개발이 별개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고있었고, 프로젝트 FS 역시 직접적인 연관 없이 별개의 프로젝트로서진행되었던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 최초의 소형 MPV 라비타는국내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하면서 후속 차종 없이 단종을 맞았지만 해외에서는 현재 ix20이 사실 상 그뒤를 잇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