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40 D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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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V40 D4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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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V40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S40의 왜건형이었던 이전과 달리 멀끔한 5도어 해치백으로 거듭났다. 신형은 벤츠 A-클래스, BMW 1시리즈, 아우디 A3 등과 경쟁한다. 국내에서는 ´보행자 에어백´을 세계최초로 도입한 모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는 사람과 부딪혔을 때, 보닛을 들고 앞 유리에 공기 주머니를 펼쳐 보행자와 탑승자의 상해를 줄이는 장비다.


그런데 V40의 핵심은 보행자 에어백이 아니다. 볼보는 이번에도 혁신적인 안전장비만 주목받았다. 물론 안전은 가장 중요한 가치지만, V40은 ´안전하기만 한 차´가 아니다. 다른 볼보들과 마찬가지로 ´잘 만든 차´다. 여느 경쟁자 못지않게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잘 달린다. 품질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답게 오감을 만족시킨다.



외모는 매끈하다. 박력을 잔뜩 강조하는 최근 트렌드에서 한 발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앞모습이 간결하다. 으레 공기흡입구를 뚫는 범퍼 가장자리마저 몇 가닥의 선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꽤 날렵하다. 콧구멍을 어색하게 치켜 올리지 않아서다. 보행자 에어백 덕분에 낮게 깔린 보닛에 맞춰 차분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안전규정에 얽매인 경쟁자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신세대 볼보´의 주역이었던 2세대 S60의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뾰족하게 날을 세웠던 눈매에 힘을 풀었다. 얼마 전 공개된 S60과 XC60의 부분변경 모델도 이런 듬직한 이미지로 진화했다. 2009년, 피터 호버리가 볼보로 복귀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변화이기는 하다. 그는 1세대 S80으로 볼보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선두주자다.



´기능을 중시한 균형미´로 요약되는 그의 특징은 뒷모습에서도 두드러진다. 빈틈을 찾기 힘들만큼 짜임새가 높다. 트렁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창문 라인과 아찔하게 굽은 선을 품은 테일램프로 ´빵빵한 뒤태´를 완성했다. 얼핏 피터 호버리의 이전 작품인 C30의 ´진화형´으로도 보인다. 시승차의 경우 스포일러와 범퍼 등에 몇 개의 ´옵션 부품´을 덧붙여 한층 더 빠듯한 긴장감을 뽐냈다. 휠 디자인도 일반 모델과는 다르다. 


반면 실내는 볼보답게 차분하다. S60의 레이아웃을 기본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대시보드에는 반듯한 선을 그어 계기판과 모니터를 한데 묶었다. 그 결과 한층 더 ´운전자 중심 실내´의 분위기를 풍긴다. 센터페시아도 다듬었다. 송풍구 테두리를 비틀어 입체감을 살리는 한편, 앞면을 덮은 패널도 보다 촉촉한 재질로 바꾸었다.



현재 볼보에서 가장 작은 차지만, 고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그대로다. 모델명에 붙은 ´40´이라는 숫자 때문에 S60보다 품질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시트와 도어트림 등은 말랑말랑한 가죽으로, 각 패널의 테두리는 금속성 부품으로 감쌌다. 근사한 가죽냄새도 여전하다. 조립 완성도 역시 S60 못지않다. 빈틈을 찾기 힘들만큼 정확하게 맞물렸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액정(TFT-LCD) 화면으로 구성된 계기판. V40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에코´, ´엘레강스´, ´퍼포먼스´ 등의 세 가지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해 띄울 수 있다. 테마에 따른 계기 구성은 이름 뜻 그대로다. ´에코´는 효율에 대한 정보를, ´엘레강스´는 일반적인 정보를, ´퍼포먼스´는 엔진 출력에 대한 정보를 표시한다. 테두리를 싹둑 자른 룸미러도 V40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물건이다.



뒷좌석 공간은 짐작보다 넉넉하다. 공간 확보에 유리한 전륜구동 방식 차체와 휠 하우스 안쪽으로 밀어낸 뒤 시트 덕분이다. 파노라마 루프 때문에 시야도 쾌적하다. 이 정도면 패밀리카로 전혀 손색이 없겠다. 그러나 짐 공간 크기는 평소 335L로 평범한 수준이다. 짐 칸 바닥에 숨은 16L 크기의 공간으로 위안 삼을 만하다. 뒷좌석 등받이는 6:4로 나뉘어 접힌다.


시승차는 V40 D4. 177마력짜리 직렬 5기통 2.0L 디젤 터보 엔진을 얹는다. S60 D4보다 14마력 높은 것이 특징이다. 물론, 볼보 디젤 엔진의 정숙성은 그대로다. 아이들 상태에선 디젤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팎이 조용하다. 반면 회전수를 올리면 5기통 특유의 소리를 낸다. 4기통에서는 맛볼 수 없는 터프한 ´사운드´다.



화끈한 가속 감각 역시 여전하다. 1750rpm부터 40.8㎏․m의 힘을 정신없이 쏟아낸다. 6단 자동변속기의 다소 더딘 반응이 엔진 힘에 묻혀버릴 정도다. 실사용 영역에서 힘이 좋아 운전도 비교적 쉽다. 페달을 툭 치면 매끈하게 뻗어나간다. 수치상의 가속 성능과 연비는 S60 D4을 웃돈다. 가벼운 차체 덕분에 ´제로백´을 0.9초 빠른 8.3초 만에 끊는다. 연비는 1.4㎞/L 높은 15.4㎞/L다.


앞바퀴의 걸리는 부담은 다이나믹 스테빌리티 컨트롤(DSTC)이 줄여준다. 상황에 따라 엔진 또는 바퀴의 움직임을 제어해 차의 자세를 바로 잡는 장치다. 아울러 타이어가 헛도는 일도 막아준다. 따라서 토크 스티어에 대한 걱정이 없다. 그저 발목만 까딱이면 힘차게 달려 나간다.


직진 안전성에 감탄할 무렵, 세련된 몸놀림에 한 번 더 놀랐다. 댐퍼의 수축과 이완 과정이 깃털처럼 사뿐했다.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타이어를 바닥에 짓눌렀다. 섀시는 탄탄하고 묵직하게 버텼다. 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을 온몸으로 분산시켰다. DSTC 덕분에 언더 스티어와 오버 스티어에서도 자유로웠다.



볼보답게 안전장비도 확실하다. V40에는 보행자 에어백 이외에 ´시티 세이프티´, ´차선 유지 보조 장치(LKA)´,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등이 준비된다. 시티 세이프티는 시속 50㎞ 이하에서 충돌이 예상되면 스스로 제동하는 장비로 시속 15㎞ 이하인 경우엔 사고를 완전히 방지하고 그 외의 속도에서는 피해를 줄여준다.


LKA는 운전자 의지와 상관없이 차선을 벗어났을 때, 진동 경고와 함께 스티어링 휠 각도를 바로 잡아 주는 장비다. 차선 인식은 앞창에 붙은 카메라가 하며, 시속 65㎞에서 200㎞ 사이에서 작동한다. 사각지대의 장애물을 알려주는 BLIS도 확실히 개선했다. 기존 카메라 방식 대신 레이더 방식을 도입해 정확도가 높아졌다. 구형 BLIS는 거추장스러웠지만, 신형 BLIS는 꼭 참고해야 할 만큼 신뢰성이 높아졌다. 



V40은 딱 볼보다웠다. 흠잡을 구석이 별로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차였다. 든든한 안전장비는 물론 화려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실내, 탄탄한 주행성능 등이 전부 담겨있었다. 특히 실내 품질은 잘 나가는 독일제 경쟁자보다 뛰어났다. ´작고 실용적인 수입차´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제 V40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V40은 3,690만 원부터 시작한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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