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현대 타우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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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현대 타우 엔진
  • 박병하
  • 승인 2019.01.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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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시작된 엔진의 역사 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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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들어진,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마흔 여섯 번째 이야기는 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V8 엔진, ‘현대 타우 엔진’에관한 이야기다.

국내최초의 독자개발 V형 8기통엔진

현대자동차 타우(Tau)엔진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승용차용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이 엔진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최고급 승용차에사용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포지션 상으로는 초대 에쿠스에 사용되었던 미쓰비시 8A8형 엔진의 개량형인 현대 오메가 엔진을 대체한다. 엔진명인 ‘타우(τ)’는 그리스 문자의 19번째 문자로, ‘알파(α)’엔진 이래 줄곧 그리스 문자를 사용해 왔던 현대자동차의 가솔린 엔진 작명법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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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사용했던 V8 엔진인 오메가 엔진은 초대 에쿠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로부터 위탁 받아 생산한 미쓰비시 8A8형 엔진을 개량한 것이었다. 이 엔진은 미쓰비시에게 있어서도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개발한 최신예 엔진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의 최신예 V8 엔진을 위탁 생산하게 된 까닭에는 이 8A8형 엔진이 실린더 블록과헤드에 알루미늄을 사용한 엔진이었다는 데 있다. 당시 미쓰비시는 고질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해 자체적으로알루미늄 엔진을 생산할 설비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와 블록을 사용하는 델타엔진을자체 개발하면서 준비한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 및 블록의 생산 설비가 한창 가동 중이었고, 알루미늄 엔진의생산 노하우를 착실히 축적해 가고 있었다. 이는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의 독자개발 V8 엔진을 생산하기 위한 기초가 된다.

또한 초기 에쿠스에 사용된 미쓰비시 8A8형 엔진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8A8형 엔진은 기본적으로배기량에 비해 동력성능이 낮은 엔진이었다. 이는 개발주체인 미쓰비시가 전륜구동을 고집하면서 상대적으로출력 상승에 제약이 걸릴 수 밖에 없었던 데다, 당시 280마력을초과할 수 없었던 일본 자동차 시장의 출력제한으로 인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엔진은 당시로서는 최신기술이었던 가솔린 직접분사(GDI) 기구를 채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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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의 8A8형엔진은 복잡한 전자장비를 다량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비표준으로 설계된 부분이 많았다. 이 때문에잔 고장도 많은 주제에 유지보수까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당시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았던 고옥탄가 휘발유(고급유)를 사용하도록 한 엔진설정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욱 악화되었다. 여기에 자금이 궁해진 미쓰비시가 현대자동차에 8A8형 엔진에 대한 권리를 넘기면서 사실상 현대자동차가 이 엔진에 대한 모든 권리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 엔진을 다점분사방식(Multi Point Injection, MPI)으로개조하는 대수술을 거쳐 지금의 ‘현대 오메가 MPI 엔진’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오메가 엔진의 생산과 개량작업을통해 V8 엔진에 대한 개발 및 생산 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2세대 에쿠스의 개발과 함께 새로운 V8 엔진의 개발에 돌입했다. 타우 엔진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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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타우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축적한 엔진개발 경험을 총체적으로 집대성한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뱅크각 90도의실린더 블록은 고압주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고 실린더 헤드 역시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오메가엔진과 공통되는 부분은 여기까지. 다른 모든 부분에서는 오메가 엔진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완전히다른 엔진이었다. 타우 엔진은 전륜구동형 엔진이었던 오메가 엔진과는 달리, 후륜구동형 엔진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타우엔진이 처음부터 초대 제네시스(BH)를 비롯한 후륜구동 고급 차량에 적용할 것을 상정하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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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은 4.6리터(4,627cc) 사양과 5.0리터(5,038cc)사양의 두 가지가 만들어졌다. 실린더 보어(내경)는 4.6리터 사양이 92mm,5.0리터 사양이 96mm이며, 스트로크(행정 길이)는 87mm로동일하다. 보어가 스트로크보다 더 큰, ‘빅-보어 숏-스트로크’ 엔진이다. 이 또한 스몰-보어 롱스트로크 엔진이었던 오메가 엔진과 전혀 다른부분 중 하나다. 연료 공급은 초기의 4.6리터 사양에는MPI 방식을 사용했지만 5.0리터 사양에는 GDI도 사용하기 시작하여 성능을 개선했다. 이 외에도 국가 원수 의전용차량에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5.5리터 사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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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타우 엔진을 처음으로 사용한 차는 2008년 출시된 초대 제네시스(BH)의 미국시장용 모델이었다. 북미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4.6리터 타우 엔진은 366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44.8kg.m/3,500rpm의 최대토크를 냈다. 현대자동차가 자체적으로개발한 첫 후륜구동형 V8 엔진은 당대의 경쟁차종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은 성능으로 미국 시장의 주목을받았다.

그리고 매해 세계10대 엔진(10 Best Engines)을 선정하는 美 워즈오토(Ward’s Auto)가 타우 엔진을 2008년 세계 10대 엔진 중 하나로 선정하기까지 이른다. 이는 순수 국산 엔진으로는 최초의 수상 실적이기도 하다. 타우 4.6 MPI 엔진은 2009년에도 워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었으며, 2010년도에는 5.0 타우 GDI 엔진이 세계10대 엔진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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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EQUUS)의 2세대 모델(VI)을통해 국내 시장에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에쿠스에 사용된 타우 엔진은 초대 제네시스와 같은 4.6리터 366마력 사양과 5.0리터사양의 2종이 사용되었으며, 4.6리터 사양은 세단형 모델한정으로 사용되다가 2012년형부터 GDI를 사용하는 5.0리터 타우 엔진으로 대체되었다. 에쿠스 리무진에는 400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51.0kg.m/3,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MPI 사양의 5.0리터 타우 엔진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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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년에는 국내 시장에도 GDI를 적용한 5.0 타우엔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5.0 타우 GDI 엔진은 후기형 에쿠스 외에도 제네시스의 특별사양 한정 모델인 제네시스 프라다(Genesis PRADA)에도 사용되었다. 이 당시 사용된 5.0 타우 GDI 엔진은 430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52.0kg.m/5,000rpm의 최대토크를발휘했다. 이 당시 타우 엔진은 고급유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으며, 이 성능 수치는 고급유를 사용하였을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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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시장에서 타우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차종으로는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G90’과 기아자동차의 ‘K9퀀텀’이 있다. 제네시스 G90과 기아 K9 퀀텀에 탑재되는 5.0타우 GDI 엔진은 42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53.0kg.m/5,000rpm의 최대토크를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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