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SUV, 코란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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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SUV, 코란도를 돌아보다
  • 모토야편집부
  • 승인 2019.02.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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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UV 명가로 통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거 버스를 제작했던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를 시작으로 종합 자동차 제조사의 길을 걸어온 쌍용자동차는 1967년 5월 신진자동차와 업무 제휴를 맺고 미국 카이저 인더스트리(Kaiser Industries Corporation)로부터 'CJ-5(Civilian Jeep)'의 라이센스를 받아 1969년부터 '신진 지프'의 생산을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신진 지프는 현재 대한민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장수한 브랜드, '코란도(Korando)'의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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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지프는 1969년에는 신진자동차의 부평공장(現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되었고 1974년부터는 미국 아메리칸 모터스(AMC)와 합작으로 '신진지프 자동차'를 별도로 설립, 부산 진구 주례동에서 생산됐다. 이 당시 모델들은 AMC의 3.8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며 최고출력 100마력의 성능을 바탕으로 최고속도 160km/h까지 달릴 수 있었다. 크기가 커진 12인승 롱바디 모델도 만들어졌다. 1980년 1981년형 모델 5인승 CJ-7 슈퍼스타, 6인승 CJ-7 패트롤, SR-7이 시판되었다.

하지만 이후 신진지프자동차는 수출 문제로 인해 AMC와 불화를 빚기 시작했다. 신진지프의 자동차들은 라이센스를 받아서 생산하고 있는 차량이었기 때문에 수출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AMC에서는 신진지프자동차의 수출을 원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불화를 빚다가 결국 지분 철수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신진지프자동차는 더 이상 지프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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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신진지프 자동차는 '거화'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2년부터 ‘거화 지프 코란도’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며 코란도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코란도의 뜻은 “한국인은 할 수 있다”를 영역한 “KORean cAN DO”에서 따왔다. 거화 지프 코란도는 1982년 9월 열린 서울 국제무역박람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당시 행사장에서는 ‘KORANDO’ 마크를 웅장하게 만든 7개의 대형 기둥을 배열해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 1년뒤 1983년 거화는 코란도 브랜드를 정식으로 런칭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코란도는 보닛과 스페어 타이어 커버에 코란도 영문 로고만 새겨졌고 기존 신진 지프의 수퍼스타, 패트롤, 훼미리와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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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거화가 부도 처리되고 12월 동아자동차가 거화를 인수한다. 동아자동차는 1985년부터 신진 지프를 개선한 신모델을 출시했다. 코란도를 브랜드명이 아닌 본격적인 자동차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이스즈의 2.2리터 디젤엔진과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며 군용 자동차 같던 실내 대시보드와 운전대를 승용차와 같은 수준으로 변경했다. 기존 모델 라인업 또한 변화가 생겼다. 판매가 부진했던 픽업트럭 모델, 12인승 모델을 단종시켰고 5인승 숏바디와 9인승 롱바디로 간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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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아자동차 체제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88년, 동아자동차는 쌍용정유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그리고 쌍용그룹에 편입되며 '쌍용자동차'로 사명이 변경된다. 코란도 또한 쌍용 코란도가 되며 데칼, 엠블럼이 쌍용자동차의 입맛대로 고쳐진다. 또한 쌍용자동차는 코란도 브랜드를 이용해 ‘코란도 훼미리’라는 스테이션왜건형의 7인승 SUV를 출시하며 다양성을 살렸다. 1993년에는 이노베이션 코란도라는 이름의 개선된 모델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에게 예전부터 지적받았던 조악했던 내장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민간용 승용차에 가까워졌다.

이후 1995년 신진지프로 시작된 코란도는 풀모델 체인지 없이 단일 모델로 26년간 생산되며 단종된다. 코란도의 기록은 국내 최장 생산 기간을 기록한 차로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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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가 단종된 뒤 1년 후인 1996년 쌍용자동차는 정통 지프형 사륜구동 자동차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 코란도’를 선보인다. 뉴 코란도는 199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96년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뉴 코란도의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회자될 만큼 세련된 외관을 자랑했다. 짧은 휠베이스와 정통파 지프의 스타일링을 가졌지만 현대적인 SUV의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20년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일반도로에 돌아다니는 뉴 코란도가 있을 만큼 성공적인 디자인이다. 뉴 코란도는 기본 설계를 무쏘와 공유했다. 엔진, 변속기 또한 무쏘와 공용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의 OM602계열 2.9리터 디젤엔진과 2.3리터 디젤엔진, 2.3리터 가솔린 엔진 등을 선택할 수 있었다.

뉴 코란도는 무쏘, 이스타나를 포함해 3번째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을 사용한 자동차가 됐다. 변속기는 2가지를 사용했는데 보그워너사의 5단 수동변속기와 호주 BTRA사의 4단 자동변속기를 썼다. 뉴 코란도는 5인승 좌석 배치의 3도어 모델이 기본이었다. 뒷좌석을 들어내고 소프트탑을 설치한 소프트탑 모델과 세제 혜택을 노리고 만들어진 2인승 승용 밴 모델이 존재했다. 특히 승용 밴 모델은 코란도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뉴 코란도는 자유로운 오프로드 주행과 활동적인 낭만을 꿈꾸던 사람들에게 ‘드림카’로 통했다.

뉴 코란도는 쌍용차의 고난과 함께한 역사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쌍용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쌍용자동차 뉴 코란도는 대우자동차 뉴 코란도로 판매되던 안타까운 시절이 있었다. 무쏘와 체어맨 또한 대우자동차의 상징이었던 3분할 그릴과 엠블럼을 달고 대우자동차의 이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붕괴로 인해 대우자동차로부터 독립하면서 다시 쌍용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싼, 스포티지 같은 도심형 SUV의 등장으로 인해 뉴 코란도의 판매량은 감소했다. 쌍용차는 2005년 10월 후속 차종인 액티언을 출시하며 코란도는 단종된다. 2008년 뉴 코란도의 조립 생산라인은 러시아 자동차 회사인 타가즈에 수출되며 타가즈 타거(Tagaz Tager)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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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쌍용자동차는 코란도의 후속작 코란도C를 출시한다. 코란도C의 디자인은 이탈디자인 쥬지아로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담당했다. 당시 카이런과 액티언의 상업적 실패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쌍용자동차가 다시 재기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자동차다. 쌍용차 최초의 전륜구동 방식의 모노코크 바디 기반 SUV로 옵션으로 상시 사륜구동을 장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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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코란도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기존에 생산했던 로디우스와 액티언 스포츠의 외관을 대대적으로 고쳐 ‘코란도 투리스모’와 ‘코란도 스포츠’로 출시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 라는 긍정적인 이름을 가진 코란도는 신진지프 자동차, 거화, 동아, 그리고 쌍용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주인이 3번씩 바뀌면서도 살아남았다.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기사회생한 쌍용자동차와 코란도는 2019년 3월, 쌍용자동차가 출시할 4세대 코란도를 통해 쌍용자동차의 SUV 정체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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