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포르쉐 카이맨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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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포르쉐 카이맨 2.7
  • motoya
  • 승인 201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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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터의 쿠페 버전,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 카이맨이 가진 오명이다. 하지만 카이맨은 철저히 운동성에 초점을 두고 만든 스포츠카다. 박스터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고 운전 재미가 코드네임 997의 911 카레라 S보다 좋다. 포르쉐는 팬들의 반대로 인해 911로 이루지 못한 미드쉽 구조를 카이맨을 통해 이뤘다.




카이맨은 로드스터인 박스터의 섀시를 이용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로드스터의 섀시는 쿠페나 세단보다 단단하게 만든다. 지붕이 없는 구조에서 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르쉐의 섀시 강성 기준은 타사보다 높다. 포르쉐는 이 단단한 섀시에 지붕을 추가하며 강성을 더욱 높였다. 박스터와 카이맨을 구분 짓는 운전 감각은 이 강성 차이가 만든다.

박스터의 섀시를 가져다 썼기에 제원은 같다. 휠베이스, 트레드, 길이와 너비, 높이가 박스터와 거의 동일하다. 안팎 디자인과 구성요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스터의 쿠페 버전이란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전면부는 안개등과 데이라이트의 형상, 범퍼의 세부 디자인 외엔 차이가 없다. 앞에서 보면 두 모델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

측면은 철제 지붕에서 패스트 백 스타일로 떨어지는 실루엣이 큰 차이점이다. 뒷 펜더 공기 흡입구의 핀 형상도 조금 다르다. 낮게 잡힌 어깨라인과 앞 235/40 R 18, 뒤 265/40 R 18 사이즈의 타이어는 같다.

가장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건 후면부다. 후미등의 외부 형상은 박스터와 같지만 점등시 표현되는 불빛 모양이 다르다. 뒷 범퍼 중앙에 위치한 배기구 양옆의 디자인도 조금 차이가 있다. 풍만한 뒤 펜더를 가르며 떨어지는 C필러 안쪽엔 끝을 날카롭게 접은 해치도어가 자리하고 있다.

지붕에서 후면부로 이어지는 부분이 911과 비슷해 보인다. 911에서 파생된 포르쉐 고유의 라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4도어 세단 파나메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911은 쿠페, 카이맨은 해치백이다. 전체적인 느낌과 목적, 쓰임새가 다르다.
911의 형상은 뒷좌석 머리 공간 확보를 위한 것이다. 또 타르가 모델을 제외하고 모든 911의 뒤 유리는 고정되어 있다. 차체의 가장 뒤쪽에 엔진이 위치하고 그 부분을 볼 수 있는 작은 뚜껑만 열린다. 카이맨은 엔진이 차체의 중앙에 있다. 때문에 뒷자리가 없다. 대신 911의 엔진이 자리한 그곳과 꼼꼼하게 막은 엔진 윗부분을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치도어를 열면 드러나는 이 공간엔 골프백 2개를 실을 수 있다. 앞에 위치한 트렁크엔 작은 가방 2개가 들어간다. 둘을 합한 적재 공간의 크기는 무려 410리터나 된다.

뒤쪽 적재 공간을 제외한 실내 구성 요소와 디자인은 거의 같다. 카이맨은 계기판 윗 부분을 뚫어 메시 그릴로 처리했다. 박스터는 로드스터여서 시트 뒤에 롤 오버 바를 단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높은 완성도로 포르쉐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승한 차는 카이맨 S다.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37.7kg.m를 내뿜는 수평대항 6기통 3.4L 박서 엔진과 자동 7단 PDK를 얹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5.1초에 마친다.
카이맨 S는 빠르지만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회전 영역과 상황에서도 오른발에 힘을 주면 곧장 뛰쳐 나간다. 하지만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단단한 섀시와 하체의 조화가 워낙 뛰어나서다.
더 가볍고 힘도 센 카이맨 R이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크진 않다. 911을 의식해서다. 포르쉐는 카이맨을 만들며 911의 가속 영역을 침범하지 않게 노력했다. 대신 성격이 다른 차로 만들었다.

출력이 조금 아쉬운 대신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을 수 있다. 300마력 넘는 차중 이런 차는 드물다. 역시 전체 밸런스가 뛰어나서 가능한 일이다. 또 미드십 구조와 수평대항 엔진의 넓고 낮은 무게 배분 덕분에 뛰어난 핸들 감각과 코너링 성능을 자랑한다. 앞서 계속 언급한 단단한 섀시와 하체의 조화가 바탕이 됨은 당연하다.
오프로드를 연상시키는 서울 시내의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도 타이어는 노면을 끈끈하게 끌어안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하는 만큼 가속 페달을 밟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진행 시킬 수 있다. 그 한계가 매우 높아 다른 차로는 느끼기 힘든 오싹한 경험이다. 시쳇말로 칼질이라 표현하는 연속 급차선 변동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종종 출력이 좋은 차는 운전자에게 “더 밟아도 돼”라고 말한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카이맨은 운전자에게 “마음껏 잡아 돌려도 돼”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음껏 밟고 코너를 공략함에 있어 뛰어난 브레이크 성능이 바탕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카이맨의 브레이크는 앞과 뒤 모두 4피스톤이다. 가속보다 감속이 더 강력하고 페달의 답력 역시 적당하다.

다만 엔진이 앞에 있는 차에 익숙한 운전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언더스티어를 경험할 수 있다. 앞바퀴에 하중이 적게 실리기 때문이다. 이는 엔진이 뒤에 있는 911도 마찬가지. 충분한 앞뒤 하중이동을 만들어야 한다. 포르쉐의 모든 차는 소위 말하는 차와 한몸이 되는 느낌이 뛰어나서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

카이맨은 3가지 모델이 있다. 기본형 카이맨은 2.9L 수평대항 6기통 엔진이 달린다. 최고출력 265마력, 최대토크 30.6kg.m, 9.8km/L 의 연비를 낸다. 0→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5.7초다. 카이맨 R 은 시승차인 카이맨 S 와 같은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10마력이 높고 무게가 40kg 적다. 그래서 9.3km/L 의 연비, 0→ 시속 100km 가속 시간 5초로 조금 높은 성능을 보인다.



카이맨 S는 1억20만원. 가격에 비해 눈에 보이는 안전/편의장비가 적다. 하지만 어떤 충돌사고에도 만반의 준비를 한 차체에 2단계로 팽창하는 6개의 에어백을 달았다. 또 PSM 이라 불리는 주행안전장치를 기본으로 단다. 기본에 충실한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철학이다. 원한다면 추가의 각종 편의 장비도 준비 되어 있다.

카이맨은 박스터의 쿠페 버전이라 하기엔 전혀 다른 운동성을 가지고 있다. 박스터는 카이맨에 비해 로드스터다운 여유 있는 운전감각을 가지고 있다.
또 911보다 가격이 싼, 포르쉐의 엔트리 스포츠카도 아니다. 성격이 다른 차라고 말할 수 있다. 911 카레라 S보다 속도와 각종 서킷 랩타임은 느리지만 운전 재미는 확실히 뛰어나다. 911은 카레라 S 외에 여러 스포츠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이맨은 기존 박스터와 911로 촘촘하게 나뉜 스포츠카 라인업의 빈틈을 메우는, 이전 포르쉐에 없던 전혀 새로운 스포츠카다. 

글 류민|사진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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