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의 상징,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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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의 상징, ‘V’
  • 박병하
  • 승인 2019.09.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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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사,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1913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잦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영국을대표하는 고급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애스턴 마틴은 창업 초기에는 자동차 튜너로서 활동하였다가2년 뒤인 1915년부터 완성차 사업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찬란함과는 다르게, 애스턴마틴의 역사는초장부터 부침의 연속이었다. 1차 대전의 발발 이래 전간기까지 파산만 수차례였고 이후에도 몇몇 투자가들이모여 애스턴 마틴 모터스라는 이름으로 재건을 시도했으나 30년대까지 고질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며 명맥만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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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이 제대로 된 자동차 제조사로서 발돋움하기시작한 때는 1947년, 데이비드 브라운(Sir David Brown, 1904~1993)이라는 사업가가 애스턴 마틴을 인수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트랙터 등 산업용 장비를 제작하는 데이빗 브라운 그룹의 총수로, 소싯적부터자동차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었던 남자였다. 그리고 그는 애스턴 마틴을 본격적인 스포츠카 제조사로발돋움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고, 이것이 오늘날 애스턴 마틴의 근간인 ‘DB’ 시리즈 탄생의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007 시리즈의 골드핑거에 출연한 DB5의 대성공으로 기적적인 회생에성공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오늘날 애스턴 마틴을 상징하는 알파벳을 꼽으라면단연 ‘V’자를 꼽을 수 있다. 이는 DB 시리즈 이후, 엄밀히는 DB6의컨버터블 버전인 DB6 볼란테(Volante)를 만들었을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때부터 시작된 애스턴 마틴의 ‘V’ 사랑은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V는 고성능의 애스턴 마틴을 상징하면서 오늘날 애스턴마틴의 이미지 메이킹에도영향을 주고 있다.

애스턴 마틴은 알파벳 V를 ‘동급 최고(Best inclass)’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들이 왜 그토록 V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V를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작명을 보면, 하나같이 강한 힘과 우아함, 아름다움 등을 연상케 하는 의미를 일관되게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V’를 사용하는 애스턴 마틴 모델들의 작명과 그 의미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본다.

볼란테(Volante)

애스턴 마틴 DB6의컨버터블 버전으로 등장한 DB6 볼란테로부터 시작된 V의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이 이름은 초대 V8 밴티지의오픈 톱 모델을 위한 차명으로 사용되었다. 다만, 후대의V8 밴티지와 현재의 밴티지에는 오픈 톱 버전에 볼란테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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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볼란테(Volante)는‘날아가듯’, 내지는 ‘가볍게’를 의미하는 음악 용어에서 유래했다. 받아 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억지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컨버터블’이라는 흔한 이름대신 색다르게 보이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늘날볼란테라는 이름은 애스턴마틴이 생산하는 대형급 GT의 오픈 톱 모델을 위한 이름으로 여전히 사용되고있다. 현행 모델로는 DB11 볼란테와 DBS 수퍼레제라 볼란테 등이 있다.

밴티지(Vantage)

애스턴마틴의 퓨어 스포츠카에 해당하는 밴티지 모델은 1977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알파벳 ‘V’로 시작하는 작명을 사용한 첫 번째 양산차라고도 할 수 있는 밴티지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4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그 혈통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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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밴티지(Vantage)는영어로 ‘우세’, ‘유리한 점’ 등을 의미한다. 애스턴 마틴의 밴티지 시리즈는 탑재한 엔진에 따라앞에 붙는 이름이 달라진다. 8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V8’,12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V12’가 앞에 붙는다. 반면 오늘날의 최신형 밴티지는 더 이상 차명 앞에 V8이나 V12를 붙이지 않는다.

비라지(Virage)

1988년 출시된 애스턴 마틴 비라지는 당시 애스턴 마틴이 보유했던 8기통모델들을 일신하는 과정에서 개발되었다. 비라지는 밴티지의 스포츠성과 DB시리즈가갖는 GT로서의 성격을 겸비하는 차종으로 만들어졌으며, 89년도부터2000년도까지 총 1,050여대가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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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비라지(Virage)는프랑스어로 항공기나 선박이 선회(旋回)하는 것, 혹은 도로의 커브를 일컫는다.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우아함’과 ‘역동성’이라는 요소가 함께 내포되어 있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름은2012년, 당시 시점에서 이미 노후된 DB9의 상위에 위치하는 모델로서 만들어진 신형의 GT 모델로 부활했다. 그러나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인해 판매 간섭 효과만 일으키면서 단 1년만에 이 모델이신형 DB9으로 변경되고 말았다.

뱅퀴시(Vanquish)

뱅퀴시는 애스턴 마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플래그십 GT 모델의 이름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애스턴 마틴이 21세기에 내놓은 첫번째 신차로 이름을 올린 초대 뱅퀴시는 포드 듀라텍 엔진 2기를이어 붙인  최신형의 V12 엔진을 탑재했으며, 2000년대 이후 애스턴 마틴의 주요 설계기반으로 오랫동안 사용된 ‘VH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자동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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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뱅퀴시(Vanquish)는영어로 전쟁이나 경쟁 등의 상황에서 ‘(적을)완전히 격파하다’ 내지는 ‘정복하다’라는뜻을 내포하고 있다. 애스턴 마틴 뱅퀴시는 2012년, 2세대 모델로 거듭나며 더욱 향상된 VH 플랫폼과 강력해진 성능, 더욱 향상된 감성품질로 영국산 정통 고성능 GT의 명맥을 이어가다2018년, 완전 신형의 DBS에자리를 넘겨주고 단종을 맞았다. 현재 뱅퀴시의 이름은 추후 개발될 애스턴 마틴의 리어 미드십 슈퍼카에사용될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벌칸(Vulcan)

애스턴 마틴 벌칸은 애스턴 마틴이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슈퍼카로, 페라리 FXX, 맥라렌 P1 GTR과 같이,오직 트랙에서만 주행할 수 있는 차다. 이 차는 하이퍼카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대대적으로도입된 시대에도 오직 내연기관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한 편, FIA(국제자동차연맹)이 경주차에 요구하는 모든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차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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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벌칸(Vulcan)은로마 신화의 불카누스(Vulcanus)를 약자로 표기한 것으로, 영어에서도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불카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불꽃과 화산, 대장장이의신으로 통하는 헤파이스토스(Hephaistos)에 대응된다. 7.0리터의자연흡기 V12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820마력의 막강한힘과 경주용 자동차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만들어진 차에 어울리는 작명이다.

발키리(Valkirye)

애스턴 마틴 발키리는 애스턴 마틴이 레드불 레이싱(Redbull Racing)과의 합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드엔진 하이퍼카 프로젝트, ‘AM-RB’ 시리즈의 첫 타자다. 이 차는 레드불 레이싱의 기술력이듬뿍 들어 간, 경주용 자동차와 진배없는 고강성 초경량 차체 구조와 F1에서사용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한 물경 1,130마력에 달하는 파워트레인을 품은 초고성능 하이퍼카로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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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발키리(Valkirye)는노르드 신화(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여전사들을 말한다. 이들은 노르드 신화의 주신(主神)인오딘(Odin)을 받드는 전사들로, 용맹하고 잔인한 품성과아름다운 용모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발할라(Valhalla)

애스턴 마틴 발할라는 애스턴 마틴과 레드불 레이싱이합작으로 진행 중인 미드엔진 하이퍼카 프로젝트, ‘AM-RB’ 시리즈의세 번째 결과물이다. 최신의 F1 기술과 애스턴 마틴 고유의기술력을 총동원해 개발되는 발할라는 유럽 기준으로 354km/h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자랑한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000마력의 힘을 내며, 0-100km/h 가속을 2.5초 이내로 끊는 괴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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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인 발할라(Valhalla)는노르드 신화의 주신인 오딘의 궁전을 말한다. 국내에서 애스턴 마틴 서울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전사의 천국’이라고 표현되어 있었다.물론 이 표현도 맞는 말이다. 발할라는 노르드 신화에서 용맹하게 싸우다가 죽음을 맞은 전사들의영혼이 최종적으로 당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의 영혼을 발할라로 데려가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바로 발키리다. 발키리로부터 발할라로 이어지는 AM-RB 시리즈의작명은 신화에서 차용한 이름임과 동시에 각 차종 간의 개연성까지 챙긴 훌륭한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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