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 – 전투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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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 – 전투기 편
  • 박병하
  • 승인 2019.09.1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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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붙는 이름들은 실로 제각각이다. 이떤 브랜드는 차량의 체급과 성향에 따라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뤄진 알파뉴메릭 작명을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브랜드는 특정한 지명이나 자연현상 등, 수많은 곳에서 영감을얻어 차의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이 수많은 자동차의 이름들 중에는 무기의 이름도 종종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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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이름에 무기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무기가가진 ‘힘’의 이미지를 자동차에 투영함으로써 퍼포먼스적인측면을 크게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을 둘러보며, 그 어원이 된 무기까지 한 번에 살펴본다. 지난 기사에서는 무기들중에서도 도검 등 '냉병기'의 이름에서 가져왔던 차들을 다루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제 2차 대전에서 활약했던 전투기에서 이름을 가져온차, 그리고 그 이름의 연원이 된 전투기를 함께 살펴 본다.


포드 머스탱 - P-51 머스탱

미국 포드자동차의 머스탱은 전투기에서 이름을 차용한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포드자동차와 P-51 머스탱을생산한 노스 아메리칸 항공(North American Aviation)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다. 단지 전투기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돌고 있을 뿐이다. 이 설의근원은 아무래도 당시 포드자동차의 디자이너이자, 머스탱의 디자인을 맡고 있었던 존 나자르(John Najjar)가 사내 공모를 통해 모인 이름들 중 P-51 머스탱전투기에 대한 내용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포드자동차는 P-51 머스탱의 이미지를 자사 광고나 캠페인, 마케팅에도자주 활용해 왔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아예 매년 미공군이 사용했던 전투기들의 상징을 접목한 특별한 머스탱을 만들어 오고 있을 정도로 ‘전투기+애국심 마케팅’을 계속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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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머스탱은 제 2차세계대전 사상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로손꼽히며, 역대 지구상에 등장한 레시프로 전투기들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명작으로 이름을 높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을 이긴 전투기’라는 최고의 영예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머스탱 팬들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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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머스탱은 오늘날 미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만, 의외로개발 초기의 커리어는 영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P-51의 첫 고객이 한창 나치독일 공군(Luftwaffe)을 상대하고 있었던 영국 공군이었기 때문이다. 본래영국은 이전부터 커티스-라이트(Curtiss-Wright)에서생산하고 있었던 P-40 워호크(영국명: 토마호크) 전투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전투기는 당시 현역이었던 미국의 다른 전투기들과 마찬가지로 독일 전투기에 비해 성능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1940년경 이를 추가로 구매할예정이었다.

그런데 커티스-라이트가생산능력이 부족해 원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영국측 구매단은 노스 아메리칸 항공에P-40의 위탁생산을 제안했다. 노스 아메리칸 항공은 경쟁사의기체를 위탁생산 해달라는 다소 황당한 제안에 오히려 “P-40을 뛰어 넘는 전투기를 만들어 주겠다”는 역제안을 내놓았고, 영국측 구매단이 이를 받아 들이면서 P-51 머스탱이 태어나게 되었다. 노스 아메리칸 항공은 이전부터 수년간공들여 완성해 놓은 설계를 바탕으로 모든 면에서 P-40을 뛰어 넘는 기체를 완성했다.

이 초기형 머스탱은 저고도에서는 말 그대로 야생마같은기동 성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고고도에서는 제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영국 공군은 이미 자신들이 스핏파이어 전투기에 사용하고 있었던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을 탑재하는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 시도가 보기 좋게 성공하면서 머스탱은 그야말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에서의 성공 이후, 새로운 고성능 전투기가 급하게 필요했던 미국은 노스 아메리칸 항공에 대량의 머스탱을 주문했고 전쟁 내내 꾸준히성능 개선을 이루면서 서부전선의 독일군 전투기들을 수 없이 격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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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머스탱은 대한민국 공군에서 운용한 최초의 전투기이기도 하다. 그동안대한민국 공군은 연습기나 훈련기 등의 저성능 기체만을 소수 보유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이 전투기를공여한 덕분에 6.25 전쟁 동안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을 비롯해 총 8천회 이상 출격하여 수많은 전과를 올렸다.

트라이엄프 스핏파이어 - 수퍼마린 스핏파이어

영국의 트라이엄프(Triumph)는현재 이륜차 부문만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과거에는 자동차도 생산했던 이력이 있다. 트라이엄프 스핏파이어는그들의 자동차들 중에서도 기념비적인 모델로 남은 차종이며, 5세대에 걸쳐서 20년 가까이 생산이 이루어졌다. 한 때는 빈자의 E타입으로 불렸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였다.트라이엄프 스핏파이어는 동급 스포츠카 최초로 스윙 액슬식 후륜 서스펜션을 채용했으며, 심장은 4기통 1.2리터 엔진을 싣고 있었지만 711kg에 불과한 공차 중량으로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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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이름은 ‘세계에서가장 아름다운 프로펠러 전투기’인 수퍼마린 스핏파이어(SupermarineSpitfire)에서 가져왔다. 수퍼마린 스핏파이어는 과거 수많은 경기를 휩쓴 경주용 항공기들의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스핏파이어는 호커 허리케인(HawkerHurricane)과 함께  왕립공군의 주 전력이었으며,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영국을 지켜냈다. 스핏파이어는 당시 나치독일 공군의 최신예 고성능 전투기인 메서슈미트 Bf109를맞상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전투기였고 꾸준히 성능을 개선해 나가며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핏파이어는본래 공군을 위해 개발된 전투기였지만 함재기가 부족했던 당시 영국 해군에서 시파이어(Seafire)라는이름으로 일부가 도입되어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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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핏파이어는 영국인들에게 있어서 ‘구국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국본토 항공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적기들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수많은 희생을 치렀기 때문이다. 당시 수상이었던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적은 사람들(왕립 공군)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칭송할 정도였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로펠러 전투기라는 이명이 실로 어울리는 유려한 디자인덕에 각종 선전물에 동원되는 등, 왕립 공군의 홍보대사 노릇도 톡톡히 했다.

닷지 차저/챌린저 SRT 헬캣 - F6F 헬캣

이번에 소개할 3개차종 중에서 가장 늦깎이인 챌린저 SRT 헬캣은 포드 머스탱과 P-51머스탱과는 달리, 정식으로 이름을 빌려 온 경우에 해당한다. 공식 보도자료에도 그루먼 사의 F6F 헬캣 전투기에서 따왔다고 공언하고있으며, 아예 태평양 전쟁 당시의 해군식 도장 색상을 내놓기도 하는 등, 전투기 마케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닷지 챌린저 SRT 헬캣은 기존 6.4리터 392HEMI V8엔진에 비해 0.2리터가 작은 6.2리터배기량의 HEMI V8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나 SRT는 이 엔진에 수퍼차저를 달아, 707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내는괴물로 만들었다. 이는 8.4리터 V10 엔진을 사용했던 SRT 바이퍼보다도 높은 수치다. 최대 토크는 89kg.m에 달하며,이 모든 힘은 토크플라이트 자동 8단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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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지의 차저 및 챌린저 헬캣의 어원이 된 전투기는그루먼에서 개발하여 태평양 전선에서 활약한 F6F 헬캣(Hellcat)이다. 헬캣은 구 일본 해군의 0식함상전투기(零式艦上戦闘機, 이하제로센)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군 전투기들을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특히, 필리핀해 해전 중에 벌어진 ‘마리아나의 칠면조 사냥’으로 일본해군의 항공전력을 완전히 소멸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본래헬캣은 영어로 ‘엄청난 말괄량이’나 ‘히스테릭한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이었으나, 일본군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올라 온 악마같은 고양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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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6F 헬캣은 위에서 등장한 P-51 머스탱에 비하면 그다지세련되거나 특별히 우수한 기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선대인 F4F 와일드캣과마찬가지로 통통한 모양새를 한 투박한 디자인과 더불어 공기역학적 특성도 좋지 않아 2,000마력 엔진을사용한 당대 미군 전투기들 중 속도가 가장 느리고 둔중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생산성, 신뢰성, 내구성, 그리고생존성 등,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전투기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열한 성능과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에 의존했던 일본군을 상대하기에는 헬캣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일본군의 주특기인 저속 선회전에서는 신형기인 F4U 콜세어나 P-38 라이트닝보다도 우수하여 제로센의 천적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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