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컨트리맨 S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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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트리맨 SD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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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은 미니 중 가장 미니답지 않은 차다. 빵빵하게 부풀린 몸집 때문에 미니 고유의 특성인 ‘자극’이 희석됐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우리가 그간 미니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에서 비롯된다. 소형 크로스오버 또는 SUV라는 틀 안에 넣어보면 미니의 색깔을 확연하게 띤다. 이처럼 미니답되 미니답지 않은 양면성이 컨트리맨의 가장 큰 매력이다. 

 

 


 

 

미니 브랜드의 핵심 모델은 해치백 미니다. 브랜드 역사를 주도해 온 차라서다. 또한 미니 대부분의 모델이 이 차를 밑바탕 삼는다. 클럽맨, 컨버터블, 쿠페, 로드스터 등이 해치백 미니에서 파생됐다. 따라서 미니 브랜드의 성격은 해치백 미니의 성격에 좌우되어 왔다. 브랜드의 성공여부도 이 차에게 달려 있었다.

 

이런 해치백 미니의 매력은 두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발랄한 안팎 디자인과 화끈한 운전재미다. 둘의 궁합이 훌륭했던 까닭에 미니는 성공궤도에 안착 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대부분 장점과 맞바꾼 가치였다. 가령, 실내 공간이 비좁았다.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아담한 차체 때문이었다. 특히 뒷좌석과 트렁크는 ‘비상용’에 가까웠다.

 

단단히 여민 하체 때문에 운전 감각도 터프했다. 디자인에 혹해서 샀다가 거친 승차감에 놀라서 되파는 사람이 꽤 많았다. 사실 운전재미에 관심 없는 이들에겐 단지 ‘피곤한 차’에 불과했다. ‘불편’과 ‘스포티’의 경계는 가치기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는 보편타당한 취향의 차를 필요로 했다. 또한 미니의 수요층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었다. 아울러 미니를 찾는 연령층도 갈수록 확대됐다.

 

 


 

 

미니는 신차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컨트리맨이 태어났다. 미니의 바람은 넓은 실내 공간과 나긋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이를 위해선 풍성한 몸집이 필수였다. 그래서 미니는 컨트리맨을 만들며 뼈대부터 새로 빚었다. 해치백 미니에 비해 길이 381㎜, 너비 106㎜, 높이 154㎜를 늘렸다. 이정도면 거의 두 체급 차이다. 수치상으론 현대 엑센트와 싼타페의 차이를 웃돈다. 동시에 뒷문을 달아 편의성도 높였다.

 

존재감도 물론 높아졌다. 이제 어디든 당당하게 타고 갈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미니의 고유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늘어난 크기에 맞게 비율만 확대했을 뿐이다. 차체 각 모서리로 밀어낸 네 바퀴와 반듯하게 곧추 세운 필러, 판판한 지붕 등으로 미니다운 다부진 자세를 연출했다. 때문에 SUV보단 소형 크로스오버의 느낌이 짙다. 얼핏 빵빵하게 부풀린 해치백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내 디자인도 다른 미니와 판박이다. 스티어링 컬럼 위에는 엔진 회전계를,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커다란 속도계를 붙여 완성했다. 각종 스위치와 공조장치, 오디오 조작부 등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센터페시아도 그대로다. 눈에 크게 띄는 차이점은 송풍구의 위치와 형상이 조금 다른 대시보드 정도가 전부다.

 

그런데 앉았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껑충한 차체와 높직한 시트 덕분에 운전 시야가 넓어졌다. 물론, 타고 내리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가장 큰 차이는 널찍한 공간에서 비롯된 여유로운 분위기. 앞뒤 좌석을 막론하고 머리 위 공간과 무릎 공간, 좌우 팔 공간 등 모두가 넉넉하다. 이정도면 ‘패밀리카’로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짐 공간도 크다. 아등바등 공간 한 뼘에 목맸던 해치백 미니와는 딴 판이다. 트렁크의 평소 크기는 350L. 짐 칸 바닥엔 100L의 공간이 숨어있고 40:20:40으로 나뉘어 접히는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을 경우, 1170L로 늘어난다. 이런 ‘여유’는 컨트리맨의 존재당위성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컨트리맨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넉넉한 느낌은 운전감각에도 녹아있다. 시승차는 컨트리맨 SD. 최고 143마력, 31.1㎏․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는다. 가속감각은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는 다른 미니보다 한결 느긋하다. 불어난 몸집과 무게 때문이다. 몸놀림도 마찬가지다. 한결 묵직하고 부드럽다. 단단하게 여민 하체에서 오는 뾰족한 반응을 찾아 볼 수 없다. 승차감도 매끄럽다.

 

그러나 특유의 탄력은 여전하다. 날 끝이 뭉툭해지긴 했지만 일단 가속에 살을 붙이기 시작하면 경쾌하게 내달린다. 또한 네 바퀴 안쪽에 낮게 깔린 무게 중심도 여전하다. 때문에 소형 크로스오버 또는 SUV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상당히 자극적인 차로 돌변한다. 비슷한 장르의 동급 경쟁자와 비교하면 확실히 빠릿빠릿하다.

 

 


한계는 낮지만 운전재미도 제법이다. 속도와 스릴의 크기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머리가 무거운 까닭에 종종 언더스티어를 내지만 전부 예측 가능한 선에서 이뤄진다. 익숙해지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조작과 반응 사이의 간격도 제법 빠듯하다. 운전대를 휙휙 꺾어보면 미니가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세계랠리선수권)의 대표선수로 컨트리맨을 내세웠던 이유가 납득이 된다.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지우기. 진화의 모범답안이다. 미니 역시 이 과정을 그대로 따랐다. 해치백 미니에서 비롯된 미니의 매력을 컨트리맨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간 해치백 미니의 발목을 잡아 온 낮은 실용성과 거친 운전감각은 착실하게 지웠다. 컨트리맨은 미니답지 않은 차가 아니었다. 특성이 조금 다른 미니였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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