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폴로 1.6 TDI R-라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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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폴로 1.6 TDI R-라인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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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는 짐작을 뛰어넘는 차다. 무엇보다 기본기가 확실하다. 탄탄한 운전 감각, 널찍한 실내 공간 등을 뽐낸다. 우리가 소형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특징은 적다. 수치상의 높은 성능이나 화려한 편의장비 등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긴, 폭스바겐의 간판모델인 골프도 기본기에 충실하긴 마찬가지다. 

 

 


 

 

“신형 골프에요?” 길 가던 한 청년이 내게 물었다. 골프가 아닌 폴로라는 대답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마디를 더했다. “폴로요? 골프와 진짜 닮았네요.” 그럴 만도 하지. 꽁무니가 싹둑 잘린 모양새가 영락없는 골프니깐. 하지만 폴로는 골프보다 한 체급 작은 소형 해치백이다. 골프의 축소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국내에 수입된 지 얼마 안 된 까닭에 아직까진 생소하지만, 폴로는 데뷔한지 38년이 넘은 모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1,600만 대 이상 팔리며 골프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골프와 함께 해치백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델인 셈이다. 그간 4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2009년 지금의 5세대에 이르렀다. 골프가 그랬듯, 폴로 역시 몸집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청년은 “신형 골프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연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가 폴로를 신형 골프로 착각한 이유는 또 있다. 스타일링이 신형 골프와 비슷해서다. 특히 앞모습의 분위기가 그렇다. 모서리를 뾰족하게 다듬은 헤드램프, 보닛과 범퍼 구석구석에 너울진 반듯한 선 등이 신형 골프처럼 다부진 느낌을 낸다.

 

날렵한 이미지도 신형 골프 못지않다. 국내에 판매되는 폴로는 스포츠 범퍼, 16인치 휠 등으로 무장한 R-라인이라서다. 하지만 옆모습을 보면 둘의 차이가 피부에 와 닿는다. 길이가 285㎜ 짧은 까닭에 한결 아담하다. 전체적인 ‘자세’를 결정짓는 길이와 너비, 앞뒤 차축간의 거리는 1992년의 3세대 골프와 비슷한데, 높이가 약간 높아서 다소 껑충한 모양새다.  

 

 


 

 

뒷모습도 3세대 또는 4세대 골프와 비슷하다. 빵빵한 엉덩이에 정사각형에 가까운 테일램프를 더해 탄력 넘치는 뒤태를 완성했다. 그 시절 골프의 향수를 자극하는 매력을 뽐낸다. 스포일러와 검정 패널을 두른 범퍼, 고개를 삐쭉 내민 머플러 팁 등으로 이뤄진 R-라인 패키지 덕분에 긴장감도 상당하다.

 

“트렁크 좀 열어봐도 될까요?” 차체 구석구석을 살피던 청년이 말했다. 못할 것도 없지. 기꺼이 열어주었다. 그랬더니 “이거 의자도 접히나요? 어떻게 접어요?” 솔직히 조금 귀찮았다. 무더운 날씨에 촬영하느라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하늘은 비를 왕창 쏟아낼 눈치였다. 그런데 청년은 ‘어서 접어봐라’라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보여주지’라는 심산으로 뒷좌석 방석을 앞으로 젖히고 등받이를 접었다. 등받이만도 접히지만 짐 공간을 가장 크게 쓰려면 방석부터 젖히는 게 순서다. 청년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우와, 우와! 이거 앞바퀴를 뺀 자전거 두 대는 들어가겠는데요? 사실 제가 자전거 선수거든요, 자전거를 싣기 위해 골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폴로도 살펴봐야겠어요.”

 

청년의 이런 반응이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폴로의 짐 공간은 외모만 보고 짐작한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두 명이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떠나기에도 충분하다. 뒷좌석 공간 크기도 예상을 웃돈다. 특히 앞좌석 등받이를 철심이 만져질 정도로 얇게 다져서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빠듯하게 활용하면, 패밀리카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다.

 

 


 

 

반면, 화려한 편의 장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흔한 풀 오토 에어컨이나 시트 난방 기능, 선루프 등이 없다. 심지어 헤드램프 자동 점등 기능도 없다. 기본형 오디오에는 블루투스 기능도 없는데, 121만 원짜리 옵션인 7인치 터치 모니터와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달면 해결되긴 한다. 

 

그런데 운전대는 높이와 깊이가 함께 조절되는 ‘텔레스코픽’ 기능을, 파워윈도우는 네 짝 모두 ‘원터치’ 기능을 갖춘다. 동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비다. 역시 기본에 충실한 폭스바겐답다. 실내 구성 역시 딱 폭스바겐이다. 6세대 골프처럼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간결하게 정리한 센터페시아를 붙였다. 대시보드 위쪽에는 말랑말랑한 우레탄 재질을, 실내 구석구석에는 금속성 패널을 덧댔다. 조립완성도 역시 흠잡을 곳 없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국내에 폴로 1.6 TDI R-라인 모델만 수입한다. 이름 그대로 직렬 4기통 1.6L 디젤 터보 엔진(TDI)에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를 맞물려 얹는 모델이다. 6세대 골프 1.6 TDI와 같은 파워트레인인데 15마력, 2㎏․m 적은 90마력, 23.5㎏․m의 힘을 낸다. 가속 성능 역시 조금 떨어진다. 0→ 시속 100㎞까지의 가속을 골프보다 0.3초 느린 11.5초 만에 마친다.

90마력, ‘제로백’ 11.5초. 별 볼일 없는 수치다. 그런데 체감 성능은 이를 훌쩍 웃돈다. 엔진 힘이 자주 쓰는 영역인 2000~ 4000rpm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따라서 적당히 회전수를 띄우고 가속에 살을 붙여 나갈 땐 웬만한 2.0L 엔진의 세단보다 경쾌하게 내달린다. 제원표에 표기된 각종 수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될 정도다.

가속 감각은 한층 더 극적이다. 차체가 작은 만큼, 응어리진 무게 중심이 훅훅 떠밀리는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팍팍 밟으면서 치고 나갈 땐, 소형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고속안정성도 상당히 높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한참 넘긴 속도에서도 불안한 느낌이 없다. 이정도면 도로의 흐름을 헤집고 다니기엔 충분하겠다. 

 

 


 

 

물론 이런 느낌엔 두 개의 클러치로 변속을 쏜살같이 해치우는 DSG도 한 몫 한다. 변속레버로 기어를 내리면 엔진 회전수 보정까지 깔끔하게 끝마친다. 주행 모드는 D와 S를 갖춘다. D는 기어를 최대한 빨리 올려 물어 효율을 높이고 S는 기어를 최대한 유지하며 엔진을 화끈하게 달군다. 하지만 정지 상태를 드나들 때 클러치를 붙이고 떼는 느낌은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연비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다. 폴로의 공인 연비는 18.3㎞/L. 편하게 타도 15㎞/L 이상이 나오고 도로의 흐름을 적당히 따라가면 20㎞/L를 쉽게 넘긴다. 실제 연비와 공인 연비가 이렇게 비슷한 차는 흔치 않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조금 더 애를 썼으면 더 높은 공인 연비를 얻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폭스바겐이 그렇듯, 폴로의 진가는 몸놀림에 담겨있다. 단단한 섀시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운전대, 부드러운 하체의 궁합이 절묘하다. 스티어링 휠을 ‘탁’하고 꺾으면 섀시가 타이어를 짓누르며 앞머리를 근사하게 비튼다. 거동이 어찌나 솔직한지, 무게 중심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느낌이다.

승차감과 운전자에게 노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도 매끈하다. 사실 서스펜션의 구조나 코너에서의 한계 속도 등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탈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폴로는 기본에 충실한 차다. ‘초보 운전자’부터 혈기 왕성한 ‘베테랑 운전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움직임의 완성도가 높다.

 

 


 

 

폴로의 국내 데뷔를 두고 한동안 말이 참 많았다. 대부분이 가격대비 가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폴로 1.6 TDI R-라인의 가격은 2,490만 원. 국산 중형차의 가격과 비슷한데 눈에 띄는 특징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물론 폭스바겐이 기본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브랜드이기는 하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안다. 폭스바겐이 왜 고집을 부리는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폭스바겐 매장을 찾는다. 폴로는 지난 4월 말 데뷔해 두 달 연속 ‘베스트셀링 카 TOP10’ 중위권에 올랐고 해치백 미니, 푸조 208 등 경쟁 모델의 가격인하를 이끌어냈다.  

 

글, 사진 |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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