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GTI 프랑스 니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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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 GTI 프랑스 니스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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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로 진화한 골프 GTI를 프랑스 니스에서 시승했다. 플랫폼과 엔진, 변속기, 그린하우스 등 핵심 부품은 물려받되 디자인을 한결 공격적으로 다듬고 첨단 섀시 기술을 녹여 넣은 것이 특징. 동력성능은 DSG 기준, ‘제로백’ 6.9초, 최고속도 시속 238km로 이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자식 가로축 잠금시스템을 갖춰 언더스티어를 확연히 줄였고, DCC를 달아 승차감이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이번 골프 GTI는 완성도와 실용성, 운전재미, 효율이 두루 개선됐다. 33년 동안 쌓아온 신화를 이어 쓸 자격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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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는 진초록빛 잎사귀를 늘어뜨렸다. 바다는 진청빛으로 출렁거렸다. 놀러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른한 4월의 프랑스의 니스 국제공항.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은 우릴 전혀 다른 느낌의 세상에 내려놓았다. 싸늘한 회색빛 기운 감돌던 독일 뮌헨과 달리, 니스는 화사하고 따스했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눈이 부셔 선글라스부터 찾아야했다.

니스 공항의 주차장엔 폭스바겐의 임시본부가 차려져 있었다. 대형 트레일러를 개조해 프레스 킷과 열쇠를 나눠주고 간단한 음료도 마실 수 있는 응접실로 꾸몄다. 기다란 트레일러 앞엔, 새빨갛고 새하얀 두 가지 컬러의 6세대 골프 GTI를 줄지어 세워 놨다. 희끗 불긋한 GTI의 무리엔 2도어와 5도어, 수동 6단 기어와 DSG를 단 모델이 두루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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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I만을 위해 차별화한 디자인

신형 골프 GTI는 프레스 사진에서보다 한결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이번 GTI의 디자인은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책임자인 발터 드 실바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책임자 클라우스 비숍, 그리고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책임자 마크 리히테의 지휘 하에 완성됐다. 이들은 “6세대 GTI의 디자인은 1세대 GTI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GTI는 1세대 때부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수평선상에서 어우러졌다. 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위해 그릴의 테두리엔 빨간 선을 둘렀다. 그 밖의 디자인은 일반 골프와 공유한다. 그 전통에 변화가 스민 건 지난 5세대 때부터. 5년 전 리히테가 이끌었던 디자인팀은 반짝이는 고광택 그릴을 씌웠다. GTI는 100m 밖에서도 일반 골프와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번 골프 GTI 또한 일반 골프와 단박에 구분되는 모습으로 거듭났다. 어느덧 스타일 아이콘으로 거듭난 1세대와 5세대 GTI의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완성했다. 고성능을 암시하는 벌집무늬 그릴과 보닛에서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V자 모양의 주름은 5세대에서 가져왔다. 안정적인 느낌의 평평한 범퍼 라인은 1세대 GTI에서 고스란히 대물림했다.

그릴은 뒤집어진 사다리꼴이던 5세대와 달리 반듯하고 길쭉한 모양으로 바뀌었다. 위아래의 경계엔 어김없이 빨간색 줄을 덧댔다. 그릴 한 가운데엔 폭스바겐 엠블럼을 박았다. 그리고 그 왼쪽에 GTI 로고를 붙였다. 참고로 1~3세대는 폭스바겐 엠블럼의 오른쪽에 달려 있었다. 범퍼는 흡기구를 키웠다. 냉각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강인한 인상을 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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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TI는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가 통합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바이제논 헤드램프를 갖췄다. 스티어링 휠을 꺾는 정도에 따라 바깥쪽으로 최대 13°, 안쪽으로 최대 7°까지 빛을 비추는 방향을 비튼다. 헤드램프 하우징 안쪽의 디자인은 크루즈 미사일이라도 쏠 것처럼 공격적이다. 귀여웠던 5세대와 달리 남성미 물씬해진 GTI의 얼굴과 잘 어울린다. 

신형 GTI의 길이×너비×높이는 4.21×1.78×1.47m. 5세대보다 너비와 높이만 살짝 늘었다. 옆모습은 5세대와 판박이. 시승회에서 만난, GTI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프랭크 브르제는 “루프와 그린하우스가 이전과 같다”고 설명했다. GTI의 옆모습은 앞뒤 범퍼 디자인과 도어 아랫부분의 실이 일반 골프와 다르다. 휠은 17인치 ‘덴버’를 기본으로, 18인치 ‘디트로이트’를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이날 시승차는 죄다 ‘디트로이트’를 신겼다. 

뒷모습은 더없이 GTI답다. 범퍼는 새롭게 빚어냈다. 범퍼 아랫부분엔 디퓨저를 심어 고속에서 차 뒷부분을 꾹 눌러준다. 크롬 머플러는 디퓨저 양쪽에 자연스레 녹여 넣었다. 프랭크는 “네모난 머플러는 원가가 너무 치솟아 쓸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지붕의 끝자락과 이어진 스포일러 또한 새롭다. 일반 골프보다 사이즈가 커서 뒷유리 윗부분을 살짝 덮었다.


검증된 파워트레인 손질해 얹어 

이번 골프 GTI의 심장은 직렬 4기통 2.0ℓ TSI. 5세대의 2.0ℓ TFSI에 뿌리를 뒀다. 2006년 골프 GTI 30주년 기념모델과 2007년 골프 피렐리 GTI 스페셜 에디션에서 230마력으로까지 선보였던, 코드네임 EA888 엔진의 두 번째 버전이다. 터보차저든 수퍼차저든, 직분사 과급기 엔진을 TSI로 묶는 폭스바겐의 새 전략에 따라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물론 피스톤과 피스톤 링, 오일과 진공 및 연료펌프, 공기흐름 센서 등을 전반적으로 손봤다. 최고출력은 210마력. 10마력 올라갔다. 최대토크는 28.6kg·m로 이전과 같다. 최대토크를 뿜는 영역이 넉넉한 터보 엔진의 특성까지도 판박이다. 이전의 심장을 손질한 셈인데, 아쉬워할 것만은 아니다. 더 이상 짜낼 게 없을 만큼 알뜰살뜰한 엔진이란 뜻일 테니까.

엔진의 압축비는 9.6:1. 드로틀을 쥐어짜면 5천300~6천200rpm의 레드존까지 단숨에 치고 오른다. 연비는 개선됐다. 유럽연합 기준, 5세대 GTI의 평균연비는 12.5km/ℓ. 이번엔 수동 6단 기준, 13.7km/ℓ에 달한다. 따라서 6세대 GTI는 이론적으로 가득 주유한 상태에서 최대 75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0g/km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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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골프 GTI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9초 만에 가속한다. 5세대 때와 같다. 출발해서 27.3초면 1km 떨어진 지점을 지나친다. 엔진의 탄력성 또한 뛰어나서 5단 기어로 시속 80~120km 가속을 7.5초 만에 끊는다. 최고속도인 시속 240km까지 파워와 공기저항이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최고속도에서의 엔진회전수는 5천900rpm.

변속기는 이전처럼 수동 6단을 기본으로 DSG 6단이 옵션. DSG는 수동과 가속성능은 똑같고, 연비가 0.2km/ℓ, 최고속도가 시속 2km 뒤쳐질 뿐이다. 그러나 수치만으로 DSG의 장점이 설명되진 않는다. 이번 DSG는 기어를 내리면 자동으로 엔진회전수를 띄우는, ‘더블-디클러치’ 기능을 품어 운전재미가 더욱 늘었다.

수동변속기 모델은 힐앤토를 하기 좋게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의 간격을 보다 좁혔다. 폭스바겐은 6세대 GTI 오너의 30%가 DSG를 고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이번 GTI는 배기음을 더욱 신경 써서 다듬었다. 굵직한 음색을 내지만 오랜 시간 달릴 때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제 정말 그런지 확인해볼 순서다.


스포티하고 감각적인 실내 

로드맵에 예고된 우리의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영화제로 유명한 깐느를 거쳐 생 트로페즈로 향할 예정이다. 그곳에 자리한 리조트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프레젠테이션이 열린다. 6세대로 진화한, 아우토반 쿠데타의 주역 GTI는 강렬한 햇살을 온 몸으로 반짝반짝 퉁겨내고 있었다. 새빨간 GTI의 옆구리를 갈랐다. 2도어에 수동 6단 변속기를 물린 모델이었다.

인테리어엔 새로운 것과 익숙한 요소가 뒤엉켰다. 모서리를 둥글린 송풍구, D컷 스티어링 휠, 골프 플러스 비슷한 도어 트림이 신선했다. 그러나 원통 두 개를 박아 넣은 듯한 계기판과 기어봉은 낯익다. 일부 시승차의 시트엔 직물을 씌웠는데, ‘재키’(Jacky)란 이름의 격자무늬 패턴이 멋스러웠다. 가죽보다 개성과 희소성이 뛰어나 탐스러웠다.

시트는 5세대 때와 마찬가지로 양쪽 허리와 허벅지를 단단히 붙들어 준다. 디자인을 바꿨다는데 프레임은 그대로 쓰는 듯하다. 6세대 골프는 이래저래 원가절감을 꾀했다. 물론 도어 안쪽에 몰딩을 추가하고 해치 도어의 경첩을 바꾸는 등 소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개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앞좌석의 머리받침엔 충돌 때 부상을 막기 위한 기술이 스며들었다. 페달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기어레버엔 얇은 알루미늄 패널을 씌웠다. 

스티어링 휠은 림을 울룩불룩 주무르고, 결이 까슬해 미끄럽지 않은 가죽을 씌워 쥐는 맛이 끝내준다. 가죽은 정열적인 빨간색 실로 꿰맸다. 루프라인과 필러엔 검정색 직물을 팽팽하게 당겨 씌웠다. 도어나 계기판 등은 검정바탕에 고광택 금속으로 시각적인 포인트를 줬다. 짐 공간은 이전처럼 350ℓ를 기본으로 뒷좌석을 접으면 1천305ℓ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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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골프 GTI는 폭스바겐 티구안을 통해 먼저 국내에 선보인 파크 어시스트(Park Assist)를 갖췄다. 이 장비는 운전자가 후진 일렬(평행) 주차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센서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감지하면, 운전자는 가감속과 기어만 조작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 건 보다 진화된 2세대 제품.

티구안에 얹은 1세대 시스템은 주차를 위해 앞뒤로 1.4m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번 GTI의 2세대 장비는 1.1m의 여유만 있으면 주차를 뚝딱 해치운다. 또한 정확한 주차를 위해 여러 번의 전·후진 명령도 서슴지 않는다. 1세대 때와 마찬가지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파크 어시스트 시스템은 조용히 꺼진다.


두 가지 성격 넘나드는 섀시

 실내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도어를 열어 후끈한 열기가 사그라지길 기다린 뒤 시동을 걸었다. ‘그릉’, 건조한 시동음이 치솟았다 사라지더니 직분사 엔진 특유의 깔깔거리는 연료분사음이 뒤를 잇는다. 10마력을 높인들 엔진의 숨소리나 회전감각은 5세대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클러치와 기어봉의 움직임은 가볍다. 각 단으로 쑥쑥 빨려 들어간다.

우리 팀이 몰고 나선 석 대의 GTI는 곧장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액셀을 뿌리째 꺾자, GTI 특유의 경쾌하고 저돌적인 가속이 시작됐다. 엔진은 1천700~5천200rpm의 넉넉한 토크밴드를 갖춰 시종일관 흡기를 실린더에 난폭하게 쑤셔 넣었다. 여기에 걸쭉한 배기음까지 흩뿌리니, 마음만은 벌써 레이서. 신형 GTI를 본 니스 운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5세대 GTI와의 차이는 출발한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6세대 GTI는 스포츠 섀시를 갖췄다. 앞은 22mm, 뒤는 15mm까지 낮췄다. 스프링과 댐퍼, 리어 스태빌라이저도 조정했다. 앞 서스펜션은 스트럿 타입. 코일 스프링과 댐퍼, 그리고 로워 암을 엮었다. 뒤쪽은 멀티링크. 브레이크 캘리퍼는 빨갛게 칠해 GTI만의 포인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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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GTI는 CC를 통해 먼저 선보인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DCC)을 갖췄다. 도로와 운전상황에 따라 댐퍼의 설정을 수시로 바꾸는 장비다. 따라서 운전자는 극과 극의 세팅을 단절감 없이 자연스레 넘나들게 된다. 요컨대 급가속 땐 댐퍼가 순식간에 단단해진다. 스포츠 모드에 고정해 두면 파워스티어링 또한 무거워져 보다 섬세한 운전을 이끈다.

딱딱한 GTI야 본연의 모습이니 신기할 게 없다. 관심을 끈 건 컴포트 모드. 스티어링 감각과 승차감 모두 일반 골프처럼 매끄럽다. GTI의 당돌한 성능은 욕심나지만, 가족을 태우긴 너무 딱딱해 망설였던 이에게 좋은 구실이 생긴 셈이다. 어떤 모드든 묵직한 배기음은 한결 같다. 윈도만 닫으면 피곤할 정도까진 아니다. 사운드를 더욱 맛깔스럽게 튜닝하되 방음을 보강해 실내로 스미는 볼륨의 수위를 낮췄다는 폭스바겐의 설명은 과장이 아니었다.

한편, 신형 GTI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CC)을 옵션으로 마련했다. ACC를 켜면, 시속 30~210km의 범위 내에서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미리 설정한 속도를 유지한다. 백미러의 거리조절 시스템이 5개의 레이저빔을 쏘아대며 앞차와의 거리를 가늠한다. 굽잇길에서도 ACC는 변함없이 작동된다. 만약 앞차가 급정거로 완전히 멈춰서는 등 ACC가 처리할 수 없는 한계가 닥치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경고를 띄워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FF의 한계 넘어선 운전재미

고속도로에서 이어진 코스는 환상적인 굽잇길. GTI를 물리적인 핸들링의 한계점으로 몰아붙일 절호의 찬스였다. 역시나, 6세대 GTI는 비로소 진화의 핵심을 드러냈다. 먼저 비교대상인 이전의 골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3년 동안 탔던 5세대 골프는 ‘소형차의 교과서’로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효율적인 패키징과 파워트레인, 탄탄한 승차감과 핸들링은 자동차 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여러 차를 평가할 때 훌륭한 기준점이 됐다.

골프와 포르쉐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대놓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점. 오랜 전통을 뽐내며 많이 팔린 데다 골수팬까지 많아 어쩐지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설령 의문이 생긴들 섣불리 제기하기 망설여진다. 그래서 칭찬 일색이다. 3년 가까이 몰면서 새록새록 눈 뜨게 된 매력도 많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그건 앞바퀴굴림차의 한계였다.

무리만 하지 않으면, 골프는 머릿속으로 그린 궤적을 누구보다 충실히 따른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면, 언더스티어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처럼 어김없이 찾아왔다. 2.0 FSI든 GTI든 마찬가지. 이때의 상실감은 굉장했다. 놀랍게도, 이번 GTI는 그 핸디캡에서 벗어났다. 고갯마루에서 천방지축 날뛰다 속도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코너링의 한계속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굽잇길 운전의 즐거움이 훨씬 늘었다. 6세대 진화의 명분은 디자인보단 섀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GTI엔 폭스바겐 최초로 ‘표준 전자식 가로축 잠금시스템’(XDS)을 얹었다. XDS는 주행안정장치(ESP)에 통합된 전자식 차동제한 시스템(EDS)의 기능을 확장시킨 장비. 코너에서 언더스티어가 날 조짐이 보이면, XDS가 코너 안쪽 앞바퀴에 ‘알아서’ 제동을 건다. 그러면 앞머리가 자연스레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언더스티어가 상쇄된다.

XDS와 더불어 GTI는 보다 정교하고 중립적인 궤적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XDS는 구동력을 몰아주는 플러스 개념이 아닌, 제동을 거는 마이너스 개념. 그래서 FR의 느낌까진 기대할 수 없다. 대신 AWD의 안정적인 감각에 바짝 다가섰다. 단점도 있다.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뿐 아니라 한계가 워낙 멀게 느껴지다 보니 간이 퉁퉁 붓는다. 운전이 본의 아니게 과격해진다. XDS의 한계마저 넘어서면, 점진적 언더스티어가 아닌 네 바퀴가 동시에 흐르는 악몽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땐 ESP가 즉각 평정에 나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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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TI는 패키징과 성능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운전재미와 효율이 두루 개선됐다. 회사가 휘청거릴 만큼 많은 돈을 썼던 4세대, 5세대 골프와 달리 6세대는 파워트레인을 유지해 원가절감을 꾀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신 참신하고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포장하고 DCC와 XDS 등 첨단 섀시 기술을 녹여 넣어 가뜩이나 기본기 탄탄한 운전재미에 날개를 달았다. 그 결과 5세대 GTI 오너는 물론 보다 다양한 수요층을 유혹할 수 있게 됐다. 운전의 즐거움 하나만 놓고 봐도, 이번 GTI를 고를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6세대 GTI는 33년 동안 쌓아온 ‘포켓로켓’의 신화를 이어 쓸 자격이 충분했다. 오는 10월이면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GTI Phenomenon

‘GTI 현상’이란 범상치 않은 골프 GTI와 관련된 유럽에서의 흥미로운 통계를 뜻한다. 골프 GTI의 고객 가운데 80% 이상이 남자다. 또한, 이들 남성 오너 10명 가운데 6명이 결혼한 유부남이다. 아울러 70% 이상의 고객이 GTI 이외에 다른 차를 소유하고 있다. GTI 오너는 자녀가 없고 나이가 50세 이하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평균연령은 39세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 검정, 흰색, 그리고 빨강이었다. 그건 GTI를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하다. 골프 GTI 오너의 78%가 예전부터 한 번은 꼭 타보고 싶었던 차였다고 대답했다. 값과 상관없이 드림카를 꼽아보라는 질문엔, 골프 GTI를 1순위로 꼽는 이가 30%를 넘었다. 참고로 그 뒤를 이어 2위는 포르쉐 911, 3위는 아우디 R8이 차지했다. 골프 GTI 운전자에게 왜 구입했는지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첫 번째로 디자인을 꼽는다. 두 번째로는 스포츠 섀시와 민첩한 엔진이 어울려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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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I History

‘옐로 & 블랙 레이서’. 1973년 폭스바겐이 선보인, 비틀 스포티 버전의 애칭(愛稱)이었다. 0.5인치 더 넓은 타이어와 머리받침까지 달린 스포츠 시트,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을 갖췄다. 엔진은 수평대향 4기통 1.6ℓ 50마력 공랭식. 기본형 비틀과 같았다. 그럼에도 스포티 비틀은 독일 의회를 술렁이게 할 만큼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삽시간에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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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년에 걸쳐 진행될 폭스바겐의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1973년 3월 18일, 폭스바겐의 테스트 엔지니어 알폰스 로웬버그는 연구개발팀의 몇몇 동료에게 비밀문서를 돌렸다. 내용은 이랬다. “폭스바겐만의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한 번 만들어봅시다.” 주인공은 프로젝트명 EA337의 앞바퀴굴림 고성능차. 골프의 스포티 버전이었다.


반대 무릅쓴 EA337 프로젝트

비밀문서를 본 사람들은 처음엔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직 섀시 전문가인 허버트 혼리치와 개발팀장 허만 하브리첼만이 로웬버그의 이 아이디어에 흥미를 보였다. 로웬버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과 신념을 같이 할 동료를 계속해서 찾았다. 결국 마케팅 담당 호스터-디터 슈위트린스키와 당시 폭스바겐의 PR 책임자 안톤 콘라드도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안톤 콘라드. 그에겐 고민이 많았다. 일단은 계획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싹틔워보기도 전에 사내의 반대파에게 휘둘리길 원치 않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숙제. 폭스바겐은 이듬해 선보일 예정인 골프와 시로코 때문에 이미 많은 비용을 쓴 터였다.

콘라드는 스포츠 골프 계획의 비밀 멤버를 그의 집으로 불러 모임을 갖곤 했다. 철통같은 보안을 위해서였다. 맥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들은 EA337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처음엔 주저주저했던 하브리첼과 로웬버그와 혼리치는, 어느덧 이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더 적극적인 열성분자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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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팀은 시로코 프로토타입의 서스펜션을 극적으로 낮췄다. 시로코용 직렬 4기통 1.5ℓ 엔진은 출력을 85마력에서 100마력으로 키웠다. 카뷰레터와 머플러에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프로젝트팀이 정녕 원했던 모델은 아니었다. 스포츠 골프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갖춰야할 뿐, 그 이상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로웬버그와 혼리치는 좀 더 이상적인 버전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물은 괴물 같은 스포츠카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빨랐다. 하비첼은 개발팀장인 에른스트 피알라 교수를 찾았다. 그리고 스포츠 골프에 대해 귀띔하고 그의 의견을 물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모두 미친 것 아녜요?”피알라 교수는 실현 가능성을 단칼에 일축했다. 

그러나 하비첼과 팀은 이에 동요하지 않았다. 시로코에 바탕을 둔 스포츠 골프의 프로토타입은 테스트를 거듭했다. 비공식적인 개발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로웬버그는 엔진을 손봤다. 그동안 혼리치는 섀시를 다시 짰다. 205/60 HR 13 타이어를 신기기 위해서였다. 1974년엔 포르쉐 911조차 185/70 사이즈의 타이어를 끼우던 시절이었다. 


탄생 33돌 만에 6세대로 진화    

1975년 봄, 하비첼과 그 동료들은 에라레센의 폭스바겐 테스트센터에서,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경영진 앞에 선보였다. ‘위장 섀시 프로토타입’이란 가명의 스포츠 골프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다들 스포츠 골프의 매력에 반하고 말았다. 피알라 교수조차도. 같은 해 5월말, 개발팀은 골프의 스포티 버전을 개발하라는 공식 업무지시를 받게 된다.

세일즈팀 역시 스포티 골프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아울러 폭스바겐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모델이 필요했다. 프로젝트는 모든 측면에서 회사의 지원을 받게 됐다. 더욱 활기를 띄게 됐다. 괴물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과격한 모델부터 편안하고 무난한 모델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성격과 구성의 프로토타입 6대가 완성됐다. 

1세대 골프 스포티 버전의 디자인 총책임자는 허버트 셰이퍼. 그는 스포츠 골프가 라이벌과 차별화될 수 있는 모든 세부항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빨간 스트라이프, 대형 프론트 스포일러, 아치형으로 뻗은 플라스틱 휠, 뒷창의 검정 프레임, 블랙 루프 라이너, 골프 공 모양의 기어 손잡이, 체크무늬 시트 등이 고유 요소로 고안됐다.

새로운 개발 책임자는 허버트 슈스터. 그는 섀시 개발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비용절감을 위해 휠의 넓이를 6인치에서 5.5인치로, 타이어는 205/60 HR 13에서 175/70 HR 13으로 줄였다. 그는 앞뒤축에 스태빌라이저를 달았다. 또한 편안하면서 스포티한 스프링과 댐퍼를 개발했다. 또한, 아우디와 손잡고, 직렬 4기통 1.6ℓ 110마력 엔진을 완성했다.

1975년 9월 11일, 제46회 프랑크루프트 모터쇼의 폭스바겐 스탠드에서, 빨간색 GTI 프로토타입이 첫선을 보였다. 이름은 골프 GTI(Gran Turismo Injection). 모터쇼장의 소개 문구에 쓰인, ‘지금까지 나온 차 가운데 가장 빠른 폭스바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골프 GTI는 0→시속 100km 가속을 9초에 끊었고, 시속 182km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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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1976년 중반, 마침내 양산형 골프 GTI가 출시됐다. 당시 판매 값은 1만3천850마르크. 독일 내의 라이벌보다 5천 마르크 정도 비쌌다. 그러나 판매 첫해, 계획했던 대수의 10배가 팔렸다. 경주차 자격을 거머쥐기 위해 5천 대 한정생산으로 기획된 GTI는 결국 추가생산하기로 결정됐다. 골프 GTI의 역사가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골프 GTI는 자신보다 크고 비싼 차를 스스럼없이 추월하면서, 아우토반의 1차선을 당당히 꿰어 찼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는 “GTI를 몰고 알프스의 굽잇길을 오르는 건 가장 신나는 경험”이라고 소개했다. 골프 GTI는 5세대까지 진화하면서 누적판매 170만 대를 넘어섰다. 세상의 그 어떤 컴팩트 스포츠카도 이런 성공에 근접하지 못했다. 이제 그 신화가 6세대로 이어질 참이다. 내가 프랑스 니스를 찾은 건 그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골프 GTI의 주요 연혁


1976년 1세대 골프 GTI 데뷔 직렬 4기통 1.6ℓ 110마력
1976년 페이스리프트
1982년 1세대 GTI 성능 향상 직렬 4기통 1.8ℓ 112마력
1983년 피렐리(Pirelli) GTI 출시 스페셜 휠을 끼운 GTI의 스페셜 버전
1984년 2세대 골프 GTI 데뷔 직렬 4기통 1.8ℓ 112마력
1984년 촉매 컨버터 도입 112에서 107마력으로 변경
1985년 페이스리프트 더블 헤드램프와 배기 파이프 장착
1986년 골프 GTI 16V 출시 직렬 4기통 1.8ℓ 139마력과 촉매 컨버터 달린 129마력 엔진
1990년 골프 GTI G60 출시 직렬 4기통 1.8ℓ 160마력
1991년 3세대 골프 GTI 데뷔 직렬 4기통 2.0ℓ 115마력 엔진
1992년 골프 GTI 16V 출시 직렬 4기통 2.0ℓ 150마력 엔진 
1996년 골프 GTI 20주년 기념모델 출시 직렬 4기통 2.0ℓ 115마력, 150마력 엔진, 그리고 최초로 1.9 TDI 110마력 엔진 출시
1998년 4세대 골프 GTI 출시
150마력의 1.8T/150마력의 2.3 V5, 90마력의 1.9 TDI 엔진, 170마력의 2.3 V5, 115마력과 130마력 1.9 TDI 엔진
2000년 가장 강력한 골프 GTI TDI 출시 1.9 TDI 150마력
2001년 골프 GTI 25주년 기념모델 출시 1.8T 180마력
2004년 5세대 골프 GTI 데뷔 6단 DSG 옵션인 230마력 2.0 TSI 엔진
2006년 골프 GTI 30주년 기념모델 2.0 TSI 230마력
2007년 골프 피렐리 GTI 스페셜 에디션 출시 2.0 TSI 230마력
2008년 6세대 골프 GTI 최초 공개-파리모터쇼의 컨셉트카
2009년 6세대 골프 GTI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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