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하고 젠틀한 패밀리 세단 - 포드 올-뉴 퓨전 2.0 티타늄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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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섬하고 젠틀한 패밀리 세단 - 포드 올-뉴 퓨전 2.0 티타늄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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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은 포드의 중형 패밀리 세단이다. 2005년 퓨전은 당시 소비자로부터 관심을 잃어가던  ‘토러스’의 후속 모델로 미국시장에 헤성처럼 등장했다. 토러스의 악평을 어느 정도 떨쳐내는 덴 성공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평가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서는 2009년에 페이스리프트된 모델이 2011년부터 론칭해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 시장은 토종 준대형차들부터 시작해서 디젤엔진을 얹어 연비와 효율성을 기치로 내건 유럽의 프리미엄급 세단들과 함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도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새로워진 퓨전은 지난 모델의 단점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 그 무대에 등장했다. 유러피언 스타일로 일신된 외모, 시대에 영합하는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 더욱 커진 사이즈 등,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과감히 적용했다. 



▲단종된 미국 포드의 퓨전. 현재는 몬데오와 함께 올-뉴 퓨전으로 통합되었다.



▲단종된 유럽 포드의 몬데오. 퓨전과 함께 ´올-뉴 퓨전´으로 통합되었다.


퓨전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그건 바로 유럽 포드의 ‘몬데오’이다. 몬데오는 1993년, 유럽 포드에서 ‘시에라’의 후속 모델로 만들어진 중형 세단이다. 유럽의 세단 시장에서 푸조의 407 시리즈, 폭스바겐의 파사트 등과 경쟁한다. 반면 퓨전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다.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현대 쏘나타 등과 경쟁했다. ´원-포드´ 전략에 의해 하나가 된 몬데오와 퓨전은 하나의 자동차에 두 가지 이름으로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포드의 중형 세단, 올-뉴 퓨전의 시승기를 시작하겠다. 


Exterior


올-뉴 퓨전의 외모는 스타일리쉬하다. 엠블럼을 가려 놓고 보면 이 차가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세련되고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이전 퓨전과의 연관성은 1%도 찾아볼 수 없다. 4세대 몬데오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있지만 포드의 키네틱 디자인 언어를 기반으로 일신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면부의 디자인에서는 애스턴 마틴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6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이런 인상을 만들어 낸다. 포드가 애스턴 마틴의 모회사였던 전적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헤드램프의 형상부터 시작해서 범퍼에 이르기까지 애스턴의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다. 애스턴은 미려하고 여성적인 라인을 중시하지만, 퓨전의 스타일은 좀 더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스타일을 하고 있다.




측면부에서부터 슬슬 4세대 몬데오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4세대 몬데오도 키네틱 디자인 언어에 기반하여 디자인되었던 만큼, 그것을 이어받은 역동적이고 유려한 실루엣은 여전히 남아있다. 촘촘한 스포크 타입으로 디자인된 18인치 휠은 퓨전의 수려한 외모와 잘 어울린다. 타이어는 235/45/R18 규격을 사용한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역시 이 차는 몬데오의 후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트렁크 리드 왼편에 붙어있는 ‘퓨전’이라는 이름표를 몬데오로 고쳐 달고 싶을 정도다. 테일램프의 형상부터 루프라인까지 몬데오와의 강렬한 연관성이 느껴진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리어스포일러와 매립형으로 디자인된 테일 파이프,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을 사용한 디퓨저는 퓨전의 스포티한 뒤태를 완성시켜주는 요소다.


Interior


인테리어는 외모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몬데오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느낌이다. 모던한 감각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미국차에 대한 편견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혁신적이다. 실내 전반을 아우르는 우레탄 패널은 원가절감을 한 흔적이 다소 아쉬워 보인다. 하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 무난한 적용이라고 생각된다. 메탈릭 페인트로 마무리된 인테리어 악센트는 퓨전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더욱 돋보여 주는 요소다.




스티어링 휠은 아랫 급인 포커스보다 더 스포티한 형상이다. 사이즈도 작은 편이고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도 우수한 편이다. 포커스와 마찬가지로 딱 9시-3시 방향으로 잡아주었을 때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에 버튼이 너무 많은 것은 흠이다.



스피도미터를 제외한 나머지가 액정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있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달린 방향키를 통해 디스플레이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를 바꿔가며 볼 수 있고 각종 전자장비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능을 한 곳에 억지로 우겨 넣은 듯한 느낌이 든다. 몇 가지 기능은 별도의 버튼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센터페시아의 컨트롤 패널은 터치패드 방식으로 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에 있는 버튼이라곤 오디오 시스템 전원과 비상등, 그리고 CD 이젝트 버튼뿐이다. 깔끔한 센터페시아를 빚어냈다는 측면에서는 디자인적으로 우수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질적인 조작감 때문에 다소 적응이 필요하다. 상단의 터치스크린 패널의 UI(User Interface)는 매우 갈끔하고 현대적인 구성으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버튼의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이라 조작에 주의가 필요하다. 슬로팅 센터스택이라 부르는 센터페시아 부분은 뒷부분을 파냈다. 휴대전화나 타블렛PC 등을 넣어두기에 용이한 공간이다. 올-뉴 퓨전은 무려 12개의 스피커를 갖춘 소니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한다. 저음 위주의 성향은 풍부한 저음을 즐기고 싶은 오너들에게 만족감을 높여준다.



앞좌석 시트는 세미버킷 타입이다. 착석감은 적당히 탄탄한 감각으로, 장시간의 운전에도 몸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적당히 튀어나온 탄탄한 사이드 볼스터가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준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조절 기능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 공간은 키 180cm의 기자가 탑승해도 만족스러웠다. 레그룸과 숄더룸이 넓어, 체감되는 공간감이 상당하다.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기본 소양 하나는 충실히 갖춘 셈이다. 최근의 추세에 맞게 전좌석에 높이 조절식 헤드레스트가 장착되어있고, 열선 시트와 전용 에어벤트까지 준비되어 있다. 트렁크 용량도 453리터로 비교적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Powertrain


시승한 올-뉴 퓨전의 파워트레인은 트윈스크롤 터보차저가 장착된 2.0 에코부스트 엔진과 자동6단 변속기로 구성되어 있다. 2.0 에코부스트 엔진은 몬데오에 사용된 3.0 듀라텍 V6엔진을 대체하며, 최고출력 234마력/5500rpm, 최대토크 37.3kg.m/3000를 발휘한다. 성능 좋은 엔진에 비해 변속기가 평범한 자동변속기라는 것이 조금 아쉽다. 동생격인 포커스에 탑재되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이 조합되었다면 더욱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Road Impression 시동을 걸자 약간 묵직하고 경쾌한 터보 엔진 특유의 사운드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아이들링 정숙성은 동급에서는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막히는 시내나 골목길 등지에서 천천히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N.V.H에 대한 별다른 불만은 없다. 편안하고 정숙한 패밀리 세단의 본질에 충실하다. 하지만 엑셀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 이제까지의 정적은 사라지고 제법 또렷한 엔진노이즈와 배기음이 들려온다.



꽤나 기분 좋은 사운드다. 동급 패밀리 세단들의 2.0엔진과는 다른 박력이 느껴진다.  엔진 쪽에 감성설계가 이루어 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엔진엔 ‘에코부스트’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펀(Fun)이 더 어울린다. 이 사운드는 퓨전의 운전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큰 요소이다. 거기다 가속력도 만만치 않다. 변속기를 S모드에 놓은 상태에서 0-100km/h가속을 7초 대에서 해낸다. 180km/h까지 지치지 않는 꾸준한 가속력이 이어진다. 전 영역대의 고르게 배분된 토크세팅은 가속시 운전자에게 성실한 응답성을 보여준다. 추월가속에서도 훌륭한 능력을 선사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변속기다. 퓨전의 자동변속기는 동력 전달 면에서는 크게 아쉬울 것이 없지만 활력 넘치는 2.0 터보 엔진을 좀 더 열정적으로 다루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코너에 진입하기 위해 급 브레이크를 넣었다가 탈출하면서 스로틀을 전개하면 변속 충격이 다소 느껴지고 고회전에서 패들시프트 반응 속도도 다소 느린 편이다.


둘째는 하체 세팅. 고속에서 서스펜션 계통이 조금 낭창낭창해지는 편이라 고속에서 큰 요철을 만났을 때나 과격한 핸들링에서는 약간의 불안감을 준다. 선대 몬데오처럼 좀 더 타이트하게 세팅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제동력도 퓨전의 활력 넘치는 퍼포먼스를 감당하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다. 디스크 로터나 패드의 문제보다는 기본으로 장착되는 미국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내구성 위주의 4계절용 타이어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은 어디까지나 퓨전을 일상 외의 영역에서 테스트 했을 때뿐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퓨전의 이런 특성들은 안락한 승차감과 쾌적한 주행감으로 환원되었다. 복잡한 시내에서도, 탁 트인 교외에서도 퓨전의 승차감과 주행감은 일상적인 운전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교외에서의 운전에서는 엔진계통의 박력 있는 사운드와 가속력을 통해 기분 좋은 운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퓨전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 한계까지 달려나가는 스포츠세단보다는 일상에서 편히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차를 지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quipment & Price


올-뉴 퓨전은 센서와 카메라, 레이더 기술을 기반으로 주행환경에 대한 차의 반응성을 높이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편리한 주차를 돕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  등을 통해 편의성을 높였다. 올-뉴 퓨전은 포드 고유의 1.6L와 2.0L 직렬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했다. 기존의 2.5L, 3.0L 엔진에 비해 작아진 엔진 크기에도 불구하고, 각각 177ps, 234ps의 높은 파워를 갖춘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특히, 1.6L 모델 고객들은 동급 중형 세단 대비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



올-뉴 퓨전의 국내 판매가격은 VAT를 포함, 1.6L SE 모델이 3,645만원, 2.0L SE 모델이 3,715만원, 그리고 시승한 2.0 티타늄 모델은 3,995만원이다. 포드의 2.0 올-뉴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4,595만원이다.


Verdict이번에 시승한 올-뉴 퓨전은 핸섬한 외모와 넓은 실내공간, 박력 있는 엔진, 그리고 쾌적한 주행감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모는 특히 만족감을 가장 높여주는 부분이다. 퓨전의 핸섬한 외모는 남녀에 관계없이 누구나 한번 이상 뒤돌아보게 만든다. 넓은 실내 공간은 가족을 위한 패밀리 세단으로서 일말의 모자람도 없다. 박력 있고 씩씩한 엔진과 쾌적한 주행감은 퓨전의 운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소이다. 특히, 실내공간에 있어서는 동종차량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넓다. 패밀리 세단으로도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하기 부족함이 없다. 가족과 함께라면 패밀리 세단, 혼자 탄다면 스포츠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세단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자면, 올-뉴 퓨전은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이다. 한국 시장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판매량에서 이전 모델을 훨씬 앞서고 있다. 지난 2011년에 론칭한 초대 퓨전은 지난 해 12월 단종될 때까지 206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올-뉴 퓨전의 현재 판매량은 이미 370대를 넘어서 400대 판매까지 바라보고 있다. 출시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다양한 매력을 갖춘 올-뉴 퓨전이 한국 시장에서 펼칠 활약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글.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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