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체로키, 도심을 품다 - Grand Cherokee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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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 도심을 품다 - Grand Cherokee On the Road
  • 박병하
  • 승인 201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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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그랜드 체로키는 1992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어 20년을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플래그쉽 SUV다. 오프로드 성능과 함께 온로드에서의 편의성을 모두 살려낸 주행감과 성능은 그랜드 체로키를 지프의 대표적인 인기 모델로 자리매김 하게 했다.



지난 시승기에서는 오프로드에서의 성능과 능력을 면밀히 확인해 보았다. 오프로드 성능은 타이어를 제외하면 지프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만족스런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승기에서는 그랜드 체로키가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인 ´도심형 SUV´로서의 면모를 중점적으로 알아 보고자 한다.






도심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익스테리어

그랜드 체로키는 등장 당시부터 군용 윌리스 지프나 랭글러 계통의 투박한 오프로더가 아닌, 유럽이나 일본에서 태어난 승용 감각의 세련된 SUV를 추구했다. 그러한 디자인 큐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그랜드 체로키가 지프의 라인업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외모를 갖게 했다.



전면부의 인상은 페이스리프트 되기 전의 다소 부드러운 스타일에 비해 훨씬 위압감이 느껴지는 인상으로 탈바꿈했다. 사이즈가 다소 작아진 헤드램프와 그 주위를 두르고 있는 데이라이트의 라인에서는 언뜻 300C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디테일에서 이전 모델의 투박한 모습을 털어 버리고 훨씬 현대적이고 남성적이며 공격적이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가 데뷔 이후 유지해 오고 있는 7구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다리꼴 휀더는 건재하다. 단, 하단부가 무광 블랙으로 마감 되었던 지난 모델과 달리, 바디 컬러로 마무리 된 점이 다르다. 거대한 차체는 265/50/R20 사양의 타이어와 휠을 작아 보이게 만든다.



 

후면부는 전면부 만큼 눈에 띄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모했다. 크롬 장식의 사용량을 줄였고 테일램프의 형상도 변경되었다. LED로 멋을 부린 테일램프는 헤드램프와의 연관성이 나타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훨씬 도회적이고 세련되게 변모했다.





일상생활을 위한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인테리어

도회적으로 변신한 외모와는 다르게, 인테리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여러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변경이 가해졌다. 스티어링 휠의 형상이 변경된 것과 센터 페시아에 위치한 유-커넥트 시스템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기어 레버도 ZF의 신형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게 됨에 따라 크라이슬러 300C의 기어 레버가 그대로 넘어 왔다. 전 보다는 내장재의 품질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스티어링 휠은 차체의 사이즈에 맞는 크기였고, 또한 여유 있는 조작감을 보여준다. 상단은 유광 원목으로, 중간 이후부터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고 열선 기능도 적용되어 있다. 그립감도 나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좌우 스포크에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컨트롤러, 핸즈프리 버튼, 크루즈 컨트롤 버튼들이 몰려 있다. 그 뒷편에는 시프트 패들이 보인다.



그랜드 체로키에 탑재되는 7인치 컬러 멀티-뷰(Multi-View) 주행 정보시스템은 중앙의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좌측에 타코미터, 우측에 수온게이지와 연료게이지가 반원형태를 이루며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깔끔한 폰트와 색 배치로 인해 시인성은 우수한 편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센터 페시아에 장착된 유-커넥트 시스템은 300C에서 지적했었던 UI 디자인의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하다. 색상과 인터페이스가 좀 더 세련되게 변경되었고 그래픽도 깔끔해졌다. 인터페이스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변경돼서 실질적인 조작량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기본으로 탑재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지도의 그래픽이나 폰트, 목적지 검색 방식, 안내 음성 등의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음성안내의 조잡함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GPS의 반응 속도와 정확성은 교외에서는 우수한 수준이지만 시내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자리를 잡지 못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시트는 편안한 운전을 위한 형태를 하고 있다. 사이드 볼스터가 제법 튀어나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트의 기본적인 좌우 폭이 넓어서 몸을 잡아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편안하게 허리를 받쳐줄 뿐이다. 하지만 의외로 시트의 쿠션은 제법 딱딱한 편이다. 이는 뒷좌석도 마찬가지여서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쿠션을 조금만 더 소프트하게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뒷좌석 공간은 차체의 사이즈에 걸맞게 넉넉하다.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에어벤트도 적용되어 있고 열선 기능 및 별도의 USB 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적재공간에 대한 부분은 아쉬운 점이 없다. 널찍한 공간과 함께, 레일이 마련되어 있어 무거운 짐을 싣거나 부릴 때에 유용하다. 트렁크의 바닥 아래에는 템포러리 스페어 타이어를 중심으로 세차 용품이나 스프레이 체인 등의 잡다한 물건들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온로드를 위한 하체

휠과 타이어는 자동차의 성격을 좌우할 정도로 주행감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이런 점에 착안하면 그랜드 체로키는 분명히 순수한 오프로더는 아니다. 휠은 무려 20인치 사양이 적용되어 있고, 타이어는 265/50R20 사양의 금호타이어 솔루스 KL21을 사용하고 있다. 이 타이어는 비대칭 트레트 패턴과 배수를 위한 4개의 굵직한 직선 그루브를 갖춘 전형적인 로드타이어다. 고로 그랜드 체로키는 분명하게 도심형 SUV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세팅이다. 차고 조절을 통해 차체를 높이게 되면 오프로드 주행에 알맞게 변경되고, 차체를 낮추면 온로드 주행에 맞는 낮은 지상고를 보인다. 심지어 주차를 하게 되면 이보다 차고를 더 낮출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은 승객을 태울 때나 짐을 싣고 부릴 때 아주 유용하다.




온로드, 그리고 도심에서의 운전을 위한 각종 장비들

그랜드 체로키에는 온로드와 시내 주행을 돕는 각종 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전/후방으로 마련된 주차 보조 센서와 사이드 미러 내장형 사각 보조 장치, 차선 이탈 경고 기능,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그리고 선행 차량과거리 조절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적용되어 있다. 이 외에도 가속 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뗄 경우 급제동 상황을 예측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가까이 접근시켜 대비하는 레디 얼러트 브레이킹 시스템(Ready Alert Braking System), 젖은 노면 주행시 브레이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 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Rain Brake Support System), 트레일러 진동 제어 시스템(Trailer Sway Control) 등이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장치 및 기능들은 도심지나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 지속적으로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유럽에서 온 파워트레인

시승차인 그랜드 체로키 3.0 오버랜드에는 이탈리아의 VM모토리로부터 공급받는 3.0리터 클린 디젤 엔진과 독일의 ZF사에서 공급받는 8단 자동변속기가 매칭된다. 3.0 리터 클린 디젤 엔진은 241마력/4000rpm의 최고 출력과 56 kg.m/1800rp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이젠 닷지 브랜드에서 분리된 램 픽업트럭의 승용/경상용 모델인 램1500 시리즈에 2014년식부터 옵션으로 마련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엔진에 독일의 변속기를 갖췄다. 유럽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미국차인 그랜드 체로키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Grand Cherokee In the City

시동을 걸자 묵직한 시동음과 함께 나지막하고 은은한 엔진음이 들려왔다.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정숙성과 방음 성능도 우수하여 불쾌한 진동과 진동으로 인한 잡소리도 거의 없다. N.V.H 면에서만큼은 유럽차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숙성은 엔진의 회전수가 올라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방음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창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거의 휘발유 엔진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정숙성은 시내를 달리는 내내 운전자에게 어떠한 불쾌감도 주지 않았다.



3.0리터 디젤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는 2.4톤에 이르는 육중한 덩치를 꽤나 잘 밀어준다. 스티어링 휠의 세팅 자체도 굉장히 가벼워서 시내에서의 운전을 한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소프트하면서 댐핑 스트로크가 긴 서스펜션은 땜질 투성이인 지방도나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보이는 포석도로 등, 도시에서 조우하게 되는 온갖 종류의 도로에서 충격과 자잘한 진동을 잘 걸러주었다. 승차감 부분에서는 같은 그룹 내의 대형 세단인 300C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지상고가 높은 점 때문에 차체가 꽤 넘실거리기는 하지만, SUV로서 이 정도의 승차감을 확보한 점은 확실히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시내에서의 일상적인 주행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뛰어난 N.V.H 성능부터 시작해서 충분한 파워를 지닌 엔진과 효율적인 변속기가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편안한 운전이 가능했다.




Grand Cherokee On the Road

그랜드 체로키는 고속도로에서도 만족스런 크루징 능력을 보여주었다. 소프트한 서스펜션은 여전히 노면 충격을 잘 걸러 주었고 편안한 승차감과 주행감을 유지했다. 그랜드 체로키에 장착된 로드타이어도 차와 궁합이 잘 맞아서 편안한 감각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한다.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온로드에서의 시승이 길어질 수록 오프로드 보다 온로드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랜드 체로키의 가속력은 준수한 편이다. 241마력의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2.4톤에 이르는 거구를 우직하게 밀어 준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시간은 8초로 되어 있지만 대략 8.1~8.2초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육중한 중량인데다 디젤 엔진임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가속력이다. 하지만 토크의 대역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아서 3000rpm 언저리부터는 토크 곡선이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성능과 운전재미 보다는 다분히 일상적인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상고를 최대한 낮춰도 근본이 SUV인 그랜드 체로키에게 급격한 코너에서의 고속 탈출을 요구하는 것은 재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과격한 주행에 어울리지 않는 소프트한 서스펜션 때문이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콰드라 트랙을 포함한 각종 전자장비들이 바퀴들을 노면에 붙들어 놓으려고 기를 쓰기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차체가 상당히 출렁거리기 때문에 긴장이 더욱 많이 되는 부분이다.





그랜드 체로키, 가격은?

뉴 그랜드 체로키, 그 중에서도 이번 시승차인 디젤 오버랜드 모델의 경우에는 전년도 모델 대비 170만원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엔트리 급이었던 라레도 모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330만원이 더 비싼 리미티드 모델이 포지셔닝 됐다. 최고 등급인 오버랜드 서밋은 120만원 정도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판매가는 리미티드(Limited) 3.0L 디젤 6,890만원, 오버랜드(Overland) 3.6L 가솔린 6,990만원, 오버랜드(Overland) 3.0L 디젤 7,490만원, 서밋(Summit) 3.0L 디젤 7,790만원이다.(부가세 포함)





일상에서도, 일상 탈출에도 능한 팔방미인

큰 차체를 바탕으로 한 널찍한 실내 공간과 실용성은 기본이고 대형 세단 수준의 편안한 승차감과 주행감을 가졌다. 여기에 각종 안전 장비와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안정성까지 갖췄다. 오프로드를 주파하기 위한 호화로운 지형 적응 시스템까지 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충실히 갖춘 그랜드 체로키는 일상에서의 용도로도,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용도로도 뛰어난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그랜드 체로키의 경쟁자들이 되는 다른 유럽산 프리미엄급 대형 SUV에 비해서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그랜드 체로키의 건승을 기원해보며 글을 마치겠다.


글.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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