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연속 - 렉서스 IS250 F-Sport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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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연속 - 렉서스 IS250 F-Sport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3.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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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렉서스의 엔트리급 스포츠 설룬으로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인피니티 G세단(2014년부터 Q60으로 변경) 등과 경쟁한다. 초대 IS는 1998년 6월, 토요타의 ‘알테자(Altezza)’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BMW 3시리즈를 직접 노리고 등장한 알테자는 동년 12월, 렉서스 ‘IS200’이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2005년에 선보인 2세대는 렉서스의 독자모델로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듬해, 야마하의 손길을 거친 5.0리터 V8엔진을 탑재한 IS-F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유럽의 스포츠 설룬들을 맞상대하기 위한 그릇으로서 진화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독일산 스포츠 설룬들과 맞대결을 펼치기에는 그 역량이 부족했다.



올해 6월에 풀 모델 체인지를 거쳐 국내 시장에 새롭게 선보인 3세대 IS는 확연히 달라진 디자인과 패키징으로 국내 소비자들 앞에 다시 섰다. 기존 2세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쟁쟁한 독일산 스포츠 설룬들과 맞대결하기 충분한 그릇으로 거듭났을까? 기자는 3세대 IS 중 IS250에 전용으로 재설계된 서스펜션과 바디킷 등으로 무장한 F-스포트 모델을 시승했다.




익스테리어


IS250 F-스포트의 익스테리어는 2세대와의 접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2세대의 외모는 핸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였다. 반면,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LFA의 DNA를 담아낸 F-스포트 버전의 IS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감각을 한껏 발산한다. 단,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았던 2세대에 비해 현재의 IS는 외관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면부의 인상은 전술한 공격적인 감각의 핵심이다. 2세대가 핸섬하지만 다소 싱거운 샌님 같은 이미지였다면 3세대는 마치 갑옷을 갖춰 입은 무사처럼 당당한 기백이 넘친다. 상하 분할형으로 디자인된 헤드램프는 강렬한 눈매를 가졌고 대단히 입체적으로 조형되어 있다. LED 데이라이트는 렉서스의 전통적인 고유의 ‘L’자 형태로 헤드램프와 간격을 두고 자리를 잡고있다. 헤드램프는 제논 벌브가 적용되어 있다.



렉서스의 새로운 패밀리 룩인 스핀들 그릴은 F-스포트만을 위해 새로 디자인된 메시 타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메시 그릴은 일본 무사의 갑옷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좌우의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도 도전적이고 압도적인 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IS250 F-스포트는 측면부에서도 2세대와의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부풀어 오른 휀더와 전용 사이드 스커트와 육감적인 굴곡을 가진 차체는 2세대와 확실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렉서스 IS250 F-스포트의 휠 사이즈는 18인치이고 타이어는 전륜 225/40 R18, 후륜 255/40 R18의 브릿지스톤 투란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휠은 F-스포트만을 위한 전용 부품으로서 LFA의 휠과 거의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크 그래파이트 컬러로 마무리되어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끌어내고 있다.




후면부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평면적인 디자인을 보였던 2세대에 비해 한결 입체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테일 램프의 조형이 특히 그러하다. 렉서스의 디자인 모티브 중 하나인 ‘L’ 형상의 면발광식 LED 램프 디자인이 도드라져 보인다. 렉서스는 IS의 테일램프의 입체적인 형상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인테리어


IS250 F-스포트의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LFA의 요소를 가득 담고 있다. 2세대의 무난함과 강렬하게 대비된다. 레드 컬러의 스포츠 버킷 시트부터 시작해서 스티어링 휠, 심지어는 에어벤트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LFA의 흔적들이 스며들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370mm의 다소 콤팩트한 직경을 가지고 있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가죽과 꼼꼼한 레드 스티칭으로 마무리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감을 가지고 있다. 스티어링 휠 뒷편에는 메탈릭 페인트로 마무리된 시프트 패들이 자리하고 있다. 좌우에 마련된 컨트롤러의 조작감도 무난한 수준이다. 볼륨조절과 라디오 채널 변경 버튼들이 전부 상하로 구성되어 있다. 열선 기능도 스티어링 휠 전체가 아닌, 좌우의 타공 가죽으로 마감된 부분만 덥혀주는 것이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다.



IS250 F-스포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LFA의 그것과 거의 일치하는 구성을 보이고 있다. 디테일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구성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스포티한 개성과 감각을 잘 나타내주고 있으며 시인성도 우수한 편이다. 중앙과 우측으로 이동하며 모드 마다 다른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계기반 구성만으로도 스포츠 성향의 자동차임을 직감할 수 있다.



렉서스 특유의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는 PC의 마우스를 조작하는 느낌으로 대부분의 조작을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버튼들과 조그셔틀로 조작해야 하는 독일차들의 조작체계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구성도 단순하고 명료하여 조작이 용이하다. 대신 터치패드를 채용한 온도 조절부는 감도가 민감하여 조작하기가 은근히 쉽지 않다.


렉서스의 인테리어 구성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스티어링 휠도, LFA를 연상시키는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아닌 오디오였다. 이그제큐티브 트림에 적용되는 마크 레빈슨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8개의 스피커를 갖춘 렉서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전 음역대에 걸쳐 고른 음질을 들려주었다.



프론트 시트는 버킷타입의 시트를 채용함으로써 운전자의 허리를 잘 잡아주며 솔리드한 타입이라 큰 불편함은 없다. 힙 포인트가 낮은 버킷 시트는 스포츠 쿠페의 포지션을 연상케 한다. 이런 시트 포지션은 IS250 F-스포트의 주행 감성이 어떨 지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운전석 시트는 전동 조절기능과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프론트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열선과 통풍기능을 지원한다.




리어 시트는 프론트에 비해 마일드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렉서스에서는 2세대에 비해 휠베이스가 70mm 가량 연장되면서 50mm의 레그룸 증가가 있었고 프론트 시트의 두께까지 줄여서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체감 상으로 2세대에 비해 충분히 실용적인 공간을 확보했다고 느껴졌다. 트렁크 용량은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 무난한 수준을 보인다. 바닥이 높은 편이지만 충분히 실용적인 공간이다. 트렁크룸 하부에는 템포러리 스페어 타이어와 OVM 공구 등이 준비되어 있다.




파워트레인


렉서스 IS250 F-스포트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은 여전히 최고출력 207마력/6400rpm, 최대 토크 25.5kg.m/4800rpm의 2.5리터 V6 엔진, 멀티-모드 자동 6단 변속기 구성이다. 엔진도 변속기도 2세대에 사용됐던 유닛과 동일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경쟁차종들의 경우 자동 7~8단 변속기를 채용하고 엔진출력 또한 고출력으로 세팅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스포츠 설룬을 지향하는 F-스포트에게 이와 같은 전세대와 동일한 파워트레인 구성은 경쟁력에 있더 다소 부족해 보일 듯하다. 




로드 테스트



IS250 F-스포트는 스포츠 설룬을 지향하지만 렉서스 특유의 우수한 정숙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아이들링만 해도 시동 초기부터 정숙한 특성을 보이며 잔진동도 훌륭하게 억제되어 있다. 하지만 정숙한 면모는 여기까지. 주행 중에는 엔진 소음이 귀를 살살 자극할 정도로 정도로 유입되는 편이다. 여기서부터 이녀석이 가진 반전의 연속이 시작된다. 회전수를 올리면 올릴수록 이 사운드는 더욱 또렷하게 운전자의 귀를 자극해 온다. 



이 엔진 사운드는 F-스포트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부분이다. 렉서스에서는 F 스포트 버전에 ‘흡기 사운드 크리에이터’라는 전용 장비를 흡기 계통에 장착하여 흡기 진동의 떨림을 증폭시키고 이를 기분 좋은 소리로 바꿔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운전석에서 들리는 사운드는 뭔가 작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한 감각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만족했던 이미지가 처음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대감이 두 번째로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은 가속력을 테스트하면서였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스포트 모드 상에서 7.7~7.9초 사이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치만으로 모든 것이 표현될 수는 없는 법. IS250 F-스포트의 가속감은 열정이 숨쉬고 있어야 할 스포츠 설룬의 감각이 아니었다. 최대 토크 시점인 4800rpm을 넘기는 순간부터 급하게 떨어지는 토크 때문에 뒷심이 부족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고회전에서 쥐어 짜는 맛이 살아 있어야 할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답답한 느낌이 시승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 번째로 기대감이 무너졌던 순간은 변속기에서 비롯됐다. 멀티-모드 6단 자동변속기는 딱히 흠 잡을 곳 없는 무난한 변속기이다. 딱히 심각한 결격사유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변속기를 고문해보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유체 결합 방식의 이 고전적인 자동변속기는 4500rpm 이상의 영역에서부터 변속 시간이 큰 폭으로 늦어진다. 변속 지연의 폭이 은근히 불규칙적이어서 원하는 타이밍에 변속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레드존은 6600rpm부터 시작되지만 변속기의 보호를 위해 수동 모드에서도 6500rpm에 다다르는 순간 강제로 변속이 진행된다는 점도 스포츠 설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약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F-스포트에게 실망감만 얻은 것은 아니었다. 무너진 기대감이 가장 극적으로 회복됐던 순간은 바로 핸들링 부분에서였다. 이 부분부터는 말 그대로 ´반전´이었다. 외모에 충분히 어울리는 성능이다.


2세대에 비해 대폭 개선된 섀시 강성과 F-스포트를 위해 탄탄한 감각으로 재설계된 서스펜션으로 인해 F-스포트의 몸놀림은 단련된 무사의 기예와 같이 정교하고 절도가 있다.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 그리고 전동식임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이 빠릿빠릿하게 전달되는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이 절도 있는 감각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제동력도 우수한 편이다. 리니어한 반응 구조로 인해 격한 주행에서의 조작에 용이하다.


이러한 하체 전반과 조향 체계는 파워트레인에서 받았던 실망감을 훌훌 털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승을 진행하면 할수록 끊임 없이 코너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 녀석이 정말로 내가 알던 그 렉서스가 맞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서스펜션에서 오는 승차감은 그다지 안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도 이런 승차감을 만드는 데 한 몫 하는 듯하다. 하지만 F-스포트는 안락함보다 역동적인 달리기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 차량임을 고려해본다면 승차감부분은 타협이 가능한 부분이다.   


  


연비는 2.5리터 가솔린 엔진임을 감안해도 다소 낮은 편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8.9km/l, 고속도로 12.3km/l, 복합 10.2km/l(4등급)이다. 실제 운행하면서 측정해 본 연비 값은 도심에서 8km/l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13km/l를 약간 상회하는 기록을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해가면서 나온 수치다. 스포츠 주행을 위해 차를 몰아 붙이다 보면 6km/l대까지 떨어진다.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IS250 F-스포트는 충분히 실용적인 쓰임새를 보였다. 실용적인 공간구성을 가진 IS250 F-스포트는 가장을 위한 설룬으로도 큰 무리가 없었다. 시야 확보도 잘 된 편이라 좁은 길에서의 운전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적당한 사이즈의 차체는 주차하기도 용이했다. 게다가 후방카메라의 성능이 우수하여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밝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에서도 수월한 주차가 가능했다.




사양 & 가격


이번에 시승한 IS250 F-스포트는 전용 내/외장 패키지와 F-스포트 전용으로 재설계된 서스펜션, 흡기 사운드 크리에이터 등의 전용 사양들이 준비되어 있다. 렉서스의 3세대 IS250은 시승한 F-스포트 외에도 기본적인 사양으로 구성된 ‘슈프림’과 마크 레빈슨 오디오 등의 고급 편의사양을 갖춘 ‘이그제큐티브’의 두 가지 트림이 더 존재한다. 슈프림과 이그제큐티브 트림의 가격은 VAT 포함하여 각각 4,790만원, 5,53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렉서스 IS250 F-스포트의 가격은 VAT를 포함하여 5,330만원에 책정되었다. 독일의 라이벌들과 엇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 보기엔 무리이다. 




총평


렉서스는 IS를 열정적인 스포츠 설룬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실내외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자사에서 개발한 LFA의 DNA를 집중 이식하여 전에 없던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성공한 듯 하다. 또한 섀시의 강성과 하체 세팅 등, 핸들링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많은 부분의 괄목할 만한 진보는 IS를 스포츠 설룬의 반열에 올렸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사항일 것이다. 서로 부대끼고 치고 받으면서 각기 다른 저마다의 개성과 감각으로 각자 자리잡기에 성공한 독일의 라이벌들과는 달리, IS는 이러한 경쟁에서 몇 발치는 밀려난 상황이다. 아직까지 자신만의 확고한 포지셔닝을 통한 세일즈 포인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렉서스는 IS뿐만 아니라 라인업 전체에 걸쳐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확립시켜줄 수 있는 특별한 ‘레터링’이 필요하다. BMW의 ‘M’, 메르세데스의 ‘AMG’, 아우디의 ‘RS’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렉서스는 이런 특별한 레터링을 이미 가지고 있다. ‘F’가 바로 그것이다.


 IS250 F-스포트는 ‘F’의 라인업 모델이 아니다. 단지 ´F"의 감성을 받아들여 좀 더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이어받았을 뿐이다. IS250 F-스포트는 분명 문중(門中)의 강점과 개성을 충분히 갖춘 스포츠 설룬으로 거듭났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문중(門中)에서만 인정받는 데 그치지 않고 강호를 누비며 다른 문파의 고수들과 직접 부대끼고 치고 받아봐야 그 진가가 드러날 것이다. 반전의 연속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렉서스 IS250 F-스포트가 진정한 고수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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