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에서 찾아 온 신사와의 즐거운 동행 - 볼보 S80 D5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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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雪國)에서 찾아 온 신사와의 즐거운 동행 - 볼보 S80 D5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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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반도 동쪽에 걸쳐있는 나라, 스웨덴은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다. 오늘 만나게 된 차는 바로 이 북유럽의 설국(雪國)에서 왔다. 볼보의 플래그쉽 세단, ´S8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에는 그저 ´북유럽의 선진국´, ´복지국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스웨덴은 북유럽 제1의 광공업 국가로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또한 탄탄하게 국가 경제를 받쳐주고 있다. 특히 철강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는 나라이기도 하다.



볼보의 탄생도 바로 이 ´탄탄한 품질의 스웨덴 강철로 자동차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 역사는 공동 창업주이자 경제학자였던 ´아사 가브리엘손(Assar Gabrielsson)´과 스웨덴 최대의 볼베어링 제조사, SKF(Svenska Kullager-Fabriken)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르손(Gustaf Larson)´이 예테보리 근처에 1926년에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S80은 상기한 내력을 가진 볼보의 플래그쉽이자, 90년에 가까운 그들의 역사와 철학이 녹아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S80은 1998년의 데뷔 이래 2006년도에 있었던 단 한 차례의 세대교체 이후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14년을 맞아 말끔히 새 단장을 마치고 시장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S80은 볼보 특유의 직렬 5기통 디젤 엔진을 품고 있는 D5 모델이다.





더 중후하고 세련된 인상으로 몸단장을 마친 익스테리어


2014년을 맞아 V40과 XC90을 제외한 대부분의 볼보 라인업이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S80의 인상은 등장 당시인 2006년과 비교해도 크게 변한 점은 없다. 대신 더 점잖고 세련된 감각으로 디테일이 변경되었다. 반짝이는 커프스 링과 멋진 시계로 몸단장을 마친 신사와 같이, 중후하면서도 젊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전면부의 스타일링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기존의 단순한 사각형 그릴을 버리고 V40에서부터 보여주었던 더 넓은 형태로 바뀌었다. 더 넓어진 이 그릴은 기존의 둔중한 이미지를 덜어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형태로 디자인된 그릴과 함께 범퍼도 소소한 변경점이 있다. 크롬 데코레이션으로 새 단장을 마친 범퍼는 더욱 깔끔하고 신사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측면은 이렇다 할 변경점은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낮게 깔린 크롬 라인과 새로 추가된 18인치 알로이 휠이 전면부의 세련된 감각을 잘 받쳐주고 있는 느낌이다. 볼보의 캐릭터로 자리잡은 떡 벌어진 어깨선과 적당한 굴곡을 가진 휀더는 듬직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타이어는 245/40 ZR18 사양의 ´피렐리 P-제로 로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후면부 역시 크게 변경된 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볼보 레터링 하단의 트렁크 리드 마감도 종전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단에 크롬 라인이 들어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벌브가 LED로 교체된 점이 눈에 띈다. D5 사양에 적용된 범퍼의 크롬 마무리와 트윈 머플러는 S80의 디자인에 역동성을 가미시켜주는 부분이다.





소소한 변화를 겪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인테리어


볼보의 2014년식 모델 중 가장 적은 변경작업이 가해진 S80은 인테리어 역시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간결하고 단순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넉넉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실내 공간은 매너 좋은 신사의 배려와 같은 느낌을 준다.



2014년형으로 변경되면서 바뀐 점을 굳이 찾아 보자면 최근 2014년형으로 변경된 볼보 모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 블랙 컬러의 기어레버, 그리고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은 볼보 모델들이 공통으로 채용하고 있는 형태로서, 동생 격인 S60 D5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형태부터 시작해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컨트롤러의 위치, 열선 기능, 심지어는 시프트 패들까지 같은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S80은 플래그쉽 모델이다. 전년도 모델처럼 플래그쉽만을 위한 전용 부품을 따로 제작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기본적인 완성도는 우수한 편이니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막내인 V40부터 맏형인 S80까지 공통으로 사용하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 또한 S60 D5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소소한 차이점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인디케이터에 나타나는 자동차가 S80이라는 점, 그리고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제한속도를 표시해 주는 기능이 있다는 점 정도다.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의 3가지 테마와 ´컬러´모드와 ´콘트라스트´ 모드를 지원하는 점은 동일.



2004년에 등장했던 볼보의 엔트리급 세단인 ´S40´때부터 시작된 센터 스택은 이제 볼보 인테리어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S80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 센터 스택은 반광 메탈과 월넛 우드그레인으로 잔뜩 멋을 부려놓았다. 공통으로 사용되는 기어레버 뒤편의 셔터를 올리면 2구의 컵홀더와 동전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작은 수납함이 위치한다.



S80 D5에 적용된 프론트 시트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착좌감이 일품이다. 격한 운전에서 몸을 잡아주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안락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시트다. 운전석 시트는 전동 조절 기능과 함께 3가지 메모리 기능이 적용된다. 조수석도 전동 조절기능을 지원한다. 열선 기능은 3단계로 작동되며,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적용되어 있다. 요추 받침은 수동으로 다이얼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볼보의 뒷좌석에 오르게 되면 특유의 B필러 에어벤트가 가장 먼저 탑승객을 맞는다. 주로 센터 터널에 위치하는 에어벤트를 보던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실용적인 쓰임새를 보여주었다. 리어 시트에는 프론트 시트와 같은 3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한 편이고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넉넉한 수준을 보여준다. 리어 시트는 프론트 시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안락한 착좌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시승은 일정 내내 추웠던 날씨 덕분에 리어 시트의 열선 기능은 동승했던 동료들에게 더 따뜻하고 안락한 시승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트렁크는 480리터의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공간 설계가 잘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하다. 리어 시트는 6:4 폴딩 기능은 물론, 스키 쓰루 기능까지 지원한다. 트렁크 상부의 시트 릴리즈 레버를 당기고 짐을 밀어 넣으면 리어 시트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가며 폴딩이 이루어진다.



트렁크 바닥재에 난 홈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리면 고무줄이 달린 커다란 패널이 올라온다. 통상적인 러기지 네트보다 다소 부실해 보이기는 하지만 설치에 은근히 손이 가는 러기지 네트보다 조금 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안전의 명가, 볼보의 이름에 걸맞은 각종 안전 사양들


볼보가 처음 개발한 BLIS(사각 보조 시스템)는 도어 미러의 사각 안에 들어간 차를 감지하여 안전한 차선 변경을 돕는다. 꽉 막힌 도심에서도, 빠르게 내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유용한 기능이다.





S80에는 2세대 액티브 하이빔 기능, 액티브 밴딩 라이트, 코너링 라이트 기능이 적용된 바이제논 헤드램프가 적용된다. LED 데이라이트도 추가되었다.



S80의 전 라인업에 적용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은 윈드실드 상단에 위치한 센서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 등에 의한 충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시스템이다. 엔트리급인 D4를 제외한 나머지 트림에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충돌 경고 장치도 기본으로 제공되며, 보행자 및 사이클리스트(자전거) 감지 기능 또한 기본으로 적용된다.




파워트레인


S80 D5의 파워트레인은 볼보 특유의 2.4리터 직렬 5기통 터보디젤 엔진과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21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44.9kg.m/1500~3000rpm이다. 이는 다른 모델들의 D5 트림들이 가지고 있는 구성과 일맥상통한다.






로드 테스트 Part.1 – Start and N.V.H


시동을 걸자, D5엔진의 묵직하면서도 정제된 음색의 시동음이 들려왔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주행 중에도 S80 D5의 소음 억제 능력은 플래그쉽 모델에 걸맞게 충분한 수준을 보여준다. 디젤 특유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의 양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잔진동을 흡수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스티어링 휠, 페달, 기어레버로 오는 진동을 잘 억제하고 있다. 이 진동 억제력은 대부분의 회전 영역대에서 고르게 작용하여 S80 D5의 주행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로드 테스트 Part.2 – Ride Comfort and Performance


S80의 승차감은 볼보의 플래그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 볼보의 섀시 제어 시스템인 ´Four-C´의 모드를 ´컴포트´ 모드에 설정해 두면 운전자를 딱히 자극하지 않는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이런 소프트한 승차감은 고속도로에서는 차체를 다소 출렁이게 만들긴 하지만 소프트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의 취향에 알맞은 세팅이다.



S60 D5에서 경험했었던 독특한 감성의 2.4리터 5기통 디젤엔진의 감성과 성능은 변함 없다. 특유의 고동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사운드는 운전을 하는 동안 때때로 운전자의 귀를 기분 좋게 간질거려 준다. 성능 역시 만족스러운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제원 상, S80 D5의 중량이 S60 D5의 중량보다 115kg이 더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가속력은 큰 차이가 없다. 0-100km/h 가속도 8초 이내로 해치우고 160km/h까지 꾸준히 올라가다가 200km/h부근에서 주춤해지는 모습마저 비슷하다. 강력하고 플랫한 토크 밴드를 가진 5기통 엔진의 추진력은 엑셀러레이터에 자꾸만 발을 가져가게 만든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는 비로소 S80의 묵직한 중량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동 신경까지 내다 버리지는 않았다. Four-C 시스템을 ´어드밴스드´ 모드로 전환하면 서스펜션의 감각이 허리로 느껴질 정도로 탄탄해진다. 이 탄탄한 서스펜션은 S80 D5의 튼튼한 섀시와 궁합을 이루어 안정적인 몸놀림을 보여준다. 독일 세단들의 날카롭고 섬세한 감각 보다는 조금 더 둔중한 감각이지만 우직하고 다루기 쉬운 특성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 듯 하다. 든든한 하체는 현재의 엔진보다 더욱 강력한 파워트레인 또한 너끈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묵직하고 든든한 차체를 효과적으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동력은 필수다. S80 D5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딱히 흠 잡을 곳 없이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동시켜준다. 리니어한 조작 특성을 가진 브레이크는 격렬한 주행에서 그 능력을 한 층 더 발휘한다.




로드 테스트 Part.3 – Fuel Consumption


S80 D5의 공인 연비는 복합모드 기준 14.2km/l로 올라와 있다. 이번 시승을 진행하며 서울과 전라도 장수 간의 편도 280km, 왕복 500km가 넘는 여정에서 S80 D5는 17.2km/l의 평균 연비를 보여주었다. 짐을 트렁크에 한 가득 싣고 운전자를 포함, 5명이 타고 있었던 상태에서 이 정도의 연비를 뽑아 낼 수 있었다.


시내에서는 빈 차 상태에서 도로의 조건과 교통량에 따라 10~12km/l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물론, 시승 중 테스트를 위해 차를 격하게 밀어 붙일 때에는 9km/l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주행이든지 간에 동급 가솔린 엔진에 비해 월등한 연비는 디젤 엔진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아울러 이러한 경제성은 D5에 들어간 독특한 감성의 직렬 5기통 엔진의 매력을 한층 더 빛내주는 부분이다. 

가격


볼보 S80은 볼보에서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모델인 만큼, 제품군도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트림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엔트리급의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되는 D4는 5,490만원, 이번에 시승한 D5는 6,100만원, 3.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AWD 시스템이 탑재된 T6는 7,050만원, 그리고 고급 사양으로 중무장한 T6 이그제큐티브 모델은 8,250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현재 볼보에서는 겨울철을 맞아, ´윈터 패키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윈터 패키지 적용 모델을 통해 기존 D5급 이상의 모델에만 탑재되었던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을 D4급까지 확대 적용, 기존의 앞좌석 히팅 시스템, 윈드 스크린 열선 등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프로모션 종료 시점은 아직 발표되어있지 않다.




스웨덴에서 찾아 온 신사와의 동행은 즐거웠다


여행의 즐거움은 어떤 이를 동행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크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 사려 깊고 마음도 잘 맞는다면 그 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이 스웨덴 출신의 신사와의 동행이 그러했다. 말쑥하고 중후한 차림새를 하고 있던 그는 귀족적인 태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교양이 있고 넉넉한 배려와 매너를 갖추고 있었기에 처음 보는 일행들과도 무탈하게 어울려주었다. 그리고 유쾌한 성품은 물론, 때때로 혈기를 발산하며 놀 줄도 아는 센스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이 신사를 떠나 보내는 일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볼보 S80 D5와 여행을 하며 연상되는 인간상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독일 출신의 세단들처럼 귀족적인 뒷배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딱히 뒤지지 않는 능력과 배려, 그리고 감각까지 가지고 있다. 거기다 그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인 ´안전´이라는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와 나의 여행,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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