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1년차, 아직도 건재하다! - 볼보 XC9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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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1년차, 아직도 건재하다! - 볼보 XC90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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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90은 볼보 최초의 정통 SUV로서 2003년부터 SUV 시장에 참전했다. 이렇게 등장한 XC90은 데뷔 당시부터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았다. 데뷔한 2003년에는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에 선정됐고, 미국의 모터트렌드(Motor Trend)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SUV(Sport/Utility of the year)에도 선정되었다. XC90이 맞은 이 겹경사의 이면에는 기존 볼보의 보수적인 디자인을 뿌리친 세련된 외모와 ‘왜건의 명가’가 만들어낸 뛰어난 실용성, 그리고 ‘안전의 명가’가 빚어낸 안전성과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특히 안전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해 11월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볼보 XC90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실시한 전측면 충돌 테스트(Small Overlap Front Crash Test)에서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2003년 출시 이후 10여년간 동일한 플랫폼 하에서 생산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안전등급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그 기초가 든든하다는 이야기일 터다.



그러나 지금은 2014년이다. XC90은 이제 데뷔 11년차다. 다른 제조사였다면 당장에 모델체인지가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짬밥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모델체인지가 지연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제조사의 재정이나 경영 상의 문제로 인해 신모델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한 경우다. 두 번째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인데 정확히는 여전히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고 이익도 꾸준히 창출되고 있는 경우라 하겠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XC90의 경우도 두 가지 모두가 작용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첫 번째에 경우에 좀 더 가깝다. XC90이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할 때 즈음인 2000년대 중반은 볼보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수 년간 주인을 찾지 못해 사실상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던 중 결국 2010년, 18억 달러에 중국의 지리 자동차로 인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신모델 개발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당시 비교적 신형에 속하는 모델이었던 XC90은 모델체인지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게 된다.



그러나 오는 2015년, 드디어 고대하던 모델 체인지의 순번이 XC90에게도 찾아 온다. 이는 곧 신차로서 현행의 XC90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올 해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 XC90의 시승기는 세부적인 기능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다뤄보고자 한다. 시승차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XC90 중 최상위 모델인 D5 R-디자인 모델이다.




익스테리어


XC90의 익스테리어는 데뷔 후 이곳 저곳이 소소하게 바뀌어 왔다. 11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한 차례의 마일드한 페이스리프트와 몇 차례의 소소한 변경들을 거쳤다. 확실히 11년이라는 세월은 속일 수가 없어서 여기 저기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우람하고 듬직한 특유의 인상은 변함이 없다.




시승차인 R-디자인 모델에는 무광 메탈로 마무리된 전용 디테일들이 좀 더 장식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시승차는 브라운 컬러여서 그런지 이러한 메탈 마감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프론트 마스크부터 살펴보면 데뷔 때와는 디테일한 몇몇 부분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데뷔 초기 블랙베젤 타입이었던 헤드램프는 클리어타입으로 변경되었고 내부의 구성도 조금씩 다르다. 안개등은 데이라이트를 겸하고 있으며 고휘도 LED로 이루어져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선이 굵은 스타일이며 한구석에 R-디자인 로고가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초기부터 있었던 3개의 프론트 범퍼 공기 흡입구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측면의 실루엣도 여전하다. XC90의 측면 디자인은 직각으로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미덕으로 여겼던 볼보 왜건의 디자인 경향을 처음으로 혁파한 장본인이다. 균형 잡힌 실루엣과 부드러운 볼륨감의 조화는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 기본적인 최저시상고가 203mm로 다소 높게 만들어져 있고 전/후륜의 오버행이 짧은 편이다. 앞뒤 범퍼의 경사 또한 비교적 급하게 내려오는 편이라 접근각과 이탈각이 큰 편이다. 시승차인 R-디자인 모델에는 R-디자인만을 위한 전용 5스포크 20인치 알로이 휠과 255/45 R20 규격의 피렐리 타이어가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떡 벌어진 어깨가 강조된 특유의 뒷모습도 여전하다. 2007년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줄곧 유지되고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은 이제 볼보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외에도 상하로 개폐되는 클램셸 테일 게이트, 리어 범퍼 좌우 상단의 거대한 리플렉터 또한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면발광형 LED가 적용되어 있어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어져 있다. 널찍한 간격을 두고 붙어 있는 볼보 레터링 아래의 가느다란 크롬 장식은 적당한 악센트가 되어준다.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와 그 아래 자리한 듀얼 테일 파이프, 그리고 트레일러 커플러 모듈이 눈에 띈다. 두 갈래로 각각 쪼개져 있는 테일 파이프는 R-디자인을 위한 스타일링 요소로서 XC90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인테리어 Part #1 – 운전석 주변 및 실내 공간


XC90의 인테리어는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도 크게 변경된 부분은 없다. 익스테리어는 그 동안 여러 디테일한 면면을 조금씩 변화시켜 트렌드에 맞는 세련미를 어느 정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테리어의 경우는 확실히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든든한 만듦새는 품질감 면에서 최근 출시되는 모델들에 비해 딱히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다. 시승차인 R-디자인 모델에는 다크 그레이와 알루미늄 장식을 위주로 한 전용 인테리어 테마가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컬러 구성은 다소 스포티한 느낌을 부여해 준다.





스티어링 휠은 R-디자인 모델을 위한 3-스포크 타입의 스포츠 타입이 적용되어 있다. 안쪽이 천공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는 림은 그립감과 질감이 좋은 편이다. 좌측에는 크루즈 컨트롤, 우측에는 오디오 및 핸즈프리 컨트롤러가 위치한다. 조작감은 알맞게 묵직한 편. 스티어링 휠 하단에는 작은 R-디자인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구성 역시 R-디자인 모델을 위한 전용 테마로 마무리되어 있다. 블루 컬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계기 둘레가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수온계와 스피도미터는 좌측에, 타코미터와 연료 게이지는 우측에 배치되어 있다. 수온계 하단에는 차량 정보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고 연료 게이지 하단에는 각종 경고등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XC90의 센터페시아는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부분이다. 투박한 질감의 플라스틱 마감재와 버튼들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아쉬운 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볼보 모델들보다 시인성이나 조작성에서는 딱히 아쉬운 점이 없다. 특히 큼직한 사이즈와 폰트들로 이루어진 버튼들은 시인성 면에서는 최근의 볼보 모델들보다 오히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



하지만 옛 볼보의 유산인 느릿느릿한 팝업형 스크린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자면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다가온다. 난반사도 있는 편이고 조작하기도 다소 불편하다. 오디오는 12 스피커가 장착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출력은 부족하지 않으며 중저음을 위주로 하는 무난한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XC90 R-디자인의 앞좌석에는 R-디자인 로고가 음각된 전용 스포츠 시트가 준비되어 있다. 스포츠 시트라 이름 붙여져 있지만 막상 앉아 보면 풍부한 쿠션감을 지니고 있다. 안락하면서도 급격한 코너링에서 몸을 나름대로 잘 잡아주는 것이 다분히 볼보의 시트답다. 양쪽 모두 8-Way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로 작동하는 열선 기능, 수동 다이얼식 요추받침이 적용되어 있다. 운전석에는 3개의 메모리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2열 좌석의 공간은 현재의 대형 SUV 기준으로 보자면 다소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80cm 가량의 성인 남성이 큰 불편함 없이 승차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4:2:4의 비율로 만들어져 있고 모두 개별적으로 전후 간격 조절이 가능하다. 단, 각도 조절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큼지막한 공간의 도어포켓은 500ml 용량의 페트병 정도는 무리 없이 수납 가능하다.



2열의 중앙 시트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부스터 쿠션이 준비되어 있다. 유아용 시트가 맞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어린이가 이상적인 위치에서 안전벨트를 착용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부스터 쿠션은 착석하는 어린이의 신장에 따라 총 2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3열 시트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2열 시트 하나를 접어야 한다. 2열 시트의 등받이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레버를 당겨주면 큰 무리 없이 승차가 가능하다. 3열 시트에 주어진 공간은 다소 한정적이어서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탑승하기에는 적절한 공간이다. 3열 좌석의 공간에는 별도의 센터 콘솔 박스가 마련되어 있다. 양 측면에는 각각 2개의 컵홀더와 사물함, 송풍량 조절 기능까지 마련되어 있다.







인테리어 Part #2 – 공간 활용성 및 각종 기능


센터 콘솔은 운전석에서는 CD 수납함 및 사물함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2열 좌석에서는 컵홀더와 재떨이, 그리고 12V 전원 소켓 용도 등으로 사용된다. 이 콘솔은 필요 없을 때 제거할 수 있다. 뒤편 최하단의 손잡이를 당겨주면 큰 힘 들이지 않고 탈착이 가능하다. 이렇게 콘솔을 탈거하고 난 자리의 빈 공간으로 2열 좌석의 거주성을 다소 높여줄 수 있다. 다시 부착할 때에는 레일에 맞춰 밀어 넣어주면 된다.




2열 시트는 등받이 뒤편의 레버를 젖혀주면 손쉽게 접힌다. 좌우 시트의 헤드레스트는 하단의 스트랩을 당겨주면 90도로 꺾이면서 접히게 된다. 2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헤드레스트를 먼저 접고 난 다음에 등받이를 접어주어야 자연스럽게 접혀 들어간다.



3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먼저 착좌부 하단의 스트랩을 당겨서 고정장치를 풀어준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고정장치가 풀리면 착좌부를 뒤로 밀어 넣어준다. 착좌부를 완전히 밀어 넣어주면 3열 시트 등받이의 고정장치가 풀리는데 이 때 등받이를 앞쪽으로 접어주면 머리받침과 동시에 접혀진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은 바닥이 깔끔하게 평면을 이룬다. 4:2:4 비율로 접혀지는 2열 시트와 5:5 비율로 접혀지는 3열 시트를 활용하여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2열 시트와 3열 시트를 접고도 수납하기 어려운 긴 짐이 있다면 조수석을 접어서 공간을 좀 더 늘릴 수도 있다. 조수석을 접을 때에는 전동 조절 기능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2열 좌석에서 조수석 하단을 보면 작은 레버 두 개가 있는데 양 쪽의 레버를 모두 당겨주면 간단하게 조수석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



XC90의 트렁크 공간은 모든 좌석을 이용하고 있을 경우, 기본적으로 249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615리터로 늘어나며 2열 시트까지 접게 될 경우 1,837리터까지 확장된다. 상하로 분할되는 클램셸 테일 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점도 짐을 싣고 부리기 용이하다. 또한 별도의 그물망이 마련되어 있어 짐을 승객 공간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치에 잔손이 많이 가는 것이 단점이다. 그물망은 2열 시트의 전/후방에 모두 설치가 가능하다.



트렁크 바닥을 한 번 들어 올리면 ‘그로서리 홀더’가 올라오는데, 가벼우면서 부피가 큰 식료품같은 짐을 간단하게 묶어두기에 좋다. 다소 엉성해 보일 수는 있어도 일반적인 트렁크 네트 보다는 편리하게 활용 가능하다. 바닥재를 그로서리 홀더의 설명 그림에 따라 탈거하면 비상 삼각대 및 타이어 수리키트, 구급함,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접혀 들어간 3열 시트의 착좌부가 보인다.




시승차에는 캠핑용 트레일러나 카라반, 혹은 보트 트레일러 등을 연결 가능한 커플러가 마련되어있었다. 이 커플러 모듈은 별도로 비용이 발생하는 별매 품목이다. 시승차에 장착된 커플러 유닛은 탈착식으로, 커플러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탈거해서 따로 보관할 수 있다. 커플러의 장착 순서는 플라스틱 덮개를 제거하고 커플러를 홈에 맞게 끼워 넣은 후 레버를 아래로 당겨 고정시킨 뒤 볼보 통합 잠금 시스템 키로 잠가 주면 끝난다. 탈거는 장착의 역순으로 해주면 된다.



사실 이 정도의 기능성은 최근에 출시된 SUV라면 이미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차가 1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시절에 이미 이 정도의 기능성을 구현해냈다는 것은 분명히 높이 평가 받을 만한 부분이다. 여전히 유효한 기능성과 활용성은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XC90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


XC90 D5 R-디자인에 탑재되는 파워트레인은 볼보의 2.4리터 직렬 5기통 디젤 엔진과 6단 기어트로닉 변속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최대 출력 200마력/3900rpm, 최대 토크 42.8kg.m/1900~2800rpm을 발휘한다. 현재 승용 라인업에 사용되고 있는 엔진보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각 15마력, 2.1kg.m 정도 부족한 수치다.






로드테스트 Part #1 - NVH & 승차감


XC90의 폴딩키를 키홀에 꽂아 넣고 시동을 걸면 디젤 엔진 특유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아이들링이 안정될 때 까지는 소음이 다소 큰 편이다. 엔진이 충분히 웜-업되어 아이들링이 안정되기 시작하면 체감되는 소음은 확실히 줄지만 2014년 현재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수준이다. 이러한 점은 세월의 흔적이 체감되는 부분이다.



이에 비해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잔진동은 충분히 억제되고 있다. 진동 억제 면에서는 디젤SUV로서 여전히 유효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회전 수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체감 상 잔진동이 좀 더 줄어든다. 그렇지만 주행 중 기어가 변속되거나 하는 이유로 회전 수가 1500~1800rpm 사이를 가리킬 때는 제법 강한 진동이 들어온다. 이 현상은 D5엔진 탑재 모델들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승차인 R-디자인 모델에는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과 안티-롤 바 등으로 하체를 한층 다져놓은 모델이다. 따라서 승차감은 기본 모델에 비해 완연히 단단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일상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탄탄한 승차감이지만 불쾌할 정도로 허리를 두들겨 대지는 않는다. 다만 요철이 많은 구간이나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다소 부담이 되는 수준의 승차감이다.




로드테스트 Part #2 - 일상에서


XC90은 대형 SUV의 범주에 속하며 전장X전폭X전고는 4,800 X 1,900 X 1,745(mm)다. 사이즈가 크기는 하지만 전/측/후방을 가리지 않고 시야가 좋은 편이라 초기에도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 넓은 시야는 복잡한 시내 구간에서 크게 도움을 주고,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 쉬운 편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사이드 미러는 충분한 시야를 제공하고 BLIS(사각 보조 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출발하기 위해 핸드브레이크를 작동시켜 본다. 핸드브레이크는 족동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의 자동차들처럼 발로만 조작하는 형태가 아니다. 발로 작동시키고 상단의 손잡이를 당겨 해제하는 방식이다.



D5 엔진의 출력과 6단 기어트로닉의 조합은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공차중량만 2.2톤에 육박하는 거구를 답답함 없이 가속시켜 준다. 든든한 토크 덕에 언덕이 많은 곳에서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속력이 필요할 때에는 필요 충분한 힘을 내어준다.



규정 속도를 지켜가며 시내를 여유 있게 운행하고 있을 경우, 트립 컴퓨터 상으로 8~9km/l 사이의 연비를 보인다. 연비에 최대한 신경 써가며 운행해도 10km/l대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2,180kg에 달하는 무거운 중량이 가장 큰 원인인 듯 하다.


고속도로에서도 넓은 시야와 BLIS 등의 이점을 살려 편하게 운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XC90의 안락한 시트는 장거리 운행의 피로감을 상당 부분 줄여 준다. 묵직한 감각의 스티어링 휠은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고속 영역부터 조작감이 슬슬 가벼워 지는 등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서 으레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크루즈 컨트롤은 조작이 간단하다. 좌측 스포크 상단의 CRUISE 버튼을 누르고 /- 버튼만 눌러주면 바로 작동을 개시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실용성은 충분하다.



고속도로를 100~110km/h 사이로 정속 주행하며 측정해 본 트립 컴퓨터 상의 연비는 12~13km/l 사이로 나타난다. 80km/h 정도로 정속 주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14km/l까지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추월 등을 위해 가속 페달 조작량을 늘리면 꽤나 급격하게 연비가 내려가는 편이다.




로드테스트 Part #3 - 온로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5기통 엔진 특유의 독특한 사운드를 내며 우람한 차체가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승용 D5모델들이 보여주는 맹렬한 느낌에 비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정도의 성능을 보여준다. 허리를 확 밀어 제껴 주거나 하는 수준의 가속력은 아니지만 SUV로서는 필요 충분한 순발력이다. 100km/h는 3단에 가서야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 걸리는 시간은 제원 상의 10.3초까지는 다소 어렵고 10.7~9초 사이를 오다 가다 한다. 이 진득한 가속력은 고속 영역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최고속도는 205km/h로 제한되어 있다.



브레이크의 성능도 필요 충분한 수준이다. 제동력이 조금만 더 확보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들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2.2톤에 달하는 거구를 몰아 세우기에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작동 특성도 밟을수록 꾸준히 제동력이 상승하는 타입이고 답력도 적당한 편이다.



볼보는 R-디자인의 ‘R’이 ‘레이싱(Racing)’의 R이 아니라 ‘정제(Refinement)’의 R이라고 말한다. XC90 R-디자인의 섀시를 경험해보면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실감이 되기도 한다. 대형 SUV들 중에서는 발군의 안정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R-디자인 모델에 적용되는 스포츠 서스펜션과 할덱스 커플링 방식의 AWD 시스템은 네 바퀴를 노면에 옹골차게 붙들어 맨다.



급격한 코너 워크에서도 롤이 적은 편이고 여러 전자 장비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라인을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한다. 대형 SUV들 중에서 이 정도로 롤링과 피칭이 잘 억제된 차는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대형 SUV로서의 한계점은 명확히 존재하지만 굳이 그 한계까지 넘나들려 하지 않아도 도로의 선형을 따라 충분히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 정직한 리스폰스를 보이는 조향 체계와 탄탄하게 단련된 하체, 그리고 튼튼한 섀시가 잘 어우러져 믿음직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러한 감각은 빗길에서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로드테스트 Part #4 - 오프로드


XC90은 오프로드에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XC90을 시승하는 동안 임도의 진창길과 자갈길 등을 운행해 보았다. 특히 시승 코스였던 경남 지방에 비가 한 차례 내리면서 그립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기에 XC90의 능력을 좀 더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XC90은 기본적으로 저속 기어가 없는 할덱스식 상시 4륜구동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야지나 험로를 주파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임도나 자갈길에서의 능력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4륜 구동 시스템의 개입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비포장 도로에서의 오르막 출발도 시원스럽게 해낸다.



급하게 스티어링을 조작하면 순간 자세가 흐트러지나 싶더니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세를 추스른다. 할덱스 AWD 시스템이 그립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에 오르기에는 R-디자인 모델의 탄탄한 서스펜션과 상대적으로 민감한 움직임이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이런 노면에서는 약간의 스티어링 휠 조작만으로 리어가 단번에 그립을 잃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면을 운행할 때에는 일반 모델의 좀 더 느슨하고 둔감한 세팅이 좀 더 어울릴 듯 하다.



XC90은 기본적인 접근각과 이탈각도 큰 편에 속하고 최저 지상고가 높은 편이라 고저차가 다소 높은 곳에 접근할 때에도 부담감이 적다. 이로 인해 경사가 제법 되는 임도에서도 큰 무리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D5엔진의 든든한 견인력과 할덱스 방식의 AWD 시스템이 그럭저럭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는 편이다. 지반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곳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비포장 도로는 어렵지 않게 주파가 가능하다.






사양 및 가격


시승차인 XC90 R-디자인에는 상기한 내용 외에도 발수 사이드 윈도우, 선루프, 레인 센서, 나침반이 포함된 ECM 룸미러, 후방 주차 센서,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IAQS) 등의 편의 사양을 제공한다. 또한 전복 방지 시스템(RSC), 미끄럼 방지 시스템(DSTC), 경추 보호 시스템(WHIPS),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SIPS), 급제동 경보 시스템(EBL),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의 안전장비를 제공한다.



XC90 R-디자인의 가격은 VAT 포함 7,330만원이다. 오토 레벨링 디바이스가 장착된 D5 니보매트 모델은 7,030만원, 기본형인 D5 모델의 가격은 6,920만원이다.




마치며


모든 제품에는 상품성이라는 것이 있다. 제품은 회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 많은 종류의 자동차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 XC90도 이제 올 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해야만 한다. 볼보 최초의 정통 SUV로서 11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시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개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10년대의 중반에 접어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그 가치가 많이 바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인테리어와 가용공간이 그렇다. 그리고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소음 억제 능력과 연비 또한 아쉬움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자는 XC90 R-디자인과 함께 하면서 아직 그 생명력이 꺼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뷔 11년차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용적이고 운전이 즐거운 편이며 듬직한 매력과 신뢰감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퇴역을 앞둔 지금도 당당하고 기백이 있으며 능력 또한 딱히 뒤처지지 않는다. 그래서 XC90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 무대인 2014년 한 해 동안 XC90이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들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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