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륙의 얼굴, 유럽의 심장 - 크라이슬러 300C 3.0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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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륙의 얼굴, 유럽의 심장 - 크라이슬러 300C 3.0 디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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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는 크라이슬러의 대표적인 세단 모델이다. 55년도에 등장하여 크라이슬러의 간판모델로 내려오고 있었던 `300 Letter(문자)` 시리즈의 직계 후손을 자처한다. 현재의 모델은 2세대 모델로, 1세대 300C가 그랬던 것처럼, 크라이슬러 LX 플랫폼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현재의 300C는 북미 시장에서는 300, 유럽 시장에서는 란치아 브랜드의 테마(Thema)로 판매되고 있다.



300C는 1세대 모델부터 디젤 엔진을 사용해 왔고, 2세대 모델 역시 디젤엔진 모델을 내놓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300C의 디젤 모델은 판매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디젤 엔진을 얹은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 300C의 디젤 모델을 만나보았다.





300C의 외모는 항상 그랬듯, 대륙적인 기질이 외모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선이 굵고 터프한 형상을 가진 거대한 차체에는 번쩍거리는 크롬 라인을 곳곳에 굵직하게 입혀져 있다. 심지어는 사이드 미러 커버도 번쩍이는 크롬 도금으로 마무리 되어 있다. 그래서 300C의 외관을 보고 있으면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프로레슬러가 정장을 입은 듯한 모양새가 연상된다. 또한 이 거대한 차체 덕에, 기본사양으로 제공되는 20인치 알로이 휠이 작아보일 정도다. 타이어는 245/45 ZR20 사양의 굿이어 이글 F1 스포츠를 사용한다.





크고 우람한 형상의 차체는 초대 모델부터 존재했던 `상남자`스러운 인상을 준다. 물론 2세대로 거듭나면서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깔끔함이 가미됐지만 여전히 우락부락하고 위압감이 살아 있다. 또한 이 와중에도 50~60년대의 300 시리즈에서 내려왔던 핀-테일 타입의 후면 디자인을 통해 고전적인 디자인 요소를 남겨놓은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면에서 300C의 디자인은 지극히 미국스러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화려하고 과시적인 외모에 비해 의외로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 역시 지극히 미국스러운 부분이다. 얼핏 투박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단순하고 명료한 구성은 복잡다단한 유럽이나 일본식의 인테리어와는 상당히 다른 면모다. 대부분의 버튼이나 스위치 등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조작 시의 질감은 대체로 투박한 느낌을 주나, 사용하기에 불쾌한 느낌은 아니다.



300C의 거대한 스티어링 휠은 동사의 그랜드 보이저에 장착된 것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스티어링 컬럼의 레버 역시 그랜드 보이저와 같이 왼쪽에만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양에서는 다르다. 300C 디젤 모델의 스티어링 휠은 전동식 틸트/텔레스코픽 기능을 가졌다. 램프류의 조작은 유럽차들처럼 별도의 다이얼이 마련되어 있다. 왼쪽의 컬럼 레버는 와이퍼/워셔, 상향등, 방향 지시등을 조작하게 된다. 계기류는 고전적인 맛이 있고, 푸른 빛의 조명으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앞좌석의 컵홀더는 냉온장 기능이 마련되어 있어, 음료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용이하다.



300C 디젤 모델의 앞좌석은 전동 조절 기능과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시트의 형상은 급격한 곡선 주로에서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주기보다는 일상에서의 운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프트하고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한다. 운전석은 요추 받침 포함 12방향으로 조절되며 페달 거리 조절 기능 또한 마련되어 있다. 조수석은 4방향으로 작동된다.




덩치에 맞게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한 편이다. 소파처럼 푹신하고 다리 공간이 충분한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승차할 수 있다. 벤치 형으로 구성된 뒷좌석은 앞좌석과 비슷한 수준의 안락함을 제공한다. 아울러 미국식 풀-사이즈 세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널찍한 다리 공간이 자랑거리. 그러나 이에 반해, 트렁크의 용량은 평범한 수준이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삼고 있고 후륜에 중량을 배분하기 위해 스페터 타이어와 배터리 등의 부품들이 트렁크룸 바닥 아래에 들어간다. 폭은 크고, 깊이는 깊은 편이다. 트렁크 내부의 카펫에 차명인 `300`을 수놓은 것이 눈에 띈다.



1세대 300C는 메르세데스-벤츠의 OM642 V6 터보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2세대 300C 디젤 모델은 VM 모토리의 가변식 터보차저가 장착된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삼는다. 이 엔진은 같은 그룹 내의 모델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도 사용하고 있는 엔진이다. 여기에 과거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용하던 5단 자동변속기가 합을 이룬다. 이 변속기는 크라이슬러는 물론, 지프 랭글러 등의 다른 모델들에도 사용되고 있다. 최고출력은 239마력/4,000rpm이고 최대토크는 56kg.m/1,800~2,800rpm이다.



소음 억제 능력은 디젤엔진을 채용한 모델 중에서 상급에 속한다. 시동 초기의 소음이 정숙한 편이다.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하면 가솔린 모델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의 정숙성을 보인다. 다만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에 진동이 다소 전달되는 느낌이 있다. 또한 신호 대기 등을 이유로 정차 중에 시프트 레버를 D레인지에서 중립으로 변경할 때 조수석의 승객도 체감할 만한 변속 충격이 들어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변속 충격은 해당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초대 모델과 동일하게 크라이슬러 LX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00C는 안락한 승차감을 보인다. 하지만 유연함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300C 디젤은 미국 세단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이 있지만 그렇게 무른 느낌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러움으로 일관하는 가솔린 모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보인다.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을 다그치자, 한 템포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며 공차중량만 2톤이 넘는 차체를 거세게 몰아 붙이기 시작한다. V8 HEMI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한 고동감이 있는 디젤 사운드가 들려오며 육중한 몸집이 전방으로 달려나간다. 확실히 몸집에 비해 초기의 가속감은 비교적 시원스런 편이다. D레인지에서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고 가속을 진행하다 보면 4,200rpm쯤에서 변속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100km/h는 2단에서 3단으로 변속하기 직전쯤 나온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초 중반 대. 5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엔진의 힘을 활용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중저속에서의 펀치력은 고속에서도 이어진다. 180km/h까지는 원활하게 가속이 진행된다. 그 이상부터는 가속력이 조금씩 처지다가 200km/h 이후부터는 더 이상의 가속이 힘겹다.



300C 디젤은 중량은 물론, 덩치마저 크다. 차체가 커질수록, 자동차는 중량이 무거워질수록 운동성능에 있어 불리해 지는 측면이 있다. 300C도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반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템포를 한 발 늦추고 여유롭게 코너를 돌다 보면 의외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둔중한 감각이지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 든든한 브레이크는 2톤짜리 거구를 제어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300C를 운행하다 보면 미국식 세단의 전형적인 성격이 나온다. 유럽 스포츠 세단들과 같은 즉각적인 반응이나 민첩한 운동능력보다 큰 차체와 넓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 질감을 중시하는 세단이다. 하지만 과거의 미국 세단들에 비해서는 좀 더 진중하고 정제된 느낌을 주는 편이다.



디젤엔진을 채용한 300C의 연비는 어떨까? 300C는 태생적으로 높은 연비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큰 차체, 무거운 중량, 5단에 머무른 자동 변속기 등이 그것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11.5km/l, 고속도로 18.6km/l, 복합 13.8km/l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하며 기록한 평균 연비는 다음과 같다. 도심에서는 10km/l를 약간 밑돌고, 고속도로에서는 15km/l를 다소 웃돈다. 공인연비와는 차이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상기한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들을 감안하면 대형 세단으로서는 무난한 수준이라 할만 하다.



크라이슬러 300C 디젤은 미국풍의 호방하고 마초적인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세단이다.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은 시원스러운 편이고 연비 역시 무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편의 사양 역시 오너 드라이버 중심의 대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하지 않다.



외모와 성격 모두 미대륙의 기질을 충만하게 타고난 크라이슬러 300C. 하지만 그 안에 품은 유럽의 심장은 미국식 세단이 미국 외의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상쇄해주고 있다. 마초적인 아메리칸 스타일과 합리적인 디젤 파워트레인이 결합된 300C 디젤. 아메리칸 스타일에 유럽의 솔루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단이다.가격은 VAT 포함 6,1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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