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를 위한 팔방미인 - BMW GT 30d 럭셔리 x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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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를 위한 팔방미인 - BMW GT 30d 럭셔리 xDrive
  • 박병하
  • 승인 201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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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 무렵까지 유럽의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유럽 일주 여행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랜드 투어는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에 걸쳐 유럽 곳곳의 문화와 역사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운다. 이로써 상류 사회에서 필요한 교양, 예법, 지식과 같은 지적인 경험을 쌓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랜드 투어의 주된 경로는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독일-네덜란드 순으로 이루어진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한번씩 거치는 기나긴 여행길인 만큼, 탈 것 또한 그에 적합한 형태가 되어야 했다. 흔히 말하는 `GT`의 개념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현대의 자동차 산업에서 이르는 GT는 장거리를 안락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런 편의장비를 갖춘 고성능 자동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또한 자동차의 역사가 한 세기를 넘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제조사에서 GT를 표방하는 모델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BMW의 GT 역시 장거리를 안락하게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지향하는 점에서 다른 GT들과 그 출발점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숫제 이름에서부터 자신이 GT임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비즈니스와 레저를 모두 충족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자동차를 천명하며 데뷔했다. 시승하게 된 BMW GT는 작년 하반기에 2014년을 맞아 페이스 리프트가 이루어진 모델이다.





BMW GT는 `5시리즈 GT`라는 이명 때문에 형제차로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BMW GT는 사실 7시리즈의 하부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장은 5,004mm로, 5시리즈의 4,907mm보다 97mm가 더 길다. 휠베이스는 3,070mm로 7시리즈의 숏휠베이스 모델과 같다. 차폭은 1,901mm로, 5시리즈의 1,860mm보다 41mm 더 크며, 7시리즈의 1,902mm와 불과 1mm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전고는 1,559mm로, 일반적인 승용 세단에 비해 높은 편이다.





BMW GT의 디자인은 세단, SUV, 쿠페의 세 가지 유형을 한데 모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낮고 긴 보닛으로 세단의 격식을 차렸고 높은 전고와 떡 벌어진 덩치로 SUV의 우람함을 채웠다. 완만하게 내려오는 루프라인을 통해 GT의 통념적인 형태인 쿠페의 형상까지 챙겼다. 이 요소들이 모두 모여 BMW GT의 외관 디자인을 완성한다.



2014년을 맞아 페이스리프트가 가해진 BMW GT는 몇 가지의 변경 사항이 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LED 벌브로 교체되었고 내부의 디자인을 새로 다듬어냈다. 범퍼에 자리한 공기흡입구의 디자인은 5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또한 테일램프 상단에 있던 기존의 크롬 바는 뒷 범퍼 양끝의 반사판 부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BMW GT는 인테리어도 소소한 변경점이 있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의 주변을 크롬으로 마무리했고, 센터 콘솔의 수납함과 컵홀더의 용량을 키웠다. 또한 새로운 5시리즈에 적용된 것과 같은 다기능 디스플레이가 추가되었고 i-Drive 컨트롤러도 한글 필기인식이 가능한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다기능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서로 다른 테마를 사용한다.



BMW GT는 BMW 모델들 중에서 수납공간에 대한 배려가 충실한 편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은 작은 서랍장이다. 스티어링 휠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용량 또한 적당하다. 때문에 요금소에서 받게 되는 잔돈이나 고속도로 통행권, 주차권 등의 운전 중에 생기는 자잘한 물건들을 손쉽게 넣어둘 수 있다. 바닥이 고무로 처리되어 있어, 달그락거리는 잡소리도 적은 편이다.



BMW GT는 시트의 포지션이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그에 따라 지붕 역시 높기 때문에 승하차가 세단에 비해 용이한 편이다.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앞좌석은 5시리즈의 것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안락하고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닌 좌석은 8방향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요추받침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7시리즈와 같은 길이의 휠베이스를 가진 GT는 형제차로 취급 되는 5시리즈보다 뒷좌석 공간이 넉넉하다. 머리, 어깨, 다리 공간 모두가 여유롭다. 뒷좌석은 앞쪽으로 73mm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최대 33도까지 각도 조정이 가능한 등받이를 갖춰 더욱 편리하다.




BMW GT의 트렁크는 기본적으로 세단에 비해 작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트렁크 바닥이 높아서 그런 느낌이 더 든다. 바닥 아래를 열어보면 두 개의 수납 공간이 더 나타난다. 전방의 수납함에는 트렁크 리드와 뒷좌석 후방에 붙어 있는 선반을 분리하여 수납할 수 있다. 그 뒤의 공간에는 보통 크기의 카메라 삼각대를 충분히 수납할 만한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뒷좌석 등받이는 40:20:40 비율로 분할 접이가 되며, 뒷좌석을 모두 눕히면 최대 1,700리터까지 적재 용량이 증가한다. BMW GT는 좌석을 접을 때, 후방의 격벽까지 같이 접어줘야 한다. 격벽은 트렁크와 좌석 사이를 분리시켜주고 소음 유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지만, 뒷좌석을 접을 때 다소 번거로운 요소가 된다. 좌석을 먼저 접은 후에 격벽을 접어줘야 한다. 트렁크에 물건을 실을 때에는 전체를 열거나 트렁크 리드만을 열 수도 있다. 트렁크 리드만을 열려면 키에서 마름모 형태가 새겨진 버튼을 몇 초간 눌러주면 된다.



시승한 BMW GT 30d 럭셔리 xDrive는 BMW의 트윈파워 직렬 6기통 3.0리터 디젤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xDrive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짝을 이룬다. 3.0리터 디젤 엔진은 258마력/4000rpm의 최고출력을 내고 57.1kg.m/1500~300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이 엔진은 2.0리터 4기통 유닛에 비해 전반적인 정숙성과 회전질감이 우수한 편이다. 또한 이 엔진을 보닛 아래 품은 BMW GT는 BMW 모델들 중에서 우수한 편에 속하는 정숙성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노면의 잡다한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고 약간의 바운싱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하체에 비해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은 우수한 편이다. 이런 느낌은 흡사 X5와도 비슷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굳이 승차감의 정도를 특정한다면 5시리즈 세단과 X5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느낌이다.



가속감에서도 5시리즈보다는 X5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5시리즈, 심지어는 같은 엔진을 장비한 7시리즈에 비해서도 둔중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2,045kg에 이르는 공차중량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파워트레인과 구동계를 갖춘 530d M스포츠 xDrive에 비해서 235kg이나 더 무겁고 역시 같은 구성의 730d M스포츠 xDrive에 비해서도 135kg이 더 무겁다. 공교롭게도, BMW GT 30d xDrive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갖춘 X5 30d xDrive에 비해 25kg이 가볍다.


BMW GT는 그 무거운 몸집 때문에 출발 가속에서 다소 굼뜬 느낌을 받기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40km/h에서 2단, 70km/h 언저리에서 3단, 105km/h에 이르러 4단으로 넘어간다.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가속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57.1kg.m에 이르는 막강한 토크가 끊임 없이 차를 밀어 붙여준다. 특히 150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최대 토크를 이용한 가속감이 쏠쏠하다. 0-100km/l가속은 7초 이내에 처리한다. 하지만 200km/h를 넘어서면 슬슬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운동성능은 어떨까? 무거운 자동차는 필연적으로 운동성능에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BMW GT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2톤을 넘는 육중한 몸집과 부드러운 하체를 가졌다. 따라서 코너에서 보여주는 감각은 동사의 세단 모델들에 비해 둔중한 감각을 보여준다.  하지만 BMW가 그토록 강조해 오던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부분을 완전히 놓치지는 않았다.


이러한 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앞 부분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빠른 데서 시작된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의 감각은 묵직하다. 운전자와 차가 직결되어 있는 느낌은 예사 수준이 아니다. 뒷 부분이 따라오는 감은 다소 늦은 편이지만 차의 크기나 중량에 비해 예리한 느낌을 준다. 필요할 때만 티 안 나게, 은근슬쩍 개입해주는 xDrive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덕분에 곡선 주로에서는 마치 레일을 달려나가듯 노면을 움켜 잡고 매끄럽게 돌아나간다. 코너링에서의 솜씨는 과연 BMW출신다운 면모다. 그러나 그 한계는 동사의 세단 모델들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물론 SUV 모델인 X5보다는 한 수 위다.


공인연비는 복합모드 기준 12.2km/l다. 도심 10.9km/l, 고속도로 14.4km/l로, 고속도로에서는 X5보다 0.1km/l 높은 연비를 나타낸다. ECO PRO 모드로 운행하며 온보드 컴퓨터를 이용하여 연비를 기록한 결과, BMW GT는 도심 10km/l 초반대의 연비를 기록했고, 고속도로는 16km/l를 상회하는 기록을 냈다. 실제 운행에서는 도심 9km/l대, 고속도로 13km/l대에 그쳤던 X5보다 연비 면에서는 비교우위에 있다.



BMW GT는 2014년형으로 바뀌면서 전 모델이 럭셔리 트림으로 판매된다. 모델은 35i xDrive 럭셔리, 20d 럭셔리 이피션트 다이나믹스, 30d 럭셔리, 그리고 시승차인 30d 럭셔리 xDrive 모델의 네 개 모델로 운영된다. VAT포함 가격은 35i xDrive 8,330만원, 20d 이피션트 다이나믹스 7,210만원, 30d 8,060만원, 30d xDrive 8,41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BMW GT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본질적인 의미로서 GT의 요건들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자동차다. 크고 안정적인 차체는 물론,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많은 짐을 실을 수도 있고, 넉넉한 힘을 가진 파워트레인으로 고속 주행 또한 수월하다.


그러나 `팔방미인은 밥을 굶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 부문에 걸쳐 재주를 발휘하지만 정작 한 가지 일에는 정통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크로스오버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자 수많은 제조사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이종교배를 시도했다. 하지만 각기 서로 다른 장르의 자동차를 한데 뒤섞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물건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BMW GT를 바라보게 되면 그 `애매한` 물건들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성능 면에서는 쿠페나 스포츠 세단에 밀리고, 공간 활용성에서는 왜건이나 SUV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 GT를 그런 애매한 물건들 중 하나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세단이나 SUV, 혹은 쿠페가 충족시킬 수 없는 것들을 고르게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공간 면에서는 세단보다 효율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고, 고속 주행과 안정감에 있어서는 SUV보다 우세하다. 만점을 얻어내는 과목은 하나도 없지만 모든 과목에서 보통 이상의 점수를 고르게 얻는 부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BMW GT는 일상, 비즈니스, 여가, 운전의 즐거움에 이르는 모든 것을 한 대의 자동차로 해결하고픈 욕심쟁이들이 반길만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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