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스런 외모, 탄탄한 실력 - 캐딜락 CTS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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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런 외모, 탄탄한 실력 - 캐딜락 CTS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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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캐딜락은 기존의 라인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의 세단을 내놓았다. 새로운 세단은 `아트 & 사이언스`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내세웠다. 그 결과물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이었다. 이 세단을 필두로 시작된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를 통해, 캐딜락은 모델 라인업 전반에 걸쳐 변신을 시도했다.


새로운 세단에서부터 시작된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는 오늘날 캐딜락이 가진 강렬한 개성을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도 유럽이나 일본 제조사를 따라잡기 위해 개선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기존의 캐딜락에 대한 고루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시도가 되었고, 지금도 그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11년 전, 화려하게 등장하여 변신의 계기가 된 그 세단의 이름은 바로 `CTS`. 초대 CTS는 본래 캐딜락의 엔트리급 스포츠 세단이었다. 하지만 D세그먼트 시장을 직접 겨냥한 ATS의 등장으로 인해, 3세대 모델부터는 E세그먼트 급의 중형 세단으로 승격되었다. 단종된 STS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이다. ATS와 이어지는 새로운 얼굴과 한층 커진 사이즈로 돌아온 3세대 CTS를 시승했다.



새로운 CTS는 눈매에서부터 ATS의 색채가 묻어 나온다. ATS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아트 &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덕분이다. 새로운 CTS 디자인은 ATS보다 훨씬 과감하고도 명쾌한 느낌을 준다. 한 칼에 베어낸 듯 날카로운 선들은 절도가 있다. 범퍼 하단에서 시작하여 길게 찢어진 눈꼬리까지 이어지는 LED 주간 주행등은 CTS의 존재감이 더욱 살아난다. V자로 꺾여진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큼지막한 엠블럼과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으로 멋을 부렸다.



새로운 CTS는 STS의 자리를 꿰어 차면서 차체 길이가 4,965mm로 기존의 4,859mm보다 106mm가 길어졌다. 높이는 기존의 1,465mm에서 1,440로, 전폭은 기존의 1,865mm에서 1,835mm로 다소 줄어들었다. 길이는 늘어나고 폭과 높이는 줄어든 만큼, 기존의 다소 짜리 몽땅했던 느낌이 사라진 늘씬한 몸매로 거듭났다.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측면 디자인은 선배 격인 STS보다도 더 날씬한 느낌을 준다. 또한 완만하게 내려오는 루프의 라인은 쿠페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뒷모습은 초대 CTS에서 내려온 느낌이 든다. 초대 CTS에서 볼 수 있었던 V자로 접힌 리어 스포일러와 수직 테일램프 등에서 그러한 느낌이 묻어난다. 트렁크 리드의 크롬 장식 오른편의 필기체로 멋스럽게 새겨진 캐딜락 레터링도 잘 어울린다. 고전적인 글씨체이지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CTS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실내는 2012년에 미국에서 발표한 대형 세단인 XTS의 것과 많이 닮아 있다. V자로 꺾인 센터페시아와 함께,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캐딜락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UE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들을 통짜 터치패드로 바꿔놓은 점이 눈에 띈다. 터치패드의 기능 표시는 시동을 걸면 나타나게 되어있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실내의 마감 수준은 무난한 정도다. 가죽 등의 마감도 비교적 꼼꼼한 편이고, 과거의 미국차에서 볼 수 있었던 부실한 마무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소재의 선택에서는 다소 아쉬운 느낌이 있다. 실내에서 유광으로 처리된 부분이 많은 듯하다. 미관 상으로는 깔끔하긴 하지만 지문이 쉽게 남고, 먼지가 앉으면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티어링 휠은 새로운 ATS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림이 운전자 쪽으로 약간 나와있는 느낌이다. 그립감은 최근의 쉐보레 모델들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림의 굵기는 약간 가는 편이어서 손에 쏙쏙 들어오는 맛이 있다. 스티어링 휠 좌우에는 각 7개씩의 버튼이 자리하고 있는데, 계기판의 기능 조작,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리모컨 등의 역할이 할당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는 번쩍이는 크롬으로 도금된 패들 시프트가 눈에 띈다.



새로운 CTS의 계기반은 그 자체가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으며, 처음 차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중앙의 디스플레이와 연동되어 화려한 세레모니로 운전자를 맞는다. 계기반은 총 4가지의 테마를 제공하는데, 저마다 다른 특색이 돋보인다. 또한 계기반 너머에는 HUD까지 준비되어 있다. 한글화도 대부분 이루어져 있어서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내비게이션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CTS의 센터페시아는 앞서 언급했듯이, 터치패드로 이루어져 있다. 조작을 할 때마다 살살 진동이 오는 햅틱 반응을 지원하는 점이 이채롭다. 하지만 하드웨어 적인 문제인지는 몰라도 반응이 다소 느리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불만스러운 점은 비상등(!)마저 터치 패드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점등해줘야 하는 비상등이 느릿느릿한 반응의 터치패드로 되어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센터페시아의 아랫부분을 터치해 주면, 터치 패널이 열리면서 휴대전화 등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 내부에는 USB 포트가 AUX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컵홀더도 꽤나 독특하다. 가죽으로 멋스럽게 싸여진 커버로 덮여 있는데, 손잡이를 살짝 밀어주면 커버가 전동으로 개폐가 된다. 기어 레버는 P-R-N-D 레인지만 표시되어 있다. 수동모드를 사용하려면 기어 레버 꼭대기의 M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착석감은 약간 탄탄한 편이고, 과격한 운전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준다. 요추받침을 포함한 전동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좌석 하단에는 착좌부 앞쪽의 길이까지 조정 가능한 레버가 붙어 있다. 또한 통풍시트를 지원하여, 더운 여름철에도 쾌적하게 운행할 수 있다.



뒷좌석의 공간은 무난한 수준이다. 다리 공간은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전고를 20mm 낮춘데다, 뒷좌석의 머리공간에 파노라마 선루프의 커튼 수납부로 추정되는 부분이 돌출되어 있어, 머리 공간이 다소 좁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등받이의 각도는 다소 서 있는 편이다.




트렁크 공간도 아쉽다. 용량이 388리터에 불과해, 체급에 비해 부족한 용량을 지니고 있다. 개구부는 크지만 군데군데 돌출부가 많아, 짐을 수납하기가 불편하다. 6:4 분할 접이식 시트를 활용해서 적재 공간의 부족을 제한적으로 극복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트렁크 용량이 적은 점은 분명한 감점 요인이다.



파워트레인으로는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변속기는 기존의 자동 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를 사용한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기존의 3.0리터 V6엔진을 대체한다. 최고출력은 276마력/5,500rpm, 최대토크는 40.7kg.m/3,000~4,500rpm에 달한다.



새로운 CTS는 실내의 소음 억제 대책이 착실하게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회전에서는 은은한 음색을 내며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잔 진동의 억제도 대체로 잘 이루어져 있는 편이다. 부드러운 변속감의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도 편안한 운행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운전하기 편하다. 또한 탄탄한 듯 하면서도 융통성이 있는 하체는 노면의 충격을 곧잘 걸러낸다. 미국 전통(?)의 넘실거리는 하체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힘껏 내리 밟기 시작하면, 또렷한 톤의 엔진 사운드가 차내를 휘감는다. 3,000rpm 이상의 중~고회전 영역에서부터 들려오는 다소 자극적인 엔진음은 운전자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276마력의 2.0리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1,725kg의 세단을 힘차게 밀어 붙여준다.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팔팔한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난한 반응을 보인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타입이다.



1단에서 60km/h 언저리에 다다를 때쯤 되면 2단으로 변속이 되고, 2단에서 90km/h 를 넘기고 나면 3단으로 넘어가서 100km/h가 나온다. 0-100km/h 가속시간은 덩치 큰 세단에 2.0리터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6초 초반대를 기록했다. 또렷한 사운드와 경쾌하고 활기찬 가속감은 CTS의 운전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준다. 200km/h의 가속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낸다. 토크감이 좋은 엔진은 추월 가속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회전수를 더 끌어 올려서, 반응 속도를 확보하기 때문에 좀 더 긴장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다.



시승차는 최고 등급인 AWD 모델이 아닌, 중간 사양의 프리미엄 모델이었다. 캐딜락의 자랑거리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빠진 모델이다. 휠과 타이어 역시, AWD모델의 245/40/R18사양이 아닌, 245/45/R17사양이다. MRC가 빠진 CTS는 코너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까?



MRC가 빠진 프리미엄 사양의 CTS는 예상 외로 준수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을 급격하게 하다 보면, 앞부분이 꽤나 공격적으로 움직여 준다. 뒷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느리지 않다. 은근히 탄탄한 느낌을 주던 하체가 여기서 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다소 부드러운 느낌의 서스펜션 때문에 롤이 조금씩 느껴지긴 하지만, 의외로 몸놀림은 경쾌하다.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뒤가 곧잘 미끄러지면서 후륜구동차가 가진 특성을 느끼며 달릴 수도 있다. 의외로 기본기에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즐겁게 운전을 즐길 수는 있다. 그러나 역시 MRC의 부재 탓인지, 급격한 코너에서 자세가 무너질 뻔했던 때가 종종 있다. 공인 연비는 도심 8.5km/l, 고속도로 12.5km/l, 복합 10.0km/l다. 트립컴퓨터 기준으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도심 7km/l대, 고속도로는 13~14km/l대를 기록했다.



시승차는 현 CTS 라인업의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2.0 프리미엄 사양이다. VAT포함 가격은 6,250만원. 기본 모델인 럭셔리에 비해 여러 고급 사양들이 추가되어 있다. 전술한 내용에서 언급했던 사양 외에도 뒷좌석 열선, 13개의 스피커로 이루어진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독립제어 에어컨, 전/후방 주차 센서 등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사족으로 CTS의 기본형인 럭셔리 모델의 가격은 5,450만원, AWD 모델의 가격은 6,900만원에 이른다.



새로운 CTS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3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탄탄해진 기본기와 함께, 몇 가지 사소한 부분들만 제외한다면 체감되는 품질감도 높아졌다. 체급이 격상됨은 물론, 기존의 V6 모델에 비해 효율성을 더 끌어 올렸다. 모든 부분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초대 모델이 2세대로 세대교체를 했을 때에도 디자인과 성능 모두 크게 발전을 이루었다.



3세대 CTS도 마찬가지다. 기본기를 포함한 많은 부분에서 발전이 있었다. 세대를 교체할 때 마다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이제는 유럽의 E세그먼트급 세단들과 당당히 경쟁할 만한 자질을 갖췄다. 체급이 상승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긴 했지만 갖추고 있는 성능이나 사양에 비하면 여전히 독일 세단들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멋스러운 외모와 탄탄한 기본기를 함께 갖춘 3세대 CTS는 캐딜락 가문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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