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감성, 안락함의 삼위일체 - 캐딜락 CTS AW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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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감성, 안락함의 삼위일체 - 캐딜락 CTS AW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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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S는 캐딜락에게 있어서 그 의의가 큰 모델이다. CTS를 통해 처음 선보인 `아트 and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는 오늘날의 캐딜락이 가진 강렬한 개성을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CTS는 그 충격적이고 드라마틱한 디자인은 물론,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도 적극적인 개선을 시도하여, 기존의 캐딜락에 대한 고루한 이미지를 벗겨 내는 데 일조했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었던 브랜드를 현재의 궤도에 오르게 해 준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캐딜락의 변혁을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CTS에게도 또 한 번의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6월에 열린 부산 국제 모터쇼를 통해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3세대 CTS가 그것이다. ATS에게서 차용한 새로운 아트 and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와 함께, 여러 변화가 존재한다. 기존 모델보다 훨씬 커진 차체를 통해, 상위 모델이었던 STS를 밀어내고 자기가 그 자리를 꿰어 찼다. 또한 기존의 3리터급 6기통 엔진을 2리터급의 4기통 터보 엔진으로 갈아 치웠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TS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E세그먼트급 세단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CTS는 현(現) 3세대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인 AWD 모델이다.

ATS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아트 and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가 남김 없이 녹아 든 CTS는 눈매에서부터 ATS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새로운 CTS의 디자인은 ATS보다 훨씬 과감하고 도전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기나긴 보닛부터 시작해서 차체 곳곳에 자리 잡은 날카로운 선과 면은 마치 잘 벼려진 도검과 같은 절도와 당당함이 묻어난다. 초대 모델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V자로 꺾인 오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큼지막한 엠블럼과 블랙 하이글로스 도장으로 멋을 부렸다. 범퍼 하단에서 시작하여 눈꼬리까지 이어지는 LED 주간 주행등은 CTS의 존재감이 더욱 살려준다. 주간 주행등은 범퍼 라인을 기준으로 나뉘어지며, 범퍼에 장착된 부분이 방향시지등의 역할을 겸한다.


새로운 CTS는 STS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차체 길이가 4,965mm로 기존의 4,859mm보다 106mm가 길어졌다. 전고는 기존의 1,465mm에서 1,440로, 전폭은 기존의 1,865mm에서 1,835mm로 다소 줄어들었다. 길이는 늘어나고 폭과 높이는 줄어들었다. 따라서 2세대 모델보다 한층 늘씬한 몸매로 거듭났다.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선과 면으로 구성된 측면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완만하게 내려오는 루프의 라인은 쿠페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뒷모습은 초대 CTS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 보조 제동등에 네온을 사용했던 초대 모델의 센스까지 재현하진 않았지만, V자로 접힌 리어 스포일러와 수직 테일램프 등에서 그러한 느낌이 묻어난다. 트렁크 리드의 크롬 장식 오른편에는 음각으로 파 놓은 캐딜락 레터링이 보인다. 필기체로 멋스럽게 새겨진 레터링은 미래지향적 감각의 CTS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고전적인 요소로 느껴져, 더욱 돋보인다.


실내는 V자로 꺾인 오각형 센터페시아와 함께,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하는 캐딜락의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UE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운전석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현란한 세레모니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센터페시아에 으레 붙어 있어야 할 버튼들은 통짜 터치패드가 대신하고 있다. 터치패드의 기능 표시는 시동을 걸면 나타나게 되어있다. 실내는 곳곳을 가죽으로 꼼꼼하게 감쌌다. 심지어는 경적 커버까지도 가죽으로 싸맸다. 새로운 CTS에서는 과거 미국차의 부실한 마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란한 디스플레이 외에도 눈에 띄는 요소는 산재해 있다.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는 물론, 실내의 구석구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각종 오각형의 향연은 실내에서도 CTS의 개성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ATS의 것을 유용하고 있는 3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림이 운전자 쪽으로 약간 나와있는 느낌이다. 그립감은 손에 쏙쏙 들어오는 맛이 있어, 쉐보레 모델들과도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통짜 터치패드로 이루어진 센터페시아는 개폐 동작이 가능하며, 내부에 휴대 기기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내부에 USB 포트와 AUX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USB 포트를 이용하여 충전이나 데이터 전송도 가능하다. 터치 패드는 건드릴 때 마다 윙윙 울리는 햅틱 반응을 보인다. 거기다 글로브박스 개폐는 물론, 비상등까지 터치패드로 처리되어 있다. 센터 콘솔의 컵홀더는 전동 개폐기능까지 갖췄다.


계기판은 한글화가 충실히 이루어져 있다.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구성을 취하고 있다. 계기는 밸런스, 단순, 고급, 성능의 네 개의 테마를 제공한다. 화려하게 디자인된 각각의 테마는 다양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적용되어 있다.


외모만큼이나 멋들어지게 디자인된 세미버킷 스타일의 앞좌석은 탄탄한 착석감은 물론, 과격한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요추받침과 볼스터 조절 기능을 포함하여 14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착좌부 앞쪽의 길이까지 조정 가능하며, 통풍시트까지 지원한다. 앞좌석의 공간은 무난한 수준.


뒷좌석 공간은 전반적으로 아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평균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체격이 큰 사람의 경우에는 약간의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울트라뷰 썬루프 뒤편의 돌출부와 불숙 솟은 센터콘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으며, 열선기능을 지원한다.


트렁크 공간은 경쟁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388리터의 용량을 지니고 있다. 깊이가 얕고, 돌출부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어, 부피가 큰 짐을 수납할 때에는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큰 개구부와 길이가 긴 공간 설계로 약점을 극복하려고 한 티가 난다. 또한 6:4 분할 접이식 뒷좌석을 지원한다. 트렁크 내부는 유럽이나 일본차 못지 않을 정도로 꼼꼼하게 마감되어 있다.


3.0리터 V6엔진을 걷어내고 새로이 CTS의 심장으로 들어 앉은 엔진은 2.0리터 직분사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이다. 기존의 3.0리터 V6엔진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6마력/5,500rpm, 최대토크 40.7kg.m/3,000~4,5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가 탑재된다.


새로운 CTS에서 단언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정숙성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꼼꼼하게 이뤄졌다는 느낌을 준다. 파워트레인 역시 저회전에서는 은은한 음색과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보이며,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그에 따라, 잡다한 진동의 억제도 대체로 잘 이루어져 있는 편이다. 또한 자동변속기의 전형적인 부드러움으로 일관하는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도 쾌적한 운행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반응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운전하기 편하다.


의외인 점은 하체다. 짐짓 탄탄한 느낌을 주는 하체는 전통적인 미국차의 그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오히려 일본이나 유럽 세단에 비해서도 탄탄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면서도 자잘한 요철은 슬쩍 슬쩍 걸러낸다. 물론 조금이라도 큰 요철을 만나게 되면 다소 거칠게 반응한다. 이 탄탄한 하체 덕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하다. 또한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어, 고속에서도 소음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전개된다. 3,000rpm을 넘어서부터 들려오는 음색은 저회전 때의 은은함과는 또 다른, 거칠고 자극적인 음색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1단에서 60km/h 언저리에 다다를 때쯤 되면 2단으로 변속이 되고, 2단에서 90km/h 를 넘기고 나면 3단으로 넘어가며 100km/h를 돌파한다. 0-100km/h 가속시간은 6초 중반대.




전반적인 가속감은 활기가 있는 편이지만, 후륜구동 모델에 비해서는 좀 더 진중한 느낌이다. 상시 4륜구동계를 채용하면서 체중이 60kg이나 늘어난 데다, 구동계의 특성 상, 구동손실률이 조금 더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속감에는 변속기도 한 몫을 한다. 하이드라매틱 변속기의 질감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무난한 수준. 때때로 엔진의 활력을 제때 소화해내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엔진의 힘이 넉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상기한 요소들을 엔진의 힘으로 그냥 때우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만큼, 엔진 자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새로운 CTS의 V6 모델들은 ZF의 8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하고 있는데, 2.0리터 사양에도 적용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승차인 CTS AWD에는 캐딜락의 자랑거리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서스펜션이 탑재된다. 1초에 1000회까지 노면상황을 감지하여 감쇄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CTS 중에서도 AWD모델에만 장착되는 사양이다. 핸들링에 대해서는 후륜구동 CTS도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지만, CTS AWD는 그 보다 양질의 감각을 전달한다. 특히 감각적인 면에서 유럽 세단들과도 견줄 만한 맛을 만들어낸다.


뉴트럴에 가까운 조향 특성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상시 4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균형 잡힌 차체의 조화를 이루는 CTS AWD는 덩치를 잠시 잊게 해주는 기동력을 뽐낸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시종일관 숙련된 검객의 몸놀림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후륜 구동 모델에서 느껴졌던 롤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자세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코너를 탈출하는 과정에서도 잘 다듬어진 느낌을 받게 된다. 조작량에 따라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앞부분과 덩치에 비해 발빠르게 따라오는 뒷부분의 움직임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오든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브램보의 4피스톤 캘리퍼와 디스크로 무장한 제동 시스템이다. 고속에서의 급제동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것은 물론, 밟는 만큼 제동력이 상승하는 구조이기에 일상에서도, 과격한 운행에서도 충분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탄탄한 기본기에 정교함을 더한 CTS의 핸들링은 기계적인 면에서도, 감각적인 면에서도 그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캐딜락 CTS AWD의 공인연비는 도심 8.3km/l, 고속도로 11.0km/l이고, 복합 연비는 9.6km/l이다. 이는 BMW의 528i xDrive의 9.8km/l, 13.9km/l, 11.3km/l(도심, 고속도로, 복합)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아우디의 A6 40 TFSI 콰트로의 8.1km/l, 10.4km/l, 9.0km/l보다는 근소하게 높은 수치다. 실제 운행하며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연비는 공인연비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교통 상황이 원활한 때의 도심에서는 평균적으로 7~8km/l 사이의 연비를 보이지만, 혼잡할 때에는 5km/l대까지 떨어진다. 고속도로에서는 투어 모드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을 시도한 경우, 공인연비보다 높은 13km/l를 약간 웃돌기도 했다. 연료는 고급 휘발유만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캐딜락 CTS AWD는 라인업의 최고 등급 모델인 만큼, 상기한 것들 외에도 여러 안전/편의사양이 준비되어 있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을 꼽는다면 주차보조 센서이다. 일반적으로 경고음을 통해 거리를 알려주는 방식이 아닌, 운전석의 진동으로 거리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물론 일반적인 경고음 모드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BOSE 오디오 시스템, 3존(운전석/조수석/뒷좌석) 독립제어 에어컨, 자동주차 기능, 차선이탈 경고 장치, 전방 추돌 경고 장치, (후진 중)후방 통행차량 감지 및 경고 기능, 사각지대 경고 장치 등이 적용된다. 전용 사양으로는 후륜구동 모델의 245/45 R17 규격보다 한 치수 큰 245/40 R18 규격의 고광택 휠과 타이어가 적용된다. VAT포함 가격은 6,900만원이다.


새로운 CTS는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직접 맞상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3세대로 세대교체로 일어난 여러 긍정적인 변화가 CTS의 상품가치를 높여준다. 특히, AWD 사양의 CTS AWD는 일반적인 CTS가 가지고 있던 강렬한 개성의 디자인과 탄탄한 기본기에 정교함을 더하여, 더욱 매력적으로 변모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엔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여유를 부리는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연비도 유럽 세단들과 경쟁하려면 약간은 힘에 부친다. 공간 구성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딱 여기까지다. 독보적인 개성을 자랑하는 외모와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정숙성을 기본으로 갖춘 데다, 동급 최고출력의 엔진, 그리고 정교한 상시 4륜구동 시스템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조화는 외모만큼이나 감각적인 주행 성능을 일궈냈다.


캐딜락 CTS 는 모든 부분에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세대를 교체할 때 마다 지속적으로 발전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럽의 E세그먼트급 세단들과 당당히 경쟁할 만한 자질을 갖췄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특히 개성적인 미학으로 점철된 외모, 정숙함에서 오는 안락함, 그리고 감각적인 주행질감이 삼위일체를 이룬 CTS AWD라면 두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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