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요소들의 기묘한 조화 - 렉서스 GS450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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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요소들의 기묘한 조화 - 렉서스 GS450h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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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에는 유럽식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두 가지 모델군이 있다. D 세그먼트 세단인 IS와 E세그먼트 세단인 GS가 그것이다. 렉서스의 두 가지 세단 라인업은 렉서스의 정숙함과 안락함 안에, 스포츠 세단의 외모와 주행감각을 버무려 낸 모델들이다. IS는 D 세그먼트에 속하는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 등과 경쟁하며,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GS는 E 세그먼트에 속하는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 등과 경쟁한다. 시승에 사용된 GS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GS450h다. VAT포함 가격은 8,110만원. `스포츠 세단`과 `하이브리드`라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모델이다. 이성에 호소하는 하이브리드와 감성에 호소하는 스포츠 세단의 경계에서 렉서스 GS450h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GS450h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편이다. 그리고, 스핀들 그릴로 대표되는 렉서스의 파격적 디자인 요소들이 처음으로 적용된 모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오늘날 렉서스의 디자인의 디자인 큐가 되어준 모델이 바로 4세대 GS이다. 날 선 인상의 얼굴부터 시작해서 늘씬한 비례를 갖춘 옆모습, `L` 형상이 강조된 테일램프에 이르기까지, 속도감이 있는 날렵한 형상이다. 이는 GS 전 모델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출시 후 지금까지 큰 변화를 겪지 않은 GS450h지만, 당당하고 날 선 인상과 늘씬하게 뻗은 몸매, 특유의 예리하게 다듬은 디테일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은 반길 만한 부분.





GS450h는 외모에서 일반적인 GS 모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렉서스 최초의 스핀들 그릴과 직선적인 느낌이 강조된 디자인은 등장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다. 대부분의 디테일에서도 크게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채용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푸른 색상의 디테일들도 여전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알리는 푸른 배경의 렉서스 뱃지부터 시작해서 사이드 스커트 아래의 하이브리드 뱃지는 물론, 푸른색으로 마감된 네임 플레이트도 그대로다.




인테리어의 전반적인 구성은 깔끔하고 간결하며, 입체적이다. GS의 인테리어는 과거의 렉서스 인테리어가 보였었던 평면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오늘날 렉서스 인테리어가 보이고 있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시승차에는 블랙과 토파즈 브라운의 두 가지 색상이 강렬한 대비를 보이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휠은 대부분의 렉서스 모델들과 비슷한 감각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으며,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그립감이 좋은 편이다. 계기판은 단순한 폰트와 구성으로 가독성이 우수하며, 주행 모드에 따라 좌측의 게이지와 상단의 조명 색상이 바뀐다. 일반 및 에코 모드에서는 푸른 배경과 에코 게이지로, 스포츠와 스포츠 모드에서는 붉은 배경과 회전계로 구성된다.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 내부에 깊숙히 자리하여, 난반사를 원천봉쇄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본래의 크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가독성에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센타페시아는 단순하고 명료하면서도 주요 기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언뜻 홈 오디오 시스템이 연상될 정도다.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 역시,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마우스의 조작 원리를 차용한 렉서스의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는 컴퓨터를 접하는 일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온종일 다이얼을 붙잡고 씨름하게 되는 독일식 인터페이스에 비해 훨씬 빠르게 적응이 가능하다.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S450h의 앞좌석은 부드럽고 안락한 작석감을 제공한다. 안락하기만 할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GS의 성격이 반영하듯, 급격한 차체의 움직임에도 허리를 비교적 든든하게 잡아준다. 열선 및 통풍 기능은 물론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운전석은 3개의 메모리 기능도 지원한다. 앞좌석에 할당된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은 안락한 착석감과 가족용 세단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트렁크는 465리터로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가 있다.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을 위해 후방에 거대한 배터리팩을 장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용도를 충분히 배려한 공간 설계는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공통점이다.



파워트레인은 병렬 스트롱 타입의 2세대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적용되어 있다. 세계최초로 직분사 방식과 앳킨슨 싸이클 방식을 조합한 290마력의 3.5리터 V6 엔진과 각 100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 2기와의 조합으로 합산 최고출력 345마력/6000rpm, 최대토크 35.5kg.m/4500rpm을 생성한다. 변속기는 CVT변속기가 적용된다. 연료는 되도록 고급유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GS450h의 시동을 거는 일은 기계에 시동을 거는 느낌보다는 전자 제품의 전원을 켜는 느낌에 더 가깝다.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그렇듯, 전력이 충분하고 적은 힘만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엔진의 시동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량이 충분치 않은 경우, 시동 버튼을 누르자 마자 엔진에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정숙성은 렉서스다운 걸출함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탑재된 GS450h는 전기차 모드 덕에 저속에서 더욱 조용한 운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모드인 EV모드는 운전자가 임의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력량만 충분하다면 최대 40km/h까지 EV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다. 시동이 걸린 이후에도, 3,000rpm 이하의 저회전 영역에서는 그저 엔진이 구동되고 있다는 사실만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정숙함이 이어진다. 3.5리터 V6 엔진이 가진 매끄럽고 깔끔한 회전질감은 일상적 운행에서의 쾌적함을 한층 더해준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장거리 운행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승차감은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GS의 성격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안락하다. 하지만 GS450h의 하체는 대책 없이 무르기만 한, 부실한 하체가 아니다. 승차감과 안정감을 절묘한 지점에서 타협해낸 하체는 저속에서는 안락한 승차감을, 고속에서는 수준 이상의 안정감을 확보했다. 시종일관 정숙함과 쾌적함을 보이는 파워트레인도 안락한 운행환경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주행 모드를 스포츠 에 두고, 풀 스로틀로 가속을 시도하자, 격렬하고 날카로운 음색의 사운드가 차내로 흘러 든다. 3.5리터 V6엔진과 100마력의 전기모터 2기가 만들어내는 가속력은 공차중량만 1,900kg에 이르는 GS450h를 파워풀하게 몰아 붙인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엔진의 사운드는 분명 정력적이고 날카로운 느낌이지만 귓전을 사정 없이 들쑤셔 대는 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차체는 노면에 찰싹 달라 붙은 채 어떠한 요동도 일으키지 않는데, 속도계의 수치는 사정 없이 올라가고 있다. 운전자는 긴장하고 있는데, 차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평정을 유지한다. 일반적인, 혹은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스포츠 세단의 혈기 왕성한 감각과는 사뭇 다른 절제된 감각이 돋보인다.



CVT로 구동되는 GS450h는 출발 후 6초 만에, 회전계가 레드존인 6,000rpm에 다가가기도 전에 0-100km/h 가속을 끝내고 고속을 향해 내달린다. 회전 수가 6,000rpm으로 고정되면 끊김 없이 CVT의 착실한 동력 전달이 이어져, 고속까지 손쉽게 올라 선다. GS450h에 탑재된 E-CVT는 수동 변속 모드도 지원한다. 수동 모드에서의 변속 속도는 무난한 편이고, 패들 시프트의 조작감도 적당히 기계적인 맛이 나는 편이다. 수동 변속을 하는 기분을 내며 달리기에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고속에서도 일상적인 운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쾌적함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고속에서의 항속 주행도 별다른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직선 구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GS450h. 코너가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의 반응도 만족스런 능력을 보여준다. 스포츠 모드부터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른 차체의 반응이 한 템포 빨라지는 느낌을 받게 되며, 하체의 반응이 사뭇 달라진다. 전륜은 더블위시본, 후륜은 멀티링크로 구성된 하체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설정이다. 하지만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스포츠 모드 하에서는 한층 타이트한 감각으로 탈바꿈한다. 든든하게 다져진 하체는 격렬한 조향에도 차체의 자세를 쉽사리 무너뜨리지 않는다. 뒷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수준급이다. 중형 세단의 덩치에 1,900kg이라는 체중을 감안하면 상당히 영민하고 진득한 감각으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조향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에 가깝지만, 후륜구동의 특성이 살아 있는 조향감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4륜 모두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전륜에 4-피스톤 캘리퍼가 적용된 GS450h의 제동 시스템은 중량과 퍼포먼스를 감안하면 적당한 수준이다. 2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단번에 몰아 세우기에 모자라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도 민감하지 않아,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다. 페달을 밟는 만큼 상승하는 제동력은 격렬한 주행에서 차체를 제어하기에도 좋은 편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연비에 대한 부분을 짚어 본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렉서스 GS450h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도심 11.9km/l, 고속도로 13.7km/l, 복합 12.7km/l다. 에코 모드 하에서 경제 운전을 중시하여 운행한 경우, 도심에서는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13~14km/l의 평균연비를, 고속도로에서는 15km/l를 넘나드는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이 나온 이유는 GS450h에 장착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특성 때문이다.



GS450h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가진 EV모드는 연료 절감의 핵심이다. 자동차가 가장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 시기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이다. 출발 단계에서 EV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출발 단계에서 소모되는 연료를 절감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에코 모드에서 가속페달 조작 없이 내리막길이나 평탄한 길을 운행할 경우, 최대 70km/h 이하에서 엔진의 시동을 끄고 EV모드로 전환한다. 뿐만 아니라, EV모드는 저속 운행 상황에서 연료 소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대 40km/h까지의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골목길이나 주차장, 막히는 도심지 등, 저속 운행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연료 소모량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법률 상의 혜택 또한 쏠쏠하다. 하이브리드 차량인 GS450h는 차량 구입 시,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채권구입액 등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공해차량 2종으로 분류된 GS450h는 전자태그를 부착한 차량에 한해, 서울 시내 혼잡통행료가 전액 면제되며, 공영주차장 할인 혜택 또한 제공된다.


렉서스 GS450h는 일반적인 통념 상의 스포츠 세단에 하이브리드가 접목된 렉서스의 독특한 세단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세단의 파워풀하고 감성적인 주행 질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효율, 일상을 충분히 배려한 공간 설계는 물론, 렉서스의 장기인 정숙함과 쾌적함이 모두 공존하고 있는, 실로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이 GS450h의 안에서 타협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타협과 조화는 마치,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같은 느낌을 준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끼리 서로 얽히며 극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 내는 역동적인 상황과 갈등 구조가 탄탄한 개연성을 가진 정교한 서사 구조안에서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성과 감성, 서로 양립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 극단적 요소들이 정교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GS450h는 이성과 감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상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성과 감성 모두를 평균 이상으로 배려해 주지만, 어느 한 쪽의 극단에 이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GS450h의 이러한 면면이 화(和)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전통적인 사고 방식을 자동차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 선 기묘한 캐릭터를 가진 GS450h. 그 기묘하고도 정교한 조화에서 오는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게 될 날을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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