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가장 이슈가 된 푸조 200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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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가장 이슈가 된 푸조 2008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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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시장의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10년대를 기점으로 잇달아 출시되고 있는 B세그먼트 급의 소형 SUV들의 대두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완성차 업계만 해도 르노삼성의 QM3, 쉐보레 트랙스는 물론, 쌍용에서도 비슷한 등급의 신차, `X100`을 준비 중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높은 경제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소형 SUV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작금의 경향에 충실한 차종으로 나날이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경향이 작용한 것일까? 푸조 2008은 이미 사전 계약을 개시한 지 1주일 만에 900대를 넘어, 출시일인 29일 시점에서는 이미 계약 1,000대를 돌파했다고 푸조 측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수입차 시장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모토야에서 시승한 2008은 최상급 사양인 펠린(Feline)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3,150만원.


2008의 첫 인상은 프랑스의 자동차들이 으레 선보이게 되는, 독특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한 미의식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적 감각에 걸맞는 세련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2008의 디자인은 308에 이어, 이러한 푸조의 디자인 방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새로운 308 이후로 푸조의 최근 디자인 경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외모에서는 소형 CUV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야무진 인상을 받는다. 또한, 아낌 없이 사용된 크롬 장식은 2008의 이미지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인상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2008의 얼굴에 있다. 전반적으로 양감이 도드라지는 디자인의 보닛과 길고 날카롭게 치켜 뜬 헤드램프,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플로팅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잘 자리 잡은 전면의 인상에서는 그 동안 푸조의 디자인에서 보기 어려웠던 절제미와 세련미를 살렸다. 여기에 무광 검정 색상의 범퍼 하단과 은빛의 스키드 플레이트 등의 요소를 더해 SUV가 갖는 터프한 이미지도 챙겼다.



측면 역시 전면부에서 이어지는 세련된 느낌이 이어진다. 굴곡이 도드라지는 앞뒤 휀더는 근육질의 운동선수에서 수트를 입힌 듯, 과하지 않으면서도 입체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또한 2008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녹아 있다. 가파른 경사로 내려오는 C필러, B필러를 기점으로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는 루프 라인과 크롬 장식, 그리고 메탈릭 페인팅이 적용된 루프 레일이 눈에 들어 온다. 또한, 2008의 기반이 되는 208 해치백에서 볼 수 있었던 카울 포인트를 약간 지난 시점에서 급격하게 내려왔다가 후면을 향해 상승하는 윈도우 라인 또한 눈에 띄는 요소다.




뒷모습은 신형 308에서 볼 수 있었던 느낌과 흡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전면과 측면에서 받았던 세련되고 입체적인 감각이 그대로 이어진다. 푸조 디자인의 새로운 요소로 자리 잡을 테일램프의 형상부터 두툼한 검정 범퍼, 굵직한 스키드 플레이트와 크롬으로 멋을 부린 리어 스포일러에 이르는 각각의 요소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적인 감각과 젤제미를 살리면서도 개성까지 살려낸 2008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내는 208과 유사하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둘레는 208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연결된 느낌의 인테리어 분위기는 물론, 일반적인 직경에 비해 50mm 이상 작은 스티어링 휠과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그리고 애프터 마켓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연상케 하는 중앙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대시보드 둘레에서 굳이 208과 다른 점을 찾아내라면, 두툼한 레버가 특징적인 핸드 브레이크 레버,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블루 라이팅 적용 부위가 약간 다른 것 정도다. 전반적으로 운전 시야가 넓어서, 운행 상의 편의성이 좋은 편이다.




앙증맞은 크기가 인상적인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우면서도 손에 빈틈 없이 감겨오는 그립감을 지니고 있다. 뒤편에는 패들 시프트와 각종 기능 조작을 위한 별도의 레버 뭉치가 마련되어 있다. 대시보드 상단으로 불쑥 솟아 오른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가독성 면에서는 무난하지만, 전반적인 크기가 다소 작은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애프터마켓의 제품을 연상케 하는 중앙 디스플레이에는 냅게이션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 조작부가 밀집되어 있다. 2 가지의 UI 테마를 제공한다. 2008의 최상급 사양인 펠린 모델에는 `시엘(Ciel)-루프`로 불리는 글라스 루프가 기본 적용된다. 거대한 크기의 글라스 루프는 이중 강화 유리로 만들어져 있으며, 밤에는 은은한 푸른 빛의 무드 조명이 들어 온다.



2008의 앞좌석은 불쑥 튀어 나온 등받이의 날개 부위가 눈에 띈다. 이 날개는 급격한 코너를 돌아 나갈 때, 탑승자의 옆구리를 든든하게 잡아준다. 좌석의 착석감은 약간 단단한 편이며, 가죽 재질과 함게, 부분적으로 직물이 적용되어 있다. 앞좌석의 조정은 하단의 펌핑식 레버와 등받이 옆에 붙은 조그만 레버로 이루어진다. 하단의 펌핑식 레버는 높낮이를, 측면의 작은 레버는 등받이의 각도를 각각 조절한다.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B세그먼트의 체급을 감안하면 넉넉한 편에 속한다. 착좌감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편이다.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의 배려는 무난한 편.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공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는 다소 서 있는 편이다. 특이한 것은, 트렁크의 선반이 접이식으로 되어 있어, 선반이 설치되어 있어도, 뒷좌석에서 트렁크 공간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360리터로, 넉넉한 편이다. 접이식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194리터까지 용량이 증대 된다.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이 적용되어 있으며, 트렁크 바닥과 뒷좌석 등받이 뒤편에는 레일 역할을 겸하는 강철 프로텍터가 설치되어 있어, 짐을 부리기 용이하다. 바닥 아래에는 22리터의 추가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바닥 아래 추가 공간에는 OVM 공구류와 타이어 수리 키트가 비치되어 있다. 그 외에도 실내 곳곳에 총 24리터의 크고 작은 별도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2008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208 1.6 e-Hdi와 같은 1.6리터 e-HDi엔진과 6단 MCP 변속기로 구성된다. 1.6 e-Hdi 엔진은 92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23.47kg.m/1,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6단 MCP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의 클러치 조작을 자동화한 변속기로, 자동 변속 기능은 물론, 수동 변속기와 동일한 효율을 자랑하는 PSA 그룹의 변속기이다.



2008의 정숙성은 동급의 디젤 소형 SUV들 중에서는 용인할 만한 수준의 정숙성을 가진다. 소음이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 경쟁자들의 정숙성을 감안하면, 다소 간의 보강은 필요할 듯 하다. 그러나 승차감은 체급에 비해 안락하게 느껴진다. 승차감은 달라진 푸조 차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이다. 과거의 푸조 차들은 하체를 딱딱하게 만들어서 노면의 상태를 등줄기에 그대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2008은 예외로 간주해도 좋을 정도로 아량이 넓어졌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 정도는 원만하게 넘겨줄 줄 아는 포용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부드러워진 하체 덕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탄탄한 맛이 있기 때문에,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발군이다. 전반적으로 과거 푸조 소형차의 하체 설정이 가볍고 딱딱한 느낌에 가깝다면, 2008은 보다 진중하고 든든한 느낌에 가깝다.



2008의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다그치기 시작하면, 기운 찬 엔진음과 함께, 가속이 시작된다. 최고출력 92마력의 디젤 엔진은 차를 힘 있게 밀어 붙이기에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변속기가 엔진의 혈기에 맞춰 주지 못한다. MCP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수동 변속기의 든든한 체결감과 함께 착실하게 구동력을 전달하는 맛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변속 속도다. MCP의 기어 변속 메커니즘 때문에 변속에서 시간을 많이 뺏긴다. 이는 고회전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0-100km/h 가속은 13초가 넘게 걸린다. 수동으로 변속을 진행해도 답답한 느낌이 들기는 마찬가지. MCP의 구동 손실 자체는 자동변속기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지 상태에서의 급가속이나 추월 가속 등에서 굼뜬 반응을 보이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100km/h는 3단에서 나오며, 100km/h로 정속 주행 시에는 6단 기어에 2.000rpm 이하의 회전을 보인다.



구불거리는 곡선 주로에 들어서면 2008은 좀 더 매력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푸조의 소형차들은대체로 경쾌하고 사뿐한 발놀림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를 두고 `고양이 발`이라는 이명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허나 2008의 움직임은 사뿐한 고양이보다는 진중한 사자의 발놀림에 더 가깝다. 조그만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마다 묵직한 느낌으로 코너를 차근차근 돌파해 나가는 모습은 분명 이전까지의 푸조와는 다른 맛이다. 코너의 클리핑 포인트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기 보다는 한 템포 여유를 가지고 돌입하는 쪽이 더 즐겁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동안 보여주는 움직임은 해치백의 그것에 가까운 안정감을 보인다. 아량을 넓히되, 본성을 저버리지 않은 하체는 코너가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운전대를 잡은 손끝과 시트에 붙은 등줄기에 기대 이상의 쫀득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승차감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달라진 푸조의 경향을 한 번 더 체감할 수 있었다. 소형 CUV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영민함이 잘 살아 있다.



연비는 과연 푸조 가(家)의 소생 다운 모습이다. 1.6 블루 Hdi 엔진과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MCP 변속기로 구성된 2008은 정부 공인 표준 연비만 해도, 도심 16.2km/l 고속도로 19.2km/l, 복합 17.4km/l의 1등급 연비를 보인다. 경제 운행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도심-혼잡 15~16km/l, 도심-원활 17~18km/l, 고속도로 23km/l 내외의 평균 연비를 보여준다. 시승을 진행하며 달린 거리는 총 600km. 거리의 4할은 도심, 나머지 6할은 고속도로에서 운행했다. 교통이 혼잡한 경우가 자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총 평균 연비는 19.1km/l를 기록했다.



푸조 2008은 신형 308과 함께, 달라진 푸조의 경향이 한 눈에 들어 오는 모델이다. 물론 변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달라진 품질감과 상품성으로 소비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고효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근래의 시장 상황에 맞춰, 시기 적절하게 등장한 데다, 수입차로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춰, 경쟁력을 높였다. 덕분에 2008은 시장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푸조가 겪고 있는 변혁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2008. 하지만 여전히 변함 없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는 프랑스식 실용주의는 2008의 가치를 더욱 올려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합리적 가격과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구성, 그리고 주행 안정성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동차가 갖는 운송 수단의 가치에 충실한 푸조 2008. 합리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소형 SUV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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