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기로에 선 푸조의 플래그십 - 푸조 50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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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기로에 선 푸조의 플래그십 - 푸조 508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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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은 PSA 그룹의 글로벌화 비전에 맞춘 세단으로, 과거 607과 407의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던 세단 라인업을 통합하면서 만들어졌다. PSA 그룹의 시트로엥 C5 세단과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초기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여 개발된 것이 특징으로, 그 동안 푸조가 2000년대부터 디자인 큐로 삼았던 `Code in Speed` 컨셉트를 탈피한 신세대 펠린 룩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508은 SR1 컨셉트카에서 빌려 온 디자인 요소인 ``플로팅 디자인(Floating Design)``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현대적이고 세련된 외양을 갖게 되었으며, 디젤 엔진으로 이름 높은 PSA 그룹의 디젤 파워트레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지난 11월, 4년 동안 플래그십의 자리를 지킨 508도 한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새로운 308이나 2008과도 이어지는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되었으며, 디테일한 부분들의 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푸조 508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2.0리터 HDi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로 구성된 2.0 알뤼르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490만원.





푸조의 모델들은 현재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기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모델이 508이라 할 수 있다. 508이전의 푸조 모델들과 이후의 모델들은 디자인과 성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는 3008과 RCZ 정도만 남은 508이전의 푸조 모델들은 그 호오가 극명하게 갈렸던 `Code in Speed` 컨셉트의 디자인은 물론, 프랑스의 `국민차`와 같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새로운 208, 308, 2008 등으로 대표되는 508 이후의 모델들은 플로팅 디자인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한 편, 프리미엄 브랜드에 좀 더 근접한 품질감을 일궈냈다.




새단장을 마친 508의 얼굴에서는 새로운 308의 얼굴이 떠오른다. 초기의 디자인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의 디자인은 그 완성도가 한층 오른 느낌이 든다. 스포티함과 우아함 사이에서 조율이 적절하게 이루어진 느낌이다. 새로운 308이나 2008 등에서 나타나는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을 전후로 반영하여 더 중후하고 정돈된 분위기으로 일신된 점이 두드러진다. 새로운 디자인이 반영된 3연장 풀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물론,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308에서 차용해 온 듯한 형상. 다른 점이 있다면 플래그십 세단인 508의 이미지에 맞게 좀 더 중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낸다.




헤드램프뿐 아니라 주간주행등, 안개등, 방향지시등을 포함한 모든 조명에는 LED가 적용되어 있다. 전장은 40mm 늘리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20mm, 5mm 줄여 보다 길고 낮아졌다. 또한 전반적으로 곡선적이었던 기존 모델의 디자인에서 곡선적 요소를 줄이고, 직선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했다. 사자 형상의 푸조 뱃지는 보닛 위에서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릴 주위는 번쩍이는 크롬으로 장식되어 있다.




인테리어 변화의 중심은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7인치 터치스크린이라 할 수 있다. 신형 푸조 모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통합형 제어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다른 모델들에 탑재된 것과 마찬가지로, 멀티미디어 및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차량정보 등의 기능을 집적시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점 정도다. 508의 통합형 제어 시스템은 두 가지의 테마를 제공하며, 테마를 변경하게 되면, 시스템이 재부팅된다.








다른 부분들은 기존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수많은 버튼들부터 디스플레이 아래 배치된 접이식 컵홀더 등의 요소들이 보완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 공간은 앞뒤 좌석을 가리지 않고 변함 없이 넉넉한 편이다. 545리터의 넉넉한 기본 트렁크 용량 역시 그대로다. 좌석을 모두 접으면 윈도우 라인 아래를 기준으로 1,244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트렁크룸 바닥 아래에는 추가적인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시승차인 508 알뤼르 모델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기존 모델과 같은 2.0 HDi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갖추고 있다. 2.0리터 HDi 엔진은 종전과 동일한 163마력/3,750rpm의 최고출력과 34.6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CO2 배출량은133g/km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12.8km/l, 고속도로 18.4km/l, 복합 14.8km/l의 2등급 연비로 등록되어 있다.



508은 정숙성 면에서 다소 간의 변화가 있는 듯하다. 기존 모델에 비해 소음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며, 진동도 기존에 비해 진동도 좀 더 억제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파워트레인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기에, 여전히 1,500~1,900rpm 사이의 구간에서 진동이 발생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모델에 비해 소음과 진동에 대한 억제가 한층 강화되어, 무난한 정도의 정숙성을 가진 세단이 되었다. 승차감은 초기 모델이 그러하였듯이, 노면의 요철을 다소 신경질적으로 받아 내는 경향을 보인다. 딱딱하다기 보다는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타입에 가까운데, 이는 과거의 푸조가 가졌던 엔지니어링 경향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대목이다.




정숙성 면에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508. 하지만 여전히 가속력과 순발력은 기존 모델과 같은 일상적 환경에서의 운행을 중시한 모습 그대로다. 2,000rpm에서 최대치를 기록하는 토크는 고회전 대역으로 올라갈수록 꾸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급가속에서 체감되는 가속감이 그다지 시원스럽지는 못하다. 직접 테스트한 0-100km/h 도달 시간은 8초 후반 대. 6단 자동 변속기는 `S`모드를 사용했을 때, 킥다운이 그나마 적당한 타이밍에 들어가 주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반응 속도와 가속감을 보인다. 그다지 맹렬한 가속감은 아니지만, 꾸준히 차근차근 속도를 올려나가는 타입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직결감이 좋은 편이고, 앞부분의 반응 속도도 빠른 편이다. 세미 버킷 타입의 앞좌석은 몸을 든든하게 잡아 준다. 탄탄한 하체는 고속 상황에서도,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체의 안정감을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굽이길에서의 반응으로 보아, 섀시 역시 탄탄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느껴지며, 탄탄한 하체와 함께 코너링에서 그 진면목을 발휘한다. 전륜구동의 중형 세단으로서는 움직임이 실로 가뿐하다. 구불거리는 고갯길에서는 그야말로, `고양이 발`이라는 이명에 합당한 사뿐하고 민첩한 감각을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리는 만큼, 앞부분이 꽤나 민첩하게 돌아주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게 된다. 뒷부분이 따라 붙는 속도도 체급을 감안하면 꽤나 발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형 세단의 체구를 지니면서도, 사뿐하게 굽이길을 헤처 나가는 모습은 과연 푸조 다운 색깔이 진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푸조의 자동차들, 그 중에서도 디젤 HDi 엔진을 얹은 모델들은 전통적으로 연비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며, 연비 역시 기존과 같은 준수한 연비를 나타낸다. 저회전에서 대부분의 토크를 쏟아내는 만큼, 도심지와 고속도로 등지에서 두루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해 낸다.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푸조 508 2.0HDi 알뤼르 모델의 연비는 도심-혼잡 10.3km/l, 도심-원활 12.1km/l, 고속도로 19.2km/l로 나타났다.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부재와, 기존의 6단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도심지에서의 연비는 동급 디젤 세단 중에서 딱히 부족한 부분은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역시, 도심보다는 장거리 운행에서의 연비가 여전히 월등하게 좋은 기록을 만들어 낸다. PSA의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었다면 보다 좋은 결과값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다음 세대로 돌아올 508에게 기대해 봐야 할 듯하다.



데뷔 4년차를 맞은 푸조 508은 굵직한 부분에서부터 여러 가지 세세한 부분들까지 적지 않은 변화를 거쳤다. 새로운 분위기로 일신된 디자인과 향상된 편의성, 그리고 여전히 우수한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새단장을 마친 508은 시장에서 그 매력을 더 끌어 올리는 데에는 성공한 듯하다. 보다 개성적으로 변모한 외모와 높아진 품질감 등에서 그것을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508은 푸조가 겪고 있는 변혁의 어제와 오늘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는 모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508을 시작으로, 푸조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했고, 508 이후의 결과물들인 208과 2008, 그리고 308 등에서 보여준 결과는 향후의 푸조가 제시하는 엔지니어링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지를 보다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508을 타면 탈수록,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차세대 508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508도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208과 2008, 그리고 308 등에서 보여준 상품성 개선의 성과가 다음 세대의 508에게 남김 없이 이어진다면 한 단계 발전된 푸조의 제품 개발 역량을 유감 없이 발휘할, 진정한 의미의 플래그십이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변혁의 기로에 서 있는 508은 향후에도 주목할 가치가 있는 세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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