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성숙해진 인피니티의 기함을 경험하다 - 인피니티 뉴 Q7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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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성숙해진 인피니티의 기함을 경험하다 - 인피니티 뉴 Q70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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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닛산자동차는 2월 중에 자사의 럭셔리 디비전인 `인피니티`의 플래그쉽을 맡고 있는 `Q70`세단(일본 내수 시장명: 푸가)에 대해 전면적인 페이스 리프트 작업을 진행했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다음 달인 2월, 닛산자동차는 새로워진 Q70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Q70은 외관에서부터 지난 모델인 M의 흔적을 지우고, 인피니티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대대적으로 도입, Q50부터 시작되는 신규 패밀리 룩을 이루는 익스테리어로 거듭났으며, Q50에 도입되었던 신규 안전/편의사양을 마련하여 상품성을 높였다.



2월 초에 있었던 Q70의 신차 발표가 이루어지고 한 달을 맞는 3월 초, 인피니티는 미디어 및 언론사를 대상으로 새로워진 Q70의 가치를 평가 받기 위한 시승회를 제주도에서 열었다. 봄을 맞아, 신록으로 물든 산과 남해의 짙푸른 바다가 배경이 된 제주도에서 이루어진 시승 행사에서 새로워진 인피니티 Q70의 진면목을 파악해 본다. 기자가 시승한 Q70은 라인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3.7 스타일 모델이다.




Q70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점으로는 Q50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외관에 있다. 지난 해 출시되어 수입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Q50의 얼굴을 빼다 박은 듯한 얼굴을 지니고 있으며, 후면의 디자인도 그에 맞게 변화가 이루어졌다. 기존 모델은 다소 무덤덤해 보이기까지 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나, Q50의 DNA를 수혈 받은 Q70은 보다 젊고 뚜렷하며, 도전적인 인상으로 거듭났다.




Q70의 새로운 얼굴은 비록 동생격인 Q50에서 가져온 것이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는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물론, 첫 인상에서는 Q50과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볼수록 Q50의 디자인을 보다 진중한 방향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노력이 가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Q50에서 보여주었던 더블 아치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다 넓고 만들어진 데다, 헤드램프는 보다 유선형에 가까운 형상을 띄고 있다. 또한 내부 구성에서도 보다 절제된 형태를 채용하여 Q50과는 다른 진중함을 살려냈다. Q50의 얼굴이 패기와 혈기가 넘치는 소년만화의 주인공과 같다고 한다면 Q70의 얼굴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 극화 주인공의 얼굴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옆모습은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육감적인 감각을 살린 실루엣은 여전히 볼륨감이 강조된다. 그러면서도 Q50에서 보여준 바 있는 초승달 형태의 C필러 디자인을 적용한 점이 포인트로 작용한다. 뒷모습은 면발광형LED를 적극 채용했는데, 일견 Q50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면서도 직선적인 맛을 가미하여, Q50과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다.



인테리어는 기존 모델에 비해, 크게 바뀐 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적으로 날개의 형상을 이루는 랩-어라운드(Wrap around) 스타일의 기본적인 틀부터 시작해서 디스플레이, 심지어는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에 이르기까지, 변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실용성을 잃지는 았다. 중앙의 불쑥 솟아 오른듯한 센터페시아, 날개와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진 좌우 대시보드, 특유의 개성적인 디자인을 갖춘 스티어링 휠과 조그마한 기어노브 등에서 인피니티의 개성을 찾을 수 있다. Q70만을 위해 보스(BOSE)가 설계한 전용 사운드 시스템 역시, 매력적이다. 보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Q70 전모델에 적용되는데, `10스피커 스테레오` 시스템과 `16스피커 5.1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의 두 가지로 나뉜다. 시승차에 장착된 사양은 10스피커 스테레오 시스템으로 전반적으로 고르게 정돈된 음색을 보여준다.


Q70의 앞좌석은 안락한 운행에 중점을 두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격한 운전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보통 이상으로 잡아주는 재주가 있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요추받침 포함 10방향 전동조절 기능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의 공간은 넉넉하다. 머리 및 다리 공간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평균적인 성인 남성이 승차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공간이다. 트렁크 용량은 450리터로, 동급 세단에 비하면 다소 적은 편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승한 Q70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14년 연속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된 3.7리터 닛산 VQ 계열 엔진. 3.7리터 배기량의 V형 6기통 엔진으로, 333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37kg.m/5,2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파워트레인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닛산의 자회사인 자트코(Jatco)에서 생산하는 신규 개발된 자동 7단 변속기로 전달된다.



Q70의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하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을 몇 가지 느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정숙성 부문에서의 발전이다. 이 부분에서는 변화의 폭이 꽤나 크게 느껴진다. 인피니티의 자료에 따르면 Q70은 차체 중앙 센터터널 부분을 중심으로 방음재와 흡음재를 보강했다. 뒷 선반과 적재공간에도 흡음재 및 방진재를 추가 했으며 진동 흡수를 위한 전용 댐퍼(Damper)까지 추가 했다. 또한, 신규 휠을 적용하여 노면에서 전달되는 소음을 저감하고, 쇽업소버의 내부 설계를 변경함으로써 크고 작은 진동을 보다 유연하게 흡수하는 구조를 취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상시로 작동되는 BOSE 오디오 시스템의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도 체감 소음의 저하에 꽤나 공헌한다. 한결 달라진 정숙성을 지니게 된 Q70은 시승 내내 소음으로 인한 불쾌감을 안겨 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인피니티 Q70의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바로 승차감이다. 기존의 M 시절에는 승차감 면에서 다소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때때로 있었다. 하지만 새로워진 Q70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부드러운 것은 물론, 융통성이 있는 승차감으로 거듭나, 고급 세단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을 제대로 갖추게 되었다. 쇽업소버부터 시작하여, 섀시 전반에 걸쳐 설계의 변경 및 보강이 있었으며, 이를 실행한 결과가 현재의 Q70에 나타난다. 특히, 요철에 따라 불쾌하게 튀는 느낌과 굽이길에서의 충격 흡수 능력, 그리고 상하 바운싱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가속을 시작하면 약간의 휠 스핀과 함께 호쾌하게 전진을 시작한다. 직진에서의 가속 능력은 3,7리터라는 배기량에 무색하지 않은 성능을 보인다. 신형 7단 자동 변속기와 짝을 이룬 최고출력 333마력의 3.7리터 VQ 엔진은 건조중량만 1.8톤에 달하는 Q70의 차체를 사정 없이 내던진다. 스포츠 모드 하에서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초 초반대. 엔진은 그 성능에 걸맞은 공격적인 음색을 내뱉는다. 대배기량의 자연흡/배기 6기통 엔진이 만들어 내는 음색은 과급 엔진과는 또 다른 감흥을 맛보여 준다.



신형 7단 자동 변속기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정도를 보인다. 특이한 점은 제조사가 채용하는 변속기들과는 달리, 수동 모드에서 스스로 변속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드 존인 7,500rpm을 넘겨도 연료 공급만 차단될 뿐이다. 수동 모드에서는 변속기의 제어를 전적으로 운전자의 판단에 맡긴다. 덕분에 보다 적극적으로 고회전 영역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승차인 스타일 모델에는 패들 시프트를 제공하지 않는 점이 다소 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VQ 엔진의 가속 성능과 음색을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산악 도로에서도 Q70은 인피니티의 플래그쉽에 합당한 솜씨를 선보인다. 굽이길을 하나하나 돌파해내는 솜씨는 분명 인피니티 가문의 일원이자 맏형의 그것이다. 서스펜션을 포함한 섀시 전반에 대해 보강이 이루어져, 유연하고 우아하게 선을 그려 나간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나타나는 차체 전방의 반응이 그렇다. 이는 기존 모델이 지녔던 날카로운 감각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브레이크는 기존과 변함 없이, 조작량에 따라 비례하여 제동력이 상승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든든하게 차를 세워준다. Q70에 실려 있는 파워트레인의 능력을 감안해도 충분한 성능을 내어준다.


또한, 부드러운 성격을 지니게 된 하체도 다소 아쉬운 부분. 상당한 수준의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즐기기 위한` 차로서의 자극적인 감각이 약간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급격한 코너에서 안정감이 쉽사리 무너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없다시피 하지만, 롤이 다소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급 세단으로서는 우수한 수준이지만,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2%가 부족한 느낌. 하지만 그 몇 가지면 제외하면 Q70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세단이다.


인피니티는 Q70을 다시금 손보면서 차가 지닌 독자적 캐릭터 보다는 전체적인 상품성을 우선시한 듯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Q70은 추후 등장하게 될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좋든 싫든 기함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래서 이전에 지니고 있었던 자극적인 성격에 절제를 가한 듯한 감각으로 변화했다. 그 대신, 보다 교양있고 신사적인 품성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사양을 구비함으로써, 고급 세단에 걸맞은 구성을 취했다. VAT 포함 가격은 Q70 3.7 스타일이 5,750만원, 프리미엄이 6,155만원, 그리고 익스클루시브가 6,940만원이다. 또한, 닛산이 자랑하는 `아테사 ET-S`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3.7 AWD는 6,500만원, 디젤 모델인 Q70 3.0d는 6,220만원의 가격이 각각 책정되었다. 엔화 약세를 반영한 듯, 대대적인 변화와 사양의 추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기존 모델 대비 35~50만원가량 낮췄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 중, 시장의 흐름에 가장 유연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는 인피니티는 Q70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 도입으로 신년의 첫 신차 출시를 알렸다. 그리고 인피니티의 기함이자 인피니티의 새해 첫 신차는 한층 성숙하고 교양있는 모습과 함께 보다 합리적인 구성과 가격으로 다시 태어났다.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인피니티의 기함 Q70. Q50의 성공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새로운 Q70에도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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