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투아렉의 진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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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투아렉의 진면모
  • 김재민
  • 승인 2015.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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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은 중형 럭셔리 크로스오버 SUV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 위치한 주행테스트 트랙을 포함한 폭스바겐의 브라티슬라바 공장에서 2002년부터 생산됐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그리고 포르쉐와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태어났다. 스포츠카 못지않은 짜릿한 감성을 가진 역동적인 오프로드 SUV 개발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렇게 태어난 1세대 투아렉은 차체의 지상고를 변경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 장치를 탑재해 관심을 끌었다. 부분변경을 거친 모델을 2006 파리모터쇼에, 2007년 뉴욕오토쇼에는 2008년 모델을 등장시켰다. 2300여개의 부분이 새롭게 디자인 되었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2세대는 2010년 10월에 뮌헨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2010 베이징 국제오토쇼에서 정식으로 대중 앞에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glare-free high beam(Dynamic Light Assist)이 적용된 헤드램프를 채용했다. 헤드램프가 전방의 주행 조건에 따라 비춰지는 범위와 각도까지 능동적으로 자동 조절되는 기능이다.


시승차는 2011년도에 출시된 2세대 모델의 부분변경을 통해 국내에는 지난 1월에 출시된 모델이다. 내실을 기해 좀 더 완성도 높은 품격을 자랑한다. V6 3.0 TDI 블루모션 R-라인이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9,750만원이다.



외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상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변형되었다. 가로바가 2개에서 4개로 늘었다. 나이테가 늘어난 느낌이다. 연륜이 늘어난 만큼 안정적이고 듬직한 인상을 자아낸다. LED 주간주행등을 머금은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함께 일체감이 높은 디자인이다. 그 중앙에는 언제나 그렇듯 폭스바겐 로고가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 에어인테이크 밑으로 선 굵은 크롬 띠를 둘러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돋보였다. 그 밑으로는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 R-라인을 표시하는 뱃지가 그릴에 부착되어 있어 다른 트림과의 차별성을 더했다.



측면은 R라인 전용 21인치의 말로이 휠이 듬직하게 눈에 띈다. 타이어는 275/40R21를 사용한다. 차체의 크기와 비교적 안정적으로 어울리는 조합이다. 앞 범퍼와 측면 도어 패널을 지나 뒷 범퍼까지 한숨에 이어지는 두터운 크롬막대는 창틀의 크롬 테두리와 함께 측면의 수려한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한다. 자칫 밋밋할 수 있어 보이는 측면의 느낌을 단정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해주는 요소이다.



후면은 가장 역동적이고 화려한 면이다. 흘깃 보면 카이엔의 뒷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다. 듀얼머플러와 도톰한 입술이 연상되는 테일램프, 그리고 범퍼의 크롬 라인 등은 모두 후면의 멋을 살리기에 제법 잘 다듬어진 형태로 자리잡았다.




제원상 전장X전고X전폭은 4,801X1,940X1,709mm이다. 공차중량은 2,380kg.



실내는 간결하며 단정하다. 특히 알루미늄 마감을 곳곳에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 층 고조시켰다. 송풍구, 계기반, 도어트림 등의 테두리와 다이얼과 같은 주요 버튼에는 한결같이 이 소재를 적용했다. 피아노 블랙 패널과 잘 어울린다.



대시보드 중앙에서 센터페시아로 이어지는 경사는 매끈한 말 잔등처럼 수려하다. 센터페시아에는 맨 상단에는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다. 바로 밑으로 8인치 디스플레이 영역, 멀티미디어 조작부, 냉난방 조작부 등의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적정한 크기의 버튼과 텍스트, 조작에 따른 시인성 높은 배치와 조작시 만족스러운 감촉 등이 뛰어나다. 처음 사용자들도 편안하게 인식하고 바로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직경과 굵기는 적당한 편이다. 조작이 편하고 손에 감기는 촉감도 일품이다. 3개의 스포크에 배치된 버튼들은 검정 하이그로시로 테두리를 삼았다. 중앙의 폭스바겐 로고와 함께 고급스러움을 연출해준다. 중앙의 스포크를 제외한 좌우의 스포크에는 멀티미디어, 블루투스, 차량제어 등의 여러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다. 패들 시프트도 마련되어 있다.



센터콘솔과 함께 노면 조건에 따른 주행모드 조작 다이얼, 컴포트/노멀/스포츠 등의 주행 모드 스위치, 에어 서스펜션 조작 다이얼 등이 같은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하지만 직경이 큰 패트병, 커피잔 등도 거뜬히 수용할 수 있는 2개의 컵홀더도 매력적이다.



공간은 생각보다는 넓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성인 4명이면 넉넉하게 5명이면 뒷좌석 3명은 조금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차처럼 꽉 끼어 탑승하는 수준이 아닌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안락한 승차감을 느끼기에는 불편한 정도를 말한다. 시트는 안락하고 푹신하지 않다. 투아렉이 단순히 오프로드를 중점적으로 감안한 차량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트는 포르쉐처럼은 아니지만 SUV치고는 제법 단단한 편에 속한다. 앞좌석 시트에는 전동조절/열선/냉풍/요추지지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뒷좌석은 열선기능만 제공된다.



트렁크는 사용이 매우 편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트렁크 도어를 열면 기본적으로 580리터의 공간이 제공된다. 시트에 부착된 부착된 레버나 트렁크 공간내부에 마련된 자동 접이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뒷좌석 시트를 접어 최대 1,642리터의 적재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인오디오 시스템, 한국형 RNS 85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360도 뷰 카메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편의 시설과 멀티미디어는 더욱 그 완성도를 높였다.


파워트레인은 V6 3.0리터 TDI 엔진에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245ps/4,000~4,400rpm, 최대토크 56.1kg.m/1,750~2,25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전 2,000rpm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현되던 영역을 좀 더 앞당겼다. 초기 발군의 스타트대시 능력이 이 때문에 구현된다. 공인연비는 스타트-스톱 기능과 에너지 회생 기능에 새롭게 코스팅 기능을 추가한 덕분에 공차중량이 2.4톤에 이르지만 공인복합연비는 10.9km./L에 이른다.


시동을 걸면 묵직함 바리톤의 목소리가 실내로 유입된다. 기분 좋은 소리다. 어쩌면 2.4톤에 가까운 육중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심장이 낼 수 있는 적당한 소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국내에 수입 판매되고 있는 투아렉 트림중 가장 상위에 자리잡고 있는 존재이기에 조금은 가학적인 수준으로 대하기로 생각하고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에 맞춰 스위치를 돌렸다. 가속페달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급가속을 시도해 보았다.



그르릉 거리며 사나운 냉수가 먹잇감을 발견하고 질주하듯 가열차게 노면을 박차고 돌진한다. 실내로 유입되는 사운드도 가속에 따라 더욱 사나워 진다. 하이 바리톤의 음색으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1750prm 영역부터 최대 토크가 발현되게 처리한 덕분이다. 사납다. 그리고 열정적이다. 그렇게 질주를 계속하면 어느덧 SUV가 아닌 세단의 실내에서 주행하는 허상을 가지게 된다. 조향에 따른 재빠른 차체의 응답성과 단단한 차체가 만들어 내는 조합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140km/h 넘기면 자동으로 차고가 낮아진다. 맘껏 달려보라는 의도와 안전을 고려한 기능이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듬직한 면모를 발휘한다. 진입과 탈출시 밖으로 밀리거나 운전자의 의도와 괴리가 큰 궤적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상되는 정도의 흔들림만 감지된다. 한바탕 소용돌이 치는 주행을 마치고 컴포트 모드로 변경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한 애완견이 된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차체로 세팅이 바뀐다. 도심에서의 주행에 적정한 모드이다. 다양한 노면에서 발생되는 충격을 잘 다스려낸다. 연비에도 효율적이다. 실제 주행연비는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해 평균 10.2km/L였다. 거친 주행이 많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수치이다.



투아렉은 주행조건에 따라 온로드, 오프로드로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거기에 주행모드와 차고를 자유롭게 선택하면, 최악 조건의 목적지가 아니라면 어디든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차량임에는 분명하다. 그곳이 온로드이든 아니면 오프로드이든. 같은 배에서 태어난 카이앤과 Q7이 시장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투아렉은 국내에서 서자와 같은 천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할 정도의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왕따와 같은 처지이다. 폭스바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아닌 차량이 지니고 있는 가치만으로 본다면 투아렉은 기본형이 7,720만원, 프리미엄이 8,620만원, 그리고 시승차인 R-라인은 9,750만원 등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어떻게 투아렉을 좀 더 대중과 가깝게 포지셔닝할지 궁금하다. 결국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가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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