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내음을 차 안에서 벤츠 SLK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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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음을 차 안에서 벤츠 SLK200
  • 김재민
  • 승인 2015.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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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차다. 비좁은 실내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달랑 두 명, 게다가 트렁크 공간도 무척이나 비좁다. 어디에 써 먹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SLK 200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다양한 탈 것과 주행에 따른 또 다른 감성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이 태생적 목적임을 감안한다면 전술한 단점들은 고스란히 잊어도 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특별한 영역에 속하는 차이다. 미국의 기업가 짐 로저스는 그의 아내와 함께 기능적으로 보강된 SLK200 모델을 타고 1999년 1월부터 2002년 1월 5일까지 116개국, 총 245,000km를 주행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에도 개그맨 유재석과 함께 등장해 존재감을 자랑했던 차량이기도 하다. 국내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6,650만 원이다.



숨길 수 없는 매력을 지닌 SLK 200에 대해서 알아보자.


모델명 SLK는 독일어 Sportlich, Leicht, Kurz의 각 단어의 첫 글자만 따서 만들어졌다. 영어로는 Sport, Light, Short로 스포티하고 경쾌한 움직임을 가진 작은 차임을 의미한다. 1995년 출시된 미쓰비시 3000GT 스파이더의 뒤를 이어 현대적 감각이 짙게 베인 하드톱 컨버터블로 1996년 토리노모터쇼에서 C클래스를 베이스로 공유하고, 전기유압시스템을 통해 25초만에 바리오 루프를 트렁크 내부로 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된 1세대 모델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SLK를 계승한 타 브랜드의 하드톱 컨버터블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푸조 206CC, 렉서스 SC, 폰티악 G6, 크라이슬러 세블링 등이 그렇다. 하드톱 컨버터블의 출시의 봇물을 활짝 열어낸 기념비적인 역할을 해낸 모델이다. SL클래스의 동생뻘인 모델이기도 하다.



2세대 SLK는 2004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다. 세계최초로 에어스카프 난방시스템을 장착했다. 헤드레스트에 송풍구를 마련해 추운 날씨에도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외관은 대폭 수정되어 SLR 맥라렌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SLK는 3세대로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대중에게 첫 선을 보였다.


3세대 SLK의 외형은 전형적으로 긴 앞머리에 짧은 뒤꽁무니 스타일인 일명 ´롱노즈숏데크´ 타입이다. 그래서 차량의 앞쪽에서 보면 실제 전장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긴 길이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시각적으로는 짧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 SLK가 가지고 있는 전장은 4140mm에 불과하다. 기아 프라이드 세단이 4,370mm, 해치백 모델이 4,050mm의 전장을 가지고 있다. 소형차에 해당하는 전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측면에서 주시하면 시트의 착좌부 위치가 뒷바퀴 바로 앞으로 위치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전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폭은 1,835mm, 전고는 1,325mm이다.


인상은 벤츠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짝사랑에 빠질 듯하다. 날카로운 화살촉이 연상될 만큼 날렵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2세대 모델의 앞모습이 가진 실루엣을 과감하게 버렸다. 콧날을 반듯이 세우고 그 위로 두툼한 크롬 막대 한 개를 수평으로 긋고 중앙에는 벤츠의 심벌인 큼지막한 삼각별을 일체형으로 자리잡게 했다. 좀 더 듬직하고 세련된 인상을 택했다.안개등과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에는 모두 LED를 적용했다. 보닛 위로는 엔진의 열기를 쉽게 빼낼 수 있는, 3개의 날 선 장식을 둔 에어밴트를 마련했다.



옆모습은 하드톱을 접어 트렁크에 수납했을 경우와 아닌 경우 두 가지 형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껑충 솟아오른 지붕 면 때문에 마치 벌에 쏘여 부어 오른 상처부위가 연상된다. 또한, 공간을 제한하고 있는 지붕 면으로 인해 차체가 다소 작아 보인다.



그러나 하드톱을 트렁크 내부로 밀어내면 기대 이상의 수려한 모습이 밖으로 드러난다.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테일램프까지 단숨에 이어지는 곧고 날렵한 선은 군더더기가 없다. 이러한 이미지의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요소는 바로 길이가 긴 보닛이다. 길게 뻗어 측면의 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는 시발점이 다. 펜더 부위에는 보닛 위의 에어밴트와 마찬가지로 짧은 크롬막대 장식을 한 에어밴트를 마련해 보다 세련됨을 확보했다.



지붕을 트렁크 내부로 들이기 위해서는 센터콘솔 바로 앞으로 연계된, 커맨드 다이얼 조작 시 사용되는 손목받침대의 뚜껑을 열면, 조작에 필요한 레버를 찾을 수 있다. 레버를 지긋이 잡아 당기면 지붕을 20초만에 열수 있다. 정차 상태에서만 작동시킬 수 있다.



후면은 트렁크 덮개 중앙 부분을 봉긋하게 올려 유선형으로 처리했다. 곡선의 미와 스포일러의 역할을 감당하게 한 구조이다. 듀얼 머플러와 선 굵은 테일 램프의 우직함이 후면을 견고하고 듬직하게 한다.



좀 더 커진 체구임에도 공기저항 계수를 0.02 낮춘 0.30Cd를 만들어 냈다. 차를 그려내는 벤츠의 뛰어난 디자인 능력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공차중량은 1,520kg이다.



내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넉넉한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시트에 앉아보면 낮은 시트 포지션과 볼록하게 지붕을 디자인한 덕분에 헤드룸은 넉넉한 편이다. 답답한 느낌은 느낄 수 없다. 시승차에는 빠져있지만 SLK200에는 벤츠 최초로 매직 스카이 컨트롤 파노라믹 배리오-루프가 선택사양으로 제공된다. 버튼 조작을 통해 파노라믹 루프 글래스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양이다.


인테리어의 수준은 극히 벤츠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이젠 삼각별과 함께 벤츠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크롬 도금 송풍구 4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급스럽고 조작성도 매우 뛰어나다. 도어트림,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 계기반 등에는 알루미늄 페인팅 패널을 채용해 일체감 높은 구성을 만들어 냈다. 센터페시아는 대시보드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려뜨렸다.



두 개의 송풍구 사이에는 디스플레이 영역을 마련하고 그 밑으로 오디오와 블루투스, 차량정보 등의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조작부와 다이얼 방식의 냉난방 조작부를 배치했다. 처음 접하는 운전자라도 쉽게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어 보인다. 다이얼방식으로 주요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커맨드 시스템을 통해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주행모드는 하나의 버튼을 통해 E(연비모드), S(스포츠 모드), M(수동모드) 모드로 변경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가 적용된 3 스포크 방식의 D컷 스티어링 휠은 조작이 매우 용이하다. 사용시 손 안으로 감겨 들어오는 촉감 또한 일품이다. 와이퍼 조작을 위해서는 컬럼 상단부의 마련된 다소 작은 크기의 다이얼을 엄지와 검지로 돌려 조작해야 한다. 불편한 점이다.



몸을 착하고 감싸는 버킷시트는 헤드레스트와 일체형을 취하고 있다. 안정감과 포근함,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운전자의 옆구리를 견고하게 지탱해 주는 볼스터는 더욱 만족스런 크기를 가지고 있다. 푹신함의 정도는 가정집 소파처럼 부드럽고 푹신하지 않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조금은 딱딱하게 했다. 헤드레스트 밑부분에는 가로형태의 에어스카프를 두었다. 차가운 날씨에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트 바로 뒤로는 전복 시 안전을 책임지는 롤-오버 바가 위치한다. 롤-오버 바에는 캐빈룸 내부로 들이치는 공기를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에어가이드가 부착되어 있다.



수납공간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센터콘솔과 글로브박스 그리고 도어와 포켓방식의 그물구조의 수납공간이 전부이다.



트렁크 공간은 평소 335리터로 골프백과 보스턴백 각각 1개 정도는 힘겹게 수납할 수 있다. 하드톱을 트렁크 내부로 집어 넣으면 225리터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공간의 높이가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좁지만 두 명이 간단한 짐을 챙겨 하루나 이틀 정도의 가벼운 여행을 즐기기에는 꽤나 괜찮은 구조와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테리어는 역시 벤츠답게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8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7단자동변속기를 물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안전속도는 237km/h,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도달시간은 이전모델보다 1.5초나 빠른 7.0초다.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0.6km이다. 7G-Tronic Plus 변속기의 특징은 단수를 물려 낼 때 엔진 회전수의 보정을 통해 기어의 변속에 따른 시간과 충격을 줄인다. 효율적인 연비와 최고속도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역할을 한다.


SLK가 가지고 있는 주행성능은 개방감 넘치는 짜릿한 감성과 경계를 허문 공간감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시승평가를 한다.


첫 번째, 개방감 넘치는 짜릿한 주행감성


시동을 켜면 제법 묵직한 사운드가 실내로 유입된다. 공간이 좁아 사운드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경주마 잔등에 올라탄 긴장감이 더욱 앞선다. 시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정지상태에서 꾹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지의 회전수가 6000rpm부근까지 치달아 오른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100km/h 의 정속 주행을 시도하면 엔진 회전수는 2000rpm 부근에서 제자리를 잡는다. 스포츠 모드 시에는 2200rpm이다. 초반의 멈칫거리며 반박자 느린 반응은 옥의 티다. 그러나 2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로 여기고 싶다. 가속이 시작되면 거침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 제법이다. 180km/h까지는 꾸준히 반응해 준다. 초반의 더딘 반응에 대한 미련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와인딩 구간에서의 반응도 매력적이다. 고속으로 반복되는 선회구간을 지날 때면 오버스티어 성향을 가진 SLK의 구조에 대한 미덥지 못한 불신이 속마음 한 켠에 자리잡는다. 그러나 핸들조작보다 차가 좀 더 꺾일 것 같으면 어느새 전자제어장치가 개입해 차의 자세를 반듯하게 잡아낸다. 차량의 앞과 뒤가 하나된 듯 굽이진 길을 균형감 높게 정복해 낸다. 이러한 주행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또 하나의 항목이 버킷시트다. 운전자의 몸을 견고하게 붙들어 준다.


낮은 차고와 시트 포지션, 개방된 주행환경은 외부에서 발생되는 소리와 앙칼진 엔지사운드까지 더해져 실제로 달리는 속도보다 훨씬 높게 배가된 속도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컨버터블 차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연비도 만족스럽다. 시승기간 동안 320km정도를 주행했다. 평균연비는 약 9.5km/l였다. 공인복합연비보다는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급격한 가속이 많았던 시승임을 감안한다면 만족할만한 수치이다.


두 번째, 차량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문 공간감


개방감 넘치는 짜릿한 주행은 뒤로하고 물리적으로 차량의 내/외부를 한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컨버터블 차량만의 특징이 바로 장점이 된다. 특히, 외부 환경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된다. 긴 겨울 촘촘히 여몄던 옷 매무새 느슨하게 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철, 따스한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주행은 완벽한 힐링의 기회를 가지게 한다. (물론 운전을 피곤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함이겠지만) 파란하늘과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산야, 그리고 향긋한 꽃 내음을 자연방향제로 삼을 수 있는 공간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러나 SLK는 이러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만한 것이 없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더라도 야외의 풍경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찾게 한다. 짜릿한 주행이 아닌 넉넉하고 여유로운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주행이면 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의 가사 중 일부다. SLK 200의 두꺼운 외투를 벗겨 내고,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한 크게 한 후, 이 노래를 들으며 곧게 뻗은 벚꽃 길을 달리고 싶은 욕구가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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