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F, 렉서스에 대한 편견을 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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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F, 렉서스에 대한 편견을 부수다
  • 박병하
  • 승인 201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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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렉서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에는 `정숙성`과 `안락함`, `신뢰감` 등을 예로 들게 된다.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 중에서 가장 폭넓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춰,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의 이미지도 가진다. 이들은 모두 렉서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함에 있어,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으며, 오늘날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렉서스는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면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 `정숙성`, `안락함`, `신뢰감`은 분명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에 해당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부문에서 손꼽히는 만족도를 보이는 렉서스는 분명 교과서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지나치게 `교과서`다운 부분은 렉서스의 브랜드 이미지로서 고착되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지루함`, 혹은 `감각적인 부분의 결핍`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큰 고민거리다. 오늘날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들은 감각적인 부분에 민감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 무엇보다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남과 나를 다르게 해 줄,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을 원한다. 기성세대가 이성으로 `이해`시켜야 하는 고객이라고 한다면, 젊은 고객들은 감성으로 `감화`시켜야 하는 고객이다.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고 만족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가진 가장 큰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에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브랜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대중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가진 기본기는 날로 향상되고 있다. 때문에, 교과서적인 부분에만 충실해서는 남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이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요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고유의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고유한 철학이나 사상, 혹은 브랜드가 가진 `세계관` 등이 될 수도 있다.



한국 렉서스의 요시다 아키히사(吉田明久)대표는 지난 4월에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자사의 스포츠 쿠페인 `RC`와 `RC F`를 선보이며, `와쿠도키(ワクドキ)` 컨셉트의 모델 라인업을 강화를 알렸다. `와쿠도키(ワクドキ)`는 `가슴이 설레는 느낌`을 나타내는 `와쿠와쿠(ワクワク)`와 가슴의 두근거림을 나타내는 도키도키(ドキドキ)를 합친 말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흥분이나 설레임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상태`를 강조하여 나타내는 말이다. 이 `와쿠도키`라는 말을 직접 내세웠다는 이야기는 곧, `감성`적인 부분에서 공격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접근법은 렉서스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렉서스 VISION 2020`으로 나아가기 위한 활동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6월 4일, 렉서스는 개장을 앞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Lexus Amazing Experience`를 열고, 브랜드 이미지의 재확립에 나섰다. 본 행사는 6월 4~5일의 양일에 걸쳐 개최되며, 4,346m 길이의 메인 서킷에서 총 8종의 렉서스 모델로 트랙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기자는 언론사 및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4일 오전의 행사에 참여하여, 하이브리드 SUV `NX300h` 와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 `GS450h`, 그리고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 쿠페, `RC F`를 각각 시승했다.


지난 해 10월부터 한국 시장에 도입된 렉서스의 두 번째 하이브리드 SUV인 `NX300h`는 외모만큼 파격적인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힘입어,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으로 서킷을 끈질기게 달려 나갔다. 공격적인 외모 안에 숨은 부드럽고 여유만만한 주행질감은 트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NX300h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GS450h는 렉서스의 라인업에서 `E세그먼트`에 해당하는 모델로, 유럽 스타일의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 `스포츠 세단`과 `하이브리드`라는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구성을 자랑하는 GS450h는 이성에 호소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감성에 호소하는 스포츠 세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킷 주행을 야무지게 수행해 냈다.


앳킨슨 싸이클 방식의 직분사 3.5리터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2개가 만들어내는 파워풀한 가속력과 이를 현명하게 받쳐주는 e-CVT와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또한, GS의 골격이 가진 우수한 균형 감각은 물론,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을 적용한 든든한 하체도 놓치기 아까운 요소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의 조화는 1.9톤에 달하는 중형 세단에게서 연상하기 어려운 영민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서킷 위에 오른 GS450h는 활기차게 서킷을 질주하며, 토요타/렉서스 식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을 지워주기에 충분한 능력을 보였다.


본 행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자동차라고 한다면, 단연 `RC F`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RC F는 렉서스가 내세운 와쿠도키 컨셉트의 대표주자로, 지난 서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공개되었으며, VAT포함 1억 2천만원의 가격으로 15명의 고객에게 한정 판매한다. 시승한 RC F는 카본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로, 카본 후드, 카본 루프 및 카본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등이 탑재 된다.



렉서스 고성능 스포츠 쿠페이자, `IS F` 이후 한국에 두 번째로 내놓은 `F 시리즈` 모델이기도 한 `RC F`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의 방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차명의 `F`는 일본을 대표하는 서킷 `후지 스피드 웨이(Fuji Speed Way)`의 두문자에서 가져왔으며, 렉서스가 추구하는 고성능을 상징한다.



디자인은 `전위적인 쿠페(Avantgarde Coupe)`를 테마로 연속되는 일체감과 함께, 역동적인 프로포션으로 완성된 RC 쿠페를 기반으로 F의 색을 입혔다. 이를 통해, RC와도, 여타의 동급 고성능 쿠페와도 다른, 강렬하고 도전적인 외모로 완성되었다. 얼굴에서는 F 전용의 특징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마감된 모래시계 형상의 스핀들 그릴이 중심이 된다. 그 양쪽으로 배치된 날카로운 눈매의 3연장 LED 헤드램프와 작살을 연상시키는 주간 주행등, 그리고 그 하단에 위치한 과장된 형상의 공기흡입구와 낮게 깔린 범퍼 등이 만들어내는 인상은 마치 일본의 무사들이 입던 갑옷의 얼굴 보호대(面具)에서 볼 수 있는 위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위압감이 있는 얼굴 뒤에 이어지는 차체 측면은 매끈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형상으로 빚어져 있다. 또한, 전방 휀더에서부터 사이드 스커트까지 이어지는 선 또한 측면의 볼륨감을 자아내는 데 일조한다. 뒤따라 이어지는 후면은 육감적인 볼륨으로 빚어진 오버휀더와 낮게 깔린 범퍼 라인, 그리고 상하 대각선으로 배치된 테일파이프가 볼거리. 트렁크 리드 상단에는 속도에 따라 전개 및 수납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가 장비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스포츠 세단, `IS`의 것을 기반으로 삼고, RC F를 위한 디테일을 더해 마무리하였다. 기반이 되는 IS의 인테리어가 그러하였듯이, RC F 역시, 렉서스의 수퍼카, LFA의 인테리어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한 흔적이 보인다. 도어 트림 및 콘솔 리드에는 같은 형태의 디자인 요소를 의도적으로 유사한 형태로 제작한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RC F를 위한 `F`만의 디테일들 역시 특징으로 부각된다. F 전용 계기판을 시작으로 카본 트림, 알루미늄 페달, 스티어링 휠, 변속 노브, 그리고 F 전용의 스포츠 버킷시트 등으로 무장한 인테리어는 고성능 스포츠 쿠페의 인상과 감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17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RC F의 엔진은 5.0리터 V8 엔진으로, 473마력/7,100rpm의 최고출력과 53.7kg.m/4,800~5,6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자연 흡/배기 구조만으로 리터 당 94.6마력에 달하는 고출력을 뽑아낸다. 대배기량, 그리고 고회전 지향의 자연 흡/배기 엔진을 채용한 점은 다운사이징이 고성능 자동차 부문에서도 주류로 통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 비하면 꽤나 이례적인 부분이다. 이 엔진은 RC F는 물론, GS F를 비롯한 향후의 F 라인업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자동 8단 SPDS(Sport Direct Shift)변속기를 사용하여, 더욱 촘촘한 기어비는 물론, 일상에서의 연비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시간은 4.5초에 불과하다.


RC F의 엔진을 깨우면 우렁찬 소리의 시동음과 함께, 5.0리터 V8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다. 실내에는 파워트레인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가속을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가져가면, 정차 중의 그르렁거리던 소리가 한 순간에 울부짖는 소리로 탈바꿈하며, 차를 맹렬하게 전방으로 내던지기 시작한다. RC F의 엔진은 7,300rpm까지 쥐어 짤 수 있는 고회전형 자연흡기 엔진의 원초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주행모드를 `스포츠 S `로 설정하면 ASC(Active Sound Control)이 전자적으로 엔진음을 합성하여 실내에 쏟아 붓는다. 이로써 대배기량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에서 기대할 수 있는 특유의 사운드는 물론, 즉각적인 리스폰스와 이에 따른 우수한 순발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자동 8단 SPDS 변속기는 직결감이 좋고 모드에 따라 변속 로직이 크게 변한다. 특히, 스포츠 S 모드에서는 변속 속도의 증가에 따른 충격까지 느껴지며, 최근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채용되고 있는 더블클러치 변속기에 비해서도 큰 아쉬움이 없다. 이는 시프트 패들로 변속을 할 때마다 똘똘하게 변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다. 5.0리터 V8엔진의 맹렬함에 착실히 보조를 맞추며 엔진의 리스폰스를 저해하지 않는 성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RC F는 가속뿐만 아니라, 코너 워크에서도 성능을 지향하는 스포츠 쿠페임을 거침 없이 드러낸다. RC F는 기반이 되는 RC 쿠페나 스포츠 세단인 IS에 비해 한층 높은 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서스펜션 역시, F를 위한 전용 부품을 사용한다. 이 덕분에 RC F는 서킷에서 맹렬한 기세로 코너들을 요리해 나간다. 롤링, 요잉, 피칭에 이르는 모든 동작에서 절도 있고 대담한 모습을 보인다. 헤어핀과 같은 저속 코너에서도, 완만한 곡률의 고속 코너에서도 불안감은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운전자의 제동 실수 등이 아닌 이상, 언더스티어 상황도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브레이크 제어방식이 아닌 좌우로 토크를 분배, 언더스티어를 기계적으로 최소화하는 `토크 벡터링` 기술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RC F의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직결감은 물론, 리스폰스 역시 뛰어나, 차를 다루는 즐거움을 한층 북돋워준다.


브렘보 제 6피스톤 캘리퍼와 대형의 디스크 로터를 채용한 브레이크 시스템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렉서스는 이 제동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에서 대대적인 테스트를 거쳤으며, 특히 종 방향의 하중 변화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언급했다. 디스크 로터는 전륜 380mm, 후륜 345mm에 달하며, 슬릿 가공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냉각 성능의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되어, 고속에서의 잦은 급제동에도 쉽사리 페이드를 일으키지 않는다. 또한, 전륜과 후륜의 하중 이동에 따른 제동력의 변화가 적게 느껴진다.



렉서스는 최초의 F 모델인 IS F를 시작으로, 라인업 내의 `F 스포트` 모델들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그 동안 표현하지 않았던 극적이고 격정적인 감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쿠도키` 컨셉트로 등장한 RC F를 통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브랜드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렉서스 RC F는 시승 내내 렉서스에 대한 편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성능과 감성을 본위로 승부하는 고성능 자동차의 본질에 놀랄 만큼 충실하다는 점이 RC F를 렉서스가 가진 편견에서 자유롭게 만든다. 서킷에서 경험한 RC F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렉서스에 대한 편견을 통렬하게 부숴버린다. 이성으로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감성으로 `감화시키는` 차이기 때문이다.


RC F는 운전자와의 끊임없는 교감은 물론, 자신이 가진 본질을 거리낌 없이 뿜어내며 질주하는 원초적인 색채는 분명 편견 속의 렉서스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여타의 렉서스 모델들과 같이, 일상을 위한 자동차들과 같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중시해 왔던 가치들을 보존하면서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전개해나가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RC F는 그 동안 렉서스에 대한 편견을 시원하게 부숴버릴 수 있는, `렉서스만 표현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 쿠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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