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의 감각, 세단의 실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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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의 감각, 세단의 실용성
  • 박진우
  • 승인 201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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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어 쿠페`라는 장르는 4도어 세단과 2~3도어 쿠페의 틈새를 파고 들면서, 시장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특히,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 장르에 해당하는 모델들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4도어 쿠페 시대를 연 메르세데스-벤츠의 CLS 클래스를 시작으로, 아우디의 A7 스포트백, BMW의 6시리즈 `그란쿠페(GranCoupe)` 등이 있다.


BMW는 기존 라인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홀수 번호는 세단 및 해치백 모델에, 짝수 번호는 그에 기반한 2도어, 혹은 5도어 쿠페 등의 파생 모델에 부여했다. 그 예로, 본지에서 시승한 4시리즈 그란쿠페를 들 수 있다. 3시리즈에서 파생된 쿠페 모델인 4시리즈는 이전 3시리즈 쿠페의 계보를 계승하며, 그란쿠페 모델로, 4~5도어 쿠페 시장에도 대응한다.



4시리즈 그란쿠페는 4시리즈 라인업에서 가장 늦게 데뷔한 모델로, 2014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출시되었다. BMW의 그란쿠페 라인업은 4도어 혹은, 5도어 쿠페를 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모델이다. 시승한 4시리즈 그란쿠페는 대한민국에서 BMW의 주력으로 꼽히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하는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이다. VAT 포함 가격은 6,110만원.




3시리즈 세단을 기반으로 태어난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의 차체 크기는 전장 4,638mm, 전폭 1,825mm, 전고 1,389mm, 휠 베이스 2,810mm로 3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전장은 26mm, 휠베이스는 50mm가 길어졌다. 전고는 2도어 모델보다 12mm 높으며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루프 라인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쿠페의 느낌을 살린다.



BMW 특유의 더블 키드니 그릴에서부터 이어진 원형 트윈 제논 헤드램프와 코로나 링 램프는 날렵하고 날카로운 모습이다. 범퍼의 에어커튼과 전방 휀더의 에어브리더는 스포티한 느낌을 살려준다. 에어브리더는 휠 하우스 안에서 발생되는 공기흐름을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준다. 420d 굳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스포티한 쿠페에 어울리지 않는 싱글 머플러 정도.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잡은 피아노 블랙이 인테리어의 분위기를 더욱 스포티하게 만들어 준다. 계기판은 BMW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른다. 계기판의 가운데에는 정보 디스플레이 창이 배치되어 있다. 계기판 상단으로는 윈드실드로 직접 조사하는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운행 상의 편의성을 크게 높이는 부분으로, 시선의 이동이 적어, 안전운행에도 기여하는 부분이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 있으며,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수동식 틸팅 & 텔레스코픽 기능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420d에 장비된 iDrive 시스템은 필기 인식 기능을 지원한다. iDrive 컨트롤러 상단의 터치패드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적어, 내비게이션의 명칭 검색을 보다 용이하게 설정할 수 있다.





420d 그란쿠페의 앞좌석은 BMW의 스포츠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가죽과 함께, BMW 스포츠 라인에 적용되는 코럴 레드 컬러의 스티칭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착석감은 단단한 편이다. 앞좌석은 3단계의 열선 기능을 비롯하여, 허리 받침과 사이드 볼스터 조절 기능을 포함한 14방향 전동 조절 기능과 수동식 다리받침 기능이 적용된다.


뒷좌석은 비교적 단단한 착석감을 지니고 있으며, 좌우에 3단계의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공간 면에서는 3시리즈보다도 긴 휠베이스 덕분에,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수준의 다리 공간을 지닌다. 하지만 머리 공간은 쿠페가 갖는 특유의 완만한 루프 라인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만 제외하면 전반적인 실내 공간은 체급에 비해 넉넉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5도어 쿠페인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의 테일 게이트를 열어 젖히면, 기본 용량만 480리터에 달하는 트렁크가 나타난다. 또한, 컴포트 엑세스 기능이 적용되어 있어,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발을 뒷범퍼 하단에 대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트렁크를 열 수 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에 특히 유용한 기능이다. 4:2: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이용하면, 총 130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승차인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은 320d, 520d 등의 인기 모델들이 두루 사용하는 직렬 4기통 2.0리터 트윈 파워 터보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184ps/4,000rpm, 최대토크는 38.8kgm/1,750~2,5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사용한다. 변속기를 통해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BMW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된다.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는 정숙성에 있어서는 대중 브랜드의 기준에서 무난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으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동차로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보인다. 디젤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해도, 저회전 구간이나 정차 중의 소음이 비교적 큰 편이다. 이 때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의 양도 적은 편이라 보기에는 어렵다. 유로6 규제를 만족하는 BMW의 신형 4기통 디젤 엔진이 도입된다면 이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듯하다.



승차감은 쿠페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탄탄한 느낌이 주를 이룬다. 요철을 넘을 때 보여지는 차체의 움직임에서 느슨한 느낌이 들지 않고, 절도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크게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경계에서 적당한 타협을 이룬 느낌이라 할 수 있다.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은 `에코 프로`, `컴포트(일반)`, `스포츠`, `스포츠 `의 총 4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로 설정하면, 엔진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리스폰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제한된 수준의 전자제어만을 지원한다. 이 때,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으며 급가속을 시도하면, 경쾌한 반응과 함께 전진을 시작한다.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촘촘한 기어비로 엔진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려 기를 쓴다.



변속은 1단 출발 후 40km/h에서 2단으로, 60km/h에서 3단으로, 그리고 85km/h에서 4단으로 변속되며 100km/h를 넘어 선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제원 상 7.5초. 실제 가속 테스트에서는 평균적으로 7초 후반대의 기록을 보였다. 초기의 가속은 빠르고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중후반부터는 체감될 정도로 가속력의 저하가 느껴진다. 토크 밴드가 초반에 쏠려 있는 엔진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코너링에서는 단단한 느낌을 주는 하체가 제 실력을 발휘한다. 급하게 꺾여 들어가는 회전 구간에서도 든든하게 차체를 떠받치며 안정적으로 코너링을 소화해낸다. `스포츠`나 `스포츠 `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이 컴포트나 에코 프로 모드에 비해 한층 무거워지며 더욱 직관적인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320d 시리즈 세단보다 더 크고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더욱 안정적이고 영민한 몸놀림을 선사한다. 이는 세단에 비해 보다 낮고 넓은 차체를 갖는 쿠페의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인 xDrive는 든든한 하체와 함께, 안정적인 코너링을 도와준다. 제동력 역시 충분하여, 420d 그란쿠페를 보다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연비는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도 훌륭한 수준이다. 특히, 장거리 정속주행에서 강한 디젤 엔진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BMW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의 공인연비는 도심 14.1km/l, 고속도로 17.9km/l, 복합 15.6km/l이다. 시승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연비를 측정했다. 연비 테스트 중에는 `에코 프로` 모드에서 각 도로의 규정속도에 맞춰, 경제운전을 중시하여 운행하였다. 시승 중 기록한 연비는 도심에서는 12~13km/l, 고속도로에서는 18km/l를 넘는 기록을 냈다. 정차 중 시동을 꺼주는 스톱/스타트 기능과 에코 프로 모드의 코스팅 기능 이 전반적인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BMW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 라인은 쿠페의 실루엣을 가지면서도 5도어 구성이 갖는 일상생활에서의 편리함을 두루 갖춘 모델이다. 4시리즈가 갖는 강렬한 인상과 쿠페의 낮고 넓은 차체에서 오는 디자인 상의 만족감은 3시리즈 세단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5개의 도어, 비교적 넉넉한 실내 공간, 세단보다도 20리터 더 큰 트렁크 용량은 물론, 디젤 파워트레인이 갖는 우수한 연비까지 겸비하여, 가족과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도 손색이 없다.



쿠페의 스포티한 외모와 주행 질감, 세단을 뛰어넘는 실용성, 디젤 파워트레인의 우수한 연비와 상시 4륜구동의 안정성을 모두 갖춘 420d xDrive 그란쿠페 스포츠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쿠페를 원하는 남편와 세단을 원하는 아내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점이 되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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