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디젤`이 아니다. `몬데오`다 - 포드 몬데오 2.0 TDCi 티타늄 시승기
상태바
`퓨전 디젤`이 아니다. `몬데오`다 - 포드 몬데오 2.0 TDCi 티타늄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7.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5 서울 모터쇼에서 포드 세일즈 서비스 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는 두 가지의 디젤 모델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는 컴팩트 SUV 모델인 `쿠거`였고, 나머지 하나는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몬데오`였다.



몬데오는 미국 포드가 아닌, 유럽 포드의 산하에서 태어나,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중형 세단이었다. 몬데오는 93년에 등장했던 초대 모델을 시작으로, 20여년간 3번에 걸친 세대 교체를 이루며 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인기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2세대(Mk.III) 모델에 이어, 3세대(Mk.IV) 모델이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나, 2008년 말, 환율 문제로 수입이 중단되었던 전적이 있다. 그리고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7년여 만에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온 포드 몬데오는 한국시장에서 주력 중형 세단으로 포지셔닝 되어있었던 퓨전을 대체했다. 유럽 포드의 듀라토크(Duratorq) 디젤 엔진과 더블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퓨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성능과 상품성을 품고, 2015년 4월부터 시장에 데뷔했다. 유럽에서 온 포드, 포드 몬데오 2.0 TDCi 티타늄 모델을 시승하며, 그 진가를 알아본다. VAT 포함 가격은 4,330만원.



4세대(Mk.V) 몬데오는 퓨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외양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퓨전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몬데오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의 몬데오가 `퓨전에서 이름만 바꾼 차`라 인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는 수 년 전부터 포드가 진행해 온, `원-포드` 전략에 기인한다.


과거, 포드는 지역별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미국, 호주, 그리고 유럽의 지부가 서로 다른 모델을 개발 및 생산/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여파로 더 이상 이와 같은 생산 방식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드는 각 대륙 별로 쪼개져 있던 지부를 통합하고, `하나의 포드`를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 흩어져 있었던 모델들을 일괄적으로 통합했다. 2007년경만 해도 포드 그룹의 전체 모델 수는 97종에 달했으나, 6년 후인 2013년에는 20종 이하로 줄어들었다. 플랫폼의 숫자는 6개로 줄어 들었으며, 이 때문에 생산 효율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포드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작용하여, 포드가 자력으로 흑자로 돌아 서는 데 혁혁하게 공헌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포커스를 비롯한 몬데오(퓨전), 쿠거(이스케이프) 등은 이 `원 포드 전략`의 산물. 각 지역별로 다른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모델을 기반으로, 각 지역의 요구에 맞게 조정을 가한 모델들을 생산/판매하는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몬데오는 퓨전과 사실 상 같은 모델에 해당하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퓨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몬데오의 외관은 퓨전과 마찬가지로, 포드의 신규 키네틱 디자인 언어에 기반한 핸섬하고 스타일리쉬한 외모를 지닌다. 하지만 몇몇 디테일에서는 퓨전과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500개의 LED가 사용된, `몬데오만을 위한` 전용 헤드램프다. 상향등 및 하향등이 모두 LED를 사용하는 풀LED 헤드램프이며, 헤드램프 하단에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이 자리한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각기 독립되어 있다. 방향지시등은 깜빡거리지 않고 안쪽 끝부터 바깥쪽 끝까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타입으로 점등된다.




실내 역시 기본적으로 퓨전과의 공통점이 드러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은 계기판. 중앙의 원형 계기판을 기준으로 양쪽에 사각형 디스플레이가 배치된 퓨전과는 달리, 중앙의 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사이에 둔 2-서클 구성을 취하고 있다. 크기도 크고 시원스런 느낌이며, 시인성 역시 좋은 편이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 휠 좌측 스포크에 붙어있는 4방향 조이스틱 버튼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센터페시아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던 터치패널이 사라지고, 묵직한 조작감의 버튼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스마트 폰이나 소형의 태블릿 PC를 수납해도 될 만한 수납공간이 자리한다.



몬데오에는 포드의 `SYN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공조 장치, 엔터테인먼트, 차량 정보, 전화의 4가지 주요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모두 제어 가능하다.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는 무난한 수준이라 할 수 있으나, 여전히 한글화가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포드 모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내비게이션 접근 방식도 의아한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의 음성명령 버튼을 일정시간 동안 누르고 있어야만 화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차라리 별도의 버튼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앞좌석은 세미버킷 형태로 제작되어 있으며, 적당히 단단한 느낌의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탄탄한 사이드 볼스터는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준다. 좌석의 마감은 가죽으로 되어 있으며, 질감도 양호한 편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전동조절 기능과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은 체격이 큰 성인 남성에게도 만족스러운 공간을 제공한다. 다리와 어깨 공간이 두루 넉넉하게 배려되어 있어, 체감 공간이 상당한 편이다. 적어도, 가족을 위한 세단으로서의 기본 소양 하나는 확실히 갖춘 셈이라 할 수 있다. 뒷좌석에는 별도의 송풍구와 선셰이드 등이 준비되어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3리터로, 가족을 위한 세단으로서 무난한 수준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트렁크 내부의 마감 품질이 다소 엉성해 보일 수도 있다.



몬데오는 새로이 개량된 포드의 2.0리터 듀라토크(Duratorq) TDCi 엔진을 심장으로 삼는다. 몬데오의 2.0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3,50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의 성능을 낸다. 엔진과 짝을 이루는 변속기는 습식의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하는 몬데오는 동급의 무난한 정숙성을 보인다.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저회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꽤나 착실하게 줄여, 일상적 운행 환경을 배려했다. 뿐만 아니라, 몬데오의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도 비슷한 정도의 부드러움을 보인다. 또한, 부드럽게 설정한 하체 덕에, 안락한 느낌의 승차감을 갖는다. 에코 스타트/스톱 시스템 역시 마련되어 있다. 몬데오의 에코 스타트/스톱 시스템은 시동을 끄고 켜는 과정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편이다. 승차감은 대체로 부드러운 편. 퓨전과도 비슷한 부분일 수도 있으나,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퓨전이 시종일관 무르다는 느낌뿐이라면 몬데오는 은연 중에 단단함이 나타나는 느낌에 가깝다.


기어 레버를 S에 두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몬데오는 활기찬 느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출발 가속에서 경쾌함을 느낄 수 있으며, 초반부터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 나간다. 퓨전의 2.0 에코부스트가 그러하였듯이, 가속 시의 엔진 소음 및 배기음에 공을 들인 티가 은연 중에 나타난다. 2.0리터 듀라토크 디젤 엔진이 가진 180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가 비교적 낮은 회전 수에서 모두 발휘된다. 그 때문에 중저속 영역에서 가장 활기찬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변속은 1단 출발 후 40km/h에서 2단으로, 70km/h에서 3단으로 변속 후 100km/h를 돌파하며, 이후 110km/h까지 가속하며 4단으로 넘어간다.



몬데오의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그 능력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고회전에 돌입하면서부터 변속 타이밍을 잡지 못해 허둥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엔진은 충분한 활력을 지니고 있지만, 변속기가 이에 대응하기 다소 버거워한다는 느낌이 든다. 스포츠 세단과 같이 정력적으로 몰아 붙이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몬데오는 코너링에서 꽤나 의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은 이전의 퓨전과 비교했을때,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몬데오의 출신지와 성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먼저, 몬데오는 일상을 위한 가족형 세단으로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과 직결감이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마다 운전자의 조작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며 적당한 중량감과 직결감으로 발 빠르게 선회하면서도 고속 주행 중의 조타에도 불안감이 적은 편이다.



게다가, 연신 부드럽게 느껴졌던 하체는 한편으로는 탄탄하게 다져진 일면도 있어, 격렬한 움직임에도 적당히 발을 맞춰 준다. 급격한 굴곡의 굽이길에서는 롤을 허용하기는 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영민하게 굽이길을 헤쳐 나가는 솜씨는 보통 내기가 아니다. 브레이크의 성능은 적당한 수준. 밟을수록 제동력이 증가하는 특성으로, 고속 주행 중의 급제동에서 불안감은 대체로 적은 편이다.


2.0리터 디젤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포드 몬데오의 공인연비는 도심 14.4km/l, 고속도로 18.2km/l, 복합 15.9km/l. 시승을 하는 과정에서 트립 컴퓨터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10.8km/l, 도심(원활) 14.0km/l, 고속도로 22.1km/l를 기록했다. 연비 측정 중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각 도로별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을 중시하여 운행하였다.



포드 몬데오는 유럽포드의 경쟁력 있는 디젤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세단으로, 먼저 들여와서 시판 중이었던 퓨전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완성도와 상품성을 품고 한국 시장을 찾았다. 또한, 몬데오는 포드 코리아 내부에서도 꽤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몬데오의 출시와 더불어, 직원들에게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그 동안 출시해 왔던 전 모델을 통틀어 가장 높은 구매율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디젤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디젤차는 정숙함, 혹은 쾌적함 면에서는 가솔린 자동차를 직접 상대하기에는 어렵다. 그렇지만 디젤차가 갖는 연비에서의 우위는 여전히 수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포드 퓨전은 상품성 면에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시장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몬데오는 다르다. 몬데오를 시승하면서 그들이 왜 진작부터 몬데오를 내놓지 않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몬데오는 퓨전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멋들어진 외모와 넉넉한 공간 구성을 그대로 품고 있다. 여기에 디젤 엔진과 더블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으로, 퓨전이 가지지 못했던 우수한 연비를 지니게 되었다. 외모는 섬세함을 더하여 매력을 끌어 올렸으며, (디젤차로서는)무난한 수준의 정숙성, 등을 갖춰, 국내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빠짐 없이 갖췄다. 또한, 다른 유럽 출신 세단들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과 알찬 안전/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몬데오는 `퓨전의 디젤 버전`이 아니다. 그러나 몬데오는 외견 상의 이유, 혹은 그 기반이 같다는 이유로 퓨전과 같은 차로 인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몬데오와 퓨전을 똑 같은 차로 취급하는 것은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를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단정짓는 것과 같다. 일란성 쌍둥이는 분명 외견 상으로, 유전적으로도 유사점이 많다. 하지만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 몬데오는 퓨전과 근본은 같으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완성된, 엄연히 `다른 차`라 할 수 있다. 이는 몬데오와 퓨전을 서로 직접 경험해 보면 이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