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미를 입은 정통 아메리칸 프리미엄 세단 - 크라이슬러 300C AW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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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미를 입은 정통 아메리칸 프리미엄 세단 - 크라이슬러 300C AW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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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는 1955년부터 크라이슬러의 간판 모델로 활약해 왔던 `300 레터(Letter)` 시리즈의 후신을 자처하는 고급 세단으로, 2005년에 처음 출시 이래로, 올 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다임러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초대 300C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W220)과 E클래스(W211)의 구조를 바탕으로 설계한 크라이슬러 LX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특유의 마초적 스타일링과 대형 세단급의 거대한 사이즈,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출시 이후부터 줄곧 크라이슬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2011년, 전체적으로 세련미를 키우고, 고급스러운 감각으로 일신한 2세대 모델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초대 모델부터 존재했던 디젤 모델이 판매를 책임지고 있었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 4년째가 되는 2015년, 300C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디자인에 대대적인 변경이 이루어졌다. 또한, FCA 코리아는 300C의 페이스리프트에 즈음하여, 올 하반기부터 달라진 모습의 300C를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시승한 300C는 상시 4륜 구동계가 탑재된 AWD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5,580만원. 달라진 모습의 크라이슬러 300C를 시승하며, 어떠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지 알아 보고자 한다.


변화를 맞은 300C의 인상은?

크라이슬러 300C의 디자인은 초대 모델부터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호오가 칼로 자른 듯 명확히 갈려 왔다. 이는 300C가 지닌 미국풍의 마초적 스타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300C의 디자인은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크기만 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미국식 대형차를 연상케 하는 과장되고 화려한 디테일들로 완성된 300C는 그야말로, 남성호르몬이 줄줄 넘쳐 흐르는 디자인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이 과도한 남성호르몬을 `절제와 세련미의 결여`로 취급한다. 화려하긴 하지만, 고급스러움을 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며, 지나치게 과장된 스타일링으로 인해, 고급세단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인, `중후함`을 놓쳤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300C는 올 상반기에 출시된 바 있는 `200` 세단에서 보여주었던 새로운 스타일링 기법을 통해, 상기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의견을 꽤나 반영한 듯한 모습이 비춰진다. 차체를 에워싸고 있던 크롬장식들의 광택을 크게 줄인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번쩍이는 가로줄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짙은 회색 빛의 매시 타입으로 변경되었다. 아울러 헤드램프 하단 앞 범퍼의 크롬 장식은 사라졌고, 테일램프 사이를 이어주는 뒷범퍼의 크롬 장식의 사이즈도 크게 줄었다. 번적이는 테일램프의 번쩍이는 크롬 장식도 사라진, 변경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디자인에 있어, 기존에는 없다시피 했던 `절제`의 개념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300C의 마초적인 스타일링에 매력을 느낀 이들에게는 그 매력이 반감된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300C의 변화는 페이스리프트의 한도 내에서의 변화인 만큼, 여전히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우람하고 웅장한 맛을 상실하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스타일링 기법을 통해, 그 특유의 과장되고 우악스러운 외모에 거부감을 느꼈던 이들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오면서도 세련미가 가미된 디자인으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300C는 일부 마초적인 취향을 지닌 이들에게만 멋져 보이는 디자인을 가졌다고 한다면, 현재의 300C는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락부락하기만 했던 프로레슬러가 근육을 약간 줄이고 몸에 꼭 맞는 정장을 갖춰 입음으로써, 보다 정돈된 분위기의 쾌남으로 거듭난 느낌이다.


300C는 고급 세단이라 불러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가?

고급 세단의 핵심 가치를 정숙함과 안락함에 둔다면, 300C는 부족함 없는 고급 세단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숙한 점을 들 수 있다. 300C는 4,000rpm 이상의 고회전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시동 초기부터 정숙한 실내를 유지한다. 정차 중에도, 주행 중에도 비교적 우수한 편에 드는 정숙성을 지녀,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진동도 확실히 적은 편. 회전 수를 올리며 격렬하게 가속을 진행해도 크게 시끄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부 소음의 억제도 상급에 속한다.


둘째는 안락한 점을 들 수 있다. 300C는 거대한 덩치와 비례하는 넉넉한 실내 공간은 물론, 안락한 전후 좌석을 갖추고 있다. 운전석의 경우,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은 물론, 4방향 전동조절식 요추 받침에 페달의 전후 거리 조절까지 가능하다. 앞좌석은 모두 2단계의 열선 기능과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은 양쪽에 2단계의 열선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며, 뒷유리 부분에는 선블라인드까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부드러움을 중시한 서스펜션 세팅이 300C의 안락한 승차감을 완성한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쯤은 능구렁이처럼 넘겨 버리며, 큰 요철을 거르는 능력도 좋은 편이다. 또한, 큰 요철에서 차체가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셋째는 품질감 높은 실내와 다양한 편의사양을 들 수 있다. 300C의 실내는 올 상반기에 출시된 200과 유사한 디테일을 차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고, 고급스러움을 배가했다. 200의 디자인에서 차용한 듯한 신규 스티어링 휠은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음은 물론, 열선 기능까지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의 우측 스포크에는 선행 차량의 추종은 물론, 정차 기능까지 지원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조작 버튼이 위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0의 디자인을 차용한 다이얼식 변속기 노브와 계기판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신규 계기판은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더 화려해진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곳곳은 변함 없이 가죽으로 꼼꼼하게 감쌌으며, 헤드라이닝의 직물도 수준급의 질감을 지니고 있다. 300C의 종횡비 4:3의 8.4인치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터치스크린을 전폭적으로 사용, 직관적인 조작성을 확보하고 있다. 300C의 컵홀더에 냉온장 기능을 지원하여, 음료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300C는 `머슬카`인가?

300C는 예나 지금이나 그 우람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 덕에, 머슬카로 오인될 만한 소지가 존재하긴 한다. 물론 작년까지만 해도, 300C는 크라이슬러의 고성능 디비전인 `SRT(Street and Racing Technology)`의 손길로 완성된 `300 SRT`와 같이, 현대적인 머슬카라 할 수 있는 모델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300 SRT는 이미 2015년을 기해 크라이슬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빠져 버렸고, 현재는 2014년식에 한해, SRT의 공식 사이트에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300C는 본질적인 머슬카는 커녕, 현대적인 머슬카에도 들어가지 않는 차가 되었다. 그나마 현행 300 세단에서 머슬카에 가까운 모델을 꼽으라면 5.7리터 HEMI V8 엔진 사양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5.7 V8 HEMI엔진 탑재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만 판매 중이다.


한국에 판매되는 300C는 V6 엔진만을 사용한다. 3.6리터 펜타스타(Pentastar) 엔진과 ZF제 자동 8단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만을 제공하며, 모델에 따라 후륜구동과 AWD 사양의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3.6리터 펜타스타 V6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6350rpm, 최대토크 36kg.m/4800rpm의 성능을 낸다. 이 엔진은 크라이슬러 300 세단 외에도 닷지 차처, 닷지 챌린저의 엔트리급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이다. ㅁ슬카의 주요 공식 중 하나가 V8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V6 엔진을 사용하는 크라이슬러 300C는 `아메리칸 머슬카`와는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300C, 타보니 어떤가?

실제로 운행해보면, 부드럽고 진중한 고급 세단의 느낌이 더 강조된다.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을 다그쳐도 맹수 같이 달음박질을 치는 법이 없다. 시종일관 진중하고 묵직하게 노면을 박차고 나갈 뿐이다. 변속기를 S에 두고, 별도로 준비된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눌러도, 이러한 느낌에는 큰 변화를 감지하기가 어렵다. 단지 엔진 회전수를 보다 고회전으로 유지해주고 있다는 느낌만 받게 된다. 가속을 시작하면 출발 후 1단에서 55km/h, 2단에서 90km/h에 다다르며 3단으로 넘어가, 100km/h를 돌파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전반적으로 발 빠른 변속보다는 부드러운 변속에 집중한 설정으로,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동작에 여유가 흐른다. 가속에서부터 300C는 빠르게 달리는 데에 주안점이 맞춰진 차가 아니라는 것을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코너링에서 한 번 더 실감하게 된다. 차체와 섀시는 든든한 느낌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덩치가 크고, 부드러움을 중시한 서스펜션 설정이 코너링에서의 잠재력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AWD 모델의 2톤에 가까운 공차중량이 체감 상으로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고속도로의 램프구간이나 코너로 가득한 산악도로에서 300C는 그다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회전구간에서의 롤이 큰 데다, 둔중한 몸놀림으로 인해, 차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다행인 점은 브레이크 시스템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점. 밟을수록 비례하여 상승하는 제동력은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차를 세워준다. 옛 디젤 모델이 보여주었던 의외의 감각을 상기하면 꽤나 아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직진 주행에서의 성능은 딱히 나무랄 곳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묵직한 차체와 다소 부드러운 하체의 조합이지만, 직진성이 뛰어나고,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정리하자면, 300C는 안락한 주행 환경을 우선시하는 고급 세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식 고급 세단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하다.


`많이 먹는` 미국차, 300C도 미국차니까 당연히 많이 먹겠지?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미국형 세단이라 할 수 있는 300C의 공인 연비는 시승차인 AWD를 기준으로, 도심 7.4km/l, 고속도로 11.3km/l, 복합 8.7km/l다. 300C AWD를 시승하며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5.0km/l, 도심-원활 5.8km/l, 고속도로 12.7km/l의 결과를 냈다. 도심에서의 연비가 꽤나 낮게 측정됐다. 3.6리터의 가솔린 V6 엔진과 2톤에 육박하는 공차중량에 AWD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결과지만, 연비의 기준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되게 상승해버린 오늘날, 300C의 연비는 단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참고로, 후륜 구동 모델의 공인 연비는 도심 7.7km/l, 고속도로 12.1km/l, 복합 9.2km/l이다.


300C, 가격을 내렸다던데, 얼마나 내렸나?

새로이 몸단장을 마친 크라이슬러 300C는 기존보다 한층 낮아진 가격을 통해, 접근성까지 높아졌다. 시승한 300C AWD 모델의 경우, 기존에는 VAT 포함 6,64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으나, 현재는 5,580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기본 사양인 후륜구동 모델은 4,480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기존에 비해, 디자인의 변경은 물론, 보다 개선된 패키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춘 점은 가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춰,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가격 대비 높은 가치로 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었던 과거의 크라이슬러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총평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전반적 인식 자체가 여전히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브랜드는 물론, 일본의 브랜드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당하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미국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아메리칸 프리미엄`을 주장하며 경쟁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맞서기보다는 매력적인 가격과 패키징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과거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선전해 왔던 브랜드가 바로 크라이슬러였다.


부분변경을 마친 크라이슬러 300C는 안팎으로 개선된 디자인과 알찬 사양 구성,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을 모두 갖춘, 완성도 높은 고급 세단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FCA코리아가 300C의 가격을 기존에 비해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거듭났다. 제품 전반의 상품성을 개선하면서도 일본과 독일 브랜드들에 비해,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에서 굳건한 지위를 획득한 유럽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의 빈틈을 파고 들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앞서 언급한 크라이슬러의 전략과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완성도와 함께 매력적인 가격표를 달고 돌아 온 크라이슬러 300C. 올 상반기에 출시된 중형 세단 200과 함께, 크라이슬러의 쌍두마차가 되어 줄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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