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역습 - 쉐보레 트랙스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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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역습 - 쉐보레 트랙스 디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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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2013년에 처음 선보인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에 디젤 심장이 더해졌다. 새로이 추가된 쉐보레 트랙스 디젤은 독일 오펠에서 공급하는 신규 유로6 1.6리터 CDTi 디젤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싣는다. 새로운 트랙스는 8월 25일부로 출시되었으며, 신차 출시에 맞춰, 영종도와 인근 도서지역을 잇는 시승코스에서 대대적인 미디어 시승 행사를 벌였다.



2013년 등장한 쉐보레 트랙스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B세그먼트 소형 SUV` 컨셉트를 내세우며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트랙스의 판매 실적은 출시 전의 뜨거운 관심이 무색하게도,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를 보인 이면에는 국내에서 생소한 세그먼트였다는 점은 물론, 국내에서 그다지 관심을 끌 수 없었던 가솔린 엔진 SUV였다는 점, 소비자들의 기대에 비해 높게 책정된 가격 등의 여러 요인이 존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트랙스가 기를 못 펴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점에는 `SUV=디젤`이라는 기묘한 공식이 수립되어 있는 한국 시장에서 선호하는 디젤 파워트레인의 부재가 뼈 아픈 부분이었다. 그 뒤로 2년여가 지난 2015년, 그 트랙스에 드디어 디젤 파워트레인이 추가된 것이다. 새로운 심장을 얻은 트랙스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짚어 본다.




새로운 심장을 얻은 트랙스는 외형 면에서는 가솔린 터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트랙스는 SUV임을 자처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풍채가 돋보인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그렇게 작게 보이지는 않는다. 르노삼성의 QM3에 이어,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에 이르는 쟁쟁한 라이벌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트랙스는 이들에게 주눅들지 않을 만한 당당한 외모를 뽐낸다. 동급 최대의 차체 사이즈와 굵직한 맛이 살아 있는 스타일링은 트랙스의 스타일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실내 역시, 기존의 가솔린 모델에 비해 크게 다른 것이 없으며,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회전계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점 정도라 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수납 공간은 물론, 에어벤트 옆의 수납 공간 등도 그대로. 또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지니고 있으며, 가족용 자동차로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운전석은 전후 거리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동식 요추받침이 적용되어 있다. 두툼하면서도 적당한 크기를 지닌 앞좌석은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한 착좌감을 보인다. 뒷좌석은 성인이 승차하기에도 적당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좌석 양쪽의 머리받침은 큼직한 크기를 지니고 있으며, 빈약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트렁크 공간 역시, 넉넉한 용량을 제공한다.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이용하면 최대 1,37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쉐보레 트랙스 디젤의 핵심인 엔진은 말리부 디젤과 같이, GM글로벌에서 설계하고,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에서 생산 및 공급한다. 한국GM은 새로운 1.6 CDTi 디젤 엔진을 가리켜,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 주장하며, 정숙성을 크게 강조한다. 새로운 엔진은 9월부터 발효 예정인 유로6 규제를 만족하며, 13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32.8kg.m/2,250rpm의 최대토크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디젤 엔진은 수치 상으로 동급 최고의 출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1,500rpm부터 3,000rpm 중반대까지 완만한 토크 곡선을 그리는 점이 특징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13.5km/l, 고속도로 16.4km/l, 복합 14.7km/l이다. 연비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의 시승을 통해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국GM은 쉐보레 트랙스 디젤 모델은 새로운 엔진에 맞게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비롯하여,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등, 차체와 섀시 전반에 걸쳐 재조정을 가했다고 언급했다. 서스펜션 마운트 부위의 댐퍼를 강화했으며, 보다 무거운 디젤엔진을 싣는 만큼, 스프링도 보다 고장력 스프링으로 변경했다고. 아울러, 디젤 파워트레인의 약점인 정숙성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N.V.H 대책의 보강 또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강 대책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에, 쉐보레 트랙스 디젤은 꽤나 인상적인 정숙성을 선보인다. 착실하게 억제된 소음과 진동 면에서 이 부분에 꽤나 공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GM이 주장하는 `속삭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급에서는 우수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숙함은 정차 중은 물론, 주행 중에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승차감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는 느낌이 주를 이룬다. 노면의 요철을 강하게 받아내기 보다는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승차감은 일상적인 운전 환경에서 이점을 발휘한다.



가속을 위해, 스로틀을 최대로 전개하면, 제법 똘똘한 음색과 함께, 묵직한 느낌으로 전진을 시작한다. 혈기왕성하게 치고 나간다기보다는 꾸준하게 속도를 올리는 타입이지만,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작은 터빈을 사용한 덕분인지, 터보 랙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시기 적절하게 활용하며 가속을 돕는다. 3세대로 거듭난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로직이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수동 모드에서의 반응 속도도 느리지 않다. 적당한 변속 시점을 못 찾아서 허둥대기 일쑤였던 과거의 한국GM 변속기에 비하면 완성도 면에서 크게 발전을 이룬 느낌이다. 또한, 한국흐에 따르면, 변속기의 기계적인 부분에도 개선을 이루어져, 구동 손실을 최대 20% 가량 억제했다고 한다. 한국GM은 크루즈와 올란도 등에도 순차적으로 개선된 3세대 변속기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디젤 엔진을 얹은 탓에, 트랙스의 첫 등장 때부터 꾸준히 강조해 왔던 핸들링 감각은 보다 날이 무뎌진 느낌이 든다. 가솔린 터보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방이 더 무거운 느낌이 들며, 보다 유연해진 설정의 하체 탓에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 롤이 다소 커진 느낌이 들며, 안정감 면에서도 약간 손해를 봤다는 느낌이 든다. 급제동 상황에서 차체 후방이 이따금씩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ESP의 개입 시점은 빠른 편이다. 타이어 스퀼이 들려오는 순간, 혹은 그 직전부터 가차 없이 개입하여 무너졌거나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자세를 그 자리에서 바로 잡는다. 브레이크는 트랙스를 제어하기에 필요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잦은 제동에서도 약한 모습을 쉽게 보이지 않는 편이다.



디젤 심장을 얹은 쉐보레 트랙스의 가격은 모델에 따라 2,195 ~2,495만원(VAT포함)으로 책정되었다. 가솔린 터보 모델에 비하면 약 160~190만원 가량 높다.



SUV의 전성시대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 세그먼트를 개척한 첫 타자인 쉐보레 트랙스에게도 늦게나마 디젤 엔진이 추가되었다. 이로써 디젤 엔진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후발주자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세그먼트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쉐보레 트랙스에 디젤 심장이 더해지면서 향후 소형 SUV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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