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가까이 지켜 온 SUV의 본질에 `힘`을 더하다 - 쌍용 뉴 파워 렉스턴W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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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가까이 지켜 온 SUV의 본질에 `힘`을 더하다 - 쌍용 뉴 파워 렉스턴W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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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가까이 쌍용자동차 SUV 라인업의 기함 역할을 맡아 온 렉스턴W가 또 한 번 바뀌었다. 렉스턴W에 가해진 변화는 바로 그 심장에 있다. 쌍용차가 코란도C를 통해 새로이 선보인 2.2리터 엔진이 그것이다. 심장을 바꿔 달고, 한 번 더 갈무리를 마친 렉스턴W를 지난 9월 7일, 경기도 가평 일대를 무대로 벌어진 대규모 시승 행사에서 경험하며 그 매력을 느껴본다.



지난 겨울, 기자가 렉스턴W를 체험하고 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페이스리프트를 발표한 렉스턴W는 외모 면에서 몇 가지의 변화를 거쳤다. 주요 변경 사항으로는 기존 가로줄 그릴을 대체하는 신규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을 들 수 있으며, 그 외에도 HID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의 적용이 있다.








또한, 신규 디자인의 18인치 스퍼터링 알로이휠과 함께, 기본 방패 모양에서 벗어나, 가로로 긴 형태로 디자인된 신규 렉스턴W 엠블럼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우측 테일램프 하단에 붙은 2.2 LET 로고가 신규 적용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스티어링 휠과 플로어 콘솔의 디자인이 크게 달라진 점을 가장 큰 변화로 들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렉스턴을 비롯하여, 코란도C를 제외한 나머지 코란도 패밀리(스포츠, 투리스모)와 함께, 일괄적으로 변경된 품목으로, 티볼리의 스티어링 휠과 유사한 스타일을 도입하여, 현대적 감각에 부합하는 디자인과 우수한 그립감, 무난한 기능성을 모두 챙겼다. 하지만 기존 스티어링 휠에 존재했던 변속 버튼이 사라진 점은 쌍용차의 팬들에게는 약간 아쉬운 부분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반가운 점은 플로어 콘솔의 개량에 있다. 기존 렉스턴W의 플로어 콘솔은 기능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변경된 플로어 콘솔은 기존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사용 편의성을 갖추게 되었다. 컵홀더는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500ml짜리 생수병은 물론, 600ml 규격의 음료 PET병도 얼마든지 꽂아 넣을 수 있다. 제구실을 못했던 컵홀더가 사라진 공간은 잡다한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선반으로 변신했다. 뿐만 아니라, 콘솔박스 앞에는 스마트폰이나 소형 태블릿까지 꽂아 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널찍하고 편안한 착석감을 지닌 앞좌석은 그대로. 시승차인 노블레스 모델의 경우, 양측 좌석에 3단계씩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적용하였으며, 운전석에는 8방향 전동 조절 기능과 전동식 요추받침,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도어 패널 하단의 형상에 변경이 있었는지, 기존에 비해 조작부 주변의 공간이 넓어져, 조작이 보다 수월해진 느낌이다.




등받이 각도 조절 폭이 큰 2열 좌석도 그대로. 부드러운 착석감은 물론, 등받이의 각도를 앞좌석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다. 열선 기능도 마련되어 있으며, 공간은 지금의 기준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또한, 이번 렉스턴W부터는 기존에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었던 3열 좌석을 전부 선택사양으로 돌렸다. 7인승 SUV의 전성시대를 풍미했던 렉스턴이지만, 7인승 SUV의 수요가 줄어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실용성이 부족한 3열 좌석을 제거한 것은 어찌 보면 옳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렉스턴W는 3열 좌석을 제거한 덕택에, 기존에 비해 훨씬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덕분에 선반을 제거했을 때의 기본 용량이 1,000리터를 가뿐하게 넘어간다. 3열좌석이 존재했을 때에도 넉넉했던 공간이 더욱 커져, 짐이 많은 오토캠핑이나 레저활동 등에 대응하기가 더욱 용이해졌다. 뿐만 아니라, 2열 좌석이 여전히 더블폴딩을 지원하기 때문에, 짐 공간에서의 강점은 더욱 커켰다.



렉스턴W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파워트레인에 있다.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의 심장으로 보닛 아래에 자리 잡은 새 엔진은 `LET(Low-End Torque)`라는 별칭을 지닌 2.2리터 4기통 디젤엔진. 이 엔진은 코란도C에 탑재되면서 처음 공개되었고, 렉스턴W와 코란도 투리스모에 두 번째로 적용되었다. 이 엔진은 최신 환경 규제인 `유로 6`를 만족하며, 178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400~2,800rpm의 최대토크를 달성했다.



변속기는 코란도C의 경우와 다르게,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시승차인 노블레스 모델에는 전자식 파트-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이 조합으로 달성한 공인 연비는 4WD 모델 기준으로 도심 10.5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1.6km/l로, 기존에 비해 배기량이 약 200cc, 공차중량이 35kg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의 저하를 꽤나 억제한 모습을 보인다. 연비에 대해서는 변도의 시승기를 통해 다루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1%`를 자부하며 태어난 출생 배경을 뒷받침하듯, 렉스턴W는 국산 디젤 SUV로서는 여전히 만족스런 수준의 정숙성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링 및 주행 중의 소음과 진동이 수준급으로 억제되어 있으며,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 이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도,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운전자에게 안겨 주는 피로감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규정속도를 초과한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이 확연히 커지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락하여, 고급 SUV를 지향하는 렉스턴의 성격을 드러낸다. 여전히 SUV의 전통적 방식인 `프레임-온-바디` 차체 구조를 고수하고 있어, 충격을 강하게 받아내는 경향이 있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이를 적절하게 상쇄시킨다. 그리고 이 고전적인 차체 구조는 험악한 노면의 오프로드에서 렉스턴W를 더욱 든든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배기량과 함께, 성능이 향상된 심장과 보다 진보된 변속기를 지니게 된 렉스턴W는 가속 능력에서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보다 크고 무거운 엔진을 장비하여, 체중이 2톤을 살짝 넘어가게 되었지만, 2.0리터 모델에 비해 펀치력이 있다. 순발력 면에서도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디존에 비해 보다 발놀림이 가벼워진 느낌을 받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의 도움도 크다. 기존 변속기에 비해 향상된 변속 속도와 체결감으로 새 엔진의 힘을 유효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속 주행 중의 안정성은 무난한 편으로,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새 엔진과 변속기에 힘입어, 직선 구간 및 가속 능력에서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는 렉스턴W. 하지만 코너에서는 고전적인 방식의 SUV가 지닌 한계가 명확하다.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사용하는 렉스턴W는 그 자체로도 든든한 느낌의 차체를 가지고는 있다. 그러나, 승차감에 역점을 둔 서스펜션과 전통적 SUV의 드높은 지상고, 쌍용차 특유의 느슨한 스티어링 시스템 때문에 급격한 굽이길을 자신감 있게 파고드는 식의 주행에는 여전히 힘에 겨운 모습을 보인다. 또한, 티볼리를 제외한 쌍용 SUV 차량들의 특징이기도 한 브레이크는 역시나 변함이 없다. 절대적인 제동력은 부족함이 없지만, 전형적인 승용형 SUV만을 운행하던 운전자에게는 이 부분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혹은 브레이크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인식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렉스턴W는 전통적 SUV의 요소인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10년이 넘게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까지 갖춘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필연적으로 차량의 중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승차감의 저하와 연비의 저하를 부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가 아닌, 충격을 `버텨내는` 방식에 해당하기 때문에, 충돌 안전 면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승용차를 기반으로 하는, 모노코크 구조의 크로스오버 SUV들이 난립하며 시장을 장악해버린 오늘날, SUV로서의 상품성을 저하시키는 요소에 불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취함으로써, 모노코크 구조의 SUV들에 대한 확실한 비교우위 하나를 갖는다. 그 비교우위란, 바로 `오프로드`에서 나온다. 렉스턴의 3중 구조 강철 프레임은 오프로드의 험악한 노면 환경에서 오는 충격을 든든하게 버텨주고,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춘 4륜구동 시스템은 진창길에서도 노면을 움켜쥐고 전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최저지상고가 다른 SUV에 비해 높게 설정되어 있는 점도 렉스턴의 오프로드 주파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요소. 렉스턴W는 순정의 로드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본 시승 행사의 오프로드 코스인 `칼처럼 날이 선 돌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칼봉산의 오프로드 구간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볍게 소화해 내며, 오프로드에 남다른 조예를 지닌 쌍용차의 저력을 유감 없이 보여 주었다.


렉스턴W는 새로운 심장과 변속기를 실으면서 가격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최근의 페이스리프트 시기의 가격과 비교하여, 가격 변동 폭이 적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3열좌석이 40만원짜리 선택사양으로 돌아가버린 점을 감안하면, 3열 좌석의 삭제를 통해 가격 상승을 무마한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새 엔진을 장착한 렉스턴W는 2,818~3,876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시승차의 경우, 3,876만원짜리 `노블레스` 모델로, 여기에 118만원의 내비게이션 일체형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이 추가된 사양이며, 선택 사양 포함한 가격은 3,994만원에 달한다. 그 외 선택사양으로 준비된 세이프티 선루프(46만원)와 브라운 인테리어(20만원), 그리고 3열좌석(40만원)을 모두 포함한, 이른 바 `풀옵션` 사양인 경우, 4,100만원의 가격이 나온다.(모두 VAT포함)


1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쌍용차의 맏형 자리를 맡아 오고 있는 렉스턴W는 새 엔진과 변속기의 탑재 및 디테일의 개량으로, 기존 모델의 아쉬웠던 점들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또한, 환경 규제를 만족하지 못한 기아 모하비의 작전 상 후퇴 선언으로 말미암아, 한 동안은 국산 SUV 중 `유일한` 프레임-온-바디 구조에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춘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전통적인 의미로서의 SUV로서 시장에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10년이 넘도록 끊임 없는 개량을 거치며, 초대 모델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대한민국 1%`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프레임-온-바디 구조를 지닌 정통 SUV, 렉스턴W는 다가 올 신 모델 출시 전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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