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임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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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임팔라
  • 김재민
  • 승인 201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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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온을 대신해 새롭게 등장한 임팔라의 존재는 그 자체로서의 큰 의미를 가진다. 그랜저, K7을 내세워 준대형세단의 영역을 9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독식해온 현대기아차에게는 더욱 그렇다. 출시 이후 꾸준한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지난 8월 11일에 출시(사전계약은 7월 31일부터 실시)된 이후 9월말까지 약 1700여대가 출고되는 기염을 토했다. K7보다 많이 팔린 대수이기도 하다. 계약대수는 이보다 더욱 많은 1만여대에 이른다고 GM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계약해도 출고일까지 약 4~5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임팔라의 이와 같은 품귀 현상은 공급물량의 부족에서도 기인하지만 차량 자체가 가진 매력이 더욱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태생부터 임팔라는 남달랐다. 콜벳의 디자인을 반영한 콘셉트 카를 1956년 모터라마쇼에서 첫 선을 보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1958년에 출시되어 1996년도에 단종되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1,300만대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TOP10’에 들기도 했다. 후륜 구동방식과 역동적인 디자인 그리고 쾌적하고 안락한 실내 공간과 다양한 편의사양, 적합한 판매가격 등은 인기몰이의 비결이었다. 4년간의 공백 기간 동안 임팔라는 소비자와 더욱 친밀한 만남을 위한 준비의 시간을 가졌다. 결국 2000년에는 좀 더 부드러운 곡선을 내세운 세련미와 안락함을 겸비한 패밀리카의 콘셉트 성향이 강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었다. 후륜 구동 방식을 버리고 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한 것도 패밀리카의 성격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스포츠 쿠페의 성격을 모두 지워내고 안락함과 편안함에만 치중한 변경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10세대 임팔라의 성격은 이러한 변신의 연장선상에 선대의 클래식한 역동적인 디자인을 다시 반영한 것이다. 시승을 통해 임팔라가 지닌 숨은 특징들을 면밀히 분석해보자. 시승모델은 최고급모델인 3.6L LTZ 모델이다.



동급 최대의 전장(5,110mm)을 보유한 임팔라는 거대한 함선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하다. 그랜저 4,920mm, K7 4,970mm의 전장에 비해 좀 더 길며 체어맨W 5,135mm, 에쿠스 5,160mm보다는 조금 짧은 크기다. 차체는 선대의 클래식한 모습을 연상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특징적인 라인들을 스며들게 했다. 한국 GM에서는 그 동안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단연 돋보이는 외형이다.



앞모습은 코끝을 봉긋 추켜 올린 보닛을 통해 강인한 힘을 표현했다. 더불어 LED 포지셔닝 링 램프가 내재한 HID 헤드램프는 거함의 포스를 단번에 느끼게끔 하는 이미지를 지니게 했다. 흘깃 보면 잔뜩 성난 맹수의 눈매처럼 보이기도 한다. ‘X’ 그리드가 반영된 일체형 범퍼는 더욱 입체감이 넘쳐난다. 안정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LED 주간주행등도 세련미가 넘친다. 그러나 정작 차량의 중심을 세우는 중요한 라인이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다. 보닛과 라디에이터그릴 중앙의 쉐보레 로고와 에어인테이크의 한 가운데를 지난다. 이 선에 만나는 부분은 외부 외부로 돌기시켜 날렵함을 더했다. 카마로 디자인으로부터의 영감을 반영한 앞 모습은 임팔라의 강인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옆모습은 앞모습의 강인함을 효율적으로 살려내는 역동성이 짙게 묻어나는 특징을 가진다. 세밀함이 아닌 굵직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라인들은 면에서 각각 자신들의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다. 루프라인은 쿠페처럼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트렁크 끝에서 매듭된다. 눈 여겨 볼 부분은 오버행 영역이다. 전장은 전술했던 에쿠스나 체어맨W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길다. 그러나 휠베이스는 긴 차체와는 달리 짧다. 입실론 II와 플랫폼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앞쪽 오버행과는 달리 뒤쪽 오버행은 길다. 길어진 만큼 입실론 II의 플랫폼을 늘려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20인치 알로이 휠에 타이어는 245/40R 사이즈가 적용되었다. 동급최대이다.




뒷모습은 앞과 옆모습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다소 투박한 감성을 실었다. 그러나 트렁크 덮개의 상부 영역의 끝 단의 부풀림과 듀얼머플러가 차분하게 가라 앉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역동적으로 살려낸다.



전반적으로 풀사이즈 세단에 걸맞은 풍채에 주위를 압도하는 강한 남성의 성격을 물씬 풍기고 있다. 지금껏 만나본 한국 GM의 여러 모델 중 가장 빼어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카마로를 부풀려 놓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장X전폭X전고는 5,110X 1,855X 1,495mm다.



외모만큼이나 실내도 뛰어난 감성을 지니고 있다. 품격 높은 신사의 실루엣을 반듯하게 적용해 냈다. 문을 열고 고개를 실내로 들이면 가장 먼저 포근하게 운전자와 동승자를 감쌀 수 있는 랩어라운드(Wrap Around)방식을 취한 듀얼-콕핏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포근함과 안정감까지 더할 수 있는 구조다. 앞 문과 뒤 문까지 연장되는 디자인은 실내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해준다.



센터페시아는 날개 짓을 연상시키는 크롬 도금 패널을 중심으로 상단 영역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하단 영역에는 냉난방 조작부가 위치한다. 디스플레이는 간단한 버튼 조작을 통해 슬라이딩 방식으로 위로 올릴 수 있는 구조다. 그렇게 들어 올려진 디스플레이가 있던 뒷 공간에는 USB 단자가 마련된 작은 수납공간이 드러난다. 아이스 블루 라이팅 무드조명이 내장된 크롬 도금 패널은 앞 문과 뒤 문까지 이어지며 은은하고 아늑한 실내분위기를 자아낸다.



디스플레이 영역에서는 오디오, DMB, 전화, 프로젝션,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메시지 등을 터치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마이링크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동급 최초로 적용되어 있어 아이폰(아이폰5 이상부터 지원)을 연결해 전화, 문자, 음악, 팟캐스트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오디오시스템은 더욱 만족스럽다. 프리미엄 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11개의 스피커가 실내 전반을 아우르며 선명한 해상도의 입체적인 음향을 제공한다.



시트는 착좌감이 일품이다. 부드럽고 안락한 질감으로 인체를 포근히 감싼다. 대시보드의 컨셉트와도 궁합이 잘 맞을 정도로 편안하다. 운전석과 동반석에는 8방향 전동조절이 가능하며 전동식 요추받침의 기능도 제공된다. 동급 유일의 사양이다. 또한 열선 및 통풍 기능도 제공된다. 공간도 매우 넓고 쾌적하다. 이러한 느낌은 뒷좌석에서 배가된다.




무릎공간과 발 공간의 경우 넉넉함을 뛰어 넘어 마치 리무진의 뒷좌석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공간으로 편안한 탑승이 가능하다. 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한 것은 옥의 티다. 또한 헤드레스트가 두 개만 설치되어 있다는 것도 아쉽다.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두 개의 컵 홀더와 오디오 및 통풍시트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 송풍구에는 220V 인버터가 설치되어 있어 소형 전자 기기를 별도의 어댑터 없이 바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높낮이와 전후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프리미엄-렉 타입 파워스티어링(R-EPS)이 적용되어 엔진 출력 손실이 적고 보다 민첩하고 편안한 조향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의 중앙 영역에는 로고와 함께 좌우로 엠보싱 타입의 버튼들이 자리잡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블루트스, 그리고 차량 정보에 관한 정보는 4.2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하며 조작할 수 있다. 냉난방 조작부 밑으로는 국내 최초로 무선 충전 기능과 액티브 폰 쿨링 기능이 가능한 영역을 마련했다. 쿨링 기능은 에어컨이 켜진 상태에서 작동한다.



트렁크는 기본적으로 535리터가 제공된다. 골프백 4개와 보스톤 백 4개를 충분히 실을 수 있는 공간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공간은 더욱 넓어진다. 접이식 자전거가 아닌 일반 자전거의 경우도 눕혀서 적재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 활용성이 높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3.6리터 직분사 엔진에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가 한 쌍이 되어 최고출력 309마력, 최대토크 36.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캐딜락 대형 세단인 XTS에 사용되는 엔진으로 내구성과 연비 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지녔다. 변속기는 뷰익 라크로스. 캐딜락 XTS 및 SRX 등 대형 럭셔리 세단이나 최고급 SUV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신연비 기준 복합연비는 9.2km/L다.(고속주행연비 12.0km/L, 도심주행연비 7.7 km/L)



또한, 4기통 2.5리터 모델에는 차세대 GEN III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199마력, 최대토크 26.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2.5리터 엔진에는 고압직접분사 시스템, 스로틀 전자 제어 시스템, 오일 분사 피스톤 냉각 시스템 등이 적용되었다. 신연비 기준 복합연비는 10.5km/L다. (고속주행연비 12.5km/L, 도심주행연비 9.3 km/L)


시동과 함께 발생되는 엔진사운드는 적절하게 잘 다듬은 느낌이다. 가볍지 않다. 외형의 모습과 흡사한 제법 굵직한 사운드가 발생된다. 공회전에 따른 실내에서는 정숙함은 만족할만하다. 방음에 대한 처리가 잘 된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능력을 위해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기로 했다. 잦은 요철과 과속방지턱, 그리고 조건이 좋지 못한 노면 등을 거치는 도심 주행에 있어 충격을 효율적으로 잘 흡수해냈다. 정숙성도 일본차 못지 않은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거대한 풍채임에도 깃털처럼 날렵한 움직임을 보였다. 가속에 대한 반응도 굼뜨지 않는다. 안정적인 자세로 탑승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단지 뒤쪽 창을 통해 후방을 살피기에는 불편함이 따랐다.



도심을 지나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본격적인 가속을 위해 스포트 모드를 찾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스포트 모드 버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D모드와 수동 조작이 가능한 M 모드만을 제공하고 있다. 수동조작을 위해서는 D모드에서 한단 아래인 M모드로 기어 레버를 내려야 한다. 보통 D모드에서도 바로 수동조작이 가능한 여타의 차량들과 비교하면 불편한 사항이다. 기어 레버 상단에 ‘ ’, ‘-‘로 표시된 부분을 누르면 수동조작이 가능하다. 기어레버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뒤쪽에 위치해 사용이 편리하지 않다. 오른팔을 뒤쪽으로 빼고 기어레버 상단에 손을 얹고 기어단수를 조정하기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가속을 시작하면 듬직한 엔진사운드가 믿음직스럽게 귓가를 즐겁게 한다. 가속에 따른 차체의 반응은 훌륭하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쭉 치고 질주하는 감성이 일품이다. 고속영역까지 곧고 바르게 반응한다. 정숙성도 좋다. 바람소리도 미세하게 유입될 뿐,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3중 실링 도어와 5.0mm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BOSE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흘러 나오는 음향은 주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차체의 안정감은 다소 불만스럽다. 다소 부드러운 세팅 때문에 가속에 따른 좌우 롤링과 상하 바운싱이 발생하는 편이다. 고속영역보다는 중속영역에서의 장거리 이동이 잦은 미국인들의 주행 습성에 적합한 세팅으로 보인다. 제동 성능은 도심에서의 비교적 낮은 주행속도에서는 뛰어났다. 단번에 차체를 견고하게 멈춰 세운다. 고속 주행에서는 몇 번씩 나누어 제동 페달을 밟는 것이 효율적이다. 고속에서는 조금은 밀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행성능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3.6리터 직분사 엔진의 효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다. 여기에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변속기가 큰 몫으로 작용한다. 좀 더 똘똘한 변속기가 탑재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출중한 주행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경쟁차종보다 훨씬 뛰어난 편의사양과 안전사양, 그리고 공간활용 능력 등은 단연 돋보이는 장점들이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감성과 정숙성은 그 동안 한국 GM이 시장에 내놓은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강점으로 작용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장점들은 벌써 시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는 임팔라를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찻잔 안의 작은 소용돌이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국내의 준대형세단 시장에서 거대한 태풍으로 존재감을 뽐낼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적어도 현재는 찻잔 밖으로 그 위세를 키워나가고 있는 듯 하다. 국내 판매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3.6L LTZ 모델이 4,191만원이다. 2.5L LT는 3,409만원, 2.5L는 LTZ 3,85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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