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아껴주는 멋쟁이 -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시승기
상태바
모두를 아껴주는 멋쟁이 -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0.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0년도부터 3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가족형 세단의 교과서이자, 토요타의 간판 중형 세단으로 통하는 `캠리`를 시승했다. 시승한 캠리는 라인업 최상위 모델이자, 검증된 신뢰도와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XLE 모델이다. 부가세 포함 가격은 3,990만원.



토요타 캠리는 오랜 역사를 이어 온 만큼, 세대를 거듭하며 끊임 없이 변화해 왔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캠리 또한, 그러한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페이스리프트라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곳곳을 다 뜯어 고쳤다. 차량의 전/후면의 디자인을 고치는 선에서 끝나는 통념 상의 페이스리프트와는 다른 양상이다.






플래그십 세단인 아발론의 스타일링에서 디자인 요소들을 가져온 캠리는 전반적으로 쐐기 형상을 취하고 있는 전면부와 날렵한 이미지와 반듯하고 절제된 형상의 측면, 좌우로 길게 잡아 늘린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서 드러나는 뒷모습에 이르는 모든 변화를 통해, 한결 세련되고, 친숙하며,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외모에서부터 호오가 뚜렷하게 갈렸었던 지난 모델에 비해, 현재의 캠리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난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캠리의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C필러. 기존의 C필러 앞에서 끝났던 윈도우 라인을 C필러 안쪽까지 잡아 늘리고, 내부는 고광택 블랙 페인팅으로 처리하여, 조금 떨어져서 보면 마치 윈도우 라인이 더 확대된 듯한 착각을 준다. 하지만 지난 모델의 윈도우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다, 연장된 부분이 만나는 지점이 서로 `ㅅ`자 형태로 맞물려 있어서, 가까이서 보면 사람에 따라, 다소 억지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을 취하고 있으며, 기존 모델에 비해 손이 가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개선한 점이 눈에 띈다. 손이 닿을 법한 부위들에는 내측에 소프트 패드를 덧댄 가죽 마감 외에도 부드러운 질감의 마감재를 채용했고, 조작 편의성을 위해, 대부분의 버튼 크기를 크게 키웠다. 중앙부에는 센터페시아부터 플로어 콘솔까지 흐르는 듯한 디자인의 패널로 일체감을 높였고, 검정색 플라스틱 패널 전반에는 은은하게 반짝이는 펄을 섞은 부품을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마무리된 굵직한 림과 자연스런 형상 설계로 그립감이 좋은 편이다. 계기반은 토요타식 하이브리드 차량들과 같이, 회전계를 대신하여 에코 게이지가 들어 앉아 있다. 중앙의 디스플레이에는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작동을 나타내는 에너지 모니터를 비롯하여, 다양한 차량 주행 정보를 제공한다. 센터페시아 주위의 버튼들은 상술한 대로, 버튼들의 크기가 한층 커져, 조작이 편해졌다. 이는 공조장치나 오디오 다이얼도 마찬가지.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소형 태블릿을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대용량 사물함이 마련되어 있으며, 팔걸이 역할을 하는 센터 콘솔에는 더 큰 용량의 수납 공간이 존재한다.



앞좌석은 안락함을 중시한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부드럽기만 했던 이전 모델보다 약간은 단단해진 듯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양쪽 앞좌석은 각각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하며, 운전석은 전동 조절식 2방향 허리 받침이 포함되어 있다.



뒷좌석은 가족용 중형 세단인 캠리의 장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적당히 부드러운 착석감과 널찍한 공간은 가족용 세단의 교과서, 캠리의 대표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다리, 어깨, 머리 공간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 평면에 가깝게 낮은 센터터널 또한 인상적. 뒷좌석에는 팔걸이 수납형 컵홀더와 도어 포켓, 송풍구 등의 편의 사양이 준비되어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뒷좌석 등받이 뒤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가 실린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솔린 사양의 캠리보다는 아무래도 트렁크 공간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트렁크 용량은 총 371리터로, 가솔린 모델의 436리터에 비해 65리터 적은 공간을 지니고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토요타의 2.5리터 직렬 4기통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이루어져 있다. 2.5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158마력/5700rpm의 최고출력과 21.6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전기 모터는 14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최대출력은 203마력, 최대토크는 28.4kg.m이다. 이는 렉서스의 ES300h의 파워트레인과 같은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처음 접하는 운전자는 캠리 하이브리드의 시동을 걸 때, 순간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전기 장치들에서 발생하는 백색소음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어떻게든 알리려고 한다. 삑삑거리는 비프음을 통해, 시동이 걸렸음을 알린다. 그 외에도 계기반의 바늘이 좌우로 한 번 왕복하며, 계기판 한복판에 `READY`라는 메시지를 띄운다. 이 일련의 쇼가 끝나면 비로소 차를 움직일 수 있다. 물론, 항상 이러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용량이 부족하다거나, 예열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체 없이 엔진에 시동을 건다.



배터리에 여유가 있는 한, 동네 골목길을 저속으로 이동하고 있거나, 가속 페달을 적게 조작하고 있는 경우에는 줄곧 `EV모드`, 즉 전기차 모드로 달린다. 조용하기는 하지만,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전기 장치들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백색소음만 들려 올 뿐이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경우에도, 동네 시끄럽지 않게 슬그머니 들어와서 슬그머니 주차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워낙 조용하기 때문에 앞서 가던 행인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EV모드`에서의 정숙함 때문에 엔진에 시동이 걸리면 상대적으로 시끄럽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동급의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중형 세단들 중에서는 대체로 높은 수준의 정숙함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승차감은 예전 캠리들처럼 무르지 않다. 흔히들 캠리를 부드러운 승차감의 대명사로 일컫곤 하나, 새로운 캠리는 마냥 부드럽기만한 타입은 아니다. 유럽식 승용차의 탄탄한 느낌을 내보려는 시도를 했음이 보여진다. 특히, 기존 캠리에 비해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은 이후의 움직임에서 불안감이 확실히 줄어 들었으며, 동작이 한결 절도 있는 느낌을 준다.



에코 모드를 활성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급가속을 시도하면 엔진에서 제법 큰 소음이 나면서 차체를 힘차게 밀어낸다. CVT를 사용하는 캠리 하이브리드는 가속을 하는 동안 기어를 바꾸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대의 힘을 이끌어내는 회전 영역에 머무르며 속력을 높여나간다. 기어를 한 단계씩 착착 높여나가며 가속을 해나가는 맛이 없어서, 운전자에 따라서는 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일상적 주행 환경에서 유럽식 승용차를 흉내 낸 듯한 느낌을 주었던 하체는 크고 작은 코너링에서 지난 캠리에 비해 약간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부드러움에 모든 것을 집중해 왔던 지난 모델과는 달리, 차체 좌우가 기우는 롤(Roll)이 꽤나 억제된 모습을 보이고, 차체 앞과 뒤가 따로 노는 느낌도 줄었다. 스포츠 세단처럼 영민한 감각은 아니지만, 근본이 가족형 세단인 캠리로서는 발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검증된 파워트레인에서 비롯된 우수한 연비 또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공인 연비는 도심 17.1 km/l, 고속도로 15.7 km/l, 복합 16.4 km/l이다. 시승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는 도심 18.5km/l, 고속도로 18.2km/l를 기록했다. 배터리의 용량이 충분한 경우,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도심에서도 15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준다. 이 평균연비는 모두 `ECO 모드`를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기록했다. ECO 모드를 사용하면 시스템 전반에서 엔진의 가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스로틀의 반응을 강제로 제어함과 동시에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충전에 집중하기 때문에 연료의 절약에 큰 도움을 준다. 그 외에도 80km/h 이하의 속도에서 가속 페달을 조작하지 않는 경우, 엔진의 시동을 끄고서 전기차 모드인 `EV모드`로 전환하여, 연료의 낭비를 원천 봉쇄한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서는 제 속도로 주행하는 것보다, 교통량이 많을 때 연비가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16년형 캠리를 출시하면서 시장성에서 불리한 3.5리터 모델을 제하는 대신, 그 동안 XLE의 단일 모델로 판매하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LE와 XLE의 두 가지 모델로 늘려,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택폭을 넓혔다. VAT 포함 가격은 LE 3,570만원, 시승차인 XLE가 3,990만원이다. 그 동안 4천만원 이상의 가격을 보여 왔던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대폭 낮아지면서, 상품성은 한층 강력해졌다.



근래 몇 년간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신뢰도와 효율성을 앞세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사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은 프리우스지만, 캠리 하이브리드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다.



새로워진 캠리는 2015년을 맞으며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 작업을 거쳐, 한결 세련된 모습으로 일신한 외모와 함께,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기본기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더욱 매력적으로 변모한 바 있다. 특히, 캠리 하이브리드는 넉넉한 공간 구성과 안락함, 그리고 정숙함을 모두 갖춘, 교과서적인 가족용 중형 세단에 시장에서 검증 받은 신뢰도와 우수한 연비를 겸비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실었다.



중형 세단의 넉넉한 플랫폼과 토요타식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완성도를 높인 기본기와 더불어, 낮아진 가격까지 내세운 2016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정숙함과 넉넉한 공간구성으로 가족을 아껴주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연료도 아끼며, 더 나아가 환경까지 아껴주는 세 가지를 한 번에 실천하는, `모두를 아껴주는` 멋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