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심장으로 `완성`에 이르다 - 쌍용 티볼리 디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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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심장으로 `완성`에 이르다 - 쌍용 티볼리 디젤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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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붐을 타고 태어난, 올 상반기, 국산차 업계의 슈퍼스타인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를 시승했다. 티볼리는 올 1월부터 가솔린 모델로 처음 출시되자마자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으며,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5천대를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한 편, 하반기에 추가타로 나선 디젤 모델이 꾸준한 판매호조를 이루며,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일등 공신이다. 지난 10월에는 총 8,364대가 생산되며 쌍용차 단일 모델 사상 최대 생산량을 경신하기도 하는 등, 티볼리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기자는 티볼리 디젤 모델 출시 초기에 있었던 시승 행사에서 티볼리 디젤의 성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시승 행사 때의 트랙과 짜여진 시승 코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기에, 티볼리를 일상의 환경에서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기자가 시승한 티볼리는 최상급 트림인 LX 트림에 7인치 AVN시스템,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 인테리어 패키지, 컨비니언스 패키지, 의 선택사양이 추가된 모델이다. 가격은 선택사양 포함하여 2,643만원(VAT 포함).






티볼리의 외모에서는 쌍용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녹아 있다. 활공 중인 맹금류의 날개죽지, 접영을 하고 있는 수영선수의 어깨선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숄더 윙` 그릴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직선적인 형상은 티볼리의 개성과 인상을 확실하게 잡아준다. 또한, 하이글로스 블랙 페인팅으로 마감한 A필러와 C필러 상단을 통해, 마치 지붕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스타일의 루프를 연출한 점도 포인트. 이 외에도 근래에 보기 드문 클리어 타입의 테일램프를 채용한 점도 눈에 띄는 요소다.



티볼리의 인테리어 전반은 페이스리프트된 코란도C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티볼리의 인테리어는 코란도C에 이어, 쌍용차의 설계 역량이 한층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존 쌍용차의 투박한 마무리를 생각하면 도리어 티볼리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특히, 조립 품질 면에서 크게 향상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3스포크에 가까운 형상을 가진 티볼리의 스티어링 휠은 하단을 약간 잘라낸 D-컷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마감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비정형의 림을 도입하여 양질의 그립감을 확보했으며, 열선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전후 조정은 불가하고 상하 조정만 가능하다는 것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판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다만 계기판 전반에 걸쳐 색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의 색상만 변경된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계기판 색상은 주/야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자잘한 수납공간을 곳곳에 마련한 점도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플로어 콘솔박스에 마련된 공간인데, 일반적인 자동차의 플로어 콘솔박스와 달리, 뚫려 있는 점이 포인트다. 그리고 이 뚫린 공간을 이용하여, 10인치급의 태블릿 PC를 수납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글로브박스에는 노트북을 수납 가능한 공간을, 글로브박스 상단에는 간단한 트레이를 마련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앞좌석 도어 포켓에는 1.5리터 PET병과 0.5리터 들이 음료를 모두 수납 가능한 2중의 보틀 홀더를 확보했으며, 뒷좌석 도어 포켓에도 1.5리터 PET병을 수납 가능한 보틀 홀더를 마련해 두었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적당히 탄탄한 착석감은 물론, 사이드 볼스터가 착좌부에 비해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운전석 한정으로 6방향 전동 조절 기능 및 통풍 기능이 마련되어 있으며, 급격한 차체의 움직임 아래서도 운전자의 몸을 비교적 잘 잡아 주는 편이다. 하지만 시승차가 최고 등급의 사양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받침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티볼리의 실내 공간에서는 쌍용차가 공간 설계에 고심한 흔적이 엿볼 수 있다. 뒷좌석은 동급에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통상적인 준중형 세단에 근접한 수준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로서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은 티볼리의 장점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도 27.5도까지 뉘일 수 있는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트렁크 공간은 423리터로, 차급에 비해 비교적 넉넉한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티볼리 디젤은 쌍용차가 티볼리의 출시 초기에 밝힌 대로, 신규 개발한 1.6리터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삼았다. `e-XDI160`이라는 이름의 신형 1.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은 3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쌍용차의 또 다른 독자 개발 엔진이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11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0.6kg.m/1,500~2,500rpm이다. 변속기는 연초 출시한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아이신의 자동 6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티볼리 디젤의 정숙성은 경쟁작인 르노삼성의 QM3나 쉐보레의 트랙스 디젤에 비해서 보다 정제된 모습을 보인다.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진동의 양도 비교적 적은 편에 속한다. B세그먼트 골격의 소형 SUV로서는 정차 중에도, 운행 중에도 가장 우수한 정숙함을 보인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 대책도 우수한 편이지만,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체급에 비해 높은 편이다.



티볼리의 승차감에서는 옛 쌍용차의 투박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안정감과 안락함 사이에서 적정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대체로 융통성 있게 거르는 한 편, 평탄한 도로에서의 고속 주행서 오는 불안감도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무게중심과 작은 차체를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쌍용차의 섀시 조율 실력이 큰 폭으로 향상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과거 프레임 온 바디 구조의 SUV와는 거리가 있는,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은 승용차의 감각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은 꽤나 민감한 편이라서 반절 정도만 조작해도 회전 수가 꽤나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전에 트랙 등지에서 시승했을 때에는 이 덕분에 코너 탈출 후 재가속이나 추월 가속에서의 순발력이 꽤나 발 빠르게 느껴진 바 있다. 일상에서는 이 민감한 가속 페달이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고 나면 적은 조작량 덕에 발의 피로감이 적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브레이크 역시 민감한 축에 들기 때문에 제동도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가속 페달 및 스로틀 설정, 그리고 부족하지 않은 파워트레인의 성능 덕에 티볼리 디젤은 순발력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체구에 딱 맞는 정도의 경쾌함, 그리고 일상적인 영역에서 특별히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적절한 가속력이다.



기본 설정인 에코 모드에서도, 파워 모드에서도 스로틀의 개도량이나 반응 면에서 크게 변화하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도 약 120km/h 안쪽의 속도 범위까지는 체급에 맞는 경쾌하고 야무진 느낌을 준다. 자동 6단 아이신 변속기는 허둥대는 일 없이, 엔진의 힘을 착실하게 구동륜으로 전달한다. 하지만 최대토크가 저회전 영역에 몰려 있는 디젤 엔진의 특성 상, 고속에서는 다소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지만, 정력적인 달리기보다는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인 만큼, 이 정도면 충분한 성능이라 할 수 있다.


7월에 있었던 시승에서, 기자는 티볼리 디젤을 서킷에서 주행하면서 수준급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다. 트랙에서 보여주었던 탄탄한 기본기는 공도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양호한 직결감의 스티어링 시스템과 비교적 탄탄한 하체에서 나오는 운동 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코너에 달려 들 자신감을 돋워준다. 물론, SUV의 프로포션에서 비롯된 높은 무게중심, 그리고 다소 민감한 브레이크 때문에 섣부른 욕심은 금물이다.



티볼리 디젤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7km/l, 고속도로 17.8km/l, 복합 15.3km/l다. 티볼리 디젤을 시승하는 동안 트립컴퓨터를 통해 측정한 평균연비는 도심(혼잡) 10.9km/l, 도심(원활) 11.9km/l, 고속도로 18.5km/l였다. 주행 모드는 에코 모드로 고정하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며 각 구간별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을 중시했을 때의 값이다. 도심 주행은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약 15km 단위로 총 5회의 재측정을 실시해가며 운행했으며, 고속도로 운행은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약 30km 단위로 상/하행을 2회 왕복하여 총 4회 실시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티볼리의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수도권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을 왕복하는 장거리 운행을 계획했다. 경로는 출발지이자 급유지인 광명역을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 기착지인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도착한 뒤 반대 경로를 통해 돌아가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운행은 연비 중시 운행보다는 그때 그때의 교통 흐름에 맞춰 평소 운전 습관대로 편하게 운전했다. 계획한 경로를 비롯하여, 기착지에서의 용무를 위해 이동한 거리를 모두 포함한 총 주행거리는 710여km. 연료를 만재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왕복에는 간발의 차이로 성공하지 못했다. 총 평균 연비는 17.8km/l였다. 경로 상 고속도로 비율은 약 85% 가량이었다.



티볼리를 일상에서 직접 경험해보면, 티볼리의 내수 시장 흥행의 이면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디젤 파워트레인을 장비한 소형 SUV 특유의 경쾌한 주행 성능 및 감각을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음은 물론, 충분한 수준으로 배려된 정숙성과 승차감은 물론, 가족용으로도 충분한 실내 공간 등을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비록 경쟁자들에 비해 연비는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경쟁자들이 연비 외의 부분에서 확실하게 부족한 점을 한 두 가지씩 끌어 안고 있는 점에 비하면, 연비 이외의 요소들을 평균 이상으로 갖춘 티볼리는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이루며 흥행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선호하는 디젤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쌍용차의 스타, 티볼리의 인기는 소형 SUV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상,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며 쌍용차를 이끌어 줄 역군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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