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함 속에 숨은 강펀치 - 볼보 V40 T5 R-Design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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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함 속에 숨은 강펀치 - 볼보 V40 T5 R-Design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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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자동차 기업, 볼보자동차의 유일한 해치백 모델인 `V40`은 지난 2012년부터 한국 시장에 소개되어 현재에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볼보 V40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뽐냈던 C30의 디자인을 차용하면서도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음은 물론, 세계최초의 보행자용 에어백을 탑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모델로, 볼보에게 있어서 여러 가지로 의의가 큰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V40은 볼보자동차 코리아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큰 모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전체 판매량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볼륨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볼보 V40은 현재 모두 `DRIVE-E`라 명명된 새로운 4기통 파워트레인을 싣고 있으며, 이 DRIVE-E 파워트레인의 우수한 연비와 동력 성능에 힘입어, V40의 높은 상품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파워트레인 구성을 기준으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D3, D4, T5의 3종이 존재하며, 이번에 시승한 V40은 가장 강력한 동력 성능을 내는 `T5` 모델이며, 그 중에서도 스포츠 패키지로 무장한 `R-디자인` 모델이다. 부가세 포함 가격은 4,790만원.





볼보 V40의 디자인, 그 중에서도 그 얼굴은 2013년을 기해, 라인업 전체에 걸쳐 일괄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거칠 당시의 디자인 큐로 활용되었다. 방패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하여, 공기 흡입구를 중심으로 꺾여 들어가는 범퍼 하단의 라인, 날렵한 형상의 일체형 헤드램프 등에서 S60, V60, XC60 모델의 페이스리프트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방패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함인 S80에도 적용되었다.





시승한 V40 T5 R-디자인 모델은 R-디자인 모델을 위한 전용 부품들이 차체 곳곳에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R-디자인 모델을 위한 전용 범퍼는 스포츠 모델에 어울리는 도전적인 인상을 자아낸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광택 블랙 페인팅과 무광 크롬 라인을 조합하여,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그 외에도 18인치 IXion 알로이 휠, 리어 디퓨저, 듀얼 테일 파이프 등으로, 기본형 V40과는 다른, 보다 특별한 V40임을 느낄 수 있다.





실내는 일반 V40의 디자인과 레이아웃 그대로지만, 여기서도 R-디자인만을 위한 전용 소재와 부품들로 잔뜩 멋을 부려 놓았다. 블랙 원톤 컬러를 중심으로 두면서 흰색 스티치로 악센트를 준 R-디자인만의 인테리어 테마는 보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센터페시아는 R-디자인 전용의 띠가 들어간 메탈 마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포인트.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에는 R-디자인만을 위한 전용의 블루 컬러의 배경색을 제공한다. 이 배경색은 변경된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배경색과 연동된다.



앞좌석은 R-디자인 전용의 스포츠 시트로, 차체의 급격한 움직임 속에서도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스포츠 시트지만 착좌감은 꽤나 소프트한 축에 속하며, 등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탄력 있게 감싸주는 촉감이 좋은 편이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3단계의 열선 기능을 갖춘 8방향 전동 조절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에 한하여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의 착석감은 일반적인 해치백에 비해, 착좌감은 우수한 편이다. 뿐만 아니라,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까지 지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하지만 실내의 공간 설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트의 힙 포인트가 높은 편인데다 통상의 해치백에 비해 지붕이 다소 낮은 편이기 때문에, 머리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함인지, V40의 글라스루프 스크린은 앞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뒷좌석의 머리 받침은 접을 수 있어, 보다 나은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좌석과 문이 맞닿는 부분에는 도어 포켓과 함께 2가지 사이즈로 구성된 트레이가 마련되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제원 상의 트렁크 공간은 335리터이며, 뒷좌석 등받이는 6:4 비율로 분할 접이가 가능하여, 이를 통해, 공간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 또한, V40 모델들에 공통으로 장착되는, 간이 격벽 기능을 가진 트렁크 플로어를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더욱 짜임새 있는 공간 활용도를 기대할 수 있으며, 짐들이 굴러다니는 일을 막아주는 기능도 챙기는 등, 실용적인 의미에서의 만족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시승차인 V40 T5 R-디자인은 245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2.0리터 직렬4기통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타력 주행을 유도하는 `에코 ` 기능이 장비된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며, 변속기를 거친 동력은 앞바퀴로 전달된다. 이 파워트레인은 볼보 라인업에서 사실 상 막내라 할 수 있는 V40부터, 스포츠세단 S60, 그리고 맏형인 S80또한 싣고 있는 엔진이기도 하다.



이 엔진을 탑재한 볼보 모델들은 공통적으로 정숙한 느낌을 가지며, V40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실내 역시, 꼼꼼한 만듦새 덕에 마찰음과 같은 잡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시승차의 엔진은 4기통 엔진으로서는 부드러운 맛이 있는 회전질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자동 8단 변속기 유연하게 속도에 대응해 나간다. 프리미엄 해치백을 표방하고 있는 V40에게 충분히 걸맞은 파워트레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얼핏 단단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서스펜션 설정과 묵직하고 든든한 느낌을 주는 차체 또한 겸비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일상적 운행에서 소음이나 진동, 혹은 거친 승차감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현저히 적은 편이다.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외양과 함께, 스포츠 섀시를 장비한 스포츠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다.



또한, V40 T5 R-디자인은 레이더를 이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사각지대 경고 장치, 차선 이탈 방지 장치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 안락한 운전을 적극적으로 보조해 준다. 특히,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같은 레이더 방식을 사용하는 다른 제조사의 시스템들 중에서도 그 정밀도가 높은 편이다. 선행 차량의 속도 증감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설정 속도에 다다르기 위한 가속 역시 부드럽게 진행된다. 또한, `큐 어시스트(Queue Assist)` 기능을 갖추고 있어, 선행 차량이 정차 후 3초 이내에 재출발하는 경우, 크루즈 컨트롤을 재기동할 필요가 없어,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 시내의 간선도로 등지에서 유용하다. 또한,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은 진동과 함께, 차가 스스로 조타를 하면서 주행 궤적을 수정한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임의로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기계가 하는 일인 만큼, 기계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항상 도로의 돌발상황에 주의하는 자세로 운전에 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운전 자세라고 본다.



가속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최대로 전개시키면 덩치에 비해 묵직한 차체가 일순간 숨을 고르는 듯 하더니, 이내 전방으로 매서운 돌진을 시작한다. V40 T5의 터보 엔진은 터빈을 구동시키는 배기가스가 부족한 출발 가속에서 터보 랙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터보가 힘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맹렬하고 정력적으로 차체를 집어 던진다. 분명 차체는 묵직한 느낌을 주지만 가속에서 발목을 붙잡고 있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회전 수가 높아짐과 동시에,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보여주었던 정숙하고 나긋나긋한 소리는 거칠고 호전적인 음색으로 뒤바뀌며 가속에 긴장감을 더한다. 전진 8단에 이르는 자동변속기는 철퇴와 같은 엔진의 힘을 매끄럽게 앞바퀴로 전달한다. 초반 영역대의 기어비가 큰 편에 속해서, 1단에서 45km/h, 2단에서 85km/h, 그리고 3단에서 125km/h까지 속도를 올린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V40 T5 R-디자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안정감`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독일산 해치백들처럼 예리하고 공격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결코 서투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급격한 곡률의 코너에서 롤을 꽤나 허용하는 편이지만, 네 바퀴만큼은 노면을 든든하게 붙들어 매면서 주행 궤적을 흐트러뜨리는 법이 없다. 직선 주로보다는 곡선 주로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움직임과 조종성에서 R-디자인이 그 존재 가치와 진면목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과 조작감이 다소 느슨한 편이고,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동급에서 가장 무거운 1,530kg의 체중 때문에, 체급에서 기대할 만한 가볍고 날쌘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핸들링 감각이다. 특히, 덩치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묵직한 움직임은 해치백보다는 한 체급 이상의 세단에 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



볼보 V40 T5 R-디자인의 공인 연비는 도심 10.0km/l, 고속도로 14.6km/l, 복합 11.6km/l로, 5기통 엔진을 사용하던 T4 시절에 비해 공인연비는 상승했다. 그런데 시승을 진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는 공인연비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강남 일대의 혼잡한 도심 구간에서는 9.0km/l를 밑도는 기록을 보였다. 교통 상황이 복잡하지 않은 때에도 공인 연비인 10.0km/l에 접근하기 어렵다. 도심의 고속화 도로 등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보다 다소 상승한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인 14.6km/l를 상회하는, 15.7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볼보 V40 T5 R-디자인은 V40 라인업 중에서도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모델인 만큼,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볼보 전 차종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를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큐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장치, 사각지대 경고 장치를 탑재함은 물론, 세계 최초의 보행자용 에어백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보행자용 에어백은 과거의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자동차 안전 개념에서 지금의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자동차 안전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 사례로 들 만큼, 획기적인 발명으로 통한다.



V40 T5 R-디자인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해치백으로서 충분한 감성 품질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해치백이다. 외모에서는 R-디자인 만의 특별한 터치를 가하여, 안팎으로 스포티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어, 통상의 V40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여기에 준수한 성능의 볼보의 DRIVE-E 파워트레인과 R-디자인 전용 섀시 구성 등으로, 달리기 성능을 강조하는 점도 특징이다. 작지만 묵직한 차체를 호쾌하게 몰아 붙이는 T5 파워트레인, 세단을 연상시키는 안정적인 고속주행 능력과 절제된 핸들링 감각으로 완성된 스칸디나비아식 고성능 해치백인 것이다.



독일식이나 프랑스식과는 또 다른 맛을 지닌 고성능 해치백을 원한다면, 스칸디나비아식 고성능 해치백은 어떨까? 볼보의 V40 T5 R-디자인을 경험하면, 해치백의 또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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